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19 성노동 프로젝트 제 1회 성노동 글쓰기

[2019 성노동 프로젝트 제 1회] SM:성노동몬스터 : 알못이 알아보는 성노동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19. 9. 13. 13:25

알못이 알아보는 성노동

(*알못 : 잘 알지 못하는 사람.)

 

SM:성노동몬스터

 

성노동에 관하여 두 사람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첫 번째 인터뷰

 

첫 번째 인터뷰 상대인 도하님은 성노동을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살펴주시기로 했다. 이하는 도하님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SM:성노동몬스터 : 성노동자라는 명칭의 정치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통 성매매라고 하지 성'노동'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도하 : 쟁점이 되는 지점은 그것을 노동으로 인정하냐 아니냐라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노동이 무엇이냐에 대해 정의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노동하는 걸 안 좋아해요. 현재 자본주의에서 노동이라는 것의 정의가 남을 위해 일을 하고 대가를 받는 거잖아요. 그게 보통은 사업주가 있고 일을 주고 내가 노동자고 노동을 해서 임금을 받고 하는. 서비스업도 서비스를 주고 돈을 받고. 그런데 사업주 입장에서는 노동자에게 100만 원의 일을 시키고 80만 원의 돈을 노동자에게 줘야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들을 위해 노동하는 게 되는 건데, 그 노동의 방식 자체가 개개인에게 안 좋은 거죠.

사람들은 노동을 신성시해요. 노동은 좋은 거고, 사람들은 뭔가 많은 걸 하고 직업을 통해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이 우리를 높은 단계로 이끌어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잘 보면 노동은 생계를 위한 거고 뭔가를 먹기 위한 것이 노동인 거죠. 자본주의 하에 노동은 착취당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요. 하지만 자본주의가 없었을 때에도 사람들은 노동을 하고 일을 하며 살았잖아요. 우리는 생산수단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일을 더 많이 하는 거죠. 노동을 다 빼고 보아야 합니다. 기사 같은 걸 보면 윤리적이다 혹은 비윤리적이다, 그렇기때문에 노동으로 인정한다 혹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나오는데, 그 노동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좋은 것도 아닙니다.

두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좋은 노동과 착한 노동, 선한 노동, 나쁜 노동, 하면 안 되는 노동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예요. 저는 먹고 사는 문제, 일해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거 아니면 개인의 선택에 대해 터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 내가 일을 하고 먹는 행위가 먹고사는 것을 책임져주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떤 노동을 하게 되는 구조잖아요. 그러면 그건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속에 있는 거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성노동이라는 것 자체가 그 노동 안에서 자아를 찾았기에 하거나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직업은 엄청 많아요. 예를 들어 저는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일하는 대부분은 일하기 싫어했어요. 택배 노동 회사에는 미래, 비전 등이 없었고 그냥 했던 거죠. 먹고 살기 위해서요. 그렇게 간단하게 보면 성노동자라고 불러야 하냐, 성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해야 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말은 그 책임을 개인에게 다 전가시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노동은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노동 자체에 자아나 기타 노동의 신성화를 제하고 보면 모든 노동은 동일합니다. 뭔가 입에 넣고 생존하기 위해 하는 거고, 다 평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 자체에 위계질서가 있게 됩니다. 어떤 노예의 쇠사슬이 더 긴가를 재는 거죠. 노동 자체는 누구를 위해서, 내가 생산한 것에 더해서 남에게 더 주는, 착취당하는 행위잖아요. 성노동자라는 명칭에 관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성노동자를 특별히 더 격하해서 비하해서 부르고 싶은 사람들은 좀 이상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세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성에 대해서 뭔가 신성시하고 가리려 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것처럼 인식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성에 대한 신성성을 제하고 보면, 네일아트를 해주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라주고 하는 것과 성노동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고도 생각할 수 있거든요. 사람들이 묘하게 그런 성에 대한 신성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성에 대해서 약간 좀, 다른 사람에 대한 성생활에 대해서도 말 못 하고, 나 자신에 대한 성생활에 대해서도 말 못 하고. 아니면 과하게 민감하거나. 다른 사람의 성생활을 궁금해한다는. 그런데 사실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고리타분한 것들을 제하고 보면 다 비슷비슷한 노동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왜 그럴까.

SM:성노동몬스터  : 생각해보면 노동이 착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했던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성산업의 구조가 착취적으로 굴러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성산업에 균열을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요.

도하 : 기본적으로 찬성, 반대, 옹호 이런 문제를 다 떠난 건 아닌 것 같고. 노동에 착취 구조가 있을 때 보통 피해자는 노동자잖아요. 노동자를 노동자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은 그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거죠.. 그럼 더 자연스럽게 약자일 수밖에 없는 거고. 어느 사회 시스템에 보호받지 않는 상태에서 성노동자들은 더욱더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죠. 예를 들어 저는 사대보험과 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일해요. 그럼 좀 착취를 덜 당할 수 있죠. 그런데 성노동자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니 더 착취당할 수밖에 없죠.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되어 있어요. 각자 다른 사람들마다 선택지는 다르고 선택지를 만드는 건 사회이고 시스템이고 자본주의예요.. 법 밖으로 밀려난 노동은 더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고 보호받지 못해요. 가사노동이나 성노동처럼요. 법 안의 사람은 보호를 받는데 그 안과 밖의 선은 혐오와 차별이 만들죠.

성노동자들은, 그 사람들에게 그런 선택지가 주어져있었을 뿐이에요. 그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태어나 자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같은 선택지를 지닐 수 있나요? 성노동자 개인의 윤리성이나 성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노동을 개인의 선택처럼 포장하는데, 각자의 선택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성노동자들에게 윤리적 잣대를 들이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통 책임이라거나 윤리에 대한 질문은 약자가 아니라 강자에게 적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약자에겐 자유가 없잖아요. 중요한 건 착취당하는 구조를 깨부숴야 한다는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노동하지 않고, 자신의 활동이 온전히 자신의 것, 자신의 친구의 것, 자신의 공동체의 것으로 환원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SM:성노동몬스터  : 답변 감사합니다.

 


 

두 번째 인터뷰

 

두 번째 인터뷰 상대인 멜섭님은 성노동자 당사자로서, 성노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셨다. 이하는 멜섭님과의 인터뷰이다.

SM:성노동몬스터  : 성노동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가요?

멜섭 :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성노동자를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고, 저의 답변은 성노동자 중 개인의 답변일 뿐이며 어떤 진영도 대표하지 않습니다. 오늘 출근 안 하고 노는 오타쿠 한 명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성노동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냐면성노동이라는 건 섹슈얼리티를 이용한 모든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을 성노동이라고 부릅니다. 성노동자는 그런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말하는 거겠죠.

SM:성노동몬스터  : 그렇다면 성노동자를 성노동자라고 부르는 이유, 그 정치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멜섭 : 정치성이라성노동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자기가 이 세계에서 노동자로 고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가 윤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성노동을 하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자존감도 낮고. 그런 생각을 전환을 할 수 있게 성노동자라는 단어를 쓰는 거라고도 생각을 하고요. 성매매 피해자라고 불리면 되게 무력한 느낌이 들거든요. 나는 이 세계에서 그저 피해자로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데. 너무 사람의 단면만 보는 거 아닌가. 그럼 피해자가 아니라 성매매 여성이라고 부르면 되나라고 물으시면, 성매매 여성이란 단어는 누가 성판매를 하고 구매하는 건지 그런 게 잘 드러나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그럼 성판매 여성이라면 되냐, 이 단어 또한 제 3자(알선업자, 포주등)의 존재를 가린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성매매, 성매매, 성판매 여성을 넘어 성노동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낙인을 지우는 부분에 있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여성'이 아닌 사람들도 성노동을 하니까요. 저도 그렇습니다.

거창한 정치성 없이 그냥 우리는 이 사회에서 노동자로 고용되었고 그에 맞게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니까 성노동자라고 칭하는 것 같아요. 이게 어떻게 노동이냐고 묻는 사람들은 잘 이해가 안 돼요. 네가 하는 노동이랑 내가 하는 노동이 뭐가 다르냐고 묻고 싶어요. 이 산업구조에서 착취당하니까 노동자가 아니라고요? 저는 콜센터, 고시원, 총무, 편의점, 호텔, 편의점, 알바, 도서관, 사서, 심지어 학교 시간강사까지 해봤는데요. 앞에 나열한 노동 하면서 착취 안 당했던 순간이 없었어요. 그럼 제가 물어볼게요. 저는 콜센터, 학교 시간강사 할 때 노동 착취당하고 폭력을 당했는데 이 이유로 이것들은 모두 노동이 아닌 게 되나요? 성노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성노동이 노동이 아니라고 주장할 거면 더 논리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주장이 얼마나 웃기는지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SM:성노동몬스터 : 뉴스에 착취적인 노동에 대해 나와도 그것을 노동이 아니다고 말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답변 감사합니다. 성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멜섭 : 이거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나올 거라 생각하는데. 성산업에서 벌어지는 여성 착취적인, 노동자 착취적인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자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그런 산업구조, 노동시장 그런 것들이 바뀌어야겠지요. 성산업의 존폐... 사실 별로 관심은 없지만 저는 일단 일하는 동안 돈만 벌면 되니까. 없어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해요. 너무나 고질적이고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으니까요. 존폐까지는 잘 모르겠고 저는 많은 사람들이 성노동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복지체계가 갖춰졌으면 좋겠습니다. 일해라 국가!

SM:성노동몬스터  : 그렇다면 그런 착취적인 성산업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론 무엇이 있을까요?

멜섭 : 더 많은 성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모여 함께 성산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이 충분히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성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비당 사자에게 이슈 몰이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SM:성노동몬스터  : 아까랑 똑같은 질문인데, 성노동자가 안전하게 성노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멜섭 : 질문이 추상적이긴 한데 법을 중심으로 이야기할게요. 우선 한국의 경우 성매매 특별법이 폐지되어야 하고 그다음 한국에 맞는 법 모델을 도입해야겠죠. 노르딕 모델, 합법화, 비범죄화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좀 더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논의를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런데 사실 어떤 법을 도입했다 해서 마법처럼 뿅 하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을 거예요. 예를 들어 복지가 좋은 유럽 국가를 생각해 봤을 때 그 나라 국민들이 모두 좋은 환경에 사느냐? 그건 아니거든요. 이탈되는 사람이 꼭 생겨요. 아무리 좋은 복지 아래에 있다 해도. 그러니까 정책 하나만으로 완벽히 안전한 노동환경이란 게 생기지 않을 거란 거 거죠. 정책은 그저 시발점에 불과해요. 최종적으로 성노동자도 똑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며, 타락한 존재 같은 게 아니고, 너희와 똑같은 시민이다라는 인식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낙인이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안전한 환경이 확보될 거라 생각해요.

SM:성노동몬스터  : 답변 감사합니다.


 

준비해둔 인터뷰가 모두 끝이 났다. 성노동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성노동에 대해 알지 못하던 내가 인터뷰가 끝난 후 하게 된 생각들을 조금 적어보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떻게 그것이 성노동이 되느냐며 화들짝 놀라거나 화를 낸다. 그리고 자신이 화를 낸 이유를 만들어 내기 시작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성매매는 착취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모든 노동은 착취적일 수밖에 없는 데다가 사람들은 성노동이 아닌 다른 착취적인 노동들을 모두 노동으로 생각한다. 강제로 노동을 하게 된 사람들의 피해 사실을 말할 때도 노동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 사람들은 성노동을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나로서는 그것이 성엄숙주의 탓일 것이라는 추측밖에 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떻게 성노동을 할 수 있느냐며 화들짝 놀라거나 화를 낸다. 그리고 자신이 화를 낸 이유를 만들어 내기 시작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성매매는 돈을 받고 섹스를 하는 것이다.’이다. 나는 이게 왜 이유가 되는지 알 순 없지만, 대충 성엄숙주의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과 내 생각의 차이는 영원히 접점이 없는 채로 있는 것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노동이라는 단어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나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성노동자들의 인권이 더 이상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성노동을 하며 일어나는 착취, 인권침해를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반대하든지 성노동 자체를 반대하든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다른 의견으로 갈라지게 되긴 하겠지만, 나는 반대자들도 충분히 성노동자와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으로 인터뷰 이후의 감상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