[입장문] 모두의 페미니즘 사과문에 대한 차차의 입장문
모두의 페미니즘 사과문에 대한 차차의 입장문
2021년 8월 초,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이하 차차)는 모두의 페미니즘(이하 모페)의 구술생애사 기록 프로젝트 <낮은목소리>에 인터뷰이로 참여했습니다. 모페는 성매매 당사자 활동가 구술생애사 기록을 위해 반성매매 활동가 A와 먼저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후 차차 활동가들을 추가 인터뷰하였습니다. 차차 활동가들은 2시간 남짓의 시간을 들여 모페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하는 노동을 했습니다. 해당 인터뷰 내용은 활동가 A의 인터뷰와 함께 <낮은목소리> 출판물에 게시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9월 6일, 모페는 ‘성노동 운동 인터뷰와 본인의 구술을 병렬적으로 나열할 수 없다’라는 반성매매 활동가 A의 주장을 전달하며 <낮은목소리>에 차차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기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런 모페의 행동에 차차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느꼈습니다.
1. 동등한 성매매 당사자 활동가 인터뷰였음에도 반성매매 활동가 A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받아들여 차차 활동가와의 어떠한 논의도 없이 인터뷰 기재 거절을 통보한 점
2. 차차 당사자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성노동 운동 인터뷰’이기에 삭제 가능한 인터뷰로 간주한 점
3. 구술생애사 인터뷰이의 노동을 존중하지 않은 점
이에 모페 측에 이의를 제기하였고, 모페 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과문을 게시하였습니다. [1]
차차는 A님의 의견이 선행되고 차차의 의견은 후행 되는 과정의 문제가 소통의 부재나 운영의 미숙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반성매매 활동을 하는 당사자’가 ‘성노동자 권리 운동을 하는 당사자’와 ‘성매매 당사자 활동가’가 같은 선상에 설 수 없다고 요구할 때, 성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탈락시켜 버리는 모페의 당사자성 검열 및 성노동자 차별입니다.
구술생애사 채록 작업은 인터뷰이 A가 인터뷰이 B와 같은 출판물에 실릴 수 없다고 주장할 시 A의 말만 듣고 B를 삭제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누구의 목소리를 ‘왜’, ‘어떻게’ 채록하여 어떤 출판물을 만들 것인지 판단하는 주체는 A가 아닌 모페이고, 모페의 섭외에 응해 인터뷰이로 참여한 A와 B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모페에 협조한 활동가이자 소중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한 성판매 경험 당사자, 약속된 결과물-출판물을 예상하고 노동한 노동자들입니다.
모페는 A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하며 <낮은목소리>에서 차차의 목소리를 삭제하겠다 통보하기 전에 ‘왜’ 차차의 목소리만 삭제해야 하는지, ‘어떻게’ 동등한 인터뷰이들을 존중하며 출판물을 만들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의식을 먼저 가졌어야 합니다.
차차 활동가들은 모페 측이 인터뷰 삭제 통보 당시 별도의 사과나 유감을 표하지 않았던 점에도 유감을 느낍니다.
차차 측은 ‘성노동 운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 경험 당사자성을 검열당하거나, 연대에서 배제당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겪어왔습니다. 이번 사건 또한 모페라는 단체 한 곳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성매매 운동이 성매매 경험 당사자성을 검열하고, 보다 입지가 좁은 성노동 경험 당사자의 출판 및 발언 기회를 박탈하는 행태를 멈춰야 합니다. 본인을 성노동자로 정체화하는 사람도 성매매 경험 당사자이고, ‘당사자 활동가’로서 동등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을 ‘노동’이라고 말하면 배제당하는 경험을 더는 겪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시와 검열을 피하고자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숨기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 ‘노동’으로 사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노동’이 착취와 폭력이라 해도 지금 당장 그 ‘노동’으로 사는 여성들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있는 여성을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여성들이 하는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그 말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차차 활동가들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 목소리 내려고 합니다. 여기까지, 낮은 목소리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저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 06. 21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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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두의 페미니즘 사과문 전문
모두의페미니즘(이하 모페)은 2021년 여름 구술생애사 기록 프로젝트 <낮은목소리>를 진행했습니다. 이론에 앞서 실존하는 여성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여 출판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성매매 채록팀에서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를 통해 당사자 활동가 A님을 섭외하여 채록을 진행하였습니다. 3회차 채록이 종료된 후 팀원들 사이에서 성매매 문제에 대해 보다 입체적인 이해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고, 원 기획과 별개로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이하 차차)와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능하면 스스로를 성노동자로 정체화하는 차차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출판기록물에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차차 측에도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때 A님께서는 구술채록과는 별도로 다른 단체와 간담회가 진행되었다는 것과, 모페 측에서 A님의 구술과 차차의 간담회 기록을 함께 싣는 것을 논의한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추후 A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렸을 때 A님은 본인의 경험을 단순히 서로 다른 입장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것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모페에서는 먼저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구술자의 입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낮은목소리> 결과물에서는 차차와의 간담회 기록을 빼는 것으로 결정하고 차차 측에 이를 통보하였습니다.
추후 진행된 모페X차차의 인터뷰는 구술채록집 출판물 발간으로 종료된 <낮은목소리> 프로젝트와 별개로, 해당 간담회 자료가 폐기되는 것에 아쉬움을 가진 <낮은목소리> 참여자 일부가 개인적으로 차차와 접촉하여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과정에서 모페 측 인터뷰어 호칭을 이전 편집본에 있던 대로 ‘낮은목소리’로 할지를 고민하다가, <낮은목소리>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별도로 진행된 것으로 보아 별개의 명칭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대해 차차에서는 지난 2월 <낮은 목소리> 프로젝트 인쇄물에서 차차의 인터뷰가 같이 실리지 못한 것 자체가 성노동운동에 대한 검열이며 이에 대한 사과문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주셨습니다. 또한 차차가 성노동론을 주장하는 단체라는 이유로 당사자성을 의심받고 연대사업 등에서 배제당한 여러 사례들을 말씀하시며 이번 사례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모페와 차차는 여러 차례 온라인으로 입장을 나누고, 5월 2일 대면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차차 측에서는 성노동운동을 하면서 겪은 검열 경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고려 없이 편집 여부를 통보한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해주셨습니다. 구술자가 같은 프로젝트에 실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터뷰어 명을 '낮은목소리'로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통보한 것이 성노동운동에 대한 검열과 같은 선에 있다는 요지였습니다. 또한 사건의 경위와 모페의 입장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프로젝트 진행과 관련하여 업무 상의 미숙으로 차차 측에 간담회 기록의 출판 여부 및 간담회의 비중 및 위상에 대해 미리 확실히 전달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지원사업 예산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 특성 상 기한 내에 결과물을 내야 하는 현실적인 마감 문제 때문에 충분한 소통 없이 편집 과정이 진행되었고, 이것이 차차 활동가분들께 성노동 운동에 대한 검열로 비춰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차차의 요청에 의하여 모페X차차 인터뷰 편집 경위와 모페의 입장을 게시합니다.
2022.06.21. 모두의페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