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2. 6. 30. 15:58

photo by. 은석

 

마지(성노동자 당사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 성노동자의 날입니다. 이 자리를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 성노동자의 날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염려되는 마음도 있습니다.

여러분, 성노동자들은 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신들의 친구, 연인, 가족들일 수 있겠지요. 대한민국에서 성노동은 불법입니다. 국가는 성노동 여성에게 전면적인 제한을 두고, 우리들을 음지로 숨어들게 만듭니다. 그러나 국가는 여성이 성매매 현장으로 유입되지 않을 환경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비단 국가 뿐 아닌 개인도 마찬가지죠. 성노동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었던 당신의 상황만으로 본인의 신념이 고결하다고 포장하지 말아주세요.

헌법 37조 2항에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그럼, 우리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하는 성노동은 국가 안전 보장과 공공복리를 침해하는 일입니까? 저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했을 뿐입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으레 본인이 처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성노동을 시작합니다. 빚을 상환하기 위해서 또는 내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각자의 사정은 노동자의 수 만큼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완전한 개인의 선택이라고 몰아갈 겁니까?

국가는 사회의 문제를 부인한 채, 성노동자들이 성노동을 선택한 것을 단순한 개인 문제로 치부하지 마십시오.

성매매를 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를 생각해 주세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달려 가는 여성을 말입니다. 이런 사회 구조를 배제하고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행태는 벼랑 끝까지 몰린 성매매 여성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 외에 생존할 길이 없어서 선택한 경우가 많습니다. 성노동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실낱같은 현실과의 고리가 끊어지는 셈입니다,

최근 저는, 경찰의 의한 성매매 단속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남수사관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마자 개인 핸드폰으로 연신 카메라 소리를 내며 제 알몸을 촬영하더군요. 제게 동의따위 구하지 않은 상태로 말입니다.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손님과 단 둘이 있을때 일어나는 돌발 상황은 정말 두렵고, 말문이 막히고 손이 떨립니다. 포주는 나를 이용해서 꼬박꼬박 돈을 벌어가는데, 정작 법의 심판은 성노동 여성 개인에게 향합니다.

저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성노동자를 색안경 낀 눈으로 바라보지 말고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 주세요. 성을 판매했다고 해서 사람답게 살 권리가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나 당신들 곁에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양지에서 일하며 먹고 살 걱정을 하고 여러분들과 울고 웃으며 같이 놀고 싶을 뿐입니다. 언젠가 성노동자에 대한 낙인이 사라지는 날에 당당히 저와 제 일을 소개 할 날을 간절히 고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