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발언문 공유] '어른'들의 집값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집결지 강제폐쇄 반대한다! 기자회견 시민 연대발언 : 보리(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3. 7. 17:29

 

'어른'들의 집값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집결지 강제폐쇄 반대한다! 기자회견 시민 연대발언

 

보리(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

 

안녕하세요, 지금 이 자리를 지나고 있는 여러분! 당신들은 지금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이렇게 자발적인 ‘주민행동’으로 길을 걷고 있지만, 저는 당신들이 단단히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하는 착각이 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들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당신들이 일하는 그곳에서는 착취가 없습니까? 당신들은 공짜 야근, 과도한 노동강도, 부당한 업무지시, 경험해 본 적 없으십니까? 당신들은, 힘들지만 내가 한창 많이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자, 그런 생각 안 하십니까? 당신들은, 지금 다니는 직장이 썩 좋진 않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조금만 참고 더 해보자, 그런 생각 안 하십니까? 당신들은,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돈이 많이 드니까 그때까지만 지금 일하는 곳에 잘 붙어있어보자, 그런 생각 안 하십니까? 안 하신다면, 정말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당신이 살고 있는 이곳은 그런 일들이 발에 채이도록 널렸습니다.

당신들이 마트에서 먹고 있는 채소, 고기 다 그런 일들로 만들어졌습니다. 공짜 야근, 과도한 노동강도, 부당한 업무지시가 판치지만 그것을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길러낸 채소, 고기입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어머나, 세상에 그런 일이 있다니 끔찍해라! 이 일을 다시는 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라고 하면서 채소를 기르고 있는 비닐하우스들, 소 돼지 닭 키우는 농장들 지금 당장 없애버려야겠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그냥 마트에 싸게 나오기만 하면 됐지, 관심 없습니다. 왜냐면 당신들은 손끝 하나 대지 않고 계속 그 채소와 고기를 싸게 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왜 당신들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을 지금 당장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까? 왜 당신들은, 채소, 고기를 만드는 공장을 지금 당장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까? 나는 열심히 일하는 정상적인 시민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기왕이면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도 않고 내 아이들을 위해서 걷는다는 당신들, 남의 아이들은 쫓겨나든지 어쩌든지 상관없다는 거 아닙니까? 저는 그게 엄청난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갖고 싶은 거 다 가지고 싶고, 보기 싫은 건 다 눈 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은 거, 정의로운 사람인척하면서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고 있는 거, 그거 엄청난 욕심이고 천벌받을 일입니다!

이제 당신들은 성노동자들을 불쌍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걷기를 주관한 단체의 이름이 ‘클리어링’이라는 걸 봤습니다. 뭣하러 어렵게 영어를 썼는지, 깨끗하게 한다는 뜻인데, 막 불쌍한 사람들 구원해 줘야지 이런 척하다가 아주 이제는 대놓고 그냥 너희들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뭘 깨끗하게 하는 겁니까? 만약 섹스 노동이 더럽다는 뜻이라면, 당신은 일 안 하고 사는지, 섹스 안 하고 사는지 묻고 싶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섹스와 노동으로 태어났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럴 때 하는 저주가 있습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살면 당신 안의 무언갈 계속 부정하면서 뭘 부정하는 건지도 모른 채로 제 발에 걸려 넘어질 거라고, 그렇게 욕심부리고 가질 거 다 가져도 절대 마음 편하게 못 살 거라고, 저주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마음도 있습니다. 결국 당신들은 원하는 걸 가질 거라고, 그걸 행복이라 여기면서 행복하게 살 거라고.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이 순순히 그렇게 두지 않을 겁니다. 여기 살지도 않는 사람들이 어디서 이렇게 나타난 건지, 신기하지 않으십니까? 참고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 살던 곳에서 쫓겨나본 적이 있는 사람들, 나도, 내 사람들도, 이렇게 구경거리 되고 손가락질 받고 ‘클리어링’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 내 사람들이 따순 곳에서 따순 밥 먹으면서 살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당신들이 상상한 것보다 많고, 어디선가 계속 끈질기게 나타날 것입니다. 당신들이 깨끗한 척 굴 때마다 우리는 추악하게 나타나 당신들의 추악한 속내를 까발릴 겁니다. 앞으로도 기대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