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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적 지향'의 삭제가 아니라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삭제하라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7. 22. 00:51

 

'성적 지향'의 삭제가 아니라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삭제하라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혜곡

2019년 11월 12일, 안상수 의원을 대표로 하는 국회의원 40명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제2조 제3호에 명시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중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제2조 제6호를 신설하여 성별을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 하나'로 정의했다. 이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사실상 허용하고자 하는 의사표현으로, 성소수자들을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명백한 개악이다. 이에 주홍빛연대 차차는 본 개악안을 강력히 규탄한다.

 

본법의 제1조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개악안에 따르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중심주의 앞에 허무하게 무너진다. 주홍빛연대 차차는 낡은 편견을 앞세워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구성원을 배제하려는 시도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개악안을 발의한 이들은 인권 불가침을 내세운 법의 의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난 11월 20일은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었다. 사회의 뿌리깊은 차별과 편견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혐오에 희생당한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을 기리는 순간에도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우리 사회의 추한 민낯을 목격한다. 인권의 표지를 붙인 법안에서마저 성소수자들이 살아갈 권리를 외면한다면 국회는 무엇을 위해 있는가? 국민의 생존권을 등한시하는 국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주홍빛연대 차차는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 따라서 이를 묵과하고 도리어 조장하는 국회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 역시 반대한다. 개악에 동참한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름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을 외면할 것을 주장하는 일이 얼마나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인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성적 지향'의 삭제가 아니라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의 삭제다. 당신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은 편협한 '성별'의 정의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다.

2019. 11. 22 주홍빛연대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