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오프더레코드 :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후기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10. 15. 19:47

 

오프더레코드 :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후기

 

참가자 : 바다, 열무, 유자, 왹비, 혜곡

 

 

Q.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려요.

 

바다 : 안녕하세요. 저는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바다입니다.

열무 : 안녕하세요. 열무라고 합니다.

유자 : 안녕하세요. NCT가 컴백해서 행복한 유자예요.

왹비 : 안녕하세요,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왹비입니다. 저는 요즘 성매매 집결지 철거 이슈를 좇다 보니, 구술 생애와 재개발 철거 운동 쪽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 중이에요.

혜곡 : 안녕하세요! 차차에서 회계와 이것저것을 맡고 있는 혜곡입니다.

 

Q. 일주일간 어떻게 보내셨어요?

 

바다 : 일주일 동안 거의 집 안에서 휴식하며 지낸 것 같아요.

열무 : 월경을 해버려서 일은 많은데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월경이 끝나면서는 다행히 의욕 뿜뿜하면서 미뤄두었던 일도 슬슬 시작하고, 밀린 이메일 답장도 하고, 취소했던 약속들도 다시 잡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니 만드려고 뜨개질도 시작했어요!

유자 : NCT 2020 앨범이 12일 나왔는데, 그 전에는 앨범 기대하느라 방방 뛰고 나온 후에는 너무 좋아서 방방 뛰었어요! 지금은 재민이 포카(포토카드) 나오길 기도하면서 앨범 배송 기다리고 있어요.

왹비 : 저는 며칠 전에 옐로하우스 이대위 분들, 활동가 분들이랑 밥 먹고 왔어요. 오랜만에 서로 얼굴 보고 얘기 나누니까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차차에 새로 들어오신 활동가가 있어서 신규 활동가 ot도 진행했어요! 쪽방촌 관련 세미나도 했는데, 성매매 집결지와 쪽방촌의 관계성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어 졌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지내는 거 같군요? 요즘은 대장금이랑 선덕여왕 다시 보고 있습니다. 장금이 볼 때마다 울어요… 한상궁 마마님이 장금이한테 며칠간 물만 떠오라고 시키는데, 그 장면 보고 혼자 감동받아서 울었어요. (웃음) 아, 나도 한상궁 마마님 같은 스승이 필요하다.

혜곡 : 생업에 치여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노동시간 단축하라! 단축하라!

 

Q. 차차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되셨나요?

 

바다 : 트위터에서 성노동 비범죄화 개념을 처음 접하고 한참 관심이 생겼을 때 차차의 활동가 모집 공지를 보게 되어서 지원했어요.

열무 : 올해 1월에 개인적으로 숭의동 옐로하우스 이대위 성노동자 활동가분들을 위해 펀드레이저를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차차와 연락이 닿게 되어 함께 옐로하우스를 찾아가 이대위 활동가 선생님들 인터뷰를 같이 하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페이스북으로 논평문 읽으면서 알게 되었고요. 활동은 이번 9월에 시작했습니다.

유자 : 차며들었달까요(차차에 스며들었달까요). 왹비의 꿘파워가 저를 차차로 이끌었어요 요번 달부터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아직 초보꿘이에요. (수줍은 미소)

왹비 : 처음에 열심님이랑 저랑 만나서 성노동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열심님의 부치력에 이끌려 저는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웃음) 차차가 이름까지 갖추게 된 건, 지금 안 계신 (전) 활동가분과 열심님, 저 셋이 있었을 때에요. 아주 소중한 멤버들이죠. 초기엔 열정 넘쳐서 오프라인으로 6시간 회의를 했었답니다… 어휴 지금은 2시간 하면 뻗어요. 현재 차차 창립 멤버중에 안계신 분도 있고, 활동을 쉬는 분도 계신데 한 달에 한 번은 꼭 방탈출하려고 모여요. 다들 방탈출에 재미 들렸답니다.

혜곡 : 성노동자 인권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중 차차 공식 트위터에서 활동가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빈약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책임 있게 활동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지만, 정신 차려보니 일원이 되어 있습니다.

 

Q. 차차는 일할 때 분위기가 어떤 편인가요? 또 업무를 할 때 어떤 지향점을 두고 있나요?

 

바다 : 칭찬과 격려를 주고받으며 따듯한 분위기에서 업무 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무 : 코로나도 있고 동료 활동가분들이 전국에 흩어져 계셔서 아직 얼굴 한번 못 뵌 채로 온라인으로만 일을 하고 있어요. 제 개인적인 지향점은 “시간 정해서 맡은 거 딱딱해버리자”입니다.

유자 : 도란도란 편안해요. 아직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향점은 차차 찾아나가야 될 것 같아요. 아자아자!

왹비 : 차차는 업무를 못했다면 동료를 다그치는 게 아니라 왜 못했는지, 어려운 게 있다면 어떤 게 어려운지 물어보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나가며 보조해나가는 게 지향점이고, 그게 장점이라 생각해요. 아픈 사람들, 저도 특히 그렇지만. 자기가 맡은 일을 아파서 못하게 되면 극심한 압박감, 죄책감, 수치심 이런 게 들거든요. 그래서 동료에게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데, 저는 그럴 때면 항상 너의 상태를 우리에게 알려줘서 고맙다, 우리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했으니까 너무 죄책감 가지 말라.라고 말해요. 하지만 이런 분위기여도 여전히 말하는 건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그래도 계속 시도하는 게 중요하죠. 이건 단체를 위해서도 있지만, 아픈 사람들이 관계 맺기나 소통방법을 차차에서 배워갈 수 있고, 또 안전한 자신의 쉼터라 느꼈으면 해서.

혜곡 : 단톡 방에서 늘 서로에 대한 응원과 칭찬이 많이 오가요. 편안하고 따스한 환경에서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죠. 퇴근하고 나서 또 일을 하면서도 기운을 낼 수 있는 건 그런 격려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차차의 지향점이라고 하면 구성원 하나하나 살뜰히 살펴가며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저는 사실 과정보다 결과에만 집중하는 편인데, 차차의 분위기가 제 그런 면을 보완해주고 있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Q. 활동가의 역량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바다 : 요즘은 체력을 챙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열무 : 함께 목표 세우기. 동료가 실수하거나 느려도 믿고 맡기기. 그러면서도 효율을 낼 수 있게 서로 적절하게 격려하고 비판해주기. 뭐 이런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자 : 언제든 멈출 수 있고,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이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실수, 혹은 잘못은 인정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왹비 : 운동만 좇지 않고 옆에 있는 동료를 살피는 것.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동료 활동가를 돌볼 줄 아는 게 더 중요하죠. 동료를 동료라고 생각할 줄 아는 것.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 동료라고요. 우리는 운동을 하려고 만났지만, 운동보다 동료를 돌보는 게 먼저란 걸 잊지 않아야 해요. 운동 그 이전에 개개인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가치관과 생각, 느낌을 갖고 있는지 자주 소통하는 것. 그런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또, 동료들마다 속도가 다르니까, 동료를 기다려줄 수 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역량이라 생각해요. 활동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쨌든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관계 맺기와 유지하기 같아요. 그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갈 것이냐. 동료와 함께 운동을 한다는 건 내가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상대방에게 말을 걸고,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적극적으로 우리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하고 있는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시도가 필요하죠. 지속 가능한 활동의 첫걸음이 이러한 고민과 용기들이 모여야 가능하고요.

혜곡 : 책임감이요. 동료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을 견디고, 함께 세운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책임감 없인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Q. 차차는 여러분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바다 : 위로받고 용기를 얻으며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무 : 존재해서 너무 감사한 공간. 여러 가지 채소, 꽃이 무럭무럭 자라면서 주변의 환경도 변화시키고, 점점 사람들이 눈 길주고 예뻐해 줄 도심 속 텃밭 같은 공간.

유자 : 입에 넣고 와랄라 굴리고 싶은 공간

왹비 : 제가 고3 때 야자시간이 오면 야자를 안하고 도망쳤거든요 친구들이랑. 그리고 뭐했냐면, 하고 싶은거 다 했어요. 간식도 먹고, 무서운 이야기도 하고, 만화도 보고, 수다도 떨고요. 생각해보면 고3때 야자시간이 제일 기다려졌던 거 같아요. 친구들이랑 매일매일 소중한 추억을 쌓는 시간이었으니까. 차차는 저에게 그런 곳이에요. 조금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면서도, 들키면 선생님에게 혼나지만,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포기할 수 없는, 어느새 그 추억이 나를 살아가게끔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버린. 그런 시간이 녹아들어 있는, 눈떠보니 나도 모르게 애정을 한 움큼 쏟아버린 공간.

혜곡 : 저에게는 차차가 대안 공동체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아요.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데(웃음), 여러모로 이상적인 일터라고 생각해요. 자유로운 발화가 가능하고, 돌봄과 존중이 자연스러운 곳이라서요.

 

Q. 차차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바다 : 가장 최근의 경험은 성노동 프로젝트 4회의 마무리 공지를 적었을 때인 것 같아요.

열무 :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노동 프로젝트 교정교열을 하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유자 : 매번 회의할 때마다 너무 떨려요. 3시에 회의가 있으면 2시부터 달달 떨고 있어요.

왹비 : 여러 기억이 있지만… 활동가가 3명만 남게 됐을 때가 기억에 남네요. 조금 힘들었죠. 단체를 운영하는 거나… 정서적인 문제나. 허전했어요. 많이. 저랑 친한 활동가들도 다 쉬거나 나갔던 때라. 그때 혜곡 님이 xx단체도 3명이서 하는데 차차도 할 수 있다고, 힘내자 하셔서 그래 뭐 3명이서 못할 건 뭐 있냐 이런 마음으로 버텼죠. 그땐 버텼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성프 4회 때는 활동가 3명이서 시작했어요. 지금은 활동가가 그때보다 더 늘어나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기를 함께 버틴 바다님과 혜곡 님께 고생 많았다고도 이야기드리고 싶네요.

혜곡 : 아, 너무 많은데. 지난 5월에 열심님과 함께 <성노동자는 강간에도, 2차 가해에도 동의한 적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썼거든요.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무척 기뻤어요. 업무 외적으로는, 차차가 세 명의 힘만으로 돌아가던 시기에, 다른 두 명의 구성원들과 마음이 일치한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생각나네요. 저는 원래 일터에서는 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서, 차차에서도 일만 할 생각이었거든요. 막상 와보니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들이더라고요. 사랑합니다, 여러분. 하하!

 


 

Q. 성노동 프로젝트(이하 성프)가 벌써 4회를 맞이했어요. 성프를 처음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왹비 : 여기 성프 1회때부터 참여한 사람이 저밖에 안남아서 거의 혼자 답하게 됐군요. (웃음) 성노동 프로젝트는 '성노동'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담론장을 찾다가 시작한 거였어요. 제가 원래는 성노동 주제로 글써서 투고를 하려다가, 아무리 봐도 검열 당하거나 짤릴거 같아서. 그럼 내가 하나 만들래 이자식들아! 이런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세상에 반항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던 거같네요. (웃음) 횟차가 바뀌면서 성프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지는 거 같아요. 1회때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지금이랑은 조금 다른 스탠스였던거 같고요.  

혜곡 : 막 들어왔을 때 성프 2회 녹취본을 열심히 받아쓰던 기억이 나네요. 솔직히 3회 때까지도 정신이 없어서 일 들어오면 그냥 하고, 쳐내고, 그런 식이었어요. 4회 즈음 되니 이제 차차에 꽤 적응도 했겠다, 비로소 주인의식을 갖고 임했지요. 그래서 4회에 갖는 애착이 유달리 커요. 성노동자가 자기 언어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게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구나, 그런 생각이 매순간 계기이자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Q. 성프 기획은 보통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기획이 정해지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하나요?

 

바다 : 보통 한 달 정도 전부터 기획을 시작해서 주제를 정하고 신청자 모집기간 원고 마감과 교정교열 기간 원고 공개 기간 같은 큰 틀을 기획해요. 틀이 잡히면 세부적으로 필요한 업무를 나눕니다.

왹비 : 슬슬… 성프 할 때가 됐구나. 라는 감이 올때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편인데 (웃음) 우선 9월에는 앞으로도 꼭 할거같고요. 왜냐면 성매매특별법 발효일이니까. 원래 6월에 한국 성노동자의 날이 있어서 6월에 하고싶은데. 6월, 9월 이렇게 진행하면 텀이 짧아서 참가자분들이 힘들거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올해는 3월, 9월 이런식으로 텀을 좀 길게 뒀어요. 성프 발동 걸어볼까요 이런 얘기 나오면, 기획 회의를 합니다. 이번엔 어떤 주제가 좋겠다, 기간은 어느 정도가 좋겠다, 참가자분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는 게 낫겠다 이런 이야기들요. 보통 두세 번 회의하면 정해지는 거 같아요.

혜곡 : 때가 되면 왹비님이 하자고 하더라고요(죄송해요 왹비님). 대략적인 시기가 정해지면 주제나 방식, 담당 인원 등에 관해 회의를 해요. 지난 회차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기며 행여 반복될지도 모를 재앙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요.

 

Q. 성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바다 : 글에서 담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을 하는 게 가장 어려우면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열무 : 저는 기획, 원고 접수가 다 끝나고 교정교열에만 참여했는데, 참가자분들이 전달하시고자 하는 진심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제가 느낀 부분을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교정교열을 할 때 객관적인 시선으로 원글에 충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객관성도 누가 어떤 관점으로, 어디를 중립으로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깐요.

성노동 프로젝트는 보이지 않는 주체를 드러내고,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경험에 관해 떠드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더욱 언어의 주체성을 살릴 수 있을 때는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교정교열을 했어요. 예를 들어 “성노동이 범죄화 되었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누가” 범죄화 과정에 기여했는가를 염두에 두면서, 문맥에 맞는 선에서 피동을 능동으로 바꾸고 주어를 첨가했어요. 그리고 참가자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위해 선택한 용어가 모호하거나 PC하지 않을 때, 그 단어의 객관적/학술적인 의미나 당위성보다는 이 분들이 전달하시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수정을 여러 번 재고한 것 같습니다.

왹비 : 성노동 프로젝트는 성노동자 당사자의 말하기가 어떤 것이든 존중하기에, 활동가들은 최대한 당사자 말하기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말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것. 간혹 사람들은 성매매 경험 당사자에게 주체적인/자발적인 성노동자의 이미지나, 강요받은/피해 입은 성노동자의 이미지를 기대하고, 어떤 게 '진짜' 성노동자냐고 묻죠. 적어도 저는 성노동자 당사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진짜든 가짜든 별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말하기는 전략적이고 편집된 말하기의 방식으로 전달되니까요.

그것보다 중요한 건 왜 성노동자들이 지금 이 이야기를 말하고 싶어 하는지, 왜 그걸 '우리'에게 말하게 됐는가, 이런 맥락들이 더 중요합니다. 가령 성노동자가 지금까지 어떤 위치에 있었길래 증언을 했음에도 이 사회에서 목소리가 삭제됐는지, 삭제된 목소리를 재복원하려면 우리는 성노동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음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성노동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최대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면 우린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요. 그렇기에 성노동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활동가의 역량도 같이 자라납니다.

혜곡 : 당사자(와 연대자)의 목소리를 명료하게 싣는 것이 언제나 최우선이었어요. 특히 교정교열 과정에서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공개하기에 다소 우려되는 내용이 있더라도 가급적이면 편집하지 않았어요. 투고해주신 모든 분들이 성프를 자유롭고 안전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Q.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바다 : 이번 성프에서 원고 참여와 교정교열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게 생각보다 더 체력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아요.

열무 : 교정교열이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일이더라구요 허허…

왹비 : 교정교열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고요. 활동가들이 생업이 있다 보니까, 차차에만 시간을 쏟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교정교열을 원고 공개 기간 전에 미리 끝내려고는 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원고 공개 기간에도 교정교열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 부분은 앞으로 회고하면서 보충을 해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참가자랑 소통하는 문제가 1회, 3회 때는 관건이었는데 4회는 괜찮았던 거 같아요. 이것과 별개로 저는 글도 쓰고, 교정교열도 해서 정신이 없었던 거 같네요. 물론… 마감을 미리 하면 이런 일은 줄어들겠지만요. (웃음)

혜곡 : 역시 교정교열이겠죠. 교정교열 자체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보니 원고 하나를 보고 나면 뇌가 퇴근 해버 리더라고요. 마음 같아서는 후딱후딱 해버리고 싶지만, 그런 상태로 글을 만지는 건 차차를 믿고 원고를 맡겨주신 분께 실례니까요. 자연히 장기간에 걸쳐 절대적인 시간을 소요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점이 좀 힘들었네요.

 

Q. 성프를 진행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바다 : 성노동 프로젝트 마지막 원고 공개가 되었을 때였던 것 같아요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어요.

열무 : 최근에 트위터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성노동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이렇게 크고 활발하다는 것에 너무도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5회 때는 저도 원고를 써서 내보고 싶어요!

왹비 : 티스토리 검열당했을 때 화가 많이 났어서 인상 깊어요. 윤해후님의 <바이러스를 드릴게요>가 청소년 유해매체로 판단되어서 글이 삭제됐는데, 문의를 넣으니 풀어줄 생각은 없고 또 비슷한 글 올리면 로그인도 차단해버리겠다 이렇게 답이 왔거든요. 누가 신고를 넣어서 글이 삭제된 거긴 한데, 성노동 프로젝트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방해하는 사람도 생겼구나, 더 이상 티스토리에서 성노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혜곡 : 이것도 너무 많아서 꼽기가 힘드네요(웃음). 원고들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순간들이 여럿 있었어요. 어떤 문장은 통쾌함에 무릎을 탁 치게 했고, 어떤 문장은 충격과 숙연함을 가져다주기도 했지요. 저를 울린 원고도 있었고요.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인상 깊었던 경험이지요. 다른 쪽으로는, 공개된 원고가 유해물이라고 차단당했던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네요. 이게 성노동자 말하기의 현주소구나 싶었습니다. 티스토리 용서 못해.

 

Q. 여러분에게 성프는 어떤 의미인가요?

 

바다 : 여전히 성노동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쉽게 지워지고 대상화되거나 훼손되기도 해요. 성노동 프로젝트는 그런 당사자의 이야기를 당사자의 목소리로 자유롭게 꺼내기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또한 글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나눠줄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어떤 글은 먹먹한 위로를 주기도 하고 어떤 글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힘을 주기도 해요 성노동 프로젝트는 참여하는 모두가 함께 완성해나가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열무 : 내 주변 사람들 멱살 잡고 읽게 하고 싶다.

유자 : 성노동 프로젝트는 아주 아주 아주 소중한 공간이에요. 성노동자들과 그들의 연대자가 의견을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담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앞으로 쭉 이어지길, 또 그 자리에 제가 있길 바랍니다.

왹비 : 기억의 공간. 같은 장소여도,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 기억하는게 다르잖아요? 남자들이 천호동이나 미아리를 얘기하며 낄낄거릴 때, 저는 되게 뭐라고 할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되거든요. 애틋함이 먼저 다가온다고 해야할까. 그 공간에 누가 있는지 아니까. 그리고 이제 남은 사람들이 어디로 가게될지 아니까 그런게 눈에 밟혀서. 하지만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죠. 어쩌면 성프 시리즈 3회 내내 오래 일해보지도 않은 집결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건 이런 마음일지도 모르겠네요. 기득권의 기억과 언어가 아닌, 나의 기억과 언어로 장소를 복구시켜서 사람들과 잊지 않을거라는. 그런 마음이요. 성노동 프로젝트는 주류의 역사에서 소외되고 지워진 사람들의 기억을 복구해서 우리의 흔적과 언어를 찾는 공간이에요. 성프를 진행할 땐 사회가 종용하는 망각속에서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는 거 같아요.

혜곡 : 큰 의미입니다. 정말로요. 차차의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어떤 맥락도 덧씌워지지 않은, 또는 맥락 자체를 살아내고 횡단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일이잖아요. 생각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에요.

 

Q. 5회는 언제쯤 시작할 예정인가요?

 

왹비 : 차차가 앞으로 할 사업이 몇 개 있어서, 6월에 원고 릴레이 공개 기간을 갖던가, 늦으면 9월에 해서 1년에 한 번만 할 수도 있을 거 같고… 아니면 올해와 같이 3월, 9월 2번 이렇게 진행할 거 같기도 해요. 원고는 보통 공개 기간 한두 달 전에 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활동가들의 건강이나, 단체의 업무량을 생각해서 정할 거 같네요.

혜곡 : 어... 여러분이 기다리고 계신다면 언젠가 반드시 시작됩니다(죄송해요 왹비님).

 

Q. 마지막으로 성노동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바다 : 성노동 프로젝트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기회가 되면 5회 때도 뵈어요!

열무 : 얼굴도 뵌 적 없고. 대화도 나눈 적 없지만, 한분 한분 너무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우리 무난 무탈하게 잘 살다가 5회 때 또 만나요!

유자 : 항상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나아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추천사 쓴 나, 아주 칭찬해.

왹비 : 여러분이 성노동 프로젝트를 같이 만들어주셨기에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노동자 당사자들이, 당사자성에 부합하는 말하기를 하다 소진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성노동자를 소진시키고 소모시키는 담론장을 부수고 새로운 담론장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우리의 느슨한 관계망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지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몸은 떨어져 있어도, 차차는 항상 여기 있으니까,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혼자가 아니란 걸 잊지 말아 주세요. 추운 겨울 잘 버티자, 여러분! 또 만나요. 안녕.

혜곡 : 밥 잘 드시고, 잠 잘 주무시고, 앞으로도 잊을 만하면 설치면서 우리가 여전히 여기에 있음을 알려줍시다. 여러분의 삶 정치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