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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폰허브 사태에 부쳐 : 폰허브 안에는 자신의 아이들을 먹여 살리던 사람들이 있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12. 16. 17:51

 

폰허브 사태에 부쳐 : 폰허브 안에는 자신의 아이들을 먹여 살리던 사람들이 있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왹비, 바다 

 

최근 뉴욕타임즈에서 '폰허브(pornhub)'에 아동 성착취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폰허브에서 아동 성착취물 유통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지 4일 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등에서는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폰허브와의 제휴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폰허브는 공식 콘텐츠 파트너나 모델 프로그램 회원들이 올리지 않은 비인증 영상 수백만 개를 삭제했습니다. 폰허브의 변화는 반성폭력 운동가, 성노동 운동가, 성노동자 당사자가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던 것으로 매우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폰허브 사태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폰허브는 대형 포르노 플랫폼임과 동시에 성노동자의 생계를 존속시키는 플랫폼이기도 했다는 사실입니다. 성노동자들은 '모델 허브'라는 유료 영상 판매 서비스를 이용해서 수익을 창출해왔으며, 모델 허브는 정식으로 승인된 계정의 대다수가 성노동자입니다. 대형 카드사의 결제처리가 중단되면서 유료 영상의 구매가 어려워지자 폰허브에서 수익을 얻는 성노동자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어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SWOP (Sex Workers Outreach Project) Behind Bars는 성명서를 통해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가 '성노동자와의 전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의 결정이 (성)노동 (산업 내부의 문제)에 변화를 이끌기보다는, 오히려 폰허브 플랫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 개인에게만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성노동자를 겨냥한 폭력에는 우리가 (대면 성노동에 비해) 안전하게 일하며 공정한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폐쇄하는 데까지 이르게 한 다면적인 사회적, 제도적 폭력도 포함된다."

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메리 무디는 “2018년 SESTA/FOSTA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도 상황이 비슷하게 전개되는 것을 목격했다. 당시에는 생계형 성노동자와 서비스형 성노동자 모두 백페이지(Backpage) 웹사이트를 통해 손님을 필터링할 수 없게 되었고, 정말 많은 수의 성노동자들이 인터넷에서 고객을 구하지 못해 거리에 나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호객을 해야 했다. 이로 인해 소수자성을 띤 성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경찰로부터 단속이나 체포를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폰허브 사태에 있어 불법촬영물/아동성착취물을 유통하던 사람은 생계에 타격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계를 폰허브에 의존하고 있던 성노동자들은 며칠간 가장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우리는 편하게 눈 돌리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폰허브가 폐쇄로 향하는 움직임이 우선 큰불을 껐다는 안도감을 주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포르노 플랫폼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던, 포르노 플랫폼이 유일한 자원이 될 수밖에 없던 취약한 계층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이 운동으로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마땅히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와 성노동자의 권리는 충돌하지 않으며, 우리가 조심스럽고 망설이는 자세로 고민을 이어나가면 분명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루빨리 포르노 허브 사태가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과 성노동자 모두를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길 바랍니다.



2020년 12월 16일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