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 수다회 미리보기
[성노동 프로젝트 4회 기획]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 수다회 미리보기 1
유나 : 저는 강남 룸의 변종업소(레깅스룸, 셔츠룸)-합법-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첫 집합금지 때부터 어쩔 수 없이 단속할 방법이 거의 없는 키스방-불법-으로 업종을 변경하게 되었어요. 룸은 수위가 정해져 있어요. 방에 들어가도 손님 여러 명과 아가씨 여러 명이 일을하고, 웨이터나 담당이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비교적 개방적인 공간에서 일을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키스방은 수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상상도 못 하게 수위가 높아집니다. 강간 위험에 쉽게 노출되며 밀폐된 공간에서 1:1로 일을 해야 해요. 예전보다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더 낮은 페이를 받아야 하는 셈이죠. 선택권이 거의 없어진 거예요. 룸에서 벌던 만큼을 벌려면 결국 키스방에서 하루종일 일하거나 손님을 밖에서 만나야 하고, 오히려 국가에서 막으려는 성매매(유사성매매 포함)는 코로나 사태에 성급한 유흥업소 규제와 대책 미비로 인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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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곡 : 제일 먼저 '그럼 성노동자는 어떻게 먹고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성노동 현장의 특성상 감염병 전파가 쉬운 것은 사실이니 정부가 별달리 차별적으로 대응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보다는 민간, 그러니까 SNS나 포털 뉴스 댓글창 등에서 보이는 '보통 사람들'이 성노동자들의 일터에 던지는 시선이 외려 더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어디는 닫으면서 룸싸롱은 왜 안 닫냐, 그런 말들 진작부터 많았잖아요. 만만한 게 성노동이구나 싶었죠. 자영업자나 비성노동자들한테는 '사장님들 힘내세요'라든지, '어려운 시기 다같이 잘 이겨냅시다'라든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생계를 걱정해주는데, 그런 공동체의 따스함이 성노동자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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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 자활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정부나 민간 차원의 지원이 정말 부족하다고 느껴요. 먼저 자활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 자체도 그렇고, 지원을 돕는 활동가들도 너무 성노동자를 피해자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봐요. 처음 상담을 시작하고 지원을 받으면서 그런 태도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무작정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게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본격적으로 자활을 하기로 하면 자활 센터에 들어가는데 지원금이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쳐요.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자활센터에 꼬박꼬박 다니며 프로그램을 받아야 하구요. 정부나 민간에서 지원하는 자활을 하면서 탈성노동을 한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 정도로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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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 : 엄밀히 말하면 남성 중심주의 사회 내에서, 지정성별의 남성들이 성을 물화하고 유희처럼 가볍게 즐기는 문화는 만연한데 주로 성판매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 지정성별 여성들이 성판매 노동을 하는 것에 대해선 소위 '사회적 매장'을 당할 만큼 손가락질 받잖아요.
성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논리가 성매매 근절 및 예방과 닿아있고 그것이 인권의 보장을 근거로 한다면, 국내 현황은 이러한 본질적 목적으로 귀향하지 못하고 멀어지고 있는 게 명백하다고 느껴요. 불법으로 간주하는 실태 속에서도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에 주목하며 그 과정에서 죄의 엄벌을 판매자에게 귀속시키려는 사회 분위기 및 제도가 강하잖아요. 비슷한 논리 하에서 성매매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타 국가가 성구매자만을 처벌함으로써, 성을 구매하는 행위는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해 온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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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손님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막막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상태로 출근할 수 있을 때 꾸역꾸역 출근하고 있어요. 하루 8시간 앉아서 대기하다가 손님 한두 명 겨우 보고 퇴근하면 5~10만 원 정도를 받아와요. 택시비만 쓰고 하나도 못 버는 날도 있고요. 심리적으로 지쳐서 출근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데 조금이라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오니까 심리적으로 더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코로나가 계속 지속된다면 아마 다른 업종으로 옮기거나 두 군데에서 일하거나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의 계획이라는 단어가 엄청 막막하게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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왹비 : 원래도 저희 동네가 단속이 심한 동네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단속이 더 심해진 거예요. 초이스 보러 가게 들어가야 하는데 정문에 경찰차 있어서 후문으로 들어가고 그랬어요. 게다가 이번에는 단속 걸리면 감염병예방법으로 분류되어서 벌금 300만 원을 내야 하잖아요. 일당 몇십만 원 벌러 나왔다가 운 안 좋아서 단속 걸리면 벌금 300만 원 물어야 하니, 성노동자들은 부담감과 두려움이 큰 거죠.룸이 정지되니 키스방으로 온 언니들이 많아요.
룸은 대표적으로 초이스를 보는 업종이라 한눈에 봐도 마르고, 예쁜 언니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니까, 성구매자가 선호하는, 사회가 권장하는 미의 기준을 갖춘 언니들이 많죠. 그런데 기타업종, 키스방 같은 경우는 노초 업종이거든요. 초이스 스트레스 때문에 기타에서 일하는 언니들도 많은데, 손님이 좋아할 만한, 내가 봐도 예쁘장한 언니들이 우르르 우리 가게로 몰리니까 손님 확보 싸움에서 힘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성형과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감이 최근에 심해졌어요. 실장이 여기서 더 살찌면 안 된다고 하니까 온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물만 먹으면서 단식을 하거나, 먹토를 하기도 하면서 살을 뺐고, 밥을 잘 안 먹다 보니까 저번에 지하철에서 눈앞이 흐려지고 손이 덜덜 떨리면서 쓰러질 거 같고 그러더라고요. 업종 변경은 단순히 업종을 변경하는 의미만 갖지 않아요. 업종 변경으로 가게에서 새로 일하게 되는 성노동자나, 원래 가게에서 일하다 업종 변경으로 신규가 갑작스레 늘어나는 걸 겪는 성노동자 모두에게 건강, 생계 이런 것이 같이 영향을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