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교두애 : 항상 사회에게 바라는 것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9. 30. 16:02

항상 사회에게 바라는 것, 교두애

 

항상 사회에게 바라는 것

 

교두애



 첫 경험은 스무 살이었습니다. 돈이 필요했고 크게 부담되는 제의가 아니었기에,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데이팅 어플을 통해 연락해 온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분과 데이트를 했습니다.

 마땅히 건수를 무는 방법도 모르고, 조언을 구할 수 있을 만한 분도 없었기에 유일한 수단인 데이팅 어플에만 매달려 사람을 찾았습니다. 업소도 고민해보았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탈가정이나 업소 취업 역시 어려울 것 같아 조건만남의 형태로 건수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이런저런 시민 단체에서 활동했던 덕분에 운 좋게도 성노동 경험이 있는 지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런저런 조언을 들어가며 나와 맞을 것 같은 업종을 찾았을 때 코로나가 터지고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평소라면 친구를 만난다는 핑계로 그나마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한순간에 일거수일투족을, 나의 이동 경로와 만나는 타인이 누구이고 몇 명인지를 가정에 보고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무척 겁이 났습니다. 나는 가정에 내 정체성을 밝힌 적도, 내 경험을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운이 좋지 않다면 내가 숨겨왔던 일상이 한순간에 까발려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당장 돈이 필요하고 현재의 내가 금전을 얻을  방법이라고는 성노동이라는 수단밖에 없는데,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만 되풀이되었습니다.

 성노동자 처벌에 중점을 둔 법, 사회의 시선, 또 이를 악용해 성노동자들을 착취하려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범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전염병까지 당장 성노동자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성노동자들이 처한 환경과 성노동에 유입되는 구조적 불평등을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성노동자란 그저 “성구매자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이거나 “여성착취를 확인하려는 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도구”뿐으로 끝없이 타자화 되며 음지로 내몰리는 느낌만 듭니다. 당장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수많은 성노동자들이 생계 문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사회는 이런 상황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노동 중 당하는 폭력과 부조리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이 일이 아니라면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 가운데 마땅히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만약 우리가 목소리를 내었을 때 우리의 신상이 사회에 노출된다면 누가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고, 누가 우리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팬데믹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지만,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성노동자들은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맥락을 제쳐둔 채로, 성노동자들의 생계와 존엄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퇴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소개글 : 성노동 프로젝트 첫 참여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리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