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성평등전주의 성매매피해경험자 핍박 및 예술인 사상 검열 규탄한다 - 〈제 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 에서 추방당한 존재들과 연대하며
성평등전주의 성매매피해경험자 핍박 및 예술인 사상 검열 규탄한다
- 〈제 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 에서 추방당한 존재들과 연대하며
사랑해, 치명타, 이시마 작가는 정당한 공모, 심사 과정을 거쳐 <제3회 페미니즘예술제 ‘지구탈출’> 전시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주최/주관단체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의 성매매피해경험자 핍박, 예술인 사상검열에 의해 일방적으로 전시에서 퇴출되었다.
먼저, 사랑해 작가는 페미니즘 예술제가 차별과 편견이 없는 자리일 것을 기대하고, 전시 공간인 구 성매매 업소를 둘러보며 “함께 전시를 하게 된 것이 성산업 내 당사자로도, 예술가로도 기쁘다”는 발언을 했다. 사랑해 작가는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누군가를 지우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전시 공간 내 메시지를 접하고 안심해 “성산업 종사자이자 예술가, 사랑해”라는 문구를 방명록에 남기기도 했다. 이 공간이 성매매된 여성 당사자에게 안전할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평등전주 측은 사랑해 작가를 따로 불러내 해당 자기소개와 방명록 문구를 문제삼으며 “성산업 종사자라는 말을 써서 놀랐다. 입장이 다른 것 같다. 보통 스스로 숨기려고 한다”, “입장이 다르면 함께 (일) 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 사랑해 작가는 여러 차례 성평등전주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성평등전주는 사랑해 작가와의 의사소통을 중단하고 그를 전시에서 일방적으로 퇴출시켰다.
이 사건의 핵심은 성평등전주가 ‘스스로 성산업종사자임을 숨기지 않고 밝히는 여성’은 ‘자신들과 함께 일할 수 없는 여성’이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성폭력·성착취 피해 여성들에게 수치를 주어 숨게 만드는 성차별적이고 성착취적인 주류 사회의 행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성평등전주는 사랑해 작가를 퇴출시키면서 ‘성매매피해를 경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직장에서 잘릴 수도 있다, 심지어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여성단체에서도 일방적으로 퇴출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다른 수많은 성매매피해경험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페미니즘 공간 내에서도 숨겨야 하는 것’, ‘숨기지 않으면 공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재인식해야 한다는 중첩된 압박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성매매된 경험이 있는 여성 개개인은 자기 삶을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작가 선정 절차와도, 전시 작품 내용과도 관계없이 그저 한 당사자가 자신을 소개할 때 성산업 종사자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건 명백한 차별이고 혐오일 뿐, 자신의 삶을 자신이 아는 단어로 설명한 당사자의 잘못이 아니다. 심지어 사랑해 작가는 성산업 종사자라는 단어가 문제가 된다면 얼마든지 지우거나 수정해도 좋다, 자신은 반성매매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며 착취 없는 평등한 사회를 바란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치명타 작가의 경우 “성매매 업소 여성을 성노동자라고 개념화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같이 전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합당한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끝내 전시에서 배제되었다. 이에 이충열 작가는 “모두 함께 전시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보자고 제안”했으나 묵살당했다. 이들의 입장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랑해 입장문 https://drive.google.com/.../1wh0vOYm4q8eDW7EtMrX.../view...
치명타 입장문 https://drive.google.com/.../1boukNv27E86ETENdSJb.../view...
이충열 입장문 https://drive.google.com/.../1TLmGASUqZKojUH.../view...
2022년 10월 7일, 전주시 사회혁신센터 공식 홈페이지에는 성평등전주가 작성한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작가 3인 하차에 대한 사과문”이 게시되었다. 주된 내용은 “‘사랑해, 이시마, 치명타’ 3명의 작가에 대해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하차를 통보한 것과 주최단체로서 더 숙고하고 소통하는 태도를 갖추지 못했던 것”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전시 하차를 통보한 방식에 관한 사과이며, 여전히 무엇이 문제가 되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 하차를 통보한 절차상의 문제에 있어서도, 성평등전주는 이를 “안일한 대처” 정도로 얼버무리고 있다. 서로의 입장 차-심지어 사랑해 작가의 경우에는 실제로 차이가 있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성산업 종사자라고 밝히는 것을 보니 입장 차가 있을 것’이라 일방적으로 추측당했다- 가 상하 권력관계에 의한 강제 퇴출로 곧바로 이어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인가? 만일 주최 측이 “직접 작가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면 작가들이 경험한 폭력이 폭력 아닌 것이 되는가? 부적절한 문제 인식으로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사과문은 사과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이다.
성평등 전주가 주최/주관한 페미니즘 예술제는 “페미니스트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구현”하고자 기획되었다. 그러나 “성산업 종사자”, “성노동”에 관해 사유하는 페미니스트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은 유토피아는 페미니스트가 꿈꾸는 유토피아일 수 없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에서 부당하게 추방당한 존재들과 연대한다. 사랑해, 치명타, 이시마, 이충열 작가에게 연대한다.
2022년 10월 11일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