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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공유]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센터 제1차 <적녹보라 포럼2020> 성노동자의 재생산권, 건강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6. 23. 10:49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센터 제1차 <적녹보라 포럼2020> 적녹보라패러다임과 여/성노동

 

일시: 2020. 6. 13. 오후 2시 ~ 5시

장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공동주최: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센터, 세계여/성노동자대회 조직위원회

 


 

성노동자 재생산권, 건강권

: 분절된 경험을 연속화 시켜 재생산의 언어로 재생산하기

 

왹비(주홍빛연대 차차)



1. 들어가기 : 성노동자의 서사를 횡단하는 재생산권 쟁취의 기회에 도전하며 

 

 성노동자의 관점에서 재생산권 이슈를 제기할 기회를 맞이해 매우 기쁩니다. 언제 한 번 성노동자 재생산권 이슈를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성노동자의 재생산권 이슈를 다루게 된 이유는, 그동안 제가 경험했던 분절된 사건들을 연결해 성노동자를 억압하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인 공간 속에서 어떤 식으로 성노동자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을지, 관계 업종에서 일하는 동안 안전하게 피임할 방법은 무엇인지, 생리할 때 업주와 협상해 노동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는 어떻게 얻어낼 수 있는지, 그와 동시에 생리하는 동안 내가 일하고 싶다면 일할 수 있는 권리는 어떤 식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사유해왔습니다. 성산업에서 성노동자들이 재생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활동가들은 누구에게 어떤 언어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할까. 성매매 경험을 경유하는 주체들이 각자 개별화된 존재로 존중받으며 자신의 성적 권리를 실현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담론을 만들어갈 시점입니다. 

 최근에 저는 손님과 강제로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를 하게 되어 미투 글을 작성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미투 글은 남초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져 "창녀 주제에 무슨 미투냐, 창녀가 어떻게 강간을 당하냐"라는 조롱과 비난을 들었습니다. 성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성폭력의 발생을 막기 위해 성노동자가 성폭력 당하지 않을 권리를 어떤 식으로 보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성노동자가 미투 운동에서 목소리를 냈을 때, 불특정 다수로부터 악의적인 성폭력 2차 가해를 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발화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집결지에서 일했을 때, 생리하는 동안 솜으로 질을 틀어막고 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성노동자가 생리를 할 때 노동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 손님에게 생리 사실을 숨기지 않고 밝힐 수 있는 권리, 다낭성난소증후군(만성 무배란과 고(高) 안드로젠 혈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생리를 하면 노동을 할 수 없으니 치료하지 않는 성노동자의 건강을 지킬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합니다. 관계 업종에서 일하니 네가 안전하기 위해 피임 수술을 하라고 권하는 업주를 만났을 때, 성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피임 수술을 강제로 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을지 여러분들과 고민하려 합니다.

 제가 일했던 집결지는 일주일에 한 번 무료로 보건소에서 성병 검사 및 치료를 할 수 있었는데, 이 보건소의 의미는 무엇인지 의문이 듭니다. 국가는 현재 성매매가 불법임에도 왜 집결지에 성노동자만 진료해주는 보건소를 설치하고 없애지 않은 건지. 집결지에 있는 보건소가 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유일한 장소임과 동시에, 성노동자의 몸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구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할까요. 언니들은 집결지 근처에 있는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으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진료를 해줘 좋다고 했습니다. 성병에 감염되어 매주 보건소에 들러도, 성노동자란게 알려져도 비난을 듣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기에 보건소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언니들이 들려줬던 이야기는 그동안 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 얼마나 부재했는지를 드러냅니다. 비(非)성노동자들이 누리는 보건•의료 서비스 공간에서 대조적으로 성노동자에게는 어떤 낙인이 작동해서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없었는지 문제화 할 수 있는 지표일 것입니다. 다른 언니는 보건소는 무료라서 가기 싫다, 산부인과에 가서 더 자세히 진료를 받고 싶다고 말하며 보건소에 가지 않는 언니도 있었습니다.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진료기록이 어떤 식으로 남고, 누구에게 공개되는지 알고 있는 성노동자들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과, 이런 부분에 대한 정보의 부재는 어떤 식으로 메꿔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구조화된 경험을 언어로 치환하여 어떤 식으로 성노동 운동의 무기로 만들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동안 비(非)성노동자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왔던 재생산 이슈에서 성노동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닿을지,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성노동자의 서사를 횡단하는 기회가 성노동자가 재생산권을 쟁취하는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성노동자의 재생산권 논의가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2. 분절된 경험 : 성노동자가 재생산권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 

 

 성노동/반성매매 담론에서 성노동자의 재생산권이 화두가 된 적이 없었다. 그동안 성노동/반성매매 담론은 이분법적인 진영싸움으로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사건이 발생한 후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꾸리거나, 성산업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경유해 성노동자 개인의 권리보다 성산업 구조에 문제제기를 하는 방식을 채택하거나, 성매매 법제화 모델만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성노동자 당사자의 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제대로 부상하기 쉽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오랜 시간 물밑작업을 하며 성노동자 재생산권 이슈를 수면에 올려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성노동자의 재생산권은 구체적인 의제로 정치화된 적이 없었으나, 성노동자들은 성매매 현장에서 항상 재생산 이슈를 맞닥뜨렸다. 술에 만취해서 사정이 어려울 거 같으니 콘돔을 쓰지 않겠다는 성구매자를 상대로 사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 콘돔을 쓰지 않을 것인가, 성병의 위험과 피임을 위해 콘돔을 쓸 것인가의 관련된 문제가 현장에서 존재한다. 평소 편애하는 성노동자가 있어 소수의 성노동자에게만 콜을 밀어주는 사무실에서 '옵션 해주는 언니'가 되면 옵션이 붙은 노콘질싸 콜을 많이 받아주겠다는 실장을 상대로 사무실을 그만두고 다른 곳을 찾아 나설 것인가, 실장의 말을 수용해서 '마인드' 좋은 언니가 될 것인가. 생리 휴가로 일주일을 주지않고 이틀만 주는 업주를 상대로 협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이러한 고민들을 중심으로 성노동자 당사자의 생애를 조망하여 거부당한 재생산권 역사의 궤적을 좇아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유흥업소 성노동자는 콘돔을 사용할 수 있는가? - 작업조를 중심으로

 

 지금 서술하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성노동자 개인 서사를 베이스로 기술한 것이다. 상황에 따른 부분적인 경험이란 걸 감안하고 살펴보길 권한다. 유흥업소에서 '작업조(룸 안에서 섹스 거래를 하는 성노동자)'로 일했던 적이 있다. 유흥접대 손님들 특성상, 1차로 가볍게 근처에서 술을 걸치고 동료들과 2, 3차로 유흥업소에 와서 아가씨를 초이스한다. 시장을 중심으로 24시간 영업을 하는 가락의 경우, 주로 오는 손님(성구매자)들은 3-50대 남성이다. 나의 경험상 술에 취한 3-50대 남성은 사정은커녕 발기도 매우 힘들다. 어제 노래방에서 애프터 아가씨를(모텔로 나가서 섹스 거래하는 성노동자) 불렀던 손님은 내일 룸에서 애프터 아가씨를 부르는 것처럼, 가락 구역의 손님들은 많이 겹친다. 손님들이 겹친다는 뜻은, 가락에 손님들이 암묵적인 룰이란 거미줄을 형성해놓고 성노동자란 먹잇감이 걸려들길 기다린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락에서 일하는 성노동자의 나이대도 30대 이상으로, 소위 성노동자들 사이에서 가락은 '사이즈(성노동자의 외형이 얼마나 예쁜지, 나이가 얼마나 적고 많은지 등과 관련된 은어)'가 낮고 '마인드(성노동자가 손님에게 얼마나 수위를 높여서 놀 수 있는지, 또는 사고가 나지 않게 손님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을 부르는 은어)' 좋은 성노동자가 일하게 되는 곳이다. 성구매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성구매자들은 이 공간에선 '사이즈' 낮은 성노동자들이 '마인드'가 좋아야만 한다고 압박한다. 그래서 30분만 '작업(룸 안에서 섹스)' 하면 되는 걸 1시간 동안 해달라고 조른다거나, 콘돔을 끼지 않고 질내 사정을 하게 해달라거나 하는 것들을 '마인드'가 좋은 것은 이런 거라는 명분으로 강요를 한다. 

 성노동자가 '작업조'로 초이스되어 방에 들어가게 되면, 1시간은 손님과 '적당히 스킨쉽'을 받아주며 술을 먹으면 되고, 1시간이 끝난 후 작업 시간으로 30분을 넣어주면, 30분은 '작업'을 하면 된다고 실장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룰이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작업' 아가씨로 초이스됐어도, 테이블 1시간 동안은 테이블 아가씨(1차만 하는 아가씨란 뜻으로, 수위가 낮은 스킨쉽을 제공하는 성노동자)과 똑같이 손님에게 '적당한 스킨쉽'을 제공하면 되지만, '작업' 아가씨로 초이스됐다는 사실이 그 경계를 허문다. 성구매자들은 '작업' 아가씨니까 '테이블' 시간에도 삽입 성관계를 하고 싶어 한다. 여기에서 손님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면 최악의 경우 1시간 30분 동안 삽입 성관계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술에 취한 3-50대 성구매자들은 자신이 나이도 있고, 술을 먹어서 발기도, 사정도 잘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성노동자에게 '노콘'을 강요한다. 그리고 이러한 강요로부터 성노동자 개인이 저항하기 힘든 까닭은, '마인드' 좋은 아가씨라면 당연히 이런 것들을 받아줘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계 질서와 성구매자가 공모해서 만드는 암묵적인 룰은 성노동자들을 시•공간적으로 지배하고, 억압하는 체계로써 작동한다. 

 술에 잔뜩 취한 손님을 상대로 시간 내에 사정을 시킬 수 있을지. 괜히 콘돔을 끼우고 섹스했다가 사정을 못 했다고 진상 부리는 건 아닐지 걱정하게 된다. 그럼에도 성병과 임신의 위험으로부터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콘돔을 쓰고 싶다면, 어떤 게 이 상황에서 최고의 방법일지. 업소에서 몇천만 원, 몇억 썼다는 단골손님이 노콘을 요구하면 어떤 식으로권력 관계 속에서 나는 거절의 말을 할 수 있는지. 오늘 벌어가야 할 목표 금액이란 게 있는데, 이 손님이 노콘을 요구한다 해서 방을 포기하면, 나는 다른 방에서 초이스가 될 수는 있는지. 이 방을 포기하고 나간다고 해서 다른 곳에선 이런 일을 안 겪을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어차피 똑같이 겪게 될 일이라면,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계속해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맞서 싸우는게 맞는 건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초이스(성노동자가 여러 명 서 있으면 그 중 성구매자가 자기 옆에 앉힐 사람을 고르는 것)'라는 문화가 그렇다. 성노동자를 다른 사람과 계속 경쟁문화에 위치 시켜 위축시킨다. 동료 성노동자들의 사이즈와 자신의 사이즈를 재단하며 자존감을 깎아나가게 만들고,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성노동자를 성구매자가 휘두르는 힘이 초이스란 문화에 깃들어 있다. 쉽게 나를 초이스한 손님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든다. 나에게 폭력을 가하는 손님 또한 거절하기 어려우며, 스스로 사이즈가 낮다고 생각하는 성노동자라면 더더욱 힘들다. 성노동자는 이 방에 나가도 다른 성노동자들을 이기고 내가 성구매자의 마음에 들어 초이스 될 수 있을까. 초이스를 계속 보러 다녔는데 방을 하나도 못 들어가면 영업진이 한숨을 쉬고, 가게와 사무실 언니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 관계가 생기는 이 상황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지명 손님이어도, 나를 초이스 해준다면 그냥 참아야 하는 거 아닐까 고민한다. 이러한 생각의 기로에서 성노동자는 폭력을 폭력으로 명명하지 않길 택한다. 이런 모습들에서 성노동자는 대상화된 구조적 피해자로만 남아있지 않고, 성매매 경험에 있어 자주적인 존재로 행동하고 해석하기 위한 도전을 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폭력으로부터 당장 벗어날 수 없는 환경에서 사건과 자신을 유리시키거나, 폭력에 순응하는 시도는 성산업에서 성노동자들이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주체성'을 지키려는 방어기제의 일종이자, 폭력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저항 행동'이라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성노동자가 폭력에 익숙해지도록 개입하는 조건을 발견하고, 사회는 성노동자가 직접/간접적으로 폭력을 유지시키는 조건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도록 자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유흥업소 성노동자들이 콘돔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성노동자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성 매개 감염병, 임•출산의 문제, 우울증이나 해리성 장애를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 등이 그 예시이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가 있는 지역에서 일했던 6개월 동안 std 검사에서 성 매개 감염 바이러스 5~7개가 양성으로 나왔던 적이 있다. 콘돔 사용 문화가 자리 잡은 업종에서 일했던 6개월 동안엔 std 검사를 받았을 때 성 매개 감염 바이러스 1개가 양성으로 나왔었다. 콘돔 사용 여부는 성노동자의 질병권, 건강권, 재생산권과 관계가 깊다. 삽입 성관계를 제공하는 성노동자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 산부인과에 가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게 언니들의 상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지만 산부인과에서 성 매개 감염병 바이러스 양성이 뜨거나, 질염에 걸리거나, 질 입구가 찢어져도 휴가를 받기 힘들다. 영업진이나 업주는 성노동자에게 약을 먹으며 출근하길 종용한다. 누군가는 항상 성병에 걸리고, 아픈 몸을 가진 상태로 성노동을 하게 된다면 이때 성노동자의 질병권과 건강권을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가. 지금은 콘돔 사용 여부의 문제가 성노동자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구조이다. 구조화된 콘돔 사용 문제에 있어 성노동자가 '융통성' 있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 노콘강요를 하는 손님에게서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 신화를 깨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를 조성해낸 체계적인 구조와 공모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작업이 필요하다.

 

3. 나가며 : 생리할 때 일할 권리와 일하지 않는 권리는 상충하는 것일까?

 

 집결지에선 피임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사전 피임약을 장기간 먹는다. 21일 동안 먹고, 7일 쉬고 다시 21일 동안 먹고, 7일 쉬고 또 먹는다. 집결지 성노동자가 대개 집결지에서 몇 년 이상 일하며 이러한 생활 루트를 반복한다고 했을 때, 이게 지속해서 이어지면 건강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자꾸 시간을 놓쳐서 계산과 달리 생리가 시작된 적이 있었다. 업주는 일을 시작할 때 나에게 생리를 시작하면 2~3일 정도 휴일을 준다고 하길래 7일 동안 휴가를 달라고 말하니 생리할 때 상의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업주에게 휴일 문제로 연락했더니 일단 가게에 나오라고 하길래, 우선 출근했더니 질 안에 솜 2개를 물 묻혀 동그랗게 말아 넣어 일을 시켰다. 다른 언니들도 다 이렇게 한다면서.

 일반/출장 오피를 비롯한 관계 업종은 생리휴가로 성노동자에게 7일을 준다. 하지만 집결지는 보통 2~3일만 제공한다. 영업진이나 업주들은 돈 욕심 있는 애들은 생리 때도 나와서 일을 한다고, 원한다면 생리할 때 출근해도 괜찮다고 했다. 산업형 성매매보다 열악한 환경에 배치된 '집결지'란 공간에서 생리할 때, 아플 때 쉴 수 있는 권리는 어떻게 쟁취할 수 있을지. 한 번은 이렇게 한 적이 있었다. 생리할 때 휴가를 주지 않길래, 몸이 아파서 지금 다 죽어간단 걸 눈앞에 '증명'해 보였다. 그리고 휴가를 받았다. 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고통을 증명하는 것으로 아플 때 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픈 게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일을 쉬지 않고 할 수밖에 없었다. 고통을 증명하지 않고,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통증이 있을 때도 일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만성질환, 만성 통증과 함께 하는 몸이라면, 성산업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래서 나는 업소에 지정으로 소속되지 않고, 빚을 내지 않고,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로운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통증의 주기를 종잡을 수 없거나, 갑자기 아프게 됐을 때, 혹은 먹던 진통제가 들지 않게 되었을 때 이렇게 가게를 그만두고 쉬었다 다시 새로운 가게를 시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내가 아플 때 일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찾아 나갔다. 보장되지 않는 권리라고 해서 손 놓고 볼 수 없는 일이었고, 최대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완벽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성산업에서 아픈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성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을 어떤 방법으로 일깨우고, 아픈 상태로 일할 수 있는, 또는 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을까? 개인이 대책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성산업이란 구조에 아픈 몸을 존중하는 대안의 책임을 물게 할 수는 없는 건지. 성산업에 복무하며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은 어떤 식으로 짊어지게 할 수 있는 건지.

 생리 때 일을 하게 되면 성구매자에게 생리하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 성구매자는 성노동자가 생리를 하지 않길 바란다. 성노동자가 생리를 하지 않는 존재라고 여기는 기저 역시 깔려 있다. 질 안에 솜뭉치를 넣고 일할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질 안으로 손가락 넣는 행위는 허용하면 안된다는 당부를 들었다. 그건 성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 라기보다, 손가락을 넣으면 솜뭉치를 발견해 성구매자에게 생리한단 사실을 들킬 수 있어서다. 생리를 안하는 척 '거짓말'을 하며 성구매자에게 생리 사실을 숨기다, 만약 1:1로 있는 공간에서 '거짓말'이 들통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자신을 속여서 괘씸하다고 화를 내는 성구매자의 악의를 오롯이 성노동자 혼자 감당해야할 것이다. 이 상황 역시 성매매 현장의 모든 위험부담을 성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문화에 공모한다. 생리 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리 때 일할 수 있는 권리와 생리 때 일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는 상충하는 것일까? 어째서 생리가 시작됐을 때도 성노동자는 일을 쉴 수 없는 걸까? 우리는 생리할 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넘어서, 원한다면 성노동을 제약없이 쉴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콘돔, 생리와 같은 재생산 이슈에서 성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책임져야 할 역할을 국가와 사회에 어떤 식으로 요구할 수 있을까.


발표문: 성노동자의 재생산권과 건강권에 대한 토론

 

토론문

사미숙(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세계여/성노동자대회)

 

 성노동자의 재생산권과 건강권을 논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료와 열악한 환경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서사화하여 제공해주신 발표자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상품생산의 전면화로 인하여 인간생산 영역은 자연화, 신성화 전략으로 비화폐화 되어 왔다는 것을 앞의 발표를 통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반면 쾌락생산 영역은 화 폐화 되었으나 암묵적인 은폐와 혐오 그리고 추방의 언어들로 가득합니다. 여기서 발견되는 공통 점은 인간생산도 쾌락생산도 여성의 몸, 주로 생식기관이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즉 여성의 생식 기가 가진 생산 능력을 이성애 일부일처제 경계 안과 밖으로 나누어 경계 안에서는 ‘무불 숭배’, 밖에서는 ‘지불 낙인’의 룰을 작동시키고 있습니다.

 성노동자가 재생산권 혹은 재생산과 관련된 건강권의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그동안 사회가 그토록 분리하고자 했던 인간생산과 쾌락생산이라는 두 영역을 맞대면하도록 하는 것이며, 이는 ‘성녀’와 ‘악녀’를 내 안에서 함께 불러내어 한 자리에 앉히는 상징적이고도 통쾌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이앤 토버(Diane Tober)는 “모든 재생산은 도움을 받는다”라는 엠리(Merve Emre)의 말을 인용하면서, 임신을 원하는 레즈비언 커플이 정자를 제공받든, 트랜스젠더 여성이 자신의 생식세포로 아이를 낳기 위해 호르몬제를 끊든, “누구든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사람이 가능한 모든 혜택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일은 아마 없을 것”16)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여기에 “성노동자가 자신의 건강권과 재생산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혜택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일은 없다.“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발표글에서 제기하신 문제를 보자면, 첫째, 노동 현장에서 콘돔 사용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손 님 혹은 업주와의 권력관계 안에서 노동자가 과연 콘돔 사용을 필수로 적용할 수 있을까... 성노동자가 경쟁력과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노콘’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을 어떻 게 개선할 수 있을까... 2018년 호주 서부 지역에서 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17)에 따르면 10년 전의 연구에서보다 구매자들의 콘돔 없는 섹스 요구도가 높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노동자들, 특히 개인적으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동료기반 지원과 교육을 제공하고, 업소가 콘돔 사용을 공개적으로 장려할 수 있도록 이 지역 또한 성노동을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2007년 런던과 암스테르담의 성노동자들을 인터뷰한 연구18)에서는 콘돔 사용에 있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방편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건물에서의 위치, 시설 구조, 만남의 방식, 경보 호출 시스템 등은 노동자가 구매자와의 상호작용을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구체적인 스킬로서 콘돔의 올바른 장착, 윤활제 사용, 성적 자극이 유지되면서 콘돔이 잘 장착되도록 하고, 사정시에 콘돔을 잡고 있기, 삽입 중에 콘돔 확인하기 등을 성노동자들이 제시했는데 이는 이전 학술 논문에서는 보고된 적이 없다고 합 니다.

 이 두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콘돔이 성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 도구로서 사용될 수 있으려면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 환경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구매력을 반감 시키지 않으면서도 콘돔을 사용할 수 있는 스킬 등이 동료들이나 교육을 통해 전수되기 위해서도 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허용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요. 오히려 콘돔이 성노동자를 체포하는 증거로 활용됩니다.

 둘째로 생각해볼 문제는 생리 중 성노동에 관한 것입니다. 발표 글에서 보았듯이 생리 중 일 (특히 삽입성교)을 해야 하는 노동자의 경우 피임약을 먹거나 솜을 사용하여 노동이 가능한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매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 한 방편이며, 이로써 “성노동자는 생리를 하지 않는 존재”가 됩니다. NSWP(The Network of Sex Work Projects)에서 만든 Making sex work Safe19)에는 “여성이 생리 중에 질 섹스에 대 한 대안을 자신있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리를 하지 않는 존 재가 되는 것보다는 훨씬 멋지고 주체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성산업 현장이 아닌 “평등한” 성관 계에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발표자가 말하듯 “아플 때 일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완벽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에 맡기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요.

 저 역시 발표자가 지적했듯, “성노동/반성매매 담론에서…성노동자 개인의 권리보다 성산업 구 조에 문제제기를 하는 방식을 채택하거나, 성매매 법제화 모델만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어 왔 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러나 성노동자가 한 명의 시민으로서,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개인의 권리를 인정받으려면, 시민과 노동자를 위계화하고 구별짓고 통제하려는 법과 제도를 문제 삼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노동자의 재생산권과 건강권에 있어, 오늘 논의되지 않은 임신, 출산, 양육의 문제도 함께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직업으로 인한 특정 위험이나 부모로서의 무능에 대한 증거가 없어도 성노동자들은 자녀를 혼자 데리고 있을 수 없다거나(포르투갈 및 다른 여러 나라들), 성노동자는 아이를 키우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경멸적인 의견을 피력하는(슬로바키아) 등에 대해서 세계의 성노동자들은 “우리의 자녀를 떼어놓겠다는 협박은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지원과 협조를 구할 수 없게 한다.”20)고 주장하며 권리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편 낙태 불법화 반대 운동에 있어서도, 누구든 낙태를 정당화하기 위해 트라우마나 상처를 드러내고 개방할 필요가 없고 일상적인 의학적 절차로서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성노동자의 범죄화와 낙태의 범죄화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사회는 규정된 경계 밖에서 성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사람들을 처벌하고자 한다는 것이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이번 토론회와 제3회 세계여/ 성노동자대회를 통해 새로운 목소리들이 드러나기를 기대합니다.


16) 머브 엠리 외 지음, 재생산에 관하여: 낳은 문제와 페미니즘, 마티, 2019, 74-75쪽.

17) Linda A. Selvey, Jonathan Hallett, Kahlia McCauslan, Julie Bates, Basil Donovan and Roanna Lobo Declining Condom Use Among Sex Workers in Western Australia, Public Health, 27 November 2018.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pubh.2018.00342/full (검색일: 2020.6.11).

18) Caroline Free, Ian Roberts, Megan McGuire, Sex workers’ accounts of condom use: implications for condom production, promotion and health policy, J Fam Plann Reprod Health Care 2007: 33(2) https://srh.bmj.com/content/familyplanning/33/2/107.full.pdf (검색일: 2020.6.11).

19) NSWP, Making sex work Safe, 1997, http://www.aidsaction.net/msws/index.html (검색일:2020.6.11).

20) Sorfleet, A. (ed). (2007). Sex Workers’ Rights: Report of the European Conference on Sex Work, Human Rights, Labour and Migration, Amsterdam: ICRSE. http://www.sexworkeurope.org/sites/ default/files/ userfiles/files/ICRSE_10years%20report_Decemberr2015_photo_final.pdf (검색일:202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