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한국 성노동자의 날 집회/2022 한국 성노동자의 날 <성노동자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 >

[2022 한국 성노동자의 날]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소주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2. 6. 30. 15:51
photo by. 은석
 
 
 
 

소주(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안녕하세요. HIV/AIDS 인권활동을 하는 커뮤니티알의 소주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 참 어려운 세상인 것 같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투쟁과 지난 아이다호 집회 등에서 주홍빛연대 활동가님들의 연대발언을 들으며 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들으며 저도 함께 분노했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에이즈인권운동을 하며 많은 HIV감염인들이 문란한 사람들이라며 더러운 사람들이라며 하대당하고 인권을 침해당하는 것을 자주 보고 경험하고 있는데요, HIV감염인들이 겪는 이러한 성적 낙인은 성노동자가 경험하는 것과 어떤 면면들이 많이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HIV감염인들도 국가가 비감염인을 HIV감염인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정치를 펴기에 계속 소외되고 배제당하고 있는데요, 비슷한 구조로 성노동자에게 행해지는 HIV강제검진 제도만 보아도, 아 세상이 누구를 위해 설계되었고 어떤 계급을 위해 굴러가며 이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많은 에이즈 강제검진에 대해서 조금 더 열심히 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반성을 하기도 합니다. 강제검진이 아니라 누구나 낙인과 비용에 대한 걱정없이 HIV검사를 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성노동자를 처벌하는 지금의 법체계에서는 예방의 기본인 콘돔마저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즈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죄는 성노동자를 또한번 옥죄고 있습니다. 전파매개행위죄 폐지의 필요성과 함께 힘을 모으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한편 성소수자 운동의 맥락에서, 그리고 에이즈 운동의 맥락에서, 혐오선동세력이 우리를 욕할때 사용되는 문란함, 더러움 이런 키워드를 오히려 우리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합니다. 문란하다는 것, 더럽다는 것, 그것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만들어서 편하게 쓰고 있는 것일까요? HIV/AIDS라는 질병을 가지고 있으면 문란하고 더러운 걸까요? 성노동을 하는 사람은 문란하고 더러운 걸까요? 혹은 문란하고 더러우면 안되는 걸까요? 문란하고 더러운게 나쁜걸까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요, HIV감염인도 성노동자도, 여성 성노동자 뿐 아니라 수많은 성소수자 성노동자들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세상의 힐난을 받고 폭력을 경험하는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든간에, 문란하고 더러운게 나쁜게 아닙니다. 잘못이 아닙니다. 너무 명확한데요, 나쁜것은, 잘못하는 것은 폭력과 살인과 혐오입니다.

혹시 감염이라는 말의 뜻을 아시나요? 느낄 감에 옮겨갈 염 입니다. 옮겨 느낀다, 혹은 느낌을 옮긴다 등으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세상은 우리로부터 감염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얘기하고 인권을 말하고 서로의 편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가치를 모르는 사회는, 이런 가치를 지키지 못하는 세상은 우리로부터 감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동료들에게 우리의 더러움이 세상을 바꾼다고, 우리의 문란함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 말을 이 자리에서도 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문란함과 더러움이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세상을 구원합니다. 

그래서, 우리, 함께 문란함과 더러움을 지켜내면 좋겠습니다. 지켜내서 세상을 감염시키고 바꿔내고 사람답게 살면 좋겠습니다. 비감염인 국민만을 보호하고 지켜내려는 세상에 맞서듯이, 성노동자에게 고통스러운 사회와 정책에 함께 맞서겠습니다. 우리에게 부여하는 성적낙인에 함께 저항합시다. 앞으로도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