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발언문 공유] ‘어른’ 들의 집값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집결지 강제폐쇄 반대한다! 기자회견 시민 연대발언 : 은성(동물교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3. 7. 17:32

 

‘어른’ 들의 집값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집결지 강제폐쇄 반대한다! 기자회견 시민 연대발언

 

은성(동물교회)

 

용주골 투쟁은 멈추지 않습니다.

농성장은 벌써 36일째입니다.

저는 농성장에서 먹고 자며, 용주골의 종사자분들과도, 연대자분들과도 함께 지냅니다. 즐겁습니다. 농성장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관계 맺기가 이루어집니다.

성소수자 팸 부치 이야기, 젠더 논바이너리와 무성애자 이야기, 폴리아모리 이야기, 새벽이생추어리의 새벽이 잔디 이야기, 진상 손놈 이야기, 일하다가 생긴 이야기, 정신병 이야기, 장애 이야기, 카리스마 이야기, 사랑방에 차려지는 비건 뷔페 이야기, 맛있는 김 이야기•••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용주골은 이제 저에게도 소중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에도 삶이 있습니다. 이곳에도 살아가는 존재가 있습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1/2의 확률로, 월 100만 원만, 다른 지원과 중복되지 않게 받으며, 탈정치 확약서를 작성하고, 한 번이라도 정치를 하면 지원금의 전체 혹은 일부를 반환한다는 조건으로, 살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활하며, 정치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을 의향이 있습니까? 주거 지원의 경우에는 김경일 시장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시에서 정한 곳에서, 어쩌면 단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외딴곳에서, 최대 2년 거주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요. 그리고 모든 가족들을 부양하면서요.

김경일 파주시장님, 이 제안, 부당하지 않습니까?

왜 당사자가 원하지도 않는데, 집과 일터에서 쫓겨나야 하나요?

사실상 1/2의 확률도 아니에요. 용주골에는 성노동자와 업주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용주골의 빨래방 노동자, 슈퍼 노동자, 주방 노동자, 폐지 줍는 노동자, 풀, 나무, 곤충, 새, 개, 고양이, 그리고 인간종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생명들까지요.

부당한 엉터리 조례지원 하나로, 이 모든 삶의 철거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용주골을 떠나고 싶지 않고, 떠날 수 없는 존재들이 있는 이상, 용주골을 폐쇄해선 안 됩니다.

성노동자를 집과 일터에서 내쫓는다고 성산업이 없어질까요?

성노동자를 집결지에서 내쫓아서, 성노동자들을 더 보이지 않게 만들면, 깨끗한 세상이 되는 건가요?

용주골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선주민들이, "당연히 나가는 것이 맞다."는 전제 하에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부당합니다.

"성매매 집결지는 사라져야 할 곳이기 때문에 폐쇄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비겁합니다. 만들 땐 언제고, 누구 맘대로 없애버리려고 합니까? 파주시는 사실상, 성산업에 반대해서 성매매 집결지를 없애려는 것도 아닙니다. 외화를 벌겠다며 집결지를 형성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선거와 자본을 위해서 내쫓는 이중적인 태도를 규탄합니다.

파주시와 성노동자 혐오 세력이 진행하는, 성노동자 혐오 액션 '여행길 (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걷기', '올빼미 활동',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통학로 조성을 위한 성매매집결지 폐쇄 촉구 기자회견' 등의 이름과 슬로건을 보면, 평소에는 그들이 관심도 가지지 않던 사회적 소수자들이 언급되어있습니다.

성노동자의 권리와 여성의 권리,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대립구도처럼 만들려는 것입니다. 사실상 모든 권리는 함께 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요. 아동청소년을 아동청소년이라고 부르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라고 칭하는 것도 기만적입니다.

또한, 비인간동물인 올빼미를 인간종이 마음대로 대상화해서 혐오에 이용하는 폭력입니다. 올빼미는 성노동자 혐오에 동의한 적 없습니다. 파주시와 그에 동조하는 세력들은 정말 비겁합니다.

파주시의 성매매 집결지 강제철거는, 결코 여성을 위한 일도, 시민을 위한 일도, 아동청소년을 위한 일도 아닙니다.

그저, 선거에 이용하기 위함이며, 재개발로 이익을 취하려는,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자본주의 논리입니다.

땅이, 집이, 삶의 터전이, 누구에게는 주어지고 누구에게는 주어지지 않고, 누구는 뺏고 누구는 빼앗기는 이러한 위계와 폭력은 부당합니다.

축산업에서, 수산업에서 강간을 통해 물건 취급을 받으며 "생산"된 비인간동물들은 처음부터 집이 없고요. '발전' '개발' '개척' '간척' 등 다양한 이름으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비인간종을 죽이고, 멸종시키고, 셀 수 없이 많은 비인간종을 철거민으로 만들었습니다. 약세자들은 항상, 집이 없거나, 집에서 쫓겨나는 위치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자본의 논리대로 끊임없이 누군가를 내쫓는, 위계가 존재합니다.

이들의 삶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을까요?

누군가의 삶은 처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이 있다고, 기득권이라고. 남의 삶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내몰린 이들의 삶에 연대합니다.

아무도 내몰리지 않는 그날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곁에 있겠습니다.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가는 투쟁을 하겠습니다. 누구의 존엄도 짓밟히지 않는 투쟁을 하고 싶습니다.

성노동자의 삶을, 용주골 모든 종사자들의 삶을, 용주골의 모든 거주민들의 삶을, 용주골의 비인간종의 삶을, 짓밟고 세우는 그 무엇도,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자본의 논리대로 이루어지는 "발전"은, 절대로 정의롭지 않습니다.

범법자와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불법과 타협하지 않는다던 김경일 파주 시장님. 애초에 법은 누가 만든 것이고, 누굴 위한 것입니까?

지금도,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가 불법인 곳이 있습니다. 지금도, 1초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비인간동물이 죽어가는 도살장은 합법입니다. 비인간동물을 강간하고 감금하고 착취하고 학살하며 이윤을 얻는 축산업과 수산업은 합법입니다.

법은, 옳고 그름의 잣대가 되지 못합니다. 성노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누군가의 삶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불법 낙인을 찍는 것은, 혐오의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우리의 삶을 불법으로 내몬 사회는 쏙 사라지고, 이 시스템은 쏙 사라지고, 가해자는 쏙 사라지고, 불법 낙인 찍힌 성노동자만이 남아있네요.

성노동자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 성노동자가 조금이라도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면, 포주라고 공격하거나 "성매매 피해자가 업주에게 세뇌를 당했다. 포주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모든 성노동자가 성노동을 끔찍하게 생각하고, 탈성매매를 원한다는 프레임을 거부합니다.

성노동자는 성매매된 여성, 성매매 피해자, 범법자, 그 무엇으로도 규정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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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노동자가 해방되는 그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