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19 성노동 프로젝트 제 1회 성노동 글쓰기

[2019 성노동 프로젝트 제 1회] 왹사리 : 성노동/자의 현실을 방관하며 혐오하는 데 여념 없는 당신들에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19. 9. 10. 10:58

성노동/자의 현실을 방관하며 혐오하는 데 여념 없는 당신들에게

 

왹사리

 

※ “성노동/자”는 성노동하는 사람을 의미하나, 성노동과 그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엮인 것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표기입니다.

※ 본문에 성노동/자 향한 원색적인 혐오가 많습니다. 감안하고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구시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현장상담소에서 2017년 7월 24일부터 10월 21일까지 3개월간 자활 신청대상자에 대한 명단 조사를 시행했다. 생계비 10개월분(100만 원 × 10개월), 이주 지원금 700만 원, 직업훈련비 30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완벽한 익명 보장이 되니, 전화, 이메일, 그리고 현장 방문으로 명단 신청이 가능하다고 공고했다.1) 이 내용을 페이스북 "실시간 대구" 페이지에서 "대구시가 해냈습니다!! 시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데 2천만 원 지원 결국 함 크 인정한다. 여성부 뚝심 우리가 낸 세금이 이렇게 쓰이고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게재했다.2) 수없이 많은 남자가 몰려와 댓글로 성노동/자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총 댓글 수는 1.1만 개에 달하지만 대개 다음의 논리들로 요약된다. 첫째, 별 노력 없이 돈 얻는다. 둘째, 나도 몸 팔아 큰돈 벌어볼까? 2천만 원 받고 신분 세탁하겠네. 셋째, 여성부가 또 일냈다. 항상 지들만 피해자지. 넷째, 차라리 중 · 고등학교 여학생들 생리대 지원해라. 다섯째, 자활 지원금 사용처 확실히 조사하자. 국민 혈세로 비싼 백 사 들고 활보하는 년들은 죽어야지. 여섯째, 군인, 청년, 대학생, 노인 등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해. 몸 파는 년들은 알아서 잘 벌잖아. 일곱째, 이참에 내 고추 떼어버리고 여자나 할까? 돈 벌기 정말 쉽네.

 

여성가족부가 의뢰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이 1,05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그중 50.7%는 성매매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최초 성구매 연령이 20~24세로 전체 중 53.8%를 차지했다. 다음이 25~29세에 27.6%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중은 작아진다. 20세 미만도 3.9%로 분석됐다.3) 저 페이스북 게시글에 댓글 단 모든 남자가 성매매해보진 않았겠지만 위 통계 범위 내에 포함되는 자가 꽤 있진 않을까? 무리한 짐작일 수도 있지만, 저 통계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마주하는 남자 중 절반은 성매매했다는 얘기니. 본인들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돈을 지급한 바가 있을 사람들이 왜 바지 지퍼를 올리고 돌아서면, 인터넷상에서 성노동/자들을 향해 무분별한 욕설을 쏟아내는가? 성노동/자들이 같은 동네에서 존재하는 게 싫다면, 그들이 창녀 신세에서 벗어나는 걸 돕는 특정 인권 단체 일을 쌍수 들고 환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같은 공간에서 존재하고 싶지 않다면서 욕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나약하고 옹졸하기 짝이 없는 족속들이다.

 

성노동/자를 혐오하는 습속은 오로지 남자들 사이에서만 전해 내려오는 걸까? 트위터에 “성노동”이나 “성노동/자”를 검색했을 때 쉽게 볼 수 있는 말들을 보면 딱히 그런 것만 같지도 않다. 첫째, 성노동자는 남자에게 돈을 주고 강간당한다. 둘째, 성노동자는 건실한 직장을 찾기 싫은데 돈은 벌고 싶은 게으른 사람들이다. 셋째, 남에게 몸 파는 게 어떻게 노동이 될 수 있는가? 넷째, 여권 인권 하락에 크게 이바지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라 스스로 칭하는 게 우습다. 다섯째, 멀쩡한 일 대신 몸 망치는 사람들을 왜 신경 써야 하나. 여섯째, 이론을 주창하는 선생들에게 세뇌당한 저들이 불쌍하다. 일곱째, 성매매에 인생 판 사람이 불법 촬영 규탄 시위에 왜 나오나? 무슨 자격으로? 이 모든 말은 본인의 프로필에 페미니스트라 밝힌 사람들의 계정에서 발췌했으며 더 다양한 방식의 혐오 발화는 여전히 실시간으로 넘쳐흐른다.4) 이쯤 되니 여성이 권력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나 약자 패기에 몰두하는 여성은 무조건 지지해선 안 된다던 누군가의 말5)이 굉장히 공허하게 들리며, 동시에 성노동/자들의 자율권과 그들을 보호하는 건 성노동을 배척하는 이데올로기로 달성할 수 없다6)는 얘기가 상대적으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성노동/자를 향한 다양한 혐오를 찬찬히 읽다 보면 그들이 자기 서사를 털어놓을 때 왜 본인의 이름 대신 익명이나 다른 별명으로 글을 쓰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7)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어떤 편견 없이 그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본인의 이념에 맞춰 성노동/자들의 삶을 함부로 깎아내리기 급급하다. 창녀는 자기 생존에 대해 자기 방식대로 말할 권리를 완전히 박탈당한 존재인가? 자손 번식이라는 고귀한 숙명이 수반되지 않는 성노동은 왜 사람들에게 쉬이 힐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가련한 피해 서사를 가진 주인공처럼 본인의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시혜적으로 그 지옥에서 구원하겠다는 사람들은 왜 끊이지 않을까?

 

모든 직업은 그 나름대로 직업 자체의 위험이 있으며, 모든 노동자는 자기 노동을 수행해낼 때마다 항상 행복한 만족감을 느끼며 살지 않는다. 가령 매사 불과 싸우는 소방대원은 언젠가 불길에 휩싸여 타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종종 뉴스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해내고 순직한 소방관을 보며 ‘그러니까 애초에 왜 그렇게 위험한 직업을 택했냐’는 말은 잘 회자하지 않는다. 반면 성노동/자는 앞에서 본 여러 사람의 얘기처럼 그러니까 애초에 왜 그 일을 하기 시작했냐는 말부터 시작하는 온갖 비하를 감내해야 한다. 마치 본인들에게 성노동/자들의 존재를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듯이, 사람들은 말을 내뱉으며 자신의 정의감을 표출한다.

 

성노동/자가 가련하고 측은하게 느껴지는가? 그 관점이 얼마나 시혜적이고 폭력적인지 지금이라도 당신들은 알아야 한다. 가난하고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성노동을 시작했을 수도 있고, 명품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싶어서 시작했을 수도 있으며, 임신 · 출산 · 육아 등으로 경력 절단된 사람이 급하게 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하기도 하는 등, 이외에도 성노동/자가 성노동을 시작하는 별의별 이유가 존재한다. 직접 그 일을 해본 적이 있는가? 주변에 성노동을 전문적으로 한 사람이 있어 그 사람과 오래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왜 그딴 일 하며 사느냐"라고 다짜고짜 비난하면 기분이 좋은가?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많은 차별을 받고 사는 장애인들에게 해로운 건 그들 자신의 장애 자체보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다.8) 성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노동/자를 가련한 피해자로 바라보는 시선 그 자체가 그들에게 폭력이다. 그들이 전업/부업으로 하는 성노동 서비스에 정당한 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절한 탈성매매 지원에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성노동/자들에게 신경을 쓰지 마라. 당신들의 주제넘은 참견은 아무에게도 도움 되지 않으며, 되려 그들의 존재 가치와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말에 불과하다.

 

대형 기업이 이윤 창출만을 최일선에 두고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에선 오래된 가부장성이 성별화된 노동 분할 전략으로 더 심화하고 있으며, 이는 여성의 빈곤화를 가중하고 있다9). 이런 체제에서 이뤄지는 성노동 역시 노동10)으로 보는 것은 별 무리 없고, 착취 없는 노동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매매 산업 현장에서 시정되지 않은 채 산재한 폭력을 고발하며 규탄하는 것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자성을 긍정하는 건 양립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다. 성매매가 더럽다 느껴지더라도 일단 당사자들의 얘기에 좀 더 귀 기울여라. 그리고 이런 현실을 방조하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라. 그게 진정으로 성노동/자를 위해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이다.

 


 

참고문헌

 

1) 대구여성인권센터 상담소 ‘힘내’ 현장상담소,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자활지원 신청하세요!”, 2017.05.01, http://xn--w39aj0a35jza697firlgkifybh8bf8j.kr/

2) 실시간대구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시가 해냈습니다!”, 2017.09.26,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853895314777842&id=395814273919284&ref=content_filter

3) 권지윤 기자, “[마부작침] 2018 성매매 리포트 ① 세계 6위 성매매 시장…’한국 남성 절반 성매매 경험 有’”, 2018.03.31,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676372

4) 트위터 이용자, “성노동”, 2019.08.11, https://twitter.com/search?q=%EC%84%B1%EB%85%B8%EB%8F%99&src=typed_query

5) 권김현영, “[세상 읽기] 여성도 권력이 필요하다지만”, 2019.04.09,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89367.html

6) Audrey Miano, “Feminism 101: What Is A SWERF?”, 2017.07.15, https://femmagazine.com/feminism-101-what-is-a-swerf/

7) 성노동/자 대나무숲, “성노동/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2019.08.11, https://www.facebook.com/sexworkersbamboo/

8) 최영수, “편견과 차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로막는 장벽”, 2012.03.23, http://www.gangh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0

9) 명숙, “여성의 이름으로 청소노동자 일어서다”, 2010.12.03,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93

10) smells_like_bot, “성노동이 노동이죠”, 2018.04.09, https://twitter.com/smells_like_bot/status/983190157821075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