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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성노동자는 강간에도, 2차 가해에도 동의한 적 없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7. 22. 01:18

성노동자는 강간에도, 2차 가해에도 동의한 적 없다

 

주홍빛연대 차차 열심, 혜곡

 

주홍빛연대 차차는 성노동자를 향한 몰지각한 2차 가해와 집단 사이버불링을 고발한다.

5월 16일, 한 트위터 유저가 성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호소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성매매는 인간을 갉아먹는다. 성매매는 노동이 아니다. 성매매로 돈 못 번다. 지속가능한 삶과 행복을 원한다면 저쪽엔 절대 발 들이지 마세요.”

이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 클럽에 간 여성이 성폭력 피해사실을 토로할 때 “클럽은 위험한 곳이다, 클럽에 가지 마라”고 말하는 것을 우리는 2차 가해라고 한다. 피해자의 행동을 제약하고, 피해경험을 피해자 자신의 탓으로 돌리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2차 가해는 피해자의 입을 막고 스스로를 검열하도록 함으로서 강간문화에 일조한다. ‘우리’는 그러한 행위를 단호히 ‘가해’로 명명하면서 강간문화에 맞설 힘을 길러왔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페미니스트를 자칭하는 많은 이들이 성노동자는 ‘우리’에 포함되지 않으며, 그러므로 성노동자에게 가하는 억압은 ‘가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최초 2차 가해 이후 피해자를 향한 모멸적인 언어들은 끝없이 쏟아졌으며, ‘우리’의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연대는커녕 성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인권을 떨어뜨리는’, ‘가해자’, ‘포주’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성노동자의 존재는 정말로 여성인권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가해자인가?

현대의 성산업이 가부장제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성산업 안의 노동자들 역시 가부장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성노동자들은 성노동을 하지 않는 이들만큼 가부장제에 종속되어 있으며, 동시에 그만큼 주체로서 살아간다. 성노동자를 다른 여성들에게 해로운 타자로 규정하는 것은 성녀/창녀 이분법을 답습한 왜곡된 시선이며, 가부장제의 분할통치를 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지할 만한 피해자를 선별하여 그 자격을 부여하거나 박탈하려는 움직임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가부장의 언어다.

바로 여기에 성노동을 노동이라고 말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성노동을 ‘페이강간’이라고 부르는 순간 성노동자들은 가부장의 언어에 맞서기 어려워진다. 성노동이 단순히 금전이 오가는 강간이라고 할 때, 성노동자는 돈을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강간당하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성노동을 한다는 것이 강간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노동자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적 당위만 앞세운 설명은 현장에서 일하는 당사자가 피해경험을 감각하고 명명하는 일을 어렵게 할 뿐이다. 성노동에 대한 견해가 어떻든 간에, 그것이 성노동자의 증언을 막을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더 적은 폭력을 위해서는 더 많은 증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홍빛연대 차차는 이 땅의 모든 #자격_없는_여성들에게 연대하며, 성노동자가 강간당하지 않을 권리, 성폭력 피해사실을 말했을 때 2차 가해를 당하지 않을 권리, 성노동자의 삶이 ‘잘못된 예’가 되어 반성매매 프로파간다의 도구로 쓰이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이러한 권리의 실천을 막고 성노동자의 실존을 위협하는 모든 억압을 강력히 규탄한다.

#성노동은_노동이다
#진영간_입장차이가_아니라_성폭력_2차가해다
#우리는_자격_없는_여성들과_세상을_바꾼다

 

2020년 05월 26일
주홍빛연대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