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발언문 공유] ‘어른’들의 집값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집결지 강제폐쇄 반대한다! 기자회견문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3. 7. 17:20

 

어른’들의 집값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집결지 강제폐쇄 반대한다! 기자회견문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매번 다음과 같은 주장을 듣게 됩니다. 도시를 정화해야 한다, 아이들 교육에도 안 좋고 미관을 해치니 없애야 한다. 더 솔직하게는 그냥 성매매가 내 눈에 보여서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만 듣고 있다 보면 성매매 여성을 멸시하는 발언, 집결지를 떠나지 않으려는 여성들을 걸림돌 취급하는 발언도 그런 주장 사이에 끼어듭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집결지가 사라진 자리에서 개발 이익을 나눠 먹을 사람들끼리 이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도시 발전을 위해, 개발을 위해 없어져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들이 성착취를 당하더라. 자기가 원해서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자는 없고, 다 강요, 감금당하는 거다. 여성단체에서 그렇게 교육했다. 그러니까, 우리의 이익이 그 여자들의 인권에도 좋다.

여성의 권리와 아동청소년의 권리, 동원될 수 있는 그럴듯한 명분들이 동원된 자리에서 어렵게 살던 성매매 여성들이 쫓겨나고, 쫓겨난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는 멋진 건물이 세워지지만, 여느 재개발 현장과는 달리 시민사회 안에서도 슬퍼하는 시민보다 기뻐하는 시민이 많아 보입니다. 그런 짓을 자신들의 성과로 발표하는 시민단체도 있습니다.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는 그렇게 쫓겨난 사람들이 찾아온 수도권의 마지막 집결지입니다. 수원에서, 평택에서, 영등포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여성들이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성노동자 커뮤니티는 지금 여기서 과거에 우리를 쫓겨나게 했던 그 주장들을 트라우마를 복기하듯이 다시 듣고 있습니다.

집결지를 더럽고 보기 싫은 곳, 정화하고 청소해야 하는 곳으로 보는 관점은 반드시 집결지의 일부인 성매매 여성들을 더럽고 보기 싫은, 정화당하고 청소 당하는 존재로 만듭니다. 성구매자만, 포주만 골라 더럽게 여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노동자들은 그 더러운 사람들과 살아남으며 더러운 사람들과 잤으니까요. 우리의 몸은 집결지를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 몸입니다. 우리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우리의 삶으로 만졌습니다.

집결지를 ‘클리어링’하겠다 들면서 클리어링의 반대편에 놓이는 대상인 여성의 몸과 삶을 혐오하는 게 인권운동이 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정말 인권을 위하는 집단이라면 타인을 ‘여행길 걷기’ 하듯이 구경하지 않고, ‘클리어링’하지 않고 동등한 사람으로 여기며 대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파주시의 강압적인 행정과 용주골 여성을 향한 폭력 문제를 ‘아이’와 ‘성매매 여성’의 대결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멈춰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성매매 여성들이 용주골에서 쫓겨나야 한다는 구도 설정은 사실도 아니고, 정당하지도 않습니다.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는 당사자와의 소통이나 실태조사 없이 만들어진 성매매피해자 자활 조례 지원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주보상대책을 다시 만들어 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당사자 여성들과 함께 집결지 폐쇄 과정을 논의하자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잘못된 본보기를 보이고 있는 쪽은 오히려 파주시입니다. 파주시의 행정을 긍정하는 입장에서 아이가 배울 수 있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무서운 아저씨들이 가난한 여자들의 집을 때려 부숴도 괜찮아. 여자들이 우리를 내쫓지 말아 달라고, 하지 말라고, 싫다고 애원하는 말 같은 건 무시해도 괜찮아. 그 여자들은 자기가 진짜 원하는 바를 모르니까, 함부로 대해도 괜찮아. 너보다 약한 사람은 의사표현을 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도 괜찮아. 힘 없는 여자들의 삶은 힘 있는 사람들이 대신 결정해도 괜찮은 거야.

모든 교육은 파주시의 이러한 가르침에 저항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성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성평등한 파주시에서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왜 이 자리에 성매매 집결지가 만들어졌는지, 국가가 여성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재개발이라는 어른들의 잇속다툼에 아이를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얼마나 자주 있었고 그 일이 얼마나 옳지 않았는지 제대로 배우며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반인권적인 방식으로 성매매 집결지가 사라진 자리에 아파트 같은 걸 세우는 모습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줘선 안 됩니다. 나쁜 교육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투쟁합시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