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익명 : 성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9. 28. 18:52

성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익명

 

성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익명

 

엄마가 데려오는 아저씨들은 나를 더듬는 대가로 용돈을 쥐여주곤 했다. 어떤 아저씨는 나를 모텔에 데려가서 강간하려고 했고, 돈을 줄 테니 섹스를 하자고 하기도 했다. 섹스는 돈이 된다는 걸 나는 이미 어릴 때 알고 있었다. 첫 섹스 이후에 나는 랜덤채팅 어플을 찾았다. 이제 섹스를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용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건만남을 처음 시작한 건 그때였다.

처음 이야기를 나누게 된 사람은 A였다. 나는 A에게 섹스하면 얼마를 줄 수 있냐고 물었다. A는 5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나에게 5만 원은 굉장히 큰돈이었고,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만나고 보니 A는 훨씬 괜찮은 사람이었다. 나를 조심스럽게 대하고 매너 있게 행동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콘돔에 대해서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A는 콘돔을 꺼내서 바로 착용했고, 나를 무척 소중하게 다뤘던 것 같다. 울렁거리는 기분이 들었고 생각보다 별로 재미는 없었다. 끝나고 바로 5만 원을 받았고, 만나서 즐거웠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교환했을 뿐이라고 집에 돌아오면서 계속 생각했다. 난 채팅 어플을 한동안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돈이 또 필요해지면서 나는 다시 채팅 어플을 들어갔고, B를 만나게 되었다.

지방에 살던 나는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가서 B를 만났다. 텔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섹스를 했다. 아무런 전희 과정 없이 억지로 쑤셔 넣는, 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섹스였다. 나는 끝나고 바로 돈을 받을 걸로 생각했는데, B는 돈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밥을 사주겠다며 횟집에 데려갔다. 4만 원이 넘어가는 메뉴를 시키고 같이 먹는데 잘 들어가지 않았다. 머릿속엔 돈을 언제 주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B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20분, 30분이 지나도 오질 않자 점점 속이 타들어 갔다. 채팅방에 들어가 보니 대화 상대가 없다는 문구가 떠 있었다. 따로 알고 있는 연락처도 없었다. 도망갔구나.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때 내가 가진 돈은 5만 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계산하고 나오니 딱 고속버스값만큼 남아 있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계속 자책했다. 내가 너무 우스꽝스러웠고 이 상황이 어이없었다. 돈을 벌러 가서 전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오다니 허탈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돈마저 잃었으니 나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다. 그때 채팅 어플에서 C를 만났다. 내게 월 400만 원을 주고 정기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C는 자신을 삼성 계열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원래 월급을 주고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만 만나게 되어서 새로운 상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나는 시외버스를 타고 수도권으로 갔다. C가 교통비를 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별 의심 없이 갔던 것 같다.  36살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거의 50대로 보이는, 머리가 다 까진 사람이 나왔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제일 나이가 많아 보였다. 이야기하는 내내 입에서 심한 냄새가 나서 괴로웠지만 400만 원을 받는다는 생각만 했다. 대화를 나누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C는 계속 오늘 자고 가면 안 되냐면서 나를 붙잡았다. 한 시간 정도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시외버스 막차가 끊겨서 돌아갈 방법이 택시 말고는 없었다. 수도권에서 우리 집까지 택시를 타면 최소 20만 원이었다. 그런 큰돈이 나에게 있을 리 없었고, 나는 당장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울면서 집에 보내 달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곤란해하면서 지금은 돈이 없어서 택시를 태워줄 수 없을 것 같다고, 우선 자고 내일 아침에 첫차를 타고 가라고 했다. 그럴 수 없었다. 애초에 20만 원도 당장 내기 곤란한데 400만 원은 어떻게 준다는 거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찰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겠다고 했더니, C는 친구한테 전화하더니 돈을 빌려서 나한테 쥐여줬다. 그 돈을 받는 데만도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잔뜩 시달리다가 새벽 3시가 한참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곤 집에 와서 채팅 어플로 그 사람에게 400만 원을 줄 수 있는 게 맞느냐고, 아니라면 그만 연락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C는, 사실은 보자마자 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돈으로 만나는 관계가 아닌 진지한 연인 사이로 만나고 싶다고, 물론 용돈도 챙겨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돈 때문에 힘들게 하진 않을 거라면서 다음엔 자기가 만나러 가겠다고 한번만 더 만나고 결정해달라고 하는데, 마음이 있다고 하니 혼란스러워서 거절이 어려웠다.

그렇게 해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C는 텔을 잡아놨다고 편하게 거기서 놀자고 했다. 먹을 것도 전부 C가 계산했기 때문에 이번엔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를 눕히고 벗길 때도 거절하지 않았다. 온종일 텔에서 5번 정도 했던 것 같다. 나는 저녁 시간이 되어서 집에 가야 한다고 했는데, C는 휴가 내고 온 거라서 며칠 더 있을 거라고 했다.나는 매일 텔에 가서 C를 만났고, 3일쯤 되었을 때 C는 혹시 돈 좀 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더 있고 싶은데 요즘 일이 잘 안 돼서 여유가 없다고, 숙박비를 내달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러지 말고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왜 돈도 없는데 무리해서 여기 있냐고, 나도 돈 없어서 버스표밖에 끊어줄 수 없다고 했고 C는 알았다며 표를 끊어달라고 했다.

표를 끊고 버스를 타러 갔는데, 버스 출발 시각 1분 정도를 남기고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며 도망치듯 화장실로 가버렸다. 일단 타고 휴게소에 가서 해결하라는 내 말은 듣지도 않았다. 나는 버스 기사님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고, 기사님은 3분 정도 기다리다가 더 기다려줄 수 없다고 가버렸다. C는 5분 정도가 더 지난 후에 돌아와서는 버스를 놓쳤으니 다시 텔에 가야겠다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때쯤 나는 C를 그만 만났어야 했는데, 사랑한다고 매달리는 걸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C에게 아무 감정 없어도 의무적으로 만나주고 맞춰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C는 며칠 더 쉬었으면 좋겠는데 조금만 도와달라고 또 보채기 시작했다. 나한테 돈이 없는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자기가 갚을 테니 내 핸드폰으로 80만 원 정도를 결제해달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빌려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절을 하지 못해 결국 빌려주었다. 다음 달이 되기 전에 80만 원을 돌려주기로 했지만, C는 돈을 받자마자 도망치듯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 내 연락을 피했다. 나는 80만 원을 빌려준 걸 부모에게 들키는 게 두려웠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설명하기도 무서웠고, 내가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C가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연락해왔을 때 나는 당장 돈을 보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신고하면 부모가 알게 될까 봐 그럴 수도 없었다. C는 계속 질질 끌면서 미루기만 했고, 결국 요금 납부일 하루 전에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3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게 되었다.

나는 C에게 대출을 써서 핸드폰 요금을 해결했고 더는 돌려받을 생각 없으니 그냥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C는 300만 원이 필요한데 부모나 지인한테 부탁해서라도 빌려줄 수 없냐며 오히려 더 큰돈을 요구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장난하냐고,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80만 원을 해결하고 나니 천만 원의 빚이 생겼다. 나는 매달 25만 원 가까이 되는 이자를 내야 했다. 중도상환을 할 줄 몰라서 천만 원을 전부 채워야만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매달 꼬박 이자를 내면서 돈이 부족해서 못 먹거나 하는 일 없이 지내다 보니 그 돈이 빌린 돈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고, 점점 내 것인 듯 당연해졌다. 이자만 700만 원 가까이 나갔고, 나머지는 내가 사용했다. 그러다 100만 원쯤 남았을 때 아차 싶었다. 나는 100만 원밖에 없는데 아직도 빚은 천만 원이었다. 돈을 벌어서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바몬에서 모던 바 공고를 봤다. 시급이 만 이천 원이라니 일반 식당이나 마트 아르바이트보다 큰돈이었다. 연락하고 면접을 본 뒤에 바로 일을 시작했다. 손님이 없었는데도 가게에 앉아 있었던 만큼 시급을 받았다. 택시비까지 챙겨주셨지만, 다음날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이 왔다. 난 시급이 더 높은 일을 하고 싶었다. 공고를 보다가 시급 3만 원짜리 카페 공고가 올라와 있는 걸 봤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실장은 머뭇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일반 카페가 아니고 키스방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3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했다. 일하겠다고 했고, 바로 다음 날 출근 할 수 있었다. 사장이 일을 하려면 면접을 봐야 한다고 했다. 사장은 1번 방에 나를 데리고 들어와서 바지랑 팬티를 벗고 의자에 앉았다. 손으로 애무하다가 입으로 정액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사장에게 좋게 보이면 당연히 좋을 것으로 생각해서 돈을 주지 않는데도 열심히 했다. 입으로 받아서 종이컵에 뱉어내고 가글을 하고 정리한 뒤 나왔다. 사장은 나쁘지 않네,라고 이야기했다. 퇴근 후에 밥을 사준다고 해서 따라갔다. 그 자리에서 사장은 내가 마음에 들어서 용돈을 주고 섹스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돈을 준다면 상관없었고 같이 텔에 가기로 했다. 인테리어한 성기를 그때 처음 봤다. 울퉁불퉁 흉악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사장은 정관 수술을 했기 때문에 콘돔을 끼지 않고 안에 사정해도 임신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이 정말일까 싶으면서도 거절할 순 없었다. 돈을 안 주면 곤란하고 미움을 사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섹스하고 나서 5만 원을 받았다.

키스방 일이 익숙해졌을 때, 퇴근하는 길에 경찰 단속에 걸렸다. 사장님이 경찰과 친분이 있어 뒤를 봐주고 있으니 단속 걱정은 없다고 했기 때문에 경찰이 불러 세우는 걸 단속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경찰은 내가 어디서 나온 건지, 뭐하고 나오는 길인지 추궁하기 시작했다. 왠지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둘러대는데 경찰은 다 알고 있다면서 저기 건물 n 층에서 나온 것 아니냐, 성매매한 거 다 안다며 계속 대답하라고 몰아붙였다. 자백하면 조사기록이 남는 것으로 넘어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벌금이 나올 수 있다고 윽박질렀다. 나는 무서워서 n 층에서 나온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 가게에 같이 올라갔고 경찰은 문을 두드렸다. 실장을 문을 열더니 나를 모른다고, 여기 그런 곳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댔다. 경찰은 이 아가씨가 다 이야기했다고, 얌전히 협조하라고 말했고 실장은 한숨 쉬면서 문을 열어줬다.

경찰은 가게 안을 조사하고 사진을 찍었다. 나에게 여기서 무슨 일을 했는지 빠짐없이 자세하게 적으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 얘기도 없이 내가 바닥에 엎드려서 적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불쾌하고 치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적지 않고 머뭇거리자, 경찰이 와서 ‘남성의 바지를 내리고 손과 입을 이용해서 성기를 애무했습니다’라고 강제로 적게 했다. 그리곤 한 번 더 소리 내어 읽으며 그게 사실인지 대답하라고 했다. 너무 수치스러웠다. 경찰은 며칠 뒤에 전화가 갈 거라고, 받지 않으면 집으로 우편이 갈 수도 있으니 잘 받으라며 종이와 카메라를 가지고 돌아갔다. 나는 무서워서 사장님에게 출근을 못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장은 그런 단속은 흔한 일이고 내가 그냥 무시하고 도망갔으면 되는 거라며 왜 도망가지 않았느냐, 네가 출근 안 하면 가게가 안 돌아가서 꼭 나와야 한다고 사정을 했다. 결국 나는 나가지 않기로 했다. 또 일자리를 잃었고, 돈을 벌려고 할수록 나는 더 최악의 일만 겪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나는 트위터를 시작했다. SM에 대해 알고 싶어서 계정을 만들었지만 트위터를 하면서 우연히 유플이나 조건, 팬티, 스타킹, 자위 영상 등을 판매하는 계정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섹스를 하면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의 돈을 선불로 받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섹스 후에 돈을 받았고 5만 원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일찍 알았다면 B에게 미리 돈을 받고 섹스했을 텐데, 지금까지 잤던 사람들에게 적어도 10만 원씩은 받았을 텐데, 빚까지 생기기 전에 C를 한 번쯤은 의심했을지도 모를 텐데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심지어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을 때도 나에게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경찰이 나에게 했던 행동이 정당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도, 키스방 사장이 돈 한 푼 주지 않고 면접을 빌미로 오랄을 시켰던 것이 부당한 일이었다는 것도 트위터에서 알게 되었다. 내가 성노동을 하면서 마주했던 손님들이나 업주들은 잘 모르는 나를 이용하기 바빴다. 새로운 업종으로 옮길 때마다 원치 않는 수위의 진상까지 감당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아는 게 없으면 이용당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그런 환경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트위터에서 처음 알았다.

내가 트위터에서 유플을 위한 계정을 만들고 활동했을 때, 사람을 만나기엔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돈을 벌 생각이었다. DM으로 기프티콘을 받기도 하고 돈을 보내고 싶다는 연락도 받았다. 돈을 준다고 해서 막상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연락을 끊고 잠수타는 일도 흔했지만, 만나서 뒤통수를 맞는 일보다 안전했고 소모도 덜했다. 그러다가 D를 알게 되었다. DM으로, ‘상납하고 매일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생활 관리를 받고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난 그때도 별생각 없이 계좌를 알려줬다. 주면 좋고 안 주면 차단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계좌로 10만 원이 들어왔다. 처음 받아 본 큰 금액이었다. 심장이 덜컹했는데 쫄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개인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D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목소리를 녹음해서 보내 주거나 다리 사진을 보내 주거나 했다. D는 꾸준히 10~20만 원 정도의 금액을 나에게 입금했다. 시간이 지나 D가 실제로 만나서 플레이할 생각은 없는지 물어봤을 때 나는 만나기로 했다. 이미 D 이외의 다른 사람의 디엠은 읽지도 않고 트윗 작성도 거의 하지 않고 있을 때였다. 만나자마자 D는 30만 원의 돈뭉치를 나한테 내밀었다. 나는 D를 만나면 섹스나 사정을 위해 성기를 애무하는 행위를 요구받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D는 스팽플레이만을 원했다. 플이 끝나고도 별일 없이 헤어졌다. D와의 거래는 지금껏 돈을 벌기 위해 해온 일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D는 욕구 해소가 필요했고 나는 돈이 필요했으니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도 나는 D와의 플레이가 즐거웠다.

며칠 뒤에 에세머 계정 타임라인에 ‘이 계정 신고 바랍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내 유플 계정을 공유한 트윗이 올라왔다. 그 밑에 내 행동을 비난하는 이야기들이 댓글로 달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 공유가 되면서 계속 퍼져나갔다. 경찰 단속에 걸렸을 때와 비슷한 압박감과 죄책감, 수치스럽고 궁지에 몰린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신고된다면 혹시 또 경찰에게 불려 가는 게 아닐까, 두려워서 계정을 바로 없앴다. 계정을 없애고 나니 ‘부끄러운 줄은 아나 봐. 계정 없애고 도망갔네 ㅋㅋ’ 같은 조롱이 올라왔다. 울렁거리고 복잡한 생각이 들어 머리가 어지러웠다. D와의 연락도 그만두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사실 SM 계정에서 유플을 하는 성노동자는 좋게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SM 계정에 있으면서 조건 계정, 유플 계정에 대한 비난 글을 몇 번이나 접해 왔었으니까. 그들은 유플이 돈을 벌기 위해 SM 플레이를 상품화시켜서 판매하고, 섹슈얼한 것으로만 보이게 만들고, BDSM을 왜곡시킨다는 점을 문제삼으며 유플은 사라져야만 한다고 말한다. 나는 오히려 이런 주장이 성노동 혐오를 담고 있고, SM을 좁은 시선으로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사 성행위를 하는 업종에서 일할 때에도 나는 SM 플레이 행위를 요구하는 손님을 만난 경험이 여러 번 있었고, 같이 일하는 성노동자의 경험을 듣는 일도 적지 않다. 성노동을 하면서 SM을 접하는 일은 꽤 자주 있다. 성노동을 할 때 성구매자의 취향에 맞춰서 성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그 다양한 요구 중에는 당연히 SM 플레이도 포함되어 있다. 그 행위들은 SM 계정에서 접하는 플레이 취향들과 다르지 않고, 내가 SM을 하면서 경험해온 SM 플레이와도 다르지 않으며, 내가 바닐라 연애를 했을 때 상대와 했던 섹스에서 경험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럼 SM 행위를 접하는 이 다양한 경험 중에 잘못된 SM이라는 게 있을까. 정답과 오답을 나눌 수 있는 문제인가. SM 행위는 꼭 SM 파트너와 SM 플레이를 할 때만 접하는 것은 아니며, 유플은 다양한 성노동 업종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유플이 유독 어떤 특정한 성향(그것만 있는 게 아닌데도)을 띠는 것처럼 보이는 건 주로 구매하는 손님의 취향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유플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유플 내의 SM 행위를 문제삼지만, 에세머 파트너와 SM 플레이를 즐기는 것은 비난하지 않는다. 그것을 취향으로 가지는 사람 또한 비난받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다양한 취향과 성향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유플을 하면서 했던 행동을 에세머 계정에서 파트너와 한 것으로 이야기했다면 그들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SM 행위를 돈을 주고받으며 하는 것은 왜 문제라고 여겨지는 걸까. 돈거래 없이 섹스하는 것은 문제없지만, 섹스를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성노동을 하면서도 성노동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경찰 단속에 걸렸을 때나 유플 계정이 비난받고 여기저기 퍼졌을 때, 내가 하는 일이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 때면 도망치듯 그만두고 손에 잡히는 대로 식당이나 판매원 같은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러나 성노동이 아닌 노동으로 버는 수입은 성노동을 할 때와 같은 시간,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해도 늘 부족해서 돈을 벌어도 빚지는 일만 늘었다. 몇 개월 하다가 더는 생계가 감당이 안 될 때 결국 다시 성노동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성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안전하고 좋은 조건의 노동을 찾을 때까지는 성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비난받아 마땅한’,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 손가락질 받을까 두렵고, 도마 위에 올라 판단될 일이 두렵고, 자책하기도 하고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나는 성노동을 그만둘 수 없다. 비난을 받게 되는 일보다 당장 돈 걱정 없이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살아 있기 때문에 살기 위해 일하고 있다.

 


 

작가 소개글 : 안녕하세요, 저는 에세머이고 성노동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