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추모 성명] 어떤 일을 하든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 강윤성 살인 사건에 부쳐
[추모 성명] 어떤 일을 하든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 강윤성 살인 사건에 부쳐
2021년 8월 26일, 29일 양일 동안 강윤성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9월 7일, 강윤성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노래방 도우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의 무거운 마음을 모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사건은 사회적 취약계층인 노래방 도우미를 타겟으로 한 성노동자 혐오 범죄입니다. 강윤성은 목숨의 위협을 받아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성노동자들의 취약함을 파고들어 범죄에 이용했습니다. 성노동자의 취약함은 우리 사회가 만든 것입니다. 성노동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이들의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노동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성노동자를 범죄에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성노동자들은 범죄피해로 인해 경찰에 신고해도 2차 가해를 당하거나, 인지수사 대상이 되어 성매매 혐의로 처벌받을 위험에 노출됩니다. 이 때문에 성노동자는 범죄 피해자가 되어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성노동자에게 법적 노동권이 존재했다면 적어도 경찰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섣불리 언급하기에 앞서 질문해야 합니다. 강윤성은 왜 성노동자만 죽였습니까? 어째서 어떤 일을 하는(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범죄 취약계층이 됩니까? 왜 아직 목숨의 위협을 받아도 경찰에 신고할 엄두조차 못 내는 존재가 있습니까?
이와 비슷한 사건은 2000년대 초에도 두 차례나 존재했습니다. 2004년 유영철 사건과 2005년 강호순 사건입니다. 대부분의 성노동자는 가정폭력의 피해를 경험하거나, 가정이 해체되어 성산업에 유입됩니다. 또한 성노동자들은 낙인으로 인해 사회적 연결망이 끊어진 채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 몇 달 동안 사라져도 찾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악용했던 것이 유영철, 강호순, 강윤성 살인 사건입니다. 몇 달 동안 연락이 끊겨도 아무도 찾지 않는, 범죄피해를 당해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존재를 타겟으로 했던 성노동자 혐오 범죄였습니다. 성노동자가 계속 살해당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보호할 공공 대책은 지금까지 사실상 전무한 실정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노동자들의 법적 노동권과 안전망이 부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성노동자 혐오 범죄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성산업 종사자를 위해 기본적이고 너무나 절박한 요구사항을 정부에 요구합니다.
하나, 어떤 일을 하든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성산업 종사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라!
하나, 성산업 종사자의 법적 노동권을 보장하라!
하나, 노래방 도우미도 죽어선 안 되는 우리와 동등한 사회구성원이다. 강윤성의 죄를 진중하게 수사하고, 엄중히 처벌하라!
2021년 9월 8일
주홍빛연대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