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발언문 공유] '어른'들의 집값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집결지 강제폐쇄 반대한다! 기자회견 시민 연대발언 : 지선(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3. 7. 17:23

 

'어른'들의 집값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집결지 강제폐쇄 반대한다! 기자회견 시민 연대발언

 

지선(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

 

안녕하세요. 저는 지선입니다. 대중교통을 타고 용주골에 오면 2시간이 넘지만 이 자리에 달려온 이유는 이곳은 누군가의 삶터이기 때문입니다.

발언문을 쓰기 전까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어느 수위로 어떻게 써야 할지 말이지요. 개인의 발화가 어떻게 편집되고 짜깁기되어 노출될지 알 수 없고,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과 다르게 해석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염려만을 한다면 살아가면서 우리는 그 어떤 발언도 할 수 없기에 목소리를 보태고자 합니다.

저는 페미니스트이며 한 여성 단체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피해자 상담 자원활동 경험이 있으며, 아동성폭력 피해자이자, 가정폭력으로 탈가정한 청년이자, 장애인활동지원사, 카페, 베이커리, 이탈리아레스토랑, 섹스토이샵에서의 노동 경험이 있는 여성노동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룸과 노래방 보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생계에 대한 불안으로 다시 보도를 하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제가 보도를 한 것이 ‘정신적 자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리고 심리 상담 선생님께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전했습니다. 심리 상담 선생님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정신적인 자해냐. 살려고, 자신을 살리려고 (보도를) 한 것이다.”라고 말이지요. 그 말이 여전히 제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제 삶이 부정당하지 않고 수용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학대와 가정폭력으로 20대 초중반에 탈가정을 선택했습니다. 법적 싸움, 치료, 심리적 회복 등을 함께 거치며 주 5일 주 40시간 노동을 하기에는 참 벅찼습니다. 법원은 내가 원할 때, 준비될 때, 내가 가능한 시간대를 골라서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법정 싸움을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물리적인 시간도 많이 소모됩니다. 소송 과정을 진행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사람들로부터 탄원서를 받으면서, 주 40시간 노동은 하기 참 벅찼습니다.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3,000원짜리 김밥 한 줄 사는 것도 겁이 났습니다.

돈이 없어서 울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00지역의 업소들을 보았고 ‘성노동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럴 용기조차 없을 만큼 많이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룸 보도, 노래방 보도 경험을 했습니다. 밥과 반찬을 사기 위해, 생필품을 사기 위해, 병원비를 내기 위해, 교통카드를 충전하기 위해 성노동을 택했어요. 이 모든 것은 나를 살려내기 위해 했던 선택입니다.

용주골에서 일하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아픈 부모의 병원비를 내기 위해,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불안정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원하는 사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다른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 쉽게 말합니다. 모두가 주 5일 9시~6시, 10시~7시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의 건강이 때문에 어려울 수도, 지속적으로 돌봄을 제공해야 할 가족이 있기에 고정적인 시간에 일을 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 사람도, 양질의 일자리에서 탈락, 사회가 원하는 스펙을 갖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집결지를 폐쇄해야 한다고, 여성인권을 위해 폐쇄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성노동자의 자녀들은 아이들이 아닙니까? 용주골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여성이 아닙니까? 파주시가 언급하는 아이들은 누구의 아이들이며, 어떤 여성들입니까.

저는 성산업이 활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가 가진 자원, 조건, 환경, 삶의 주기, 맥락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직업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 자격, 경험, 교육비 등 투자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파주시의 일방적인 폐쇄 계획은 누군가의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한 마을을 쓸어버리려는 폭력과 다름없습니다.

용주골은 누군가의 집, 일터, 이웃과 교류하는 곳, 돌봄을 주고받고, 안부도 나누는 입체적인 공간입니다. 폭력의 공간,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공간이라는 납작한 주장에 반대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폭력은 존재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공동체를 파괴하고 어떤 집단이 모인 공간을 밀어버려야 합니까? 아니죠.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가시화하고 그 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폭력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회복될 수 있도록 안전한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 것이죠. 용주골 또한 한 공동체와 공간으로서 입체적인 삶의 현장임을 기억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