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연대 차차 활동/2022 오픈 라운드 테이블

[후기] 화영 :『반란의 매춘부』이후, 성노동자 권리운동과 연대의 길 찾기오픈 라운드 테이블 2차 후기

주홍빛연대 차차 2022. 7. 29. 21:49

 

『반란의 매춘부』이후, 성노동자 권리운동과 연대의 길 찾기

오픈 라운드 테이블 2차 후기

 

화영

 

이번 라운드 테이블은 다양한 참여자 분들과 성노동 운동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차차에서 후기를 부탁해주셔서 2시간 가량의 발표와 토론을 곱씹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차’별과 낙인을 ‘차’근차근 없애나가자는 ‘차차’의 뜻은 정말 멋있다!)

여름님의 발표는 <우리에게도 성노동자 권리 운동의 계보가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2000년대 이후의 성노동 운동을 한 편의 글로 정리하는 야심찬 시도였다. 준비해 오신 글과 발표자료는 여러 단체들이 등장하고 사라져왔던 이십여 년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길잡이였다고 생각한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성노동 운동사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이에 반발하여 전국의 성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인 것에서 출발한다. 2005년 한터여성종사자연맹(한여연)부터, 전국성노동자연대(전성노련), 민주성노동자(평택)연대(민성노련), 2009년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2016년 성노동자네트워크 손, 2018년 옐로우하우스 이주대책위, 그리고 2019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체들은 각자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성노동 당사자를 향한 고립과 배제에 맞서왔다. 운동의 계보를 쓰는 작업이 각각의 운동들이 지닌 한계를 짚으면서, 앞으로 차차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오늘의 발표가 1)계보를 쓰는 것 자체보다는, 2)과거 운동들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오늘의 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 있다는 사회자의 발언도 기억에 남는다. 발표를 들으면서 최근 두 권의 책에서 1980년대의 성노동 운동에 관해 읽은 것이 떠올랐다. 먼저, 홍성철의 <<유곽의 역사>>(2007)는 100년이 넘는 집결지의 역사 속에는 언제나 성노동자들의 조직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기생 조합을 시작으로, 한국전쟁 이후 기지촌 여성들이 만든 동두천의 ‘민들레회’, 이태원의 ‘장미회’, 송탄의 ‘꿀벌회’ 등등. 특히 1981년에 용산역 집결지의 여성 250명이 조직한 ‘개나리회’가 업주가 아닌 성판매 여성의 권리를 대변하는 활동을 했던 대표적인 조직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운이 좋게도 다른 곳에서 ‘개나리회’에 관한 자세한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막달레나의 집에서 엮은 <<용감한 여성들, 늑대를 타고 달리는>>(2002)에 수록된 <어떤 역사: 성매매 지역 여성들의 자치 조직, 개나리회>라는 글이다. 개나리회는 성노동자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서로 연대하고, 업주와 경찰의 권력에 도전한 조직이었다. 무려 40년 전에 그들이 작성한 문서는 “포주, 펨프, 기둥서방, 공무원으로부터의 착취 방지”, “억압에서의 해방”을 활동목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여기에서 2005년 민성노련이 발표한 12대 강령이 떠오른다면 지나친 일일까? 오늘날 그렇듯이, 당시 성노동자들은 일상화된 착취에 맞서서, 또한 “윤락 행위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에 조직 활동을 할 자격조차 없다는 논리에 맞서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발표와 토론을 들으며 또 한 가지 떠올랐던 것은 개나리회가 성노동자들의 “건강 관리(성병, 지나친 흡연, 음주 또는 환각제 복용에서 오는 정신 착란증)”를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기지촌 등에서 실시되고 있었던 성병 검진은 강제로 시행되었기에 그 자체로 인권의 박탈을 낳았는데, 용산 지역의 성노동자들은 오히려 정기적인 성병 검진을 먼저 요구하고 나섰다. 성병은 많은 성노동자들이 피해갈 수 없는 문제였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라는 것이 이유였다. 물론 검진은 어디까지나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오늘날의 ‘아웃리치’와 같이 개나리회 회원들은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성병 검진을 홍보하고, 콘돔을 나눠주는 등의 활동을 3년간 이어갔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작은 사례에 불과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저항의 움직임들은 우리가 의식하는 것보다 오래된 기원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잊혀진 기록들을 발굴하고, 현재의 운동을 새로이 기록으로 남기면서, 계속해서 함께 투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