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성노동X교차성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기획] 코로나 19,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3. 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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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기획]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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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에 사랑, 세실, 열심, 왹비, 혜곡이 참여했습니다.

코로나 19,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참여자: 사랑, 세실, 열심, 왹비, 혜곡

 

수다회 기획 

사람들이 코로나가 한국에서 장기전이 될 전망이라 예측하는 가운데,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위험해지며 사각지대에 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수다회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화에서 나온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해보고,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고민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계속 말하기를 이어가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기소개

 

왹비 : 안녕하세요.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성노동 프로젝트 1, 2, 3회 기획&진행을 맡아온 왹비입니다. 제가 최근에 인터넷에 코로나와 성노동자 관련 글을 썼다가 논란의 대상이 되어서 수다회를 기획했어요. (웃음) 오늘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속상했던 거이야기하고 떠납시다!!!

혜곡 : 안녕하세요. 주홍빛연대 차차의 회계팀장(!) 혜곡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활동에 생업까지 더해 더블 재택근무 중입니다.

사랑 :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을 가지고 있어요.

열심 :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노동자 당사자입니다. 정신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을 갖고 있어요.

세실 : 안녕하세요. 주홍빛연대 차차 디자인팀장 세실입니다

 

 Q. 현재 성노동을 하고 있다면 코로나 19가 성노동에 미친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성노동을 쉬거나 그만뒀다면 코로나 19와 관계가 있으신가요? 코로나 19가 성산업에 많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 Q. 평소에 전반적인 감염 위험에 노출되거나 감염에 걸린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성노동과 연관된다고 생각하시나요? 

 

 Q. 현재 성노동을 하고 있다면 코로나 19가 성노동에 미친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성노동을 쉬거나 그만뒀다면 코로나 19와 관계가 있으신가요? 코로나 19가 성산업에 많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

 

열심 : 코로나 때문에 일을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는 코로나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에 걸리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확진자가 되면 제 신상이 털리고 이동 경로가 드러나며 성노동자라고 욕을 먹을 것이 두렵습니다. 또한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줄어서 힘들다는 언니들의 여론이 있었어요. 

왹비 : 여러모로 코로나와 더불어 상황이 매우 안 좋아요. 단속은 단속대로, 코로나는 코로나대로. 죽을 맛이죠. 룸 같은 경우, 코로나 때문에 1부 타임 때 손님이 뜸해졌고, 출근해도 언니들이 버는 평소 수입에서 반 토막이 났다고들 말해요. 저도 반 토막이 났고요. 저희 업종은 2월부터 몇 곳이 아예 운영을 안 하기도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출근하는 게 불안한데, 지금 시기도 시기인지라 단속도 많이 하고 있어요. 대선이나 총선 전에는 단속이 심해요. 저번 총선 때도 강남 단속이 심했는데, 지금도 총선이 곧 다음 달이라 그런지 2월에 레깅스룸, 오피가 털렸어요. 오피야 단속이 심한 업종이 맞는데, 변종 룸(레깅스, 셔츠)은 원래 단속을 잘 안 하거든요. 게다가 언니 말 들어보면 인사(룸 안에서 쇼)중에 잡혀간 게 아니라 테이블 보던 중에 단속 당하신 거라고.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단속까지 겹쳐서 언니들이나, 저나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코로나가 몇 주 만에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 이야기가 나오니,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해외로 옮겨가는 언니들도 있어요. 이 틈을 타서 미국, 일본, 대만, 마닐라 등 브로커나 업주들이 코로나 안전지대로 오세요라며 광고도 많이 내더라고요. 그런데 해외에 다녀온 언니들은 워낙 별로 없기도 해서 정보를 구하기가 힘들어요. 광고에 핸드폰 번호가 있으면 브로커다, 현지 번호면 업주다, 광고가 최소 5개월 이상 유지된 곳으로 가야 한다, 브로커 말은 반만 믿어야 한다, 가게 날짜(일수) 못채우면 돈 물어줘야 한다, 일본 모 업소 마마는 말 안 들으면 아가씨 사진 유포한다고 협박한다더라 등 카더라는 나오지만, 해외 시스템이 정확히 어떤 구조고, 어떤 계약 조건으로 일하게 되고, 계약 중에 어떤 건 하면 안 되는지, 일할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기 힘들죠. 이러한 상황에서 언니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나는 거지만, 점점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 거 같아요.

사랑 : 코로나가 발생하기 직전부터 질염을 심하게 앓았고,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코로나 발생 후부터 일을 쉬고 있습니다. 

 

Q. 평소에 전반적인 감염 위험에 노출되거나 감염에 걸린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성노동과 연관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열심 : 코로나는 아니지만, 하드코어나 키스방 등 입과 입 혹은 입과 성기의 접촉이 잦은 업종에서 일할 때 매일 목 통증, 인후염, 감기 등에 시달렸어요. 헤르페스에 걸리기도 했었구요. 이런 감염들은 성노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왹비 : 다들 성노동자가 성병에만 취약할 거라 생각하시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되는, 모든 감염병에 취약 대상이에요.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성산업의 특성상 성노동자들은 유독 다른 일반인보다 면역력이 약할 거예요. 대부분 밤낮이 바뀐 채로 생활하고, 술이 있는 업소면 술을 무리하게 마시고, 사이즈 업을 해야 하는데 운동할 시간은 없으니, 식욕 억제제를 복용해서 무리하게 몸이 망가져도 다이어트를 하는 게 다반사예요. 면역력이 떨어져도 너무나 떨어져 있는 상황이죠.

열심 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타액, 입, 성기 접촉이 잦은 업소에서 일하면 감염은 매일 달고 사는 거죠. 그건 성노동자가 얼마나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관리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에요. 아무리 일주일에 1번씩 성병 검진을 받아 약을 타 먹고, 청결하게 유지하려 해도 손님이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으면 소용없어지는 거죠.

콘돔을 끼면 성병 예방이 될 거 같지만, 오랄섹스만으로도 감염되는 병도 있고, 콘돔으로 예방되지 않는 바이러스도 있어요. 게다가 모든 성노동자가 노동 현장에서 상대방에게 콘돔을 착용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에요. 제가 집결지에서 일하면서 성병 검사 했을 때 한 번에 7개 바이러스가 양성 뜬 적이 있어요. 그때 저희 업소가 노콘이 기본 옵션이었거든요. 하루 대여섯 명과 성기 접촉을 하고, 어떤 바이러스 보균자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 건강을 주사위 굴리듯 운에 맡기는 거예요. 운 좋으면 감염 안 되고, 운 나쁘면 감염되고.

사랑 : 아무래도 면역이 저하돼 있으니 일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상관없이 질염에 자주 걸렸어요. 요로감염도 잦고, 심할 때는 골반염도 두세 번 걸렸어요. 감염이 자주 발생할 때는 성접촉을 하지 말라고 흔히 권하는데 일을 하다 보면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콘돔을 껴달라고 했다가 거래를 취소하거나 돈을 못 주겠다고 할 때도 많았어요. 성기 간 접촉을 하지 않는 대신 더 하드코어한 플레이를 요구받을 때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결국 내가 몸이 아프고 원치 않아도 성기 삽입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Q. 성노동 환경에서 감염이 발생한 경우에 치료를 받는 과정 등에서 겪은 차별받은 경험이나 특정 감염 (성매개 감염, 감염병 관리법에 등록되는 국가지정 감염 등)으로 인한 차별받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Q. 코로나 19 관련 영업진들이 대책을 세워줬나요? 개인으로 일한다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으신지, 성산업에 코로나와 관련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Q. 성노동 환경에서 감염이 발생한 경우에 치료를 받는 과정 등에서 겪은 차별받은 경험이나 특정 감염 (성매개 감염, 감염병 관리법에 등록되는 국가지정 감염 등)으로 인한 차별받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열심 : 저는 아직 없지만, 성노동자는 상시적으로 관리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유흥보건증 등을 발급받을 때 성병이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한 그 보건증을 일할 때 상시 지참하고 다녀야 한다는 점에서요. 

사랑 : 성매개 감염에 몇 번 걸린 적이 있었는데, 지병 때문에 국가에서 감염병 관리법에 따라 격리병동에 입원되는 감염성 질환을 갖고 있어서 산부인과를 갈 때 원래 다니던 병원에 가지 못했어요. 다니던 병원에는 내 기록이 있고 기록을 본 의사는 감염병 관리법에 따라 관할 보건소에 보고해야 하니까요. 격리병동의 상황은 열악해요. 내 병은 성매개 감염으로 규정되는 병은 아니지만, 병동에서는 내가 성소수자라거나 성노동자라는 걸 감춰야 해요. 감염병을 만성적으로 갖고 있고 면역이 저하된 환자들이 있어 병원 내 교차 감염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워요.

화장실과 샤워실 등의 공간을 환자와 보호자가 같이 쓰면 안 되고, 보호자는 별도의 가운을 입어야 하는 등 여러 규정이 있지만 그렇다고 환자용 보호자용 샤워실이나 탈의실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아요. 메르스 때 급조된 병동이다 보니 화장실이 비좁아서 휠체어가 들어가면 문이 닫히지 않아 병실 문을 잠그고 다녀오는데 병실에 남자 보호자나 의료진이 있으면 화장실을 참게 돼요. 규정이 제멋대로라서 고지나 동의 없이 병실 내부가 CCTV로 촬영돼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항의할 곳도 많이 없고 병동에서 제 정보를 다 알다 보니 충분히 저라는 게 유추 가능해 익명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어요.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다른 병원에서는 받아주지도 않는 감염병 환자를 받아주는 게 어디냐”라고 해요.

왹비 : 제가 콘돔을 쓰지 못하는 환경에 있었는데, 그때마다 성병에 자주 감염됐어요.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받으니까 선생님이 이건 제가 약 먹어서 되는 게 아니라, 남자친구분이 검사를 받으셔야 한다고. 다음에 남자친구분을 데려오라고 그러는 거예요. 의료진이 제가 애인이 여자일지, 아니면 원나잇을 한 건지, 성노동자인지, 성폭력을 당해서 감염된 건지 아무런 고려가 없는 거죠. 남자친구 안 데려갔더니, 골치 아프단 식으로 대하길래 병원을 옮겼어요. 다른 곳에 갔더니, 이런 시기엔 나을 때까지 성관계를 쉬어야 한다고 해요. 저는 당장 내일 월세 내야 해서 돈 벌어야 하는데. 게다가 업주들은 성노동자가 성병 감염됐다고 해서 쉬라고 잘 안 해요. 약 먹으면서 계속 일하라 하지. 내가 성노동자란걸 밝히고, 왜 계속 감염될 수밖에 없는지,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예방/치료 방법은 무엇일지 고려해주는 의사가 필요해요.

 

Q. 코로나 19 관련 영업진들이 대책을 세워줬나요? 개인으로 일한다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으신지, 성산업에 코로나와 관련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열심 : 영업진들은 전혀 대책을 세워주지 않았고, 다만 우리 가게에는 코로나가 돌지 않았다며/않는다며 입바른 말로 저희를 안심시키려고 했습니다.

왹비 : 저희는 그냥 언니들한테 알아서 조심하라고 해요. 마스크 끼고 다녀라, 깨끗하게 하고 다녀라. 출장오피는 가게에 있지 않고, 계속 모텔이나 손님 집으로 가는 업종이라 사실상 대책이랄게 없기도 해서 이해는 하지만, 감염병을 무슨 개인이 정신 차리고 관리하면 안 걸리는 줄 아는 거 같아서 짜증 나요.

개중에 몇몇 업소들에선 손 소독제 배치를 하는 거 같고, 입구에 열감지기를 배치한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 가게가 있는 업종은 이런 식으로 입구에 열감지기를 배치하는 것도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거 같아요. 그게 비싸면 입구에서 체온계 측정이라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구요.

또 룸이나 노래방처럼 마이크를 사용하는 업종은 영업진들이 손님과 언니들한테 마이크 사용을 최소한으로, 또는 하지 말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이번 코인노래방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기사를 보니, 같은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염 위험성이 높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영업진이 날고 기어봤자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없긴 해요. 그래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건물 방역 조치나 마스크, 손 소독제 무상지급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 : 개인으로 일하는 조건만남이다 보니까 마스크를 끼는 건 뭐 자율이지만 그만큼 손님이 거래를 취소하거나, 무력을 휘둘러도 막을 방법이 없어요. 또 수급자라서 성노동자인 게 알려지면 수급 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원래도 당국에서 의심하는 거 같으면 일을 쉬곤 했는데 요즘은 만약에 코로나로 동선 공개나 격리가 되면 성노동 여부가 알려지게 되다 보니 두려워서 일을 못 하고 있어요. 감염도 두렵지만, 솔직히 낙인이나 수급 자격 박탈이 더 두려워요.

Q. 코로나19 확진 환자 동선 공개에 대한 의견이 궁금해요. Q. 확진 및 의심환자, 격리 시의 지원(생계비 지원 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지원 기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Q. 코로나19 확진 환자 동선 공개에 대한 의견이 궁금해요.

열심 :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동선 공개를 한다는 것은 너무 지나치고, 인권 침해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동선이 드러남으로 인해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도 모두 드러나게 되는데, 사람들은 코로나가 아니라 그 사람의 다른 측면을 보고서도 조롱하거나 욕을 하곤 하잖아요. 그런데 동선 공개를 결정한 사람들은 질병의 확산을 막는다는 측면에만 집중하지 확진자 개인이 입는 이런 피해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동선 공개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실 : 확진자의 동선과 성별, 나이가 공개되면 사람들은 확진자가 어떤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비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합니다. 질병을 관리하겠다는 큰 목표를 위해서라면 그 안에서 침해받는 개인의 사생활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왹비 : 감염병 확진 환자의 동선 공개는 굉장히 문제적이에요. 이러한 방식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사회적 소수자의 의료 접근성 자체를 심각하게 떨어트려요. 예를 들어,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이 사회적으로 공개되면 곤란해지는, 탈가정 자립 청소년, 성노동자와 퀴어가 대표적으로 그렇습니다.

우선 확진이 되어 동선이 공개되면, 감염자가 생활하거나 방문했던 공간이 폐쇄되고,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은 자가격리 대상이 됩니다. 만약 특정한 퀴어/유흥업소에 방문했거나, 또는 탈가정한 가족으로부터 자신이 현재 어디 있는지 들켜선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이 모든 게 살인적인 행위로 다가올 거예요. 1차적으로 자신이 누군지, 어디에서 생활하는지 모두에게 공개되어 강제적인 아웃팅이 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2차적으로는 나와 접촉한 주변 사람들이 내가 감염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원치 않는 아웃팅을 당할 가능성도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도 검사를 받기보단, 시중에 있는 감기약을 먹으며 혼자 조용히 자신의 증상 경과를 관찰할 가능성이 높구요. 코로나 19 사태 동안 정부가 계속해서 확진자 동선 공개를 진행한다면, 의료 접근성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보건소가 어딨는지 검색하다 체온계를 수시로 재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인터넷으로 코로나 증상 검색하길 반복하겠죠.

혜곡 : 최근에 ‘며칠 며칠에 어디를 방문한 사람은 연락 바란다’는 식의 문자를 몇 번 받았는데요. 감염병 확산 통제 과정에서 이런 식의 추적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확진자가 방문했던 곳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였을 경우에는 널리 알릴수록 방문자들이 자가신고하는 확률을 크게 높일 수도 있고요. 문제는 이 작업이 굳이 확진자를 특정할 수 있게끔 하지 않고도, 또 동선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거죠. 확진자가 어느 계층에 속해 있을지, 어떤 특수성을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동선을 낱낱이 공개하는 건 역시 전 사회적인 감수성 부족과 게으름 때문이겠지요.

사랑 : 동선 공개는 문제가 많아요. 특히 수급자나 차상위, 장애 연금 수급자인 사람 중에는 가족과 단절된 걸로 지원을 받는 경우에 자기가 격리돼서 가족의 도움이 필요해도 연락할 수 없어요. 장애인들 중에는 코로나 때문에 활동 지원 인력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져서 가족들이 활동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격리가 되거나 동선 추적 과정에서 가족과 같이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 부정수급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문제로 아파도 당국에 연락할 수 없는 장애인들이 많을 거라고 보여요.

또 최근에는 동선을 가지고 노래방 도우미냐, 불륜이냐, 성구매 다닌 거 아니냐 등의 추측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중에 히키코모리라고 동선이 집밖에 없다, 이런 희화화가 있었어요. 알고 보니 장애 학생이라고 하더라구요. 너무 화가 났어요. 장애인이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든 건 사회인데, 감염병에 걸리면 히키코모리라느니 아싸라느니 하면서 또 조롱해요. 성노동자 외에도 탈가정 청소년이나 가정폭력 피해자, 퀴어들 같은 경우에도 동선 공개에 많은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또한 국적이나 민족에 대해 공개가 되는 것도 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Q. 확진 및 의심환자, 격리 시의 지원(생계비 지원 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지원 기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세실 : 격리시 지원이 개개인의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받는 사람이 비장애인이며, 저소득층이 아닐 것 등을 상정한 지원은 탁상에서 지원 기준을 만드는 사람들이 소외계층도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사랑 : 그 지원기준에 대해 동사무소에 물어봤더니 제가 지금 격리가 됐는지 물었습니다. 이미 격리가 된 상황이 아니면 지원 정보조차 알기가 힘들어요. 또 성노동자나, 가족으로부터 암암리에 지원 받는 수급자 등은 자기의 수입이나 직업에 대해 공개적으로 드러내기가 어려운데, 코로나 시국 동안만이라도 면책 특권 같은 게 있지 않은 한 그런 지원을 신청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당국에 자신이 아프다거나 확진자와 접촉을 했다거나 하는 정보를 밝힐 수 있을까 많이 회의적입니다.

왹비 : 지자체마다 다른 거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기초생활수급자 관련해서 생계지원이 나온다고 기사에서 본 거 같아요. 확진 및 의심 환자 지원은 못 들어봤어요. 그리고 이런 기준들이 세실 님 말씀처럼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예를 들어 마스크를 지급해도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장애인인 사람에게만 마스크를 지급한다든지. 그러면 수급자가 아닌 장애인은 어떻게 되는 건지. 최근에는 서울특별시 청년청에서 코로나 19로 알바 잃은 청년 긴급수당지원 모집한단 글을 봤는데 직전 근로계약서를 제출해야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근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고 일하던 청년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결국엔 이런 지원도 원래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지원에 대해 딱히 찾아보지 않게 된 거 같아요. 어차피 무법지대에 있는 사람인데, 지원이 있어도 난 지원대상이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요.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혜곡 : 약자를 향한 혐오는 사회적 불안이 심화될수록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더 위력적으로 가해집니다. 그것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모든 편의는 환상 속의 ‘일반인’을 기준으로 제공되고, 거짓 평균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의 삶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의 희생양들처럼 왜곡 당합니다. 우리는 ‘감염병 퇴치’라는 지상목표 아래 스러져가는 것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상적인 위기의 시대에 야만으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요.

사랑 : 장애인과 만성질환자들이 코로나로, 격리로,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지원이 없어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계속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수급자, 성노동자, 가정폭력 피해자, 성소수자 등이 자신이 어디에 다녀갔는지, 접촉이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지 솔직하게 방역 당국에 공개할 수 있도록 면책 특권이나 지원책, 신변 보호 등이 필요합니다. 감염병은 혐오와 배제, 공포정치 속에서 더 암암리에, 더 멀리 퍼져나간다는 것을 다들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혐오를 걷어내고 소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감염병 예방과 치료의 시작입니다.

왹비 : 코로나 사태로 수면위로 떠오르는 문제들이 비단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애인 시설, 사회적 소수자의 의료 접근성 문제, 소수자를 위한 거라곤 하지만, 진짜/가짜라는 잣대로 선별적인 지원을 하는 복지 시스템 등. 관련해서 더 많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기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자리가 생겨났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제가 너무 말을 많이 한 거 같아요. 말하다 보니까 맺힌 게 많은 거 같은 느낌이네요. 뭔가 부끄럽다. 다들 멋지게 마무리해 주셨는데 어떻게 끝내지? 사회적 소수자 고려 없는 감염병 예방 조치 규탄한다! 성노동자를 존중하는 의료와 사회복지 시스템 보장하라!

세실 : 뜻깊은 자리에 참여해서 영광입니다.

열심 : 얼른 다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월세도 내도, 카드값도 내고, 평소처럼 배달음식을 시켜 먹은 일상을 되찾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