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기획]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9. 17. 12:00

함께 보기 :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기획] 코로나 19,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기획] 코로나 19,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코로나 19,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참여자: 사랑, 세실, 열심, 왹비, 혜곡 수다회 기획 사람들이 코로나가 한국에서 장기전이 될 전망이라 예측하는 가운데,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

sexworkproject.tistory.com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참여자 : 바다, 슈미, 스텔라, 유나, 왹비, 혜곡

 

기획의도 : 코로나 상황이 계속 진행됨에 따라 한국에서는 유흥업소 성노동자의 생계 대책은 세우지 않은 채로, 유흥업소에 별도 해제 명령이 내려오기 전까지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어떤 업종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이런 식으로 종사자의 생계 대책도 없이 모든 업종을 다 닫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성노동 프로젝트 4회에서는 성노동자 당사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유흥업소 정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함께 나누고, 지금 우리의 기록을 이곳에 남기려고 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텔라 : 안녕하세요. 스텔라라고 합니다. 2019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성노동을 했으며 현재는 탈성노동 중에 있습니다. 지방에서 청소년 페미니즘 활동가로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왹비 : 안녕하세요. 저는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활동하고 있는 왹비라고 합니다. 취미는 여자친구 노래 감상입니다. 하하하.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폴리아모리 공동체를 만드는게 제 꿈입니다! 

유나 : 안녕하세요! 저는 자유주의 페미니스트이고, 현재는 고시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생 유나입니다.

바다 : 안녕하세요 주홍빛연대 차차의 바다입니다.

슈미 : 안녕하세요. 현재 서울 지역 거주 중인 2n살 '슈미'라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지정성별 여성이며 바이섹슈얼로 자각하고 있는 상태고요, 십년간의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이자 그 후유증으로 우울증과 조울증을 앓아 약을 처방받고 있습니다. ADHD 약도 복용 중이고요.

혜곡 : 안녕하세요, 주홍빛연대 차차의 혜곡입니다. 작년 11월부터 차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일주일간 어떻게 보내셨나요? 아픈 곳은 없으세요?

 

스텔라 : 한동안 띵까띵까 노는 것에 빠져있다가 지금은 다시 정신 차려서 학교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몸도 마음도 굉장히 건강한 것 같아요!

왹비 : 일주일에 회의 서너 번 하는 지옥에 살고 있습니다. 구술사 강의랑 웨비나 여기저기서 열리는 거 듣고 있고요… 최근에는 가슴 통증의 원인을 찾으러 초음파 검사받고 왔는데 별게 안 나와서 약도 제대로 못 받고, 하여튼 그래서 숙연하게 집에서 유튜브로 공포 게임 플레이 영상 보고 있어요. 공포 게임… 너무 짜릿하고 재밌다. 요즘은 방탈출도 하고 있어요. 열심님이랑 세실님과 엊그제 엔딩 보고 왔어요. 후후후 전국 방탈출 투어 코세글자 끝나면 한다 한다!

유나 : 집에서 공부하면서 지냈어요. 빈혈이 조금 있네요.

바다 : 지난주 일주일 동안 거의 일을 하지 못하고 지냈어요.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더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슈미 : 지난 일주일간 나름 정신없이 지냈어요.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의 원고를 끝내 마감했고요. 인후염 증상이 있어 병원도 다녀오고 코로나 19 검사도 했는데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아주 오랜만에 연극도 보고 왔고, 인후염 증상 때문에 일주일간 출근을 쉬었던 키스방도 다시 나가 돈을 벌었어요. 성노동계 종사자분들과 좀 더 교류하고 싶은 마음에 트위터로 '장미계' 계정을 생성해서 '트친'분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고 정보도 얻었어요. 오늘은 대학병원에서 가다실 9가 주사를 접종받고 왔네요. 나름 재미있고 바쁘게 지냈습니다.

혜곡 :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래 봐야 하루에 5분 남짓이지만요. 하하.

 

Q. 지금도 성노동을 계속하고 계시나요? 일하고 계신다면 어떤 업종에서 일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일하지 않고 계신다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스텔라 : 지난 일 년 동안 키스방에서 일했고, 지금은 성노동을 그만두었습니다. 지역 여성인권센터에서 자활을 하며 회복하는 데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왹비 : 키스방*1이랑 조건만남*2 하고 있어요. 키스방은 유사 성행위 업소인데요. 과거엔 수위가 낮은 업소였지만, 지금은 성노동 여성들 사이에서 수위가 매우 높고, 페이가 낮은 업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알바몬 광고 같은 곳에서 시급 4만 원으로 시작하는 대화카페, 힐링카페, 귀청소방, 토킹바 등등은 모두 키스방이라 생각하면 편하실 거예요. 조건만남은 SNS나 랜덤채팅으로 손님과 만나서 일정 페이를 받고 성관계 맺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 조건만남 단속 많이 돌아서 쫄보 됐어요. 아직 걸리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손님이 약속 장소로 안 오고 자꾸 잠깐만요, 잠시만요, 어디에요, 옷차림 뭐예요 이렇게 말하면 일단 손님 기다리던 곳에서 냅다 튀고 보는 통찰력과 스피드를 겸비하게 됐습니다. 

바다 : 마사지 업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본으로 올탈*3 샤워-스웨디시*4-핸플*5 마무리 시스템의 업소이고 저희는 실장이 있지만, 오피스텔이나 원룸 방을 잡아서 개인샵/1인샵인 것 처럼 운영하고 있어요. 

슈미 : 네. 앞서 말했듯 현재 키스방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원래는 자그만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입사 한 달도 채 안 돼서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감소하는 바람에 실직하게 됐습니다. 저는 일군 이 없는지 몇 년간 이런 일이 연달아 발생했던지라, 또 새로 입사할 곳을 찾기엔 심적으로 지치기도 했고 당장 경제적 여유도 없어서 일급이나 주급으로 급여를 받을 일자리가 필요했어요. 이전에 잠깐 모던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전적이 있어서, 인력 공고를 올린 한 업장에 연락을 취했는데요. 모던바라고 하기엔 시급이 편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정통 모던바가 아닌 키스방에서 올린 공고였더라고요. 과거 육체적, 정신적으로 강한 침체기가 있어 경제 활동을 장기간 쉬었던바, 지인들에게 빌린 돈도 있고 여러모로 수중에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사장님과의 면담에서 출근하겠다고 결정을 드렸고, 지금껏 근무 중입니다.

 

Q. 코로나로 인한 영향으로 업종을 변경하신 적이 있나요? 또는 주변에 그런 사례가 있나요?

 

스텔라 : 코로나로 인해서 오히려 업종을 변경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코로나 초기에 감염 확산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단속이 엄청 심해졌거든요. 대구에 있는 많은 업소가 사라질 정도로 단속이 심했어요. 저는 성노동하는 동안 키스방에서만 일했었기 때문에, 단속이 언제 심한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지만, 다른 업종은 아예 어떤지 모르니까 옮기기 더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왹비: 저는 평소 기타업소나 유흥업소에서 번갈아 가며 일을 했었는데요. 올해 4월에 유흥업소에서 완전히 기타업종으로 갈아탔어요. 원래도 저희 동네가 단속이 심한 동네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단속이 더 심해진 거예요. 초이스*6 보러 가게 들어가야 하는데 정문에 경찰차 있어서 후문으로 들어가고 그랬어요. 게다가 이번에는 단속 걸리면 감염병예방법으로 분류되어서 벌금 300만 원을 내야 하잖아요. 일당 몇십만 원 벌러 나왔다가 운 안 좋아서 단속 걸리면 벌금 300만 원 물어야 하니, 성노동자들은 부담감과 두려움이 큰 거죠. 그리고 손님도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에 실장이 여기서 꽁치지 말고 자기가 아는 사무실(관계 업종) 소개해줄 테니, 차라리 거기 가서 일하라 해서 기타업종*7으로 옮겼어요. 

코로나 초기엔 수도권 유흥업소에 계속 남아있는 언니들이 있었죠. 그때 손님이 있긴 있는데, 예전보단 줄었고, 언니들만 넘쳐나는 상황이라 원래 안 그러던 가게에서 떼초*8가 많아 힘들다고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이게 또 지역의 차이도 큰 거 같아요. 우선 저희는 비강남 지역에 단속이 심한 동네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겁을 먹은 건지 손님이 정말 없었어요. 애프터 보던 언니들이 하루에 1개도 못 보고 집에 가기도 했거든요. 지금은 아예 수도권 유흥업소 다 정지된 시점이라 업소에서 일하던 언니들은 타지역으로 잠깐 내려가거나, 기타업종으로 빠지거나, 아니면 수도권에 남아 몰래 영업하는 곳에서 일하거나, 외티*9로 일을 해요. 코로나 때문에 많이들 일상에 영향을 받았죠. 

룸이 정지되니 키스방으로 온 언니들이 많아요. 룸은 대표적으로 초이스를 보는 업종이라 한눈에 봐도 마르고, 예쁜 언니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니까, 성구매자가 선호하는, 사회가 권장하는 미의 기준을 갖춘 언니들이 많죠. 그런데 기타업종, 키스방 같은 경우는 노초*10 업종이거든요. 초이스 스트레스 때문에 기타에서 일하는 언니들도 많은데, 손님이 좋아할 만한, 내가 봐도 예쁘장한 언니들이 우르르 우리 가게로 몰리니까 손님 확보 싸움에서 힘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성형과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감이 최근에 심해졌어요. 실장이 여기서 더 살찌면 안 된다고 하니까 온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물만 먹으면서 단식을 하거나, 먹토를 하기도 하면서 살을 뺐고, 밥을 잘 안 먹다 보니까 저번에 지하철에서 눈앞이 흐려지고 손이 덜덜 떨리면서 쓰러질 거 같고 그러더라고요. 업종 변경은 단순히 업종을 변경하는 의미만 갖지 않아요. 업종 변경으로 가게에서 새로 일하게 되는 성노동자나, 원래 가게에서 일하다 업종 변경으로 신규가 갑작스레 늘어나는 걸 겪는 성노동자 모두에게 건강, 생계 이런 것이 같이 영향을 미칩니다.

유나 : 저는 강남 룸의 변종업소(레깅스룸, 셔츠룸*11)-합법-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첫 집합금지 때부터 어쩔 수 없이 단속할 방법이 거의 없는 키스방-불법-으로 업종을 변경하게 되었어요. 룸은 수위가 정해져 있어요. 방에 들어가도 손님 여러 명과 아가씨 여러 명이 일하고, 웨이터나 담당이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비교적 개방적인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에 13만 원을 받습니다.

그러나 키스방은 수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상상도 못 하게 수위가 높아집니다. 강간 위험에 쉽게 노출되며 밀폐된 공간에서 1:1로 일을 해야 해요. 한 시간에 5만 원을 받습니다. 예전보다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더 낮은 페이를 받아야 하는 셈이죠. 선택권이 거의 없어진 거예요. 룸에서 벌던 만큼을 벌려면 결국 키스방에서 하루종일 일하거나 손님을 밖에서 만나야 하고, 오히려 국가에서 막으려는 성매매(유사 성매매 포함)는 코로나 사태에 성급한 유흥업소 규제와 대책 미비로 인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저는 키스방 일을 정신적인 이유로도 시간적인 이유로도 지속할 수 없어 일을 그만두고 중고거래로 가지고 있는 제 물건들을 판매하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바다 : 저희 가게는 코로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고, 타격이 큽니다.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신규 손님이 거의 없어졌고 단골 유지로 가게를 굴려야 하는 상황까지 오니까 근무하던 매니저분들도 많이 그만두셨어요.

슈미 : 회사 근무를 하던 당시 생활비 문제로 급전이 필요해서 주말에는 모던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많이 감소했고, 타 직원들에 비해 일주일 내 근무 일수가 비교적 적은 제가 잘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 회사도 코로나 때문에 구조조정 당했고, 다시 모던바 일자리를 찾던 중 앞서 말씀드린 과정대로 키스방으로 업종을 바꾸게 되었네요.



Q. 지금 일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채무, 건강, 생계 등)

 

스텔라 : 일했을 때 경험을 떠올려보면, 실장의 강간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신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정신적으로도 큰 상처가 되었어요. 특히 코로나 시기에 만났던 실장은 정말 최악이었어요. 제가 쉬는 시간이나 손님이 들어오기 몇 분 전에 제 방에 들어와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기도 했거든요. 그 시기에 손님이 너무 적어서 인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는 대로 손님을 받는 업소가 대부분이었는데, 거기는 제대로 인증을 하는 곳이어서 다른 업소로 옮길 수도 없었고 단속이 조금 풀릴 때까지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왹비 : 저는 건강과 정신 상태가 좀 오락가락해서 힘든 거 같아요. 하하하. 예전에도 건강 문제로 일하던 사무실에서 잘린 적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럴까 노심초사하며 머리에 힘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또 콘돔을 잘 쓰지 못하는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다시 성병 캐리어가 되어서 머리 쥐어뜯으며 이걸 적고 있네요. 뭐야 내 건강 돌려줘요. 남은 2020년에는 어떻게 자신을 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표출하며 살아가야지 다짐 중인데 이게 정신상태 안좋은 사람들에겐 가장 고난도 아니던가요? (웃음) 진짜 키방 손님들은 볼 때마다 이성을 잃고 쥐어 패고 싶어요. 너무 말로 표현하기 힘든 혐오스러운 부류거든요. 키방 손님들끼리 500명정도 모여있는 단톡방이 있는데, 거기서 어떻게 하면 매니저 강간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눈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 인간들을 볼때마다 쥐어 패고 싶어 하는 게 이해가 되시죠? 이 충동을 억누르는 것도 장난 아니게 힘들더군요. 이러다가 저 잡혀 들어갈지도 모른다. 농담 반 진담 반입니다. 키방 손님들이 강간하려는 시도를 출근할 때마다 막아내는데, (막아낸다는 표현이 웃기지만, 다른 적절한 표현은 모르겠네요) 그 어느 때보다 정신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는 거 같아요. 

유나 : 룸 대신 선택한 키스방에서 일하면서 힘들었던 건 성병이었어요. 키스방을 한 번만 가는 남자는 없거든요. 수많은 사람과 체액을 공유하니 산부인과에 거의 매일 드나들어야 했고 여기에도 몇백만 원을 써야 했고, 시간을 써야 했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쉬고 있는 지금 가장 힘든 건 돈을 벌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죠. 저는 위에 소개했듯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이라서 단기간에 돈을 버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도 있는 직장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곧 시험이 다가와 여름에 돈을 벌어놓을 생각이었는데 그게 무너진 거에요. 이제 와서 규제를 푼다 해도 시험 앞두고, 밤에, 술 마시고 일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등록금을 제하고도 매달 내야 하는 돈이 월세, 식비, 통신비, 학원비, 교통비만 400만 원에 육박해요. 저는 유흥업이 본업이 아니었어서 오히려 더 타격이 컸습니다. 공부 때문에 주말에만 일을 나가 월 400 정도의 소득이 있었고 당연히 남는 돈이 없어서 그동안 유지해왔던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점심을 굶어 밥값을 아끼고, 공부할 시간에 물건을 팔아야 하니까요. 대출을 알아봐도(학자금 대출 제외) 무직자에 학생인 저에게 1금융권은 터무니없을뿐더러 2, 3금융권은 이자가 20%에 육박하더라고요. 제가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막막해요. 아직도.

바다 : 손님이 줄어서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돼요.

슈미 : 건강이나 생계적인 부분은 오히려 전보다 나아졌어요. 회사 같은 경우는 월급으로 급여를 받다 보니 당장 급전을 쥐기도 힘들고, 시간적인 절약도 지금 일이 훨씬 유용하죠. 물류센터나 공장처럼 육체노동을 하는 직종에서도 근무를 해봤는데, 당시 몸이 너무 힘들어 굉장한 스트레스였어요. 제가 겉으로 보기와 다르게 엄청난 허약 체질에 약골이라 장시간 일을 못 하거든요. 아무래도 우울증 및 조울증의 영향도 있을 텐데, 신경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금방 몸이 힘들어져요. 한동안 경제 활동을 못 했던 이유도 정신 질환의 악화 및 그로 인한 신경성 위장염 증세가 심각해서였어요. 결국 이전에는 어떤 근무 환경에 있던 육체적으로 남들보다 고단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성노동은 근무 시간 및 출근일 대비 수익이 높은 편이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삶의 여유가 생겼어요.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제가 차근히 준비하고 있는 개인적 커리어를 쌓고 공부하고 준비해 나갈만한 여유도 어느 정도 갖추게 되었고요.

다만 성병이라든지 기저 질환에 대한 불안은 늘 함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죠. 가장 힘든 점이라 하면, '과연 언제쯤 되어야 이 일을 그만둘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언젠가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정해 살고 싶은데, 그러려면 그걸 뒷받침해 줄 경제적 기반이 쌓여야 하고 또 저라는 사람이 업계 내에서 인정을 받을 만치의 전문적 인재가 되어야 하잖아요. 결론은, 내가 원하는 업계의 커리어를 서둘러 쌓고 그를 통해 경제적 능력을 갖출 만큼 성장해야 성노동도 서둘러 그만둘 수 있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탈가정을 해서 서포트를 해 줄 안정적인 지지자나 자원이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과연 언제쯤에야 이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 것 같아요.

 

Q. 일부 지역 유흥업소와 성매매 집결지는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 소식을 들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묻고 싶어요. 또, 영업을 강행하는 유흥업소가 집합 금지 행정명령을 위반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의거한 고발조치 및 처벌이 이뤄진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텔라 : 사실 이 시기에 국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영업 중단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이 상황에서 성노동자들이 일을 하는 것도 너무 위험하니깐요. 물론 그 과정이 폭력적이어서는 안되며, 이 시기 동안 성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고도 생계를 유지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재난 지원 기금 같은 거로요. 만약 특별히 보호받거나 필요한 지점이 있다면 고민을 더 해보아야 하고요. 하지만 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린 건 너무 무책임하고 폭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아무런 대책 없이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리고 단속을 하고 처벌을 하면 성노동자는 당장 살아가는데 지장을 받는데 어쩌란 거죠? 아무런 대책이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선 더 위험한 일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왹비: 유흥업소 집합 금지 명령을 들었을 땐, 국가가 국민이라 생각하는 게 어떤 범주인지 눈에 보이는 거예요. 그 국민의 범주에 성노동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거죠. 언제나, 늘 그랬듯이 뻔뻔하게요. 화가 안 날 수가 없죠. 유흥업소 규제가 필요한 건 맞아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유흥업소란 공간을 구성하는 존재들이 있음에도, 원래부터 그곳에 없던 사람인 것처럼 취급하는 대책을 내세운 건,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네요.

아마 집합 금지가 시작되고, 평소 자신이 하기 힘들어하는 업종으로 내려온 언니들이 꽤 있을 거예요. 유흥업소는 애프터나 작업을 보는 언니들도 있지만, 테이블*12만 보는 아가씨들이 있거든요. 테이블의 경우, 보통 퍼블릭*13 룸은 수위가 낮아요. 노래방도 그렇고요. 가슴 터치도 안 됩니다. 성노동자들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업종을 고르는데, 지금 선택지가 무조건 기본적으로 섹스를 해야 하는 선택지밖에 없는 거예요. 요즘 유사 성매매 행위 업종도 다 손님과 섹스를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거든요. 열심님이 저한테 해주셨던 이야기가 있어요. 주대*14가 낮고, 화대*15도 낮은 곳은 좋지 않다. 주대가 낮으면 손님 질이 안 좋아서 진상이 많기 때문에 주대가 높은 곳으로 가는게 낫다는 이야기였는데, 대표적으로 키방, 플방*16, 립카페*17 이런 곳들은 수위에 비해 화대가 너무 적습니다.

기타 업종에서 실장들은 매니저, 아가씨들 재량에 따라 수위가 달라진다며, 수위는 네 마음대로, 자유롭게 하라고 합니다. 꼭 섹스해줄 필요는 없다고들 하죠. 하지만 섹스를 해야 하는 경우가 꼭 생겨요. 부비부비나, 하비욧을 하게 되면 손님들이 노콘으로 귀두 삽입을 하고, 그대로 강간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실장들은 강간당하고 안 당하고를 매니저 재량 탓을 하죠. 마치 매니저, 아가씨들이 수위 조절을 스스로 잘 해내면 손님 관리도 잘하고, 강간도 안 당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해요.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실장들이 매니저들에게 수위를 끝까지 다 빼라고 강요하기도 하고요. 그러면 여기 말고 애초에 오피*18 가면 되지 않냐고요? 오피는 성매매 업소 중 가장 단속을 많이 당하는 업종입니다. 커뮤니티에 며칠에 한 번씩 오피 털렸다는 이야기가 올라와요. 대부분의 성노동자들은 단속을 무서워합니다. 지금 그러니까 저희에겐 단속을 당하면서 일할 거냐, 아니면 손님과 하기 싫어도 섹스를 해야 하는 업종에서 일할 거냐두 가지 선택지밖에 남지 않은 거예요. 유흥업소의 집합 금지 명령은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을 더 위험한 환경으로 밀어 넣은 것과 다름없죠.

주변에 코로나 전부터 일수*19를 빌렸던 언니가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서 일수를 갚을 돈이 없어졌던 거예요. 지금은 완전히 업소가 닫혔으니, 어떻게 방법이 더 없는 거죠. 일수꾼이 집으로 찾아왔고, 당장 돈을 벌기 위해 정말 열악한 환경, 건강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는, 임신, 성병 확률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환경에서라도 일해서 돈을 갚아야 하는 거예요. 피가 마르는 거죠. 이런 성노동자가 한둘이 아닐 거예요. 국가가 유흥업소 규제만 할 줄 알지, 성노동자를 타깃으로 한 불법 대부업 규제는 안 하잖아요.

불법 대부업 이용자들은 은행과 2 금융기관은 물론, 합법적인 대부업도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한국의 성노동자들도 불법 대부업을 자주 이용합니다. 제도권 은행의 대출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인데, 가장 큰 문제는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공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직업을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이죠. 보통 직장 증명이 대출 필수요건인 걸 비롯해 성노동자 집단이 빈곤과 밀접한 부분이 맞닿아있단 걸 생각하면, 비성노동자에게도 대출 조건의 문턱이 높은 금융권에서 대출을 제대로 하기 힘들 수밖에 없죠. 불법 대부업체의 일수꾼들은 채권 추심을 하기 위해 집이나 직장에 찾아오기도 하고, 제 3자에게 대신 변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일수꾼들이 처음에 돈 빌려줄 때 주변인 연락처 가져가거든요. 그리고 그걸 빌미로 점점 협박하는 거죠. 성노동자가 돈을 갚지 못해 불안과 공포심에 사로잡혀 이성이 마비되게 말이에요. 돈을 빌려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대부업체나 카드깡, 사채업자를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일수를 쓰게 만드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돈을 또 빌려서 돌려막기를 하면 성노동자들은 나중에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빚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느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버리게 되어서  빠져나갈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국가는 방관하고 있고요.

유나 : 너무너무 막막했었어요 하루 종일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일에 집중할 수 없었어요.

바다 : 너무 갑갑하고 화도 났어요. 아무런 지원 없이 생업을 빼앗는 일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접촉이나 대면이 불가피한 업종에 대한 예방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주지 않았고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집합 금지 명령과 처벌만 내세우는 태도에 너무 화가 나네요.

슈미 : 안 그래도 최근 뉴페이스*20 매니저분들이 저희 키스방으로 출근을 많이들 하셨어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룸 등 타 업소가 집합금지 명령 때문에 영업정지를 당해 그렇구나 싶었어요. 한눈에 봐도 다른 곳에서 일하다 옮겨온 언니들 같았거든요. 솔직한 마음으로, '덕분에 예약 초이스 경쟁률이 올라가겠구나, 난 이제 어쩌나' 싶었어요.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유입 손님 수도 급감했는데 반대로 출근 직원 수는 몰리니 일 인당 수익 배분율이 많이 떨어졌어요. 저번 주 금요일에는, 키스방 근무 이후 사상 최저 일급을 찍기도 했어요. '그래도 출근이라도 계속할 수 있는 게 어디야' 싶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혜곡 : 제일 먼저 '그럼 성노동자는 어떻게 먹고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성노동 현장의 특성상 감염병 전파가 쉬운 것은 사실이니 정부가 별달리 차별적으로 대응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보다는 민간, 그러니까 SNS나 포털 뉴스 댓글창 등에서 보이는 '보통 사람들'이 성노동자들의 일터에 던지는 시선이 외려 더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어디는 닫으면서 룸싸롱은 왜 안 닫냐, 그런 말들 진작부터 많았잖아요. 만만한 게 성노동이구나 싶었죠. 자영업자나 비성노동자들한테는 '사장님들 힘내세요'라든지, '어려운 시기 다같이 잘 이겨냅시다'라든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생계를 걱정해주는데, 그런 공동체의 따스함이 성노동자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Q. 성노동자에 대한 정부&민간 차원에서 충분한 지원 대책이 세워졌다고 느끼시나요? 충분하지 않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스텔라 : 자활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정부나 민간 차원의 지원이 정말 부족하다고 느껴요. 먼저 자활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 자체도 그렇고, 지원을 돕는 활동가들도 너무 성노동자를 피해자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봐요. 처음 상담을 시작하고 지원을 받으면서 그런 태도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무작정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게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본격적으로 자활을 하기로 하면 자활 센터에 들어가는데 지원금이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쳐요.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자활센터에 꼬박꼬박 다니며 프로그램을 받아야 하구요. 물론 그 프로그램들이 유익할 때도 많지만 그냥 최저시급이라도 주면 안 되나? 정말 이 조건에 이 금액으로 자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정부나 민간에서 지원하는 자활을 하면서 탈성노동을 한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 정도로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느껴요. 

왹비: 아뇨, 충분하지 않습니다. 선별해서 지급한 재난 지원금 가장 문제적이었어요.  재난 지원금을 모두에게 조건 없이 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자격에 맞는 사람을 선별해서,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로 지급해 모든 성노동자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재난 지원금인데, 자격에 맞는 사람을 심사해서 지원금을 준다는 게 처음부터 말이 어불성설이죠. 그럼 자격에 들지 못하게 된 사람은 어떻게 되는데요? 그 사람들은 재난 앞에 지원을 받을 권리조차 박탈 당하는 게 당연한 건가요? 또, 가구 단위로 지원금을 지급해서 부모와 가구가 분리되지 않은, 가족과 단절된 사람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거예요. 성노동자가 성노동을 시작하게 되는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가족 해체, 가정 폭력, 탈가정이란 말이에요.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준조차 정상 가정 중심적이고, 정상 가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고려도 하지 않았죠.

서울시 특수고용 프리랜서 특별지원금의 경우,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성노동자는 신청할 수 있었는데요,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중 특수고용 및 프리랜서 자격 확인 서류가 있었는데, 노무미제공 확인서 또는 입증서류, 소득감소 확인서 + 입증서류를 내야 했어요. 노무미제공 확인서의 경우 사업장 정보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 등 인적 사항에 성명, 주민번호, 연락처, 직종 또는 형태를 적어야 하는 기입란이 있습니다. 또, 소득감소를 증명하기 위해 신청인의 개인 인적 사항과, 일하는 업소에 대해 적어야 했어요. 이 재난 지원금을 신청하려고 했던 성노동자 중, 자신이 성노동 한다는 사실과 개인정보를 같이 적어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요. 그리고 유흥업소가 아닌 다른 형태로 일하고 있는 성노동자도 존재하거든요. 개인 형태, 인터넷 매체, 기타 업종 등등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 대해 헤아릴 노력을 하지 않았죠. 얼마나 게으른가요. 성노동자를 존중하는 복지체제를 갖추는 게 아니라, 되려 성노동자의 존재를 지우고, 지우고 지우는 복지 제도를 만든 국가의 모습에서 깊은 분노를 느낍니다.

유나 : 성노동자의 생계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규제를 시작했잖아요. 우선 성노동을 생계가 달린 직업이 아닌 유흥, 사치 정도로 생각하는 것부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만약 유흥업소를 200명 이상이 근무하는 회사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단번에 결정 내릴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성노동자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이 효과적인 대책의 시발점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지원금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성노동자에게 이자율을 낮춘 대출을 제공하여 경제적인 안전을 보장하거나, 무조건적인 규제 이전에 더 완화한(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이전의 2.5단계가 좋은 예라고 생각해요) 규제를 도입하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룸을 예로 들자면 총 손님 수 제한, 룸 내 손님 수 제한(6명 일행 시 3명씩 다른 방을 사용하게 한다든지), 종업원 출근 수 제한, 시간대별로 종업원 출근 구분(룸은 아무래도 저녁부터 점심까지 일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8시-3시, 3시-8시, 8시-3시 이런 식으로요) 같은 방법이 있겠죠. 가게 단축 운영을 한다든지요. 

바다 : 성노동자에 대한 지원 대책은 너무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업소 집합 금지 조치를 했다면 최소한의 생계 유지 비용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슈미 :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성노동을 '노동' 활동으로써 상정하지 않는 전제가 법치적으로 깔려 있잖아요. 그런데 사회적인 분위기는 그와 괴리가 있는 게 유구하고요. 엄밀히 말하면 남성 중심주의 사회 내에서, 지정성별의 남성들이 성을 물화하고 유희처럼 가볍게 즐기는 문화는 만연한데 주로 성판매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 지정성별 여성들이 성 판매 노동을 하는 것에 대해선 소위 '사회적 매장'을 당할 만큼 손가락질 받잖아요. 성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논리가 성매매 근절 및 예방과 닿아있고 그것이 인권의 보장을 근거로 한다면, 국내 현황은 이러한 본질적 목적으로 귀향하지 못하고 멀어지고 있는 게 명백하다고 느껴요. 불법으로 간주하는 실태 속에서도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에 주목하며 그 과정에서 죄의 엄벌을 판매자에게 귀속시키려는 사회 분위기 및 제도가 강하잖아요. 비슷한 논리 하에서 성매매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타 국가가 성 구매자만을 처벌함으로써, 성을 구매하는 행위는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해 온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죠.

우리나라는 20대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1위인 만큼 여성 혐오 실태가 뚜렷하고, 아동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 현황 역시 사회적 변형을 이끌 만큼 가시화되지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왕왕 벌어지고 있어요. 이 거대한 폭력의 연결고리 속, 지정성별을 기준으로 나누자면 피해자는 남녀 중 여성에게 대폭 몰려 있잖아요. 분명 저처럼 가정폭력, 가난, 정신질환 등 사회적 소수성이 집약된 사각지대에서 삶을 이어온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할 거예요. 그 틈에서조차 생의 연속성을 꿈꾸려면 당장 손에 잡히는 일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당장 가해자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거주지", 육체 동력을 위한 기본적인 열량 -즉, "끼니"와 더불어 병을 고치고 정상적인 생활로 귀속시킬 수 있는 "치료"거든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결국 돈이 필요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지만 최소한의 의식주가 가능한데, 사회적 약자성에 인접해 있을수록 삶은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거든요. 당장 생각나는 예시만 들어도, 저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는 만성적 정신 질환 '양극성 정동 장애(조울증)'와 역시 기질적 질환인 ADHD 때문에 죽을 때까지 평생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받아야만 해요. 그렇지 않은 이들과 비교했을 때, 한 달에 적어도 육만 원 이상의 돈을 추가로 지출하며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거죠.

그런데 국내에서 시행되는, 성노동 여성을 위한 복지 제도 등을 살펴보자면 당장의 '탈성노동'에만 초점을 맞춘 사례가 많아 보여요. 모든 성노동자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저 역시 언젠가는 탈성노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성노동을 택할 수밖에 없던 저의 복합적인 상황적 이유라는 게 입체적으로 존재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즉 "Right now" 이 일을 그만둘 수는 없어요. 이 일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면 앞으로의 제 실재적 삶은 과연 누가 책임져 주나요? 성노동 여성 개인의 삶을 '구제'하는 방법이 오롯이, 기존의 연쇄적인 경제 활동으로부터 당사자를 단절시키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다분히 핍진한 사고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누군가는 제게 성노동을 그만두고 "콜센터에서라도 일을 해라" 또는 "공장이라도 들어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저라고 그 일들을 경험해보지 않았을까요? 그들이 권유하는 해당 근무 환경에 속해 있으면서 얼마나 지대한 육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추가로 짊어져야 했는지 알까요?

혜곡 : 하루아침에 수입이 끊긴 사람들에게 당장의 생활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주거비라도요. 코로나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많지만, 성노동자들은 대출받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들고 일어나야 마땅한 상황이지만 강력한 낙인 때문에 파편화되어 있어 궐기하기도 힘들고요. 우리 사회는 필요에 따라 성노동자들을 동원해온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어요. 정부든 민간이든, 누구도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성노동을 하다가 코로나 확진자가 된다면,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어떤 건가요? 

 

스텔라 : 저는 부모에게 알려지는 것이 가장 두려워요. 이미 모친이 제가 성노동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고, 한 번만 더 걸리면 부친에게까지 말하겠다고 협박을 해왔거든요. 제가 확진자가 된다면 당연히 부모님은 제가 성노동을 다시 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감염 경로를 추적하니까요. 

왹비: 그게 확진자 동선이 뜨면, 다른 사람은 잘 모르더라도 사실은 내 주변 사람들은 다 그 확진자가 누군지 알게 되는 거잖아요. 제가 갑자기 자가격리되면 가족이나 친구들은 알 수밖에 없겠죠. 그랬을 때, 내 동선이 밝혀지면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을까 그런 게 골치 아파요. 주 4회 동안 하루 네다섯 번 모텔 갔던 게, 웬 정체도 알 수 없는 외진 건물에 제가 몇 시간 동안 머물렀던 흔적이 동선에 찍히면, 그리고 훗날 그 건물이 키스방이었던 게 알려지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요? 아무리 저를 사랑하고 아끼던 사람들이라도, 그 순간 만큼은 이성보다 창녀에 대한 혐오감, 공포감, 분노 이런 감정들이 앞설 거란 걸 압니다. 너무 잘 알고 있죠.

또 하나 걱정되는 부분은, 건강도 빼놓을 수 없는데 평소 자주 아픈 편이에요. 염증성 질환이 있어서 치료받고 있고, 만성적인 통증도 있거든요. 코로나에 감염되고 나면, 코로나 후유증 이런 것들도 걱정이 됩니다. 그 후유증이 앞으로 내 몸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혹여나 지금보다 더 아프게 되면 활동 중단하는 걸 고려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유나 : 아무래도 저는 애인이 있다 보니 애인이 감염되는 것과 동선이 공개되었을 시 애인이 제가 성노동자라는 걸 알게 되는 것이 가장 두려웠죠. 출근하면 QR을 무조건 찍어야 하니 익명으로 일해야 하는 유흥업소가 실명제로 변한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이것도 찜찜했구요. 안 그래도 인구밀도도 높고 확진자도 많은 강남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적어도 300명 이상이 드나드는 곳이니까, 같은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감염될까 걱정과 죄책감도 들었던 것 같아요.

바다 : 아웃팅 걱정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슈미 : 우선, 저는 탈가정 상태잖아요. 가정폭력 트라우마 치료 중이고요. 그러다 보니 확진자로 판별되어 시설로 격리될 때 혹여나 법적 보호자이자 가정폭력 가해 당사자인 친부 및 호적상 가족들에게 연락이 닿아 원치 않는 접선을 하게 될까 두려워요. 그 과정에서, 동선이 공개되면서 제가 성노동에 종사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되고 그로써 제게 미칠 정신적 및 실재적 파장도요.

Q. 코로나 시기에 성노동 경험 당사자로 살아가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어떤 것인가요? 

 

스텔라 : “나는 코로나 걸려도 괜찮으니까 키스해 줘”라고 말한 손님이 있었어요. (성프에도 썼음) 전염병에 걸려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감염 경로가 드러나도 영향을 받지 않는 위치에 있다는 건 어떤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손님이 마음대로 질내사정을 하고 도망친 적도 있어요.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근처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가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가 응급실에 간다니까 코로나 검사받으러 가는 거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었어요. 그래서 그냥 사후피임약 먹으러 가는 거라고 하니까 쯧쯧, 이라고 하고 계속 입을 다물었던 게 기억이 나요.

왹비 : 열이 40도까지 올라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던 게 기억에 남아요. 당시에 해열제를 먹으려고 몸을 일으키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오한 때문에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추워서 입술이 덜덜덜 떨리고 한여름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열이 나는 걸 확인하고 처음 든 생각은 제가 코로나 확진자가 맞으면 며칠부터 며칠까지 동선 공개가 되는 거지? 였어요. 며칠 뒤에 보건소로 가야 모텔 갔었던 동선이 공개되지 않는 거더라? 검색하고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정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조급해지고 불안해져서 정보를 마구잡이로 찾아봤지만, 벌써 판단 능력을 상실해버렸죠. 업소를 다니던 와중에 아픈 게 아니어서 다행이지만요, 아프기 4일 전에 조건만남을 하고 왔고, 일주일 전에도 서너 번 하고 왔는데. ㅇㅇ구 20대 여성의 동선이 공개되면, 동선에 모텔 서너 번 갔던 걸로 아웃팅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 정보 값에서 사람들은 내가 조건만남을 했다는 걸 읽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성노동 여성은 아니고, 그냥 좀 문란한 여성 정도로 욕먹고 끝나는 걸까? 그게 아니면, 아니게 된다면, 만에 하나 확률로 아웃팅 된다면?

며칠간 해열제를 먹으면서 열이 떨어지길 기다렸어요. 먹고, 먹고, 먹고, 또 먹었습니다. 열이 오를 때마다 온몸에 통증이 번져 아파서 견딜 수 없어졌고, 그래서 하루에 네다섯 번 해열제를 먹었습니다. 네이버에 해열제 먹었는데도 열이 안 떨어져요, 해열제 코로나, 코로나 증상, 코로나 38도. 이런 것들을 검색해봤어요. 어떤 네이버 지식인 답변에는 코로나에 걸렸다면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 검사를 받아보라고 써있었습니다. 코로나의 공통적인 증상이라고 알려진 것들은 발열, 마른기침, 피로감 이런 것들로, 저는 이미 2개나 해당했었죠. 심하면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일어난다는데, 이미 만성적인 가슴 통증이 있던 터라, 이게 코로나 증상인지 만성 통증인지 분간이 안 갔어요. 더 이상의 자가진단은 의미가 없게 됐었죠. 얼마 전에 코로나 19 수다회 때 이야기했던 게 떠올랐어요. 성노동자들은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도 검사를 받지 못하고, 시중에 파는 해열제를 먹으며 혼자 조용히 자신의 증상 경과를 관찰할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 동안 정부가 계속해서 확진자 동선 공개를 진행한다면, 의료 접근성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보건소를 갈까 말까 수백 번 고민하며, 고민의 끝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체온을 재면서 다시 인터넷으로 코로나 증상 검색하길 반복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딱 그게 제 모습이어서 실소가 새어 나왔습니다.

아마도 치료받던 염증성 질환의 염증 수치가 높아져서 열이 난 거란 직감은 했지만, 그건 습관처럼 늘 해오던 자가진단에 지나지 않아서 마음 한편은 불안했죠. 이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가진단은 민폐가 될 만한 것이었거든요. 평소에 자가진단을 해서 틀리면 손해를 보는 건 저에 지나지 않지만, 사실 염증 수치가 높아졌던 게 아니라 코로나였다면, “감염병 캐리어”인 저는 사람들의 거센 증오를 받아내야 했을 것입니다.

유나 : 집합금지 명령 직전 손님은 줄고 일하는 언니들이 너무 많아져서 출근 제한이란 게 생겼었어요. 가게 오픈 8시부터 선착순 100명까지 받는 거예요. 그 안에 못 들면 2시부터 출근이 가능해서 주변 카페에서 기다렸다 출근한 기억이 있네요. 그날이 역대 최대로 초이스 안 된 날이었어요.

바다 : 접촉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어 하는 손님이 늘었다는 점이에요. 어떤 손님은 아예 서비스받는 내내 마스크를 쓰고 계시기도 했었어요. 수위 진상 손님은 늘 존재하고 그런 손님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감염에 무관심하지만 새로 오는 손님의 대부분은 감염을 걱정하더라고요. 평소에 성병 감염은 신경도 안 쓰면서 코로나는 무서워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슈미 : 코로나 시기와 연관되는 커다란 사건은 없었고 다만 가게에 손님이 많이 줄어 개인 매출이 반으로 감소한 게 인상 깊은 경험이었네요. 덕분에 출근일을 두 배로 늘려야 할 상황이라서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어떤 거라도 좋아요.

 

스텔라 : 이번 기회에 완전히 탈성노동을 하는 게 목표에요. 지금 몇 번째 도전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자활하는 동안 쓸 생활비는 모아놓은 상태라 몇 달 푹 쉬면서 공부도 하고 틈틈이 다른 일 하면서 돈을 모을 거예요. 저의 최종 목표는 상근 활동가가 되는 거라 언젠가 꼭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왹비: 책을 준비하고 있어서 하루하루 마감에 쪼들리며 살고 있어요. 글 쓰는 것은 정말 어렵네요. 우선 계획은 무사히 책을 완성하는 것과, 돈 모으는 것이 있겠네요. 제가 예전에 호신술을 배웠었는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일하는 친구가 자기 주변에 호신술 배운 성노동자가 있다고 완전 멋지다고 하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고 요즘 운동을 다시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단증 따서 성노동자들에게 호신술 교육해주면 좋겠다 그런 원대하고 귀여운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악기도 배우고 싶어요. 오늘 차차 활동가들이랑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악기 관련 이야기를 했거든요. 미래에는 두 개 중 하나를 배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나 : 얼른 성공적으로 시험 마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바다 :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손님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막막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모르겠는 상태로 출근할 수 있을 때 꾸역꾸역 출근하고 있어요. 하루 8시간 앉아서 대기하다가 손님 한두 명 겨우 보고 퇴근하면 5~10만 원 정도를 받아와요. 택시비만 쓰고 하나도 못 버는 날도 있고요. 심리적으로 지쳐서 출근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데 조금이라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오니까 심리적으로 더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코로나가 계속 지속된다면 아마 다른 업종으로 옮기거나 두 군데에서 일하거나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의 계획이라는 단어가 엄청 막막하게 들리네요.

슈미 : 가까운 계획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모으는 거예요. 당분간은 시기가 시기임을 감안해서 출근 일수를 늘리려고요.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 개수는 더 이상 늘리지 말고 돈 버는 일에 집중하려고요. 내년쯤에 학교에 복학해야 해서 학비를 모아야 하거든요. 그때는 또 어떤 업종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혜곡 : 계획을 세우기가 너무 어려운 시대예요. 우선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살아 있기. 살아서 성프 5회 열기!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스텔라 : 우리 존재 파이팅!

왹비: 여러분 저는 나중에 이 조선 땅에서 스폰으로 한밑천 잡아 호프집을 하나 차릴 거랍니다. 호프집은 성노동자와 퀴어, 페미니스트, 장애인, 이주민, 홈리스, 청소년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활동가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에요. 집회 끝나면 여기서 자유롭게 술 먹으며 뒤풀이도 하고, 다같이 고민을 나누며 마음의 짐을 덜어놓을 수 있는, 그런 복합적이고 신나는 장소로 만들 거예요. 나중에 놀러 오실 거죠? 그때 코로나 시대를 경험했던 우리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눠요. 부디 또 만납시다. 

유나 : 모든 성노동자분들.. 다 같이 힘든 상황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제 경험 공유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건강하시구요.

바다 :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무사히 지낼 수 있길 바랍니다.

슈미 : 모두가 힘든 시기라고는 해도 유독 더 힘든 생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것 미약하게나마 알고 있습니다. 삶을 사랑하라는 말은 함부로 하기 어려우나 그 삶 속을 유영하는 자기 자신만은 끝내 미워하지 말자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죽지 않고 살아가셨으면 한다고 저 자신과 모두에게 전하고 싶어요. 당장의 꿈도 희망도 한 치 앞의 미래마저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 희미하게나마 빛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볕이 당신에게 다정하게 가 닿을 순간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렇게 살아남았으니까요. 끝내 자신을 내치지 말고 살아남읍시다. 모두 사랑을 통해 살아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혜곡 : 성노동은 노동이다. 모든 노동자들이여, 밥을 잘 먹읍시다.

 


 

성노동 은어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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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키스방 : 알바몬에서 대화카페, 힐링카페라고 홍보하는 곳이 키스방이다. 키스방은 과거엔 수위가 낮은 유사 성행위 업소였지만, 지금 성노동 여성들 사이에서 수위가 매우 높은 업종으로 유명하다. 손님이 양치를 하고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성노동 여성이 시간에 따라 알람시계로 알람을 맞추고 방에 들어가 유사 성행위를 한다.

2. 조건만남 : 온라인 공간에서 채팅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자 매개형 성노동으로, 페이만남, 용돈만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3. 올탈 : 상,하의를 모두 벗는 것

4. 스웨디시(마사지) : 건전 마사지(이하 건마)의 한 종류로, 손님이 들어오면 같이 샤워를 한 후 마사지를 하며 유사 성행위로 사정을 돕는 업소를 말한다.

5. 핸플 : 손으로 사정을 돕는 유사 성행위를 뜻한다.

6. 초이스 : 성노동 여성이 여러 명 서 있고, 성매수 남성이 이 중에 자기가 앉힐 사람을 고르는 것을 말하며, 보통 언니들이 손님 수보다 많기에 초이스되는 것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7. 기타업종 : 오로지 성관계/ 유사 성행위만을 목표로 하기에 산업형 성매매에 비해 수위(서비스 강도)가 매우 높은 업종을 말한다. 그러나 산업형 성매매(대표적으로 유흥업소)보다 페이는 적어서 밤에 일할 수 없거나, 술을 아예 마실 수 없거나, 분위기 띄우는 일을 어려워하는 등 룸과 맞지 않는 여성들이 많이 일한다.

8. 떼초 : 떼로 초이스를 본다는 말의 줄임말로 초이스를 보는 아가씨의 수가 많다는 뜻이다. 필요한 아가씨의 수는 2명인데 초이스를 보러 들어온 아가씨 수가 42명 일 때 등 떼초일 때는 초이스 보는 인원이 많아 초이스되기 어렵다.

9. 외티 : 외부티씨의 줄임말로, 주로 유흥업소에서 사용되는 단어이다. 아가씨가 지명 손님을 데리고 나가 외부에서 만나거나, 영업진이 손님 인원수에 맞춰서 아가씨를 부른다.

10. 노초 : 초이스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11. 셔츠룸, 레깅스룸 : 셔츠룸은 변종 룸 업소를 말하며, 중간에 방에서 인사(쇼)를 하면서 홀복에서 셔츠로 갈아입는다. 원래 란제리(슬립)로 갈아입는 란제리 룸이었는데 2010년경 대부분 셔츠룸으로 바뀌었다. 이런 역사 때문에 성노동자들은 셔츠룸을 흔히 "란제리"라고 부른다. 레깅스 룸은 2019년 여름에 들어서 생긴 변종 성매매 업소레깅스(나시+하이힐)를 컨셉하고 있다. 레깅스는 처음에 생긴 업소가 인기를 끌자 따라 하는 업소들이 여러 개 생겨났다. 

12. 테이블 : 테이블은 2차(애프터)를 나가지 않는 아가씨를 의미하며, 손님과 룸에서 술을 마시며 가벼운 스킨쉽 정도만 제공하는 아가씨를 뜻한다.

13. 퍼블릭 : 가장 흔한 룸. 수가 굉장히 많고 손님도 많은 편이다. 테이블만 보는 성노동 여성과 애프터도 가는 성노동 여성으로 나뉜다. 시간은 기본 2시간이다.

14. 주대 : 주대는 아가씨 티씨를 제외한 방에서 지불해야 하는 값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술값을 뜻하는 단어로, 술집에서 룸 안에서 놀기 위해 내야 되는 기본 비용이다. 최소 주대가 원래 정해져 있고 그 외에 술 추가 하면 비용(주대)이 점점 늘어난다.

15. 화대 : 화대는 성매매 서비스를 위해 구매자가 지불하는 돈을 가리키기도 하고, 성노동자들이 성매매 서비스 대가로 받는 돈을 가리키기도 한다. 실제 성산업에서는 두 가지 용례가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기생이나 창기와 놀고 나서, 혹은 성관계의 대가로 그에게 주는 돈이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성매매는 대부분의 성노동자들이 고용주 밑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손님이 성노동자에게 돈을 직접 주지 않는다. 따라서 구매자가 내는 돈과 성노동자가 받는 돈이 다르다.

16. 핸플방 : 주로 유사 성행위 중 핸플로 성구매자의 사정을 돕는 업소를 말하며, 립카페와 같이 사라져가는 추세다.

17. 립카페 : 립카페는 짧은 시간 내에 오랄을 통해 남성을 사정시켜주는 유사 성매매 업소이며, 점점 가게가 사라져가고 있다.

18. 오피 :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의 준말로, 삽입 성관계로 성구매자의 사정을 돕는다. 성매매 업종 중 가장 단속을 많이 당하는 업종이다. 

19. 일수 : 성노동 여성들이 자주 받는 대출의 한 종류로, 한번 빌린 돈을 며칠 후 며칠 동안 나누어 갚는다. 일수는 성노동 여성들이 가장 흔히 받는 대출이다. 이자는 월 20% 정도로 매우 고리대이다.

20. 뉴페이스 : new face란 뜻으로, 즉 가게에서 일을 막 시작한 성노동자를 뜻한다.

출처 : 페미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