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스텔라 : 코로나 시대에 성노동자로 살아남으며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9. 21. 12:51

코로나 시대에 성노동자로 살아남으며, 스텔라

코로나 시대에 성노동자로 살아남으며

 

스텔라

 

 "나는 코로나 걸려도 되니까 키스해줘." 손님이 말했다. 어차피 애무를 해야 하는 곳이니 키스를 안 해도 감염 위험이 있는 것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키스를 해줬다. "코로나 걸려도 되니까"라는 말이 자꾸 귀에 맴돌았다. 대구에 1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한창 동선 추적이 심한 시기였다. 그런데도 코로나 걸려도 상관없다니. 부모와 같이 살고 있고 이미 부모에게 성노동을 한다는 사실이 아웃팅되어 몰래 성노동을 하는 나에게 코로나 감염은 정말 치명적인 일인데 말이다.

 대구 키스방은 대부분 원룸형이다. 원룸형 키스방은 원룸의 한 방을 빌려 그곳에서 손님과 키스, 애무 등을 하는 곳이다. 한 방을 매니저들이 돌려쓰고 매시간 다른 손님이 오는 원룸형 키스방의 특성상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위생 관리는 필수적이다. 업주와 매니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소독제를 방 안에 뿌리는 것과 손님들에게 손 소독제를 쓰게 하는 것뿐이다. 그마저도 제공하지 않는 업주들이 많았다. 위험은 오로지 매니저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고 감염뿐만 아니라 조심해야 하는 것이 더 생겼다. 단속이다. 감염 확산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집중 단속 기간이 시작되었다. 마침 손님들의 발길이 거의 떨어져 인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대로 손님을 받던 중이었다. 대구에 있던 키스방이 반이나 없어질 정도로 심한 단속이 진행되었다. 매니저들은 감염과 단속, 두 가지 걱정에 시달려야 했다.

 나는 대구에서 발생한 1차 대유행이 조금  잠잠해졌을 무렵 다시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단속에 감염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발열 체크를 할 수도 없고, 손 소독제를 쓰라고 하면 불평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나는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하는 손님의 말을 믿고 열심히 가글을 하고 손을 씻는 것이 최선이었다. 일을 하다 인후통이 생기면 불안했다. 인후통이 생기면 모친이 내가 성노동을 다시 시작하는지 의심하기 때문에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나는 약국에서 몰래 약을 사다가 먹으며 며칠을 집에만 있었다. 또한 한동안 실장의 강간을 견뎌야 했다. 단속이 심한 시기에 인증을 제대로 하는 업소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면접을 본 곳 중에서 유일하게 방역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 업소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보다 한곳에 머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나는 코로나가 잠잠해졌을 때야 그만둘 수 있었다. 코로나는 여러 측면에서 나의 안전을 위협했다.

 나는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이런 위협을 감수하고 성노동을 해야 했다. 만약 내가 성노동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더욱더 안전하게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나의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고 성노동을 하지 않고서는 생활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결과 나는 안전을 더 위협받는 악순환을 겪어야 했다. 사실 이전부터 많은 성노동자들이 이런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었지만, 더 위험한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현실에 처해 있다. 코로나19가 그 고리를 더 자세하게 드러내고 악화시켰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성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작가 소개글 : 성노동자였던, 현재는 탈성매매 도전 중인 스텔라라고 합니다. 성노동자로서의 경험과 탈성매매 과정을 재해석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