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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추모 성명] 故 메루메루 님을 추모합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1. 4. 2. 11:05

 

 

[추모 성명] 故 메루메루 님을 추모합니다 

 

우리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메루메루님을 기억하기 위해 메루메루님을 애도합니다. 

 

3년 전 오늘, 2018년 4월 2일 성노동자 메루메루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온라인에서 성노동 운동을 해나가던 메루메루님과 주변인의 영향을 받아 차차에 사람이 모이고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우리 공동체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은 언제나 낯설기만 하고, 애도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애도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각자의 추모방식이 있겠지요. 그러나 자신의 추모방식을 찾기도 전에 추모할 권리마저 빼앗긴 건 분명한 사회적인 폭력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애도할 권리를 갖지 못했던 이들과 함께하며 곁을 지키겠습니다. 더는 고인의 죽음이 왜곡되지 않길 바라며, 성노동자의 죽음도 추모받고 애도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여러분께서 성노동자를 향한 폭력과 차별에 반대해주시길 바라며, '성노동자' 또한 존엄하게 추모받을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메루메루님의 존엄한 애도를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우린 더이상 차별과 혐오로 누군가 죽는 걸 원치 않는다. 성노동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타자가 아닌 우리 가까이에 있는 존재다. 성노동자를 향한 폭력과 혐오 당장 중단하라!

하나, 메루메루의 죽음을 프로파간다로 사용하지 마라! 우린 고인이 정확히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살아생전 고인은 ‘성노동론’을 지지했단 이유만으로 집단적인 폭력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고인이 죽고 나서 기다렸다는 듯 성노동론 때문에 죽었다고 말하며 주변인들, 특히 성노동론을 지지하던 이들에게 다시 한번 폭력을 휘둘렀다. 우리 중 그 누가 이 죽음에서 자유롭다 말할 수 있는가? 정말 성노동론 때문에 죽어 마음이 아프다면,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고인의 주변인을 살인자라 손가락질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떠난 고인의 안식을 빌어야 한다. 성산업의 폭력과 착취가 성노동자를 죽일 수 있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폭력과 죽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강구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위치에서 해야 할 역할이다.

하나, 메루메루의 주변인에 대한 괴롭힘을 당장 중단하라! 3년이란 시간 동안 끊임없이 고인의 주변인들은 지금까지도 심각한 수위의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이 악의적으로 편집 당해 주변인이 공격당하고 있는 걸 목격한다면 가해자에게 그만두라고 같이 말하라.

하나, 고인이 존엄하게 추모받을 수 있도록 함께하라! 고인이 생전에 원했던 방식으로, 고인의 가치관과 언어를 존중하며 애도하라.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주변에 있는 성노동자를 돌봐주시고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성매매 경험을 겪은 모든 사람은 그 누구보다 더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마땅합니다. 대부분의 성노동자들은 사회적 연결망이 너무나 느슨한 상태로 혼자 모든 걸 감당하며 살아갑니다. 서로를 돌봅시다. 혼자 두지 맙시다. 한 번만 더 연락하고,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내일 또 만납시다. #메루메루빔


2021년 4월 2일
주홍빛연대 차차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