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성노동X교차성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왹사리 : 국내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 성노동/자 혐오 양상에 관하여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3. 10. 18:22

 

미리보기 이미지 : '외국인 고용' 성매매 현장…잡고 보니 성전환 태국인들3)작년 5월 JTBC에서 보도한 기사다. 성노동이 일어나는 현장을 무리하게 단속하다가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수사에 대한 비판4)이 예로부터 끊임없이 있었으나, JTBC에서 보도한 내용에는 그런 것에 대한 비판은 부재하다. 게다가, 불필요하게 ‘성전환자’라는 말을 제목에 넣음으로써 트랜스젠더 인구를 성애화하는 기존 사회 풍조에 일조하고 있다. 이를 비판한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의 성명5) 이 당시 있었지만, 현재까지 해당 기사 논조는 변하지 않았다.
왹사리 : 안녕하세요, 연일 이어는 성노동(자) 혐오에 지쳐 지난 1회 때 두 원고를 제출했던 왹사리입니다. 모든 혐오를 반대한다면서 성노동자의 권익을 외면하는 페미니스트가 줄어들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국내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 성노동/자 혐오 양상에 관하여>

 

왹사리

 

 성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급적 “성노동/자"로 성노동과 “자”를 구분해 성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지칭하는 편이다. 그가 성노동으로 매일 버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존엄성이 언제나 그 곁에 머문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그렇다. 슬프게도, 이렇게 당연한 사실 명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가 부지기수이다. 그들은 자기 귓가에 성노동이라는 말만 울리면, 머릿속에서 성노동/자를 혐오하라는 명령을 하달 받은 군인처럼 신나게 얼굴도 모르는 노동자들을 욕하기 시작한다. 그게 잘못된 것임을 알리기 위해 지난 첫 성노동 프로젝트에 제출한 두 글에 이어 이 글을 또다시 쓴다.

 매우 다부진 말을 힘있게 써 나가며 국가 권력이나 재벌 3세를 비판하는 기자들은 때로 키보드 앞에서 성노동/자를 조롱하는 데 그 힘을 유려하게 발휘한다. 한국 원주민 성노동/자에 관해 기사를 송고할 때도 많은 기자가 펜의 힘을 남용하는 편이지만, 이주민이 국내에서 성매매하다가 적발당했을 때 그 정도가 매우 지나치다. 혹자는 국내에 유입된 이주민을 두고 자국에서 살 방도를 찾지 못한 주제에 한국에 와서 원주민 일자리 뺏는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는 가수가 되고 싶어 한국을 찾았다가 속았거나,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해서 핍박당하거나, 여권을 압수당한 채 사실상 감금당해 지내는 등 불안정한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와 지내는 당사자들의 심정을 찢어버리는 말에 불과할 뿐이다.1) 

 구글에 “외국인 성매매”를 검색해서 나온 수많은 기사 중 일곱 개의 기사 내용과 제목이 가지는 문제점을 각각 간략하게 얘기해보겠다.

  '[외국인여성 성매매 실태]<상>'돈벌기 쉽다' …태국·러시아인 성매매 급증2)

 작년 4월 말 뉴시스에 실린 기사다. 업주들이 실정법의 허점을 이용해 태국·러시아·남미 출신 성노동/자를 고용해서 부당하게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기사 제목은 이주 성노동/자가 마치 한국에서 안전하게 떼돈 벌고 떠날 수 있는 것처럼 작성했다. 실제로는 그렇게 유입된 외국인 성노동/자 상당수는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상황이다.

  '외국인 고용' 성매매 현장…잡고 보니 성전환 태국인들3)

 작년 5월 JTBC에서 보도한 기사다. 성노동이 일어나는 현장을 무리하게 단속하다가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수사에 대한 비판4)이 예로부터 끊임없이 있었으나, JTBC에서 보도한 내용에는 그런 것에 대한 비판은 부재하다. 게다가, 불필요하게 ‘성전환자’라는 말을 제목에 넣음으로써 트랜스젠더 인구를 성애화하는 기존 사회 풍조에 일조하고 있다. 이를 비판한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의 성명5) 이 당시 있었지만, 현재까지 해당 기사 논조는 변하지 않았다.

  당직 경찰이 외국인과 모텔에?6)

 제목과 기사 내 실린 삽화 모두 부적절했다. 경찰이라는 공직에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을 역이용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국적이 밝혀지지도 않은 외국인 여성을 특정 피부색으로 묘사한 삽화를 남겼다. 그가 관광비자로 입국했는지 여부에 대해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린 경찰의 추측만 일방적으로 본문에 실기도 했다.

  밤거리 외국女 성매매 기승… 323명 무더기 적발7)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여성일 때 성별을 굳이 표기해버리는 기자들의 구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기사 제목이다. 성매매라는 것은 성 서비스를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같이 존재하는 행위인데, 본 기사 제목은 마치 외국인 성판매 여성들만 범죄를 저지르는 듯한 착각을 초래한다. 경찰의 집중 단속에 검거된 성판매자의 대부분이 남성이었으면 제목에 외국男으로 표기됐을까?

  [남기두의 눈] 국가 망신인 외국인 성매매 여성 급증, 엄격한 조치 필요8)

 성매매 여성이 외국에서 많이 유입되는 게 바로 대한민국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필자가 엄격한 조치라고 예를 나열한 건 더 가관이다. 다시는 한국 땅을 들어오지 못하게 영구추방 실시한다고 해서 국내에 널리 퍼진 외국인 성매매가 줄어들진 않을 텐데.

  [단독] 베트남 여친 보더니 "성매매?"…폭행 부른 모욕9)

 단독 기사로 내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어 하는 기자의 욕망이 잘 비치는 제목이다. 베트남 사람에 대한 한국인의 몰이해적 발언이 이 사건의 중점인데, 성매매에 대한 낙인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제목을 사용했다. 성노동/자의 인권을 고려하며 글을 썼다면 ‘창녀’라고 오인당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에 대해도 비판이 담겨 있어야 했다.

  “끔찍하다” 태국 여성 7명이 한의원 창문에서 뛰어내리려고 한 이유 (영상)10)

 가장 자극적으로 사람들의 클릭만 추종하는 위키트리답게 자극적인 제목을 영상과 함께 게재했다. 기사 서두에는 경찰이 태국 여성들을 구출해낸 것처럼 묘사했지만, 실제로 검거된 7명은 모두 강제 출국당했다. 여타 상기 언급한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강제 추방에 대한 비판 의식은 부재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숱한 기사들을 접했으며 미처 언급하지 못한 더 많은 기사 역시 앞서 짚은 것들처럼 비판할 구석이 산재했다. 모든 기자가 현장에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글을 쓰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래도 기사를 쓸 때 본인이 남긴 글 하나하나가 사회에 미칠 파급력에 대해 고려를 하며 아래 사항 정도는 지켜주길 원한다. 

    • 우리는 한국 사회 내 성노동/자 인권 관련 보도 시 성노동/자를 무조건적 피해자로 그리지 않도록 주의 깊게 전달하겠습니다.

    • 우리는 한국 사회 내 성노동/자 인권 관련 보도 시 선정적인 제목과 단어 사용으로 클릭 수 장사에 목매는 황색 저널리즘을 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우리는 한국 사회 내 성노동/자 인권 관련 보도 시 당사자들의 사회적 소수자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라보겠습니다.

 말은 칼보다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 하루에도 수만 개의 기사가 오르내리는 세상에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더 몰아세우는 글들이 제발 줄어들길 바란다. 가뜩이나 성노동/자를 혐오하는 게 당연시 여겨지는 사회에서 그딴 기사들은 성노동/자를 죽인다.

 

참고문헌

 

1) 조재진, “‘외국인과 성매매’ 더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 이유”, 2019.09.11,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346454

2) 배소영 기자, “[외국인여성 성매매 실태]<상>'돈벌기 쉽다' …태국·러시아인 성매매 급증”, 2019.04.23, http://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190423_0000629021#_enliple

3) 한상헌 기자, “'외국인 고용' 성매매 현장…잡고 보니 성전환 태국인들”, 2019.05.11, https://news.joins.com/article/23464721

4) 박재홍 기자, “성매매 위장단속 "함정수사 아냐"vs"여성 인권 무시"” 2014.11.28, https://www.nocutnews.co.kr/news/4333471

5) 트랜스해방전선, “JTBC는 인권보도 준칙을 준수하라”, 2019.05.14, https://transliberationfront.com/141

6) 김경수 기자, “당직 경찰이 외국인과 모텔에?”, 2019.08.16,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022

7) 김수민 기자, “밤거리 외국女 성매매 기승… 323명 무더기 적발”, 2019.07.0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70201070921313001

8) 남기두 기자, “[남기두의 눈] 국가 망신인 외국인 성매매 여성 급증, 엄격한 조치 필요”, 2019.07.07, http://www.rightknow.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78

9) 이현영 기자, “[단독] 베트남 여친 보더니 "성매매?"…폭행 부른 모욕”, 2019.07.09,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345052

10) 위키트리, ““끔찍하다” 태국 여성 7명이 한의원 창문에서 뛰어내리려고 한 이유 (영상)”, 2020.01.22, https://www.wikitree.co.kr/articles/499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