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기획] 우리가 그리는 미래,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수다회 함께 보기
우리가 그리는 미래,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말하는 사람 : 달연, 데파코트, 모르겠는 사람, 밀사, 바다, 익명, 코토
기획의도 :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도 3, 4단계에서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성노동자들은 감염에 대한 불안을 안고 생존을 위한 노동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안을 볼모로 삼아 성산업 내의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성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착취적인 구조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서 대부분의 유흥업소는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곳을 떠났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곳에 남아 생존해 나갑니다. 2021년 9월, 강윤성 살인사건이 보도되었고 두 명의 피해자가 노래방 도우미였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만약 피해 여성들이 강윤성을 신고하고자 했다면, 성매매 혐의로 처벌받을 두려움을 무릅써야 했을 것입니다. 또한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왔음에도 계속 영업하고 있는 업소의 존재를 밝혀야 했을 것이고, 경찰은 업소들을 단속했을 것입니다. 신고 후 업소에 돌아가게 되면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너 때문에 우리가 단속당한 거다’라는 질타를 받아 강제적인 실직을 경험했을 수도 있습니다. 성노동 프로젝트 5회에서는 성노동자 당사자분들과 함께 성노동자를 둘러싼 차별과 혐오, 안전망 부재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생존과 존엄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 더는 취약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가 그리는 미래,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를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달연 : 반갑습니다! 달연이라고 합니다.
데파코트 :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데파코트라고 합니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퀴어이고, 비건이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줄여서 데코라고 불러주세요.
모르겠는 사람 : 안녕하세요, 모르겠는 사람입니다. 원래도 활동명이 따로 있는데, 진짜 모르겠어서 모르겠는 사람이라고 또 가명을 쓰네요. 그런데 답변들 보시면 제 주변인 분들은 저 누군지 다 아실 것 같아요. 가명 왜 쓰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하기 싫은 것들까지 다 해버리게 된,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과 돈이 되는 것과 돈이 안 되는 것을 전부 하는 사람입니다. (구) 지명 (현) 애인인 아저씨랑 연애 중이에요.
밀사 : 밀사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바다 : 안녕하세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바다입니다!
익명 : 안녕하세요, 익명입니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집에서 누워서 뒹굴거리는 것도 좋아하고, 침대 위에서 간식 먹는 것도 좋아해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퀴어고, 비건 지향이라서 매일 아침은 비건으로 먹기를 실천하고 있어요! 요즘은 ‘헝거게임’ 시리즈에 푹 빠져서 책이랑 영화를 정주행해요.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맘에 들고, 매체가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흥미로워서 좋아해요. 미얀마의 세 손가락 경례가 ‘헝거게임’에서 나온 것 아셨나요?
코토 : 안녕하세요, 코토라고 합니다. 코로나 전에 1년 반 정도 노래방, 1달간 일반 룸에서 일했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강아지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건강상의 이유로 비건 뉴비가 되었어요. 성노동을 쉰 지는 한참 되었지만 탈성매매를 한 것은 아니고요. 언젠간 다시 복귀할 예정입니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성노동이 제 성향에 맞는 것 같아서요... 손님 상대하는 건 별로지만 할 만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아가씨들과 교류하는 게 재밌어요. 그래서 돈을 번다면 최종 목표는 노래 바 차리기!입니다. 수다회에 참여하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Q. 일주일간 어떻게 보내셨어요? 저희 활동가들끼리는 요즘 서로에게 몸과 마음이 어떠냐고 묻는 게 문화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도 지금 몸과 마음은 어떤지 궁금해요!
달연 : 최근 일주일은 비가 자주 왔었죠. 저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 좀 쓸쓸했던 것 같아요. 마감해야 할 일거리들도 많아서 게으름 피우느라 외로워하는 시간이 길었네요. 사랑하는 제 주변 사람들도 그런 듯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모두들 ‘불확실한 미래’를 감당하며 사는 게 이제 점점 벅찬 거 같아요. 특히 사회적 약자인 데다 소수자성이 짙은 제 주변 사람들은 더더욱 그래 보여요. 저는 쓸데없는 망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 펼치고 있는 논리가 있어요.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에 인류는 이 불확실한 미래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각자의 이유로 자살을 해서 멸종할 것이다’ 논리예요. 제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우연히 만나는 사회인들도, 이야기해보면 다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론 조금씩 고장 나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다 같이 고장 나는 느낌은 나쁘지 않네요.
데파코트 : 저는 옛날부터 몸도 마음도 아픈 사람이어서 계속 아팠어요. 성산업 현장에서 만났던 친구가 저한테 이런 얘기를 들려줬어요. ‘나는 어렸을 때 성폭행을 당해서 몸이 더럽혀졌고, 어차피 이미 더러워진 몸인데 무료로 성폭력 당할 바엔 차라리 돈이라도 받고 성폭력을 당하자’라고 생각해서 일을 시작했다고요. 저는 그 말이 너무 공감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친구뿐만이 아니라 다른 언니들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화류 커뮤니티에서도 ‘성폭력을 당해서 이미 버린 몸 이제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일을 시작한 언니들의 이야기가 많았어요. 여성에게 순결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사회에서 성폭력 이후에 여성은 성적으로 굉장히 폐쇄적이 되거나, 반대로 성적 학대에 굉장히 둔감해지고 마비가 되는 것 같아요. 슬픈 일이죠. 성폭력을 당한 여성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나 편견이 없었더라면 어떤 여성들은 성산업에 유입되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성노동자이지만 아직 성노동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될 수 있다면 성노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계속 손놈들이 성노동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려고 달려드니까요.
손놈들은 어떻게든 여자랑 꽁씹 해보려고 성노동자의 번호를 따서 노동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계속 밥 사줄 테니 룸 말고 밖에서 만나 달라 연락해요. 그걸 번역하면 한마디로 나랑 돈 안 받고 섹스해달라는 건데, 돈을 안 주면 왜 한남이랑 섹스해야 하죠? 임신할 수도 있고, 성병에 옮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인데. 룸이 아닌 외부에서 만나게 되면 성노동자들을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와 장치들이 사라지는 거예요. 룸에서 손놈이 나를 때리려 한다, 자꾸 성폭행하려 한다 하면 방에서 나가서 영업진에게 손놈이 때리려 하는데 이 방에서 빼달라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룸 밖에 있는 여자 화장실로 피신을 하면 되는데, 손놈과 외부에서 식사를 하거나 모텔을 갔을 때는 섹스하고 주기로 약속한 돈을 안 주고 날라버리기도 하고, 불법 촬영을 하기 더욱 쉬워지고, 최악의 경우 납치 감금이나 집단강간을 당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룸 외부에서 손놈을 만날 때는 무조건 받기로 약속한 임금을 선불로 받으라고 화류 커뮤니티에 나와 있어요.
그런데 청소년 성노동자나 인터넷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언니들의 경우는 화류 커뮤니티에 접속을 할 수 없어서 성산업 현장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자원들을 얻지 못하기도 해요. 조건만남의 경우 20만 원이 업계 최저임금인데, 청소년분들의 경우 업계에서 정해진 최저임금 기준을 모르셔서 3만 원이나 5만 원을 받고 일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또 청소년분들의 경우 성매매 업소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청소년을 고용하면 벌금 물고 몇 개월 동안 업소 문 닫아서 영업을 못 해요. 그래서 업소에서 면접 볼 때 신분증을 요구해요. 저는 주소, 이름 등 개인정보 다 가리고 주민번호 앞자리만 보여줘요) 그분들은 노동을 하고 성구매자한테 17만 원, 15만 원을 떼인 거예요. 성구매자들도 어떤 성노동자가 더 자원에 접근할 수 없고 취약한지 알고 있어서, 조건만남의 경우 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초짜나 청소년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청소년분들에게는 섹스를 하고 나서 부모님이나 학교에 전화하겠다고 협박해서 돈을 안 주는 경우도 있어요.
모르겠는 사람 : 바쁘고 꽤 보람 있네요! 다행스럽게도 하반기는 본업으로 수입이 꽤 되어서, 지금 8~9월은 성노동으로 번 돈 제외하고도 월 300만 원대 중후반의 수입이 있었어요. 매달 이러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그래서 가게를 진짜 잘 안 나가고 있어요. 나가도 진짜 거의 1~2주에 이틀 정도? 나가봐야 3~4시간씩? 거의 오래 만난 지명들만 보면서 편하게 일하고 있고요. 아저씨랑 지금 연휴 내내 연박으로 호텔 잡아서 종일 붙어 있을 예정이에요. 이거 지금 방에 같은 침대 위에 있는데 넷플릭스 영화 틀어주고 옆에서 일하는 척 노트북으로 몰래 쓰고 있는 거예요. 스릴 넘치고 좋네요. 두근두근해요. 뭐랄까, 플레이하는 느낌? 성노동 인터뷰플. 그런데 수다회에서 이런 말 써도 되나요?
밀사 : 일주일 동안 무얼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Smonday*1라든가 Blursday*2같은 코로나 팬데믹 신조어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조금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음… 이런 말을 해도 될까요? 사실은 오래 알았던 지인분들께서 최근 연달아 세상을 뜨셨어요. 아꼈던 이들의 죽음에 둔감해지는 듯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요.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가는 건 이런 종류의 얄팍한 회피와 방어기제인 것 같고요. 그럼에도 아주 이따금은, 신자유주의와 코로나 팬데믹이 결합된, 어찌 말하자면 사회적 소수자일수록 생존하기에 최악인 지금 이 시대를 우리가 우리로서 산다는 게 도대체 뭘까, 그런 생각이 문득 치밀어 오르곤 해요.
바다 : 저는 요즘 몸은 제일 안 좋은 상태지만 일은 제일 자주 하고 있어요! 최근에 이사도 하고 새로운 업소 출근도 시작했는데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적응하는 중이라 조금 정신이 없이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익명 : 일주일간 내 몸과 마음이 어땠지? 사실 챙길 여유가 딱히 없었어요. 차차 수다회 질문 덕분에 이렇게 되돌아보게 되네요. 아팠던 날도 있었고 슬픈 날도 있었고 스트레스받은 날도 있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날도 있었던 거 같고, 반반이네요. 마음 상태랑 몸 상태는 거의 같이 가는 거 같아요. 안 좋은 습관인 거 알지만, 기분이 나쁘면 먹고 토하는 일이 종종 있거든요. 이번 일주일간은 한 번밖에 안 했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코토 : 무난무난합니다. 두 달 전부터 채식을 시작했거든요. 일단 소화불량이 사라지고 생리불순도 없어졌고요. 배달도 잘 안 시키게 되고. 아직 요리는 잘하지 못하지만요. 재료를 씻고 자르고 불로 조리하고 먹는 행위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설거지까지 마치면 살아가는 느낌이라 요리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좀 알 것 같기도 했어요. 물론 에너지가 있을 때 얘기지만… 일단 식사 전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든 게 요즘 제 기분에 크게 영향을 준 거 같아요. 식사가 덜 두려워져서 평온합니다. 채식 짱...
Q. 지금도 성노동을 하고 계시나요?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 3단계이다 보니, 출근하는 것도 부담이 가고 불안할 거 같아요. 일하고 계신다면 어떤 사람들과 어떤 공간에서 일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일하지 않거나 쉬고 계신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달연 : 저는 지금은 성노동을 하고 있지 않아요. 비어 가는 통장을 보면 다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크게 들기는 하지만 요즘은 부쩍 가족들이 제가 성노동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두려움이 너무 커서 망설여지네요. 부모님 두 분 다 정신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최대한 문제 일으키지 않고 무탈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다행히도 최근의 생계는 예술인 지원사업을 따내서 나온 돈으로 해결하고 있어요. 타투를 하고 있어서 들어오는 돈도 있고. 지원사업이 끝나면 어떻게 생계를 해결해야 할지는 아직 생각해 놓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성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텀이 잠깐이라도 생긴 덕분에 파격적인 색으로 염색도 해보고, 머리도 엄청 짧게 잘라봤어요. 다시 조건이라든가 노래방으로 출근하게 되면 이런 건 못하니까요.
데파코트 : 저는 운 좋게도 이번 연도에는 성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원을 획득하여서 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성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원을 획득하지 못한 다른 여자들은 오늘도 밤을 횡단하고 있겠죠. 가끔 성산업 현장에서 만난 언니들이 생각나요. 제가 화장을 잘 못 해서 화장하는 법도 알려주시고, 일할 때 입는 옷도 어디서 사야 하는지 알려주시고, 술도 대신 먹어주시고, 성폭행을 당하지 않도록 지켜주시고, 또 코로나로 영업정지가 되었을 때 아직 영업정지가 안 된 지역의 일을 소개시켜주셔서 돈을 벌게 해 주신 언니도 계세요. 실장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요. 하루에 얼마 번다느니, 좋은 손놈이라느니. 그런데 정작 실제로 일해보면 실장이 말한 금액만큼 못 벌고, 좋은 손놈이라고 말한 새끼는 좆같은 손놈이거든요? 그런데 언니들이 주는 정보는 진짜예요. 언니가 직접 일해보고 알려준 것이니까. 그래서 좋은 노동환경을 찾으려면 화류 커뮤니티 언니들 게시판이나, 장미계*3를 통해서 정보를 얻으시는 게 좋아요. 성산업 현장에 대해 아는 것 없이 일을 시작하게 되면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정작 성노동자들끼리 세이프 가이드를 공유하면 정작 성노동과는 전혀 연 없고 앞으로도 성노동하지 않을 사람들이 찾아와서 청소년을 성매매로 유인한다고 욕해요. 그게 트롤링이라는 걸 그 짓을 하는 사람들이 인지하면 좋겠네요.
모르겠는 사람 : 작년에 잠깐 일했던 키스방*4에 올해 2월에 다시 복귀해서 지금까지 쭉 일하고 있어요. 거리두기는 사실 작년이나 올해 초까지는 그래도 좀 손님들이 자꾸 물어보니까, 지들이 와놓고서는 굳이 나한테 ‘이런 데서 일하면 코로나 안 무서워?’하고 물어보니까 그래도 좀 신경 쓰였는데, 요즘은 ‘나 백신 맞고 돌아왔다’, ‘무적이다’, ‘하나도 안 불안하다’ 뭐 이런 말들을 뿌듯하고 당당한 태도로 말하는 걸 계속 들으니까 진짜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나도 무적의 사람과 같이 있는 것 같고 좀 웃기고 그래요.
밀사 : 정말 운이 좋게도, 작년 봄에 결혼한 이후엔 적어도 먹고 살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는 많이 덜게 됐고요. 심각한 번아웃을 완화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건 휴대폰 게임과 자캐커뮤*5인 것 같아요.
바다 : 지금은 조건 사무실*6에 출근하고 있어요! 주로 오피스텔이나 원룸 형태의 마사지 업소에서 일해와서 혼자서 일하는 건 익숙하지만, 조건 사무실은 사무실이 따로 없어서 대기시간에 밖에 서 있는 일이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그래서 건물 안에 들어가서 숨어있거나 지나가는 사람인 척 서성거리며 대기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익명 : 제가 하는 일을 성노동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종종 랜덤채팅이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으로 사람을 만나서 적당히 이야기하다가 상대방이 몸 사진을 요구하면 보내주고 그 대가로 문화상품권이나 적당한 가격대의 기프티콘을 받고 그래요.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건 아니지만 돈 나갈 데가 종종 생기기도 하고 또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는 날도 있으니까 비정기적으로 일하네요. 프리랜서랑 비슷한 걸까요.
코토 : 저는 앞서 말했듯 휴직 상태고요. 18년도부터 강아지가 많이 아파져서 동물병원을 다니다가 호스피스 하느라 정신없이 살았던 거 같아요. 약 먹이는 시간만 6시간 정도 있거든요. 12시간 간격으로 먹이는 약이 있고, 그 약을 먹이고 1시간 뒤에 식사를 시켜주고, 또 1시간 뒤에 먹여야 하는 약이 있고, 공복에 먹이면 좋을 거 같은 영양제들.... 가령 유산균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인다거나. 약 너무 많이 먹으면 싫어하니까 스트레스 덜 하라고 타우린이나 밀크씨슬 같은 것들은 식사 후 세 시간 뒤에 먹이고 그랬어요. 그럼 루틴이 딱 짜여지거든요. 무조건 자야 하는 시간과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생겨서. 신부전을 앓던 아이라서 나중엔 피하 수액 하고 산책하는 시간 따로 또 정해 놨어야 했구요. 그렇게 2년 반 살다가 무지개다리로 보내주고 근 1년간은 좀 허전한 상태로 살았어요. 사실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을 때가 있어요. 걔가 죽었다는 게. 강아지가 떠난 후엔 트위터나 게임을 합니다. 또 간혹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강아지는 먼저 간 아이에 비해 아프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취미를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언제 또 호스피스를 할지 몰라서 출근 또한 미정이에요. 확진이라도 되는 날엔 집에 비상이 걸려버리니까요.
Q. 한동안 일을 쉬다가 돈이 없어서 모 유흥업소에 출근해볼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거리두기가 4단계였어요. 그런데 그 지역에 단속이 뜨면 도지사랑 경찰이 직접 온다는 거예요. 식겁해서 마음을 접었죠. 생계도 생계지만, 단속도 정말 두렵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조건을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조건은 아무런 안전망이 없으니 노동환경이 더더욱 위험하고 취약하잖아요.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생존을 위해 나의 취약성을 어디까지 거래할 것인지가 고민되었어요. 일을 쉬고 있을 때는 일반 일을 구해보려 하다가도 무작정 두려움이 앞서는 거예요. 내가 성노동이 아닌 일도 적응할 수 있을까, 이 돈으로 생존해나갈 수 있을까 하고요. 일반일과 성노동의 간극이 엄청 크잖아요. 성매매 현장 바깥으로 나와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매 순간 감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성노동을 안 하고 있더라도, 코로나 시대에 성노동 경험 당사자로 살아간단 건 성노동 경험이 내 삶에 남긴 큰 흔적을 마주하게 되는 일 같아요. 여러분도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코로나 시대에 성노동자로 살아왔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달연 : 너무... 너무 할 이야기가 많네요. 어떻게 생각하면 반대로 없기도 하고요. 왜냐면 ‘코로나 시대가 아니더라도’ 성노동자로서 노동하는 건 매 순간 나의 모든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었으니까요. 제가 감각하기에 코로나 이후에 가장 달랐던 건 아무래도 일자리가 너무 현저하게 줄었다는 거 같아요. 성노동 이외의 선택지가 사라진 거. 어차피 저는 우울증이 굉장히 심하고 경증장애가 있어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데 장벽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일용직은 할 수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꼭 저뿐만 아니더라도 모두에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니까 그냥 절대적으로 모든 구인구직 자체가 어려워졌죠. 정말 정신 건강하고 체력 좋고 스펙 좋은 사람들은 괜찮을지 몰라도, 저처럼 어딘가 취약한 사람들부터 곤란해지기 시작한 거죠. 유흥주점도 마찬가지로 문을 닫으면서, 정말 조건이 활발해진 게 맞는 거 같아요. 저도 코로나가 터지고 처음 조건을 시작했거든요.
감염이 무섭고, 내가 성노동을 한 게 밝혀지면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인간관계와 스펙이 무너지는 게 무섭고... 조건을 하는 당사자들도 다 알죠. 애초에 다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시작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여타 3D 직종도 그렇듯이 안전은 잠시 눈 딱 감고 유예시키는 거예요. 이 손님이 감염자일지 아닐지 운에 맡겨 보는 거죠. 성노동하던 사람들은 원래 늘 해오던 거잖아요. 이 사람이 나를 강간할지 아닐지, 죽일지 아닐지 늘 각오하고 노동해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러니 지금 당장 생계가 급하니까, 일자리가 안 구해지니까 조건을 하게 되었던 거 같아요. 세상에 자리가 자꾸 없어지는데 어떻게 해요. 밖에도 나오지 말라고 하고. 그렇다고 우리가 흙만 먹으면서 살 수도 없는데. 또 계속해서 국가에서는 ‘조금만 참아보자’고 하고. ‘조금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하니까... 정말, 아, 이번 주까지만 조건하는 거야. 언젠간 다시 조금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겠지. 계속 이런 식으로, 지원금으로, 조건해서 돈 번 걸로, 하루살이. 내 안전을 유예하는 거였어요. 누구의 말도 맹신할 수 없다는 거 알지만... 괜찮을 거라고 무작정 믿고 싶었던 거죠.
데파코트 : 저는 사람들이 성매매 업소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상처가 됐어요. 성매매 업소는 수많은 여성들의 노동 현장이고 생계수단이거든요? 성매매 업소가 문을 닫으면 타격을 입는 건 실장, 영업진, 포주만이 아니라 성노동자 여성들이에요. 또 어느 페미니스트분이 성매매 업소에 방문한 사람 머리 위에 ‘성매매 업소 갔음’이라는 표시가 떴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로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럼 성산업 현장에서 성노동을 한 여자들의 머리 위에도 ‘성매매 업소에 갔음’이 뜨겠죠? 그리고 그 여성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겠죠. 수많은 성구매자들보다 더 빠르고 신속하게. 남자가 아니라 같은 페미니스트가 인권 감수성 없이 그런 말을 하는 게 더 상처가 되는 것 같아요. 페미니스트 동료이자 연대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들이 성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배제하는 발언들을 서슴없이 하니까. 유흥업소 종사자 중 룸 업주와 가게에 점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영업진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성노동자는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어요. 성노동자들은 노동자, 접객원으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거든요. 유흥업소 접객원으로 등록을 하면 노동청의 남직원이 내가 성노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거잖아요. 업소에서 내 실명을 알게 되고요. 네 실명, 네 집 주소 다 안다, 그걸 빌미로 영업진이 성관계를 요구할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누가 유흥 접객원으로 등록하려고 하겠어요? 다른 직장을 구했을 때 이전 직장을 조회해볼 수도 있는 건데, 그럼 다른 직장의 인사담당자가 내가 성노동자라는 거 알게 되는 거잖아요. 그걸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거나 성적 학대에 노출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세상 어디에도, 친구에게도 내가 성노동자라는 사실을 말할 수 없어요.
예전에 제가 성노동자라고 말했다가 사이가 멀어진 친구가 있거든요. 제가 성노동자라고 말하고 나서부터 저한테 더는 연락을 안하더고요.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페미니스트인 친구여서 이 사람은 나에게 안전한 사람이겠구나,라고 나름 판단하고 말을 한 건데도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성노동자라는 사실도, 내가 성산업 현장, 나의 노동 현장에서 겪은 힘듦도 누군가와 나눌 수 없어요. 사회에서 계속 성노동자들을 취약한 곳으로 내모는 것 같아요. 성폭력 피해자나 성소수자들이 자살을 택하는 것처럼, 사회에서 고립당하고 배제되고 있다고 느끼면 누구든 무력감과 외로움, 절망을 느껴요. 꼭 마치 성노동자들에게 자살을 권하는 사회 같아요. 그래서 주홍빛연대 차차의 행보가 너무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져요. 차차가 있어서 혼자라는 감각이, 외로움이 덜어진 것 같아요.
저는 노래방 도우미*7에서 시작했는데, 화류 커뮤니티에서 강남 셔츠룸*8에 가면 같은 시간에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셔츠로 이직했어요. 지역마다 티씨*9가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노래방 도우미 티씨는 아가씨 티씨가 1시간에 35,000원, 미시*10 티씨가 20,000원이었던 것 같아요. 노도에서 일한 지 좀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티씨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그런데 화류 커뮤니티에 들어가니까 강남 셔츠룸에서는 1시간 30분에 티씨가 10만 원이라는 거예요. 세상에, 노도는 1시간 30분이면 52,500원인데, 세상에, 47,500원이나 덜 받고 일을 했던 거예요. 그래서 정말 셔츠룸에 가니까 하루에 50만 원을 벌었어요. 물론 셔츠룸이니까 미용실에 가서 아가씨 헤메(대략 8만 원)를 받아야 했지만, 그래도 노래방에서 저녁 8시에서 오전 4시까지 8시간 일해서 15만 원~20만 원을 번 것보다 더 벌었어요. 제가 일했던 보도 사무실의 경우 일하는 아가씨가 10명 미만인 영세한 사무실이어서 실장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다른 보도 사무실과는 달리 일명 ‘발보도’, 걸어서 콜이 들어온 노래방으로 이동하는 곳이었어요. 다른 사무실에 출근하는 언니들이 20명인 것에 반해, 저희 사무실에서는 저를 포함해서 하루에 3명 정도의 언니가 출근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초이스를 볼 때 저 혼자만 다른 사무실이어서, 다른 언니들은 같은 사무실 언니들하고 얘기하고 수다도 떨고 친구가 있는데 저만 혼자인 것 같아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도 일을 몇 개월 하니까 다른 사무실 언니 중에서도 안면을 트고 인사하는 언니들이 몇 명 생겼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언니는 저를 많이 챙겨주시고 보호해주셨던 미시 언니예요. 제가 화류 쪽 일이 처음이다 보니까 성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저를 보호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손놈 새끼가 터치(성추행)할 때 오래 일한 언니들은 스킬 있게, 손놈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거절했는데, 저는 그걸 몰라서 성추행, 성폭행을 많이 당했어요. 룸에는 남자 화장실이 딸려있는데, 그곳에서 성폭행이 많이 일어나거든요? 땁방*11도 아니고 단체방이었는데 제 파트너 손놈이 저를 룸 화장실로 끌고 가는 거예요. 그때 방에 같이 들어간 미시 언니가 그 손님이 절 화장실로 끌고 가는 걸 말려주셨어요. 그래서 그날은 성폭행을 안 당할 수 있었어요. 그 뒤로 저보다 일한 지 오래된 언니들이 저한테 술 버리는 방법이나(술에 취하면 성폭력에 취약해지고 일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손놈들의 성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제가 많이 취했을 때 저 대신 흑장미로 술을 대신 마셔주신 언니도 있었고요. 실명도, 거주지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지만, 대부분의 성노동자들은 손놈으로부터, 성산업 현장에서 서로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려고 해요. 저는 그게 성노동자들 간의 의리이고 연대라고 생각해요.
비성노동자들이나 성노동자 혐오 페미니스트들은 성산업 현장을 문란하고 타락한 공간, 오로지 폭력만이 존재하는 공간이라고 상상하는데, 성산업 현장에 성구매자인 손놈과 성산업 자본가인 실장이 행하는 폭력은 많이 존재하지만, 성노동자들 간에는 우정과 관계, 연대가 존재해요. 실제로 몇 년씩 성산업 현장에서 일한 언니들은 서로의 집 주소도 알고,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친구이고 동료가 되는 거죠. 성산업 현장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바라보면서 포주와 성산업 자본가에 대한 비판에만 천착하여 성노동자들의 연대를 지우는 것은 여성들의 연대를 지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성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굉장히 극대화하여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프로파간다로 동원하지만, 성산업 현장에서의 여성연대나 성노동자 여성들의 투쟁과 파업, 연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무관심하고 외면하는 것 같아요. 셔츠룸에서 티씨를 10만 원에서 9만 원으로 임금을 깎은 적이 있었는데, 이때 언니들이 셔츠룸에 출근하지 말자고 집단 파업을 해서 셔츠룸 티씨가 다시 10만 원으로 올라갔어요. 이런 성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을 말하고 기록하는 곳은 페미위키와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말고는 거의 없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워요. 사람들이 성구매자와 실장, 성산업의 착취적인 구조를 비판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현장에서 착취당하고 또 저항하고 투쟁하는 당사자인 성노동자의 목소리와 역사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어요.
모르겠는 사람 : 노래방 도우미로 일한 지 두 달 겨우 넘겼을 때 코로나 폭격을 맞았거든요. 일을 하던 사무실이 쭉 휴무 공지를 때려서 갑자기 출근할 곳을 잃어버렸어요. 그때 지인이 일하던 키스방에 따라가게 되어 그 가게에서 지금도 일하는데. 그때, 코로나 때문인지 가게가 좀 조용했어요. 하필 그때 NF*12였고, 손님들이 자꾸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 매니저 일 가르치는 척 꽁씹*13하려고 하고. 그런데 무섭다기보다는 뭐랄까, 이 돈 받고 섹스해 줄 거면 차라리 조건만남 하자, 하는 마음으로 가게를 그만두고 조건만남을 했어요. 그러다 긴 밤 사기를 당하고 새벽 내내 꽁씹당한 몸으로 지하철 10 정거장 거리를 집까지 맨발로 빈손으로 걸어가면서 ‘아, 이 짓도 할 건 못 되는구나’ 싶어서 조건계도 곧 그만두고 결국 2월에 다시 키스방에 복귀했죠.
내 발로 점점 진흙 속으로, 점점 더 밑으로 걸어가는 걸 내가 계속 스스로 깨닫는데도 통장 잔고를 보면 아무 생각이 안 들었어요. 본업이 예술노동자인데, 자꾸 뭐가 사라지고 취소되고 축소되어서. 착실하게 쌓아둔 통장 잔고가 비어가는 게 내가 내 발로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것보다 더 무서워서. 지금도 사실 계속 은퇴 날짜를 생각해요. 다이어리에 은퇴 일을 적어놨는데, 그게 다음 달 말이거든요. 왜 이번 달이 아니고 굳이 다음 달, 그것도 말일이냐면, 작년처럼 갑자기 또 수입이 없어질까 봐. 그만두지 않을 수 있는 구멍을 열어두느라고 다음 달 말일이에요.
밀사 : 저의 경우에는, 2017년 여름부터 2018년 여름까지 성노동을 한 게 제 인생의 마지막 성노동이었어요, 일단 지금까지는요. 애초부터 고도비만이라 '사이즈*14'에서부터 걸리기 때문에 랜덤 채팅 어플을 이용한 조건을 해야만 했죠. 일하기 전엔 언제나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번 만남에선 안전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될까, 느끼게 된다면 얼마나? 혹시 죽게 될까? 어떻게 죽게 될까? 그런 생각들은 본디 있던 정신질환 그리고 자살사고와 정말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서로를 부추기며 일상을 물들이기 일쑤였죠. 요컨대 생존을 위한 취약성의 거래 문제는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성산업 시장에 진입한 내게 ‘팔릴 만한 것’이 얼마나 있는가, 끊임없이 자기 검열하며 거진 강제적으로 뒤따르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성노동을 하게 되면 스스로의 몸을 부위별로 조각내고 값을 매기며 ‘팔리는 값’을 높이기 위해 어딜 어떻게 깎아야 하고 살은 얼마나 빼야 하고…… 이런 식으로 자신의 몸을 사물화하는 경험이 뭐랄까, 강요되는 지옥 같은 거잖아요.
‘코로나 시대에 성노동 경험 당사자로 살아간단 건 성노동 경험이 내 삶에 남긴 큰 흔적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라는 말씀에 그저 강하게 동의할 수밖에 없네요. 유흥업소 관련 뉴스와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는데 정말 안 되겠어서 성노동을 하려고 하는데 입문자에게 도움 되는 정보나 조언을 부탁드려도 되느냐는 페잉 메시지의 질문들을 볼 때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에요. 이 시대가 모두에게 가혹하다면 취약한 사람들, 특히 성노동을 고민하거나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더욱 가혹할까 하는 생각에요. 일종의 과도한 감정이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냥 언젠가부터는 제가 성노동 관련 사안에서 현직 성노동자 당사자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더라고요. 과도한 감정이입이든 아니든, 내가 이렇게 느끼고 그것 때문에 시시때때로 상심하는 건 엄연한 진실이고, 이걸 제가 어찌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바다 : 저는 작년까지 지방에 있는 마사지 업소*15에서 일했었어요.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손님이 많이 줄었고, 출근해서 한 명도 받지 못하고 8시간 내내 방에서 시간만 때우다가 퇴근하는 일도 종종 생겼습니다. 점점 수입이 안 나오니까 수도권에 있는 마사지 업소로 옮겼어요. 새로 출근한 업소는 애무와 핸플 마무리만 하는 마사지 업소이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손님들은 삽입을 하려는 목적으로 찾아왔었어요. 서비스 수위에 대한 이야기도 출근하러 간 날 처음 듣게 되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위가 높아서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곳을 알아볼 여유가 없어서 바로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인데도 손님은 많았고 저는 출근할 때마다 무리한 양의 손님을 받아야 했어요. 돈 걱정이 줄어서 다행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저한테는 손님을 덜 받거나 더 받거나 하는 선택권이 거의 없었어요. 하루에 7~9명의 손님을 받았고 12시간 정도씩 거의 쉬지 못하고 일을 했습니다.
매번 무리하게 많은 손님을 받고 또 억지로 삽입당하거나 삽입당하지 않기 위한 싸움을 하면서 성기에 상처가 나는 일은 늘 있었고, 잦은 질염으로 병원도 자주 다니게 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서 일을 쉬고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일을 하지 않아 돈이 부족해지니까 일을 다시 구하게 되었는데 또 성노동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전보다 코로나 장기화로 손님 유지에 대한 압박은 더 심해졌고, 단속 이야기도 더 많이 들려오고, 꽤 오랜 기간을 쉬기도 했고 다시 일하려니 막막하고 두려워서 결국 일반 일을 하기로 했어요. 일반 일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경력이 부족했고 이력서를 보내도 연락 오는 곳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가 보험사의 아웃바운드 콜센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5일을 9시간씩 일해서 한 달에 받는 돈은 140만 원 정도였습니다. 더 이상 감염 걱정, 단속 걱정, 생사를 걱정하며 출근하거나 수위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됐지만, 영업이 정말 안 맞았고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져 콜센터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게 되었어요. 그다음 일하게 된 곳은 마사지 업소를 광고해 주는 광고 회사였는데, 영업 전화를 돌리는 아웃바운드 업무였어요. 일이 안 맞아서 오래 다닐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일을 골라서 다닐 선택지가 별로 없었어요. 결국 수습 기간 이후에 해고당했습니다. 더는 갈 곳이 없어진 저는 다시 성노동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조건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익명 : 저는 자유가 되게 없는 사람이에요. 가족이랑 같이 살고 있어서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고요. 그러다 보니 할 수 있는 경제 활동이 너무 한정되어 있어요. 용돈은 쥐꼬리만 한데. 집 안에서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뭐 얼마나 되겠어요. 그러니까 가끔 사진 보내 주고 기프티콘이나 문상받고 그러는데, 보통은 거기서 끝내려고 하는데, 앞의 스몰토크가 너무 길어진 거예요. 상대방이 제 이야기를 너무 많이 알아 버린 거죠. 자기랑 만나든지 사진 유포당하든지 고르라고 해서 가족 몰래 외출해서 모텔에 갔어요. 그냥 뭐, 돈 조금 더 받는다 생각하고 눈 딱 감고 나갔다 왔는데 집에 돌아오니까 그 근처에서 확진자가 나왔더라고요. 만약에 내가 코로나에 걸렸으면 어떡하지? 내가 어디서 누구 만나서 뭐 했다는 사실이 가족한테 알려지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에 되게 막막해졌어요. 다음 날부터 미열이 있어서 겁이 덜컥 나는 거예요. 근데 검사받으러는 못 가겠고. 혹시 확진이면 어떡해요. 그래서 그냥 집에 틀어박혀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 안 보고.
코토 : 확진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예전처럼 사이즈도 나오지 않아서 일당 형식으로 일반 일을 한 적이 있어요. 돈도 돈이지만 노동 강도 때문에 결국 디스크가 터져버렸죠. 저도 몸이 성한 편은 아니라서요. 결국 도수치료니 뭐니 하면서 돈이 더 나갔어요. 디스크가 있다 해도 성노동은 출퇴근이 자유로우니까 출근하고 싶은 욕망이 정말 강해지더라구요. 제가 했던 일반 일은 특성상 사람들과 수다 떨거나 하진 않았는데, 그곳에서 잘 적응하고 무슨 일이든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 박탈감이 생겼었어요. 나는 이 세계에 녹아들 수 없는 걸까? 테이블에선 사람 상대 잘하는데 왜 여기선 그게 안 되나? 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몸도 마음도 이 무리에서 붕 떠있는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곳에서 저는 묵묵히 일하는 사람처럼 보였겠지만요. 할 말이 없어서, 혹은 성노동했던 것을 들킬까 봐 입 다물고 일할 수밖에 없었죠. 예전에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한 번은 ‘빠다리 났다*16’는 말을 썼었는데 나중 가서 아차 싶었거든요. 화류계 언어가 저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올까 봐 일반 일을 할 땐 말 그대로 죽 닫고 있을 수밖에 없더라구요.
Q. 코로나 시대가 되어 성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더욱 취약해졌다 느낍니다.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성노동자들은 신고하려고 해도 성매매 혐의로 처벌받을 두려움을 무릅써야 하는 건 물론, 만약 현재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온 업소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면 신고 후 경찰 단속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잖아요.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도요. 성노동자가 성매매 현장에서 경험하는 폭력을 드러내기 더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면서 경험했던 안전망의 부재에 대해, 그리고 이 안전망의 부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거라 느끼는지, 우리가 경험했던 ‘폭력’을 왜 ‘폭력’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없었는지 이야기 나눠봤으면 합니다.
달연 : 안전망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 같은 게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 같아요, 성노동에 종사할 때. 저는 솔직히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는 다른 동료들이나 사장님이 그래도 조금 배려를 해준 케이스라서 ‘아, 그래도 이 정도는 내 권리 챙길 수 있구나’ 생각해서 의외였을 정도예요. 정말 사회에서 생각하기에 그만큼 성노동 현장은 성노동자가 안전망 같은 걸 따지면 사치라는 느낌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구매자들도 당연히 해야 하는 피임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을 ‘매너’라고 생각하고 ‘나만 한 고객이 어딨냐’ 소리 하는 거죠. 이 모든 걸 가리는 건 결국 ‘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논리로부터 시작된 거라고요. 돈을 줬으니까 나는 이 성노동자한테 폭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얘는 돈이 필요해서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니까.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파는 애니까. ‘뭐든지’라. 우린 서비스만 허락한 거지 나머지도 다 허락한 게 아닌데. 그들은 마치 성적인 부분을 내주면 모든 것을 준 것인 양 생각하죠. 가부장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해서 엄청난 괴물이 탄생한 것 같네요. 그리고 그들은 돈을 주고 ‘사랑’을 주는데 이게 왜 폭력이냐고 말하네요.
데파코트 : 제가 일할 때 업소에 경찰과 구청 공무원들이 같이 단속을 나온 적이 있었는데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운 좋게 단속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성매매 혐의가 범죄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공포스러웠어요. 그리고 룸에서 초이스를 볼 때와 테이블을 볼 때 마스크를 내려야 했어요. 저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고 싶은데 업장에서 마스크를 못 쓰게 하니까 그것도 무서웠어요.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지는 거잖아요. 그때 SNS에서 일본의 성노동자 전용 마스크가 돌았었는데, 이런 거 만들 시간에 룸에 가지 말라고 해서 그때도 비성노동자와의 온도차를 느꼈어요. 룸에서 노동하고 있는 성노동자인 나에게는 그 ‘이런 거’라도 절실하게 필요한데. 그저 성노동자들을 성산업 현장에서 이주시키려고만 하고 현장에 있는 성노동자 당사자의 안전이나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성산업 현장이 문을 닫는다는 건 성노동자들이 생계수단을 잃고 실직자가 된다는 건데,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릴 위험도 무릅쓰고 업소로 출근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성노동자 여성 중에는 혼자서 아이를 양육하는 비혼모 한부모 가정의 가장인 언니들이 종종 있어요. 그 언니가 그 가정의 가장인데 그 언니의 직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거예요. 그럼 언니가 양육하고 있는 아이는 어떻게 먹여 살려요? 가사 노동이나 육아 노동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단기간, 단시간에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성노동을 하는 걸 텐데, 이건 비혼모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 언니에게 기본소득 100만 원이나 가사 노동과 육아 노동을 하면서도 동시에 할 수 있는 노동이 있다면 그 언니는 그 일을 했겠죠. 근데 그런 일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유흥업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페미니스트들이 입을 모아 유흥업소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하잖아요. 그럼 언니들은 뭐 먹고 사는데요. 지들 입만 입인가. 성노동자도 입 있는데, 밥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래서 성노동자 활동가분이 유흥업소 문을 닫는다는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엄청난 사이버불링을 당하셨잖아요. 저는 다른 성노동자분들의 권리를 위해서 그분이 대표로 인권에 무감한 사람들의 돌을 맞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소득 100만 원에서 120만 원이 있었다면 많은 여성들이 성산업 현장에서 탈주해 탈성노동할 수 있을 텐데, 실제로 성노동자들이 탈성노동할 수 있는 자원은 마련하지 않고 나의 눈에 보이는 곳에서 쫓아내기 급급하잖아요. TV에서 유흥업소 확진자나 단속에 대해 보도할 때도 성노동자 여성들의 얼굴만 모자이크 해서 방송을 하고요. 왜 성구매자의 모습은 코빼기도 안 비치면서 왜 성노동자 여성의 몸만 찍어서 방송에 송출하나요? 얼굴에 모자이크를 해도 그 언니 주변 사람들은 그 언니인 걸 알 수 있게 되는 건데 뉴스에서 강제 아웃팅을 하는 거잖아요. 한국에서 성노동자인 걸 아웃팅 당하면 그 여성은 삶에서 거의 모든 것을 잃어요. 그 언니의 삶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거잖아요.
질문해주신 것처럼 영업정지가 되어 룸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개인 조건, 보호장치 없는 프리랜서 성노동을 하게 돼요. 갠조는 룸에서보다 더 쉽게 불법 촬영을 당할 수도 있고, 납치 감금, 집단강간 등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성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룸보다 더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현장이죠. 또 반성매매 캠페인 한답시고 개인 조건하는 성노동자 분들 계정을 정지시키는 폭력적 행위를 하는 반성매매론자들도 있는데, 그렇게 계정이 정지된 성노동자 분들은 랜덤채팅으로 가서 이 사람이 나에게 안전한지, 내가 이미 본 적 있는 손놈인지 신원이 불분명한, 정보가 없는 사람들과 만나게 돼요. 이미 만난 적 있는 손놈들 리스트도 날아가는 거구요. 반성매매론자들이 성노동자를 위해 한다고 하는 행위들의 절반 정도가 오히려 성노동자들을 열악한 현실로 쫓아내는 일 같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
사람들은 성노동자가 성산업 현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성폭행을 당하면 그건 강간이 아니라고 말해요. 내가 성노동자니까 강간당해도 되는 여자라고 생각해요. 성산업 현장에 우리가 존재하는 건 강간당해도 괜찮아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예요. 사람들이 비인간동물들이 당하는 폭력은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성노동자들이 당하는 폭력도 ‘당연한 거라고’,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일단 내가 성노동자라고 말하면 친구를 잃는데, 친구가 사라지는데 내가 당하는 폭력을 어떻게 말해요.
모르겠는 사람 : 이거 집합 금지나 코로나랑은 다른 이야기기는 한데요, 최근 경험한 ‘안전망의 부재’라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늘 자기가 본 매니저들 이야기를 하는 손님이 있어요. ‘같은 가게 매니저 누구가 어디로 이사 갔지 않냐, 아, 넌 모르려나’라는, 정말 위험한 매니저 신상정보 이야기나 뭐 ‘누구는 잔잔바리로 오래 일하는데 누구는 맨날 대주다가 힘들어서 빨리 그만둔 것 같다’ 그런 수위 이야기를 하거든요. 의도는 뻔하죠, 자기 위치 확인시키면서 수위 빼달라는 거겠죠. 그런데 그런 식으로 다른 매니저들 이야기를 하는 걸 그냥 저에게만 하지는 않을 거잖아요. 그 새끼 메모장 보면 지금까지 본 매니저들이 다 쓰여 있는데 우리 가게에서만 20명 이상 봤거든요. 사장님이랑 친한 매니저들도 있고, 그 손님은 블랙*17도 꽤 쌓였을 것 같은데 분명 이런 이야기가 사장님 귀에 안 들어갔을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가게 자체에서 블랙을 안 걸까. 너무 이상했거든요. 그런데 꽤 자주 봤다던 매니저한테 블랙 걸리고 사장님 뵙기 머쓱해서 저라도 예약했다던 날, 지가 지 입으로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꾸준히 가게 돈 벌어주니까 가게 차원에서는 블랙이 아직 안 걸린 것 같은데’라고. 그런데 이게 진짜 이 손님 말 받아주는 게 싫은 내가 혼자 블랙을 먹인다고 될 일인가, 내 이야기도 이제 그 실타래에 섞여 여기저기 짜깁기되어 퍼질 텐데. 좀 허탈해지더라고요. 우리 사실은 결국 가게에서는 돈벌이 수단이잖아요. 아무리 가게에서 ‘공주님 우대’를 외쳐도요.
우리는 서로에게 손님 이야기나 수위 이야기를 할 수 없는데 손님들은 오픈된 사이트 말고도 톡방에서도 서로 누가 수위를 잘 빼주나, 그런 이야기를 공유하고, 매니저들한테 이상하게 말 퍼뜨리고 다니고. 방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잖아요. 매니저와 손님 둘이 있는 방이니까 되게 개인적인 일로 취급당하는데 그걸 손님들이 악용하잖아요. 우리는 일대일이지만 저들은 아니잖아요. 우리는 뭉칠 수 없게 계속 관리되는데, 저들은 아니잖아요.
이게 되게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어요. 정해진 선도 수위도 없고 다 내 하기 나름이라는데, 이걸 손님들이 이용해먹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말할 수 없는데 지들은 이걸 다 공유하고 데이터화해요. 그럼 어쩌겠어요, 점점 손님들이 바라는 수위는 올라가고, 우리는 돈에 상황에 분위기에 떠밀려서 어, 다들 진짜 하는 건가 봐, 해야 하나 봐, 하고 합의라는 이름으로 섹스하고. 저는 헷갈리는 일이 너무 싫어서 저 자신을 속여 가며 제가 존나 즐거이 섹스하고 있다고 자기최면 중입니다. 이런 과정을 출근 때마다 거치는데, 그러다 정말 폭력을 당하더라도 폭력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쉬이 나올 수 있을까요. 내가 스스로 이건 폭력이 아니고 합의고 내 욕망이고 사실 내가 쟤들 맘에 들어서 골라서 섹스하는 거라고 자기최면을 해왔는데요. 하하, 씨발.
밀사 : 저는 무엇보다도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며, 사람들이 성노동자를 혐오할 정당한 구실이라고나 할까, 그걸 찾아서 너무나 신나 하는 게 절로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걸 느낄 때마다 참담하고, 또 그만큼 성노동자들이 사회적 안전망의 지독한 사각지대에 있다는 엄혹한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고, 그렇네요. 사실 성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너무나 취약하고 자원이 없어서 방역이라는 공공선의 달성에 참여조차 못 하는 사람들이, 다시금 공공선의 달성에 해만 끼치는 해악적인 무리로 멸시당하고, 마땅한 공공의 적으로 너무나 부당하게 낙인찍히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는 각자도생해야 하지만 절대로 타인에게 구걸하거나 의존하거나 피해나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 너무나 비정하고 가혹하게, 또 불합리하고 비합리적으로 느껴집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저는, 서로의 못남, 불결함, 해로움 등을 포용함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나은 생존책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하거든요. 이런 세계관에서는 개인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지 않으며 공론장에서 진지하게 고려하고 또 모두를 돌보기 위한 의무와 규칙들에 한 줄씩 무언가를 추가해나가는, 그런데 이제 그렇게 항목을 추가하는 일들이 서로를 옥죄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삶을 더불어 꿈꾸게 되는, 그런 것이 가능하겠죠.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반대니까요. 잘 살아야 하지만 피해는 각자 알아서 처리해야 하고? 알아서 처리 못 하면 그건 그것대로 비난의 구실이 되죠. 누구도 안전망을 공공의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당연히 안전망이 사라지고, 앞에서 서술한 과정을 거쳐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점점 공회전하고 강해지고.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말해버리고 나니 정말 씁쓸하네요.
바다 : 마사지 업소에서 일할 때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손님이 점점 줄어들자 이전보다 더 높은 수위를 요구하는 손님도 받아야 했었어요. 실장은 손님이 너무 없어서 겨우 잡은 거라며 손님을 가리지 않고 받았고, 개수를 채우려면 싫은 걸 억지로 시도하거나 폭력적으로 구는 손님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지명으로 만들어야 했고요. 또 종종 경찰에게 신고한다는 협박을 하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도 있었어요. 한 번은 힘으로 억지로 삽입하려 해서 아프다며 밀어냈더니 돈을 아예 안 주고 도망간 손님도 있었어요. 사장에게 연락해서 이야기하니 서비스가 별로다, 마인드가 안 됐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냐, 이런 식이면 당연히 돈 못 내지, 하면서 버럭 화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사장이 돈을 내라고 하자 경찰에게 신고할 거라며 난동을 부렸어요. 결국 손님에게서 돈을 받아낼 수 없었고, 사장은 손님에게 돈 못 받은 건 제 잘못이라며 돈을 채워줄 수 없다고 해서 실랑이를 벌여서 겨우 돈을 받아냈습니다. 저는 경찰에게 단속받아 성노동을 그만둔 경험이 있었고, 진술서를 작성하며 당했던 부당한 일과 강압적인 분위기가 두려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손님에게 폭력을 당하는 와중에도 경찰을 불러야 하는지 수도 없이 고민만 하다가 결국은 조용히 넘어갔던 것 같아요.
익명 : 취약한 환경이죠. 사진 유포한다고 협박했던 거, 이거 엄밀히 말하면 성폭력인데, 제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시피 해요. 경찰에 신고했을 때 제가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대가를 받았으니까 저도 처벌받는 건 아닐까요? 제가 자발적으로 한 일이니까 제 책임이라고 되레 혼나지는 않을까요? 그런데 이게 정말 자발적인 일인가? 다른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으면 굳이 사진 보내고 대가 받는 어쩌면 약간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나는 피해자에 더 가까운 위치인데 이 일 자체를 불법이라고 명명하고 성노동자까지 처벌하니까 우리가 겪는 폭력을 폭력이라고 말할 수 없고 적절한 도움을 못 받는 거 같네요.
코토 : 저는 운 좋게도 실장들을 잘 만나서 질 나쁜 손님은 어느 정도 걸러졌었는데도 몇 번 경찰과 마주친 적이 있어요. 그냥 아가씨가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테이블 끝나고 경찰에 신고하는 ‘빠꼬미*18’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노래빠에서 보건증을 떼지 않고 일할 경우 벌금을 내게 되잖아요. ’그래, 한번 너 망해 봐라’ 하는 심정으로 신고한다는 거 같은데, 보건증 안 뗀 아가씨는 도망가거나 화장실에 숨고 그랬어요. 2차를 안 나가도, 1종에서 일해도 신고는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 먹은 아가씨들도 있었어요. 이런 거는 보통 누가 알려줘야 아니까 모른 채로 당하면 그냥 벌벌 떠는 수밖에 없잖아요. 보건증이 유흥업소용 보건증이 있고 그냥 일반 음식점 술집용 보건증이 있는데 여기 체크하는 거부터 좀 곤욕이기도 하고요. 또 룸에서 손님끼리 싸움이 나도 경찰이 오기도 하잖아요? 룸에서 일어난 일은 내가 뭘 저지르지 않아도 ”그러니까 왜 안 말렸어”, “분위기는 니네들이 풀어줬어야지” 하면서 책임을 묻더라구요. 손님들끼리 화가 났답시고 순식간에 맥주병을 바닥이랑 벽에 막 던지면서 유리조각이 튀고 그랬는데, 저는 '혹시 저 맥주병이 나를 향하지 않을까?'란 걱정에 말리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있었어요. 업주도 단골이라 제대로 말리지도 못했어요. 경찰 신고도 겨우 한 거예요. 거기서 진짜 저한테 불똥이 튀었어도 저를 걱정해주지 않을 거 같단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이런 경험들은 다른 아가씨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겠지만, 그때 여기에 폭력은 없고 처신만 남았다고 느꼈었어요.
Q. 2021년 9월, 강윤성 살인사건이 보도되었고 두 명의 피해자가 노래방 도우미였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성노동자만 타겟으로 했던 성노동자 혐오 범죄였죠. 실장들은 어차피 아가씨들 연락 안 되는 게 하루 이틀이냐 싶어 피해 여성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해요. 업소에는 수많은 아가씨가 공급되니 몇 명 출근을 안 한다 해서 챙길 필요가 없고, 일하던 아가씨들은 빠르게 이직하니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 거 같아요. 하지만 이건 비겁한 변명이라 생각해요. 같이 일하는 동료가 며칠씩이나 연락이 안 되는데 찾지도 않고 관심도 두지 않는 이 상황이 얼마나 성노동자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지 증명해준다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불법적인 노동이다 보니, 영업진들이 성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필요를 더더욱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성매매 현장에서 우리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어떤 자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요.
달연 : 경찰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우리를 도와주는 법이 만들어지는 게 좋겠죠? 저는 잘 모르는 분야기도 하고 그게 능사는 아니겠지만요. 혹은 차차 같은 단체가 더 많아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쪽이 조금 더 가까운 미래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조금 더 확실하고요. 하지만 활동가들의 몸과 마음이 부서지겠지요... 정말 슬플 거예요. 다소 의문이 되는 부분과 개인적인 바람을 이야기한다면, 지금 페미니즘 바람이 세게 불고 있는 이 시대에 페미니스트들이 성노동자들에게 더 관심을 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페미니즘이 가닿아야 할 곳은 성노동 현장이라고 생각해요. 더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로 너무 많은 여성들이 갖가지 이유로 성노동으로 유입되고 있고 그 안에서 폭력에 시달리고 있죠. 한국은 거대한 룸살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성 산업과 모든 산업/정부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게 이젠 거의 기정 사실화된 이 시점에서, 이 사회를 엎기 위해서는 성노동 현장의 여성들과 지금 페미니즘 활동의 선두에 선 여성들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확신해요. 그게 아니고서는 우리는 영원히 정체할 수밖에 없어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합체해서 만들어진 괴물을 우린 그렇게 이겨야 해요.
데파코트 : 사건과는 별개의 맥락으로, 성산업 현장에선 대부분 출근이 성노동자 개인의 자유니까 어떤 언니가 더 이상 출근을 안 해도 찾지 않는 게 저한텐 장점으로 느껴졌어요. 제가 일을 안 할 때 실장님이 저한테 왜 출근 안 하냐고 출근 독촉 연락을 하시는 게 무섭고 괴로웠던 적이 있거든요. 다만 성노동자가 일하다 모텔에서 살해당해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노동 중에 살해당한 것은 산재잖아요. 회사, 고용주에게도 그 사람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거잖아요. 성매매를 소재로 한 빻은 드라마가 있었는데,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게 성노동자가 일하던 중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버튼을 누르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팔찌가 있어서, 그 버튼을 누르면 실장이 방에 쳐들어와서 성구매자를 피나도록 쥐어팼던 게 너무 시원하고 통쾌했어요. 성매매 피해 상담소에서 그런 팔찌를 개발해서 성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준다거나. 경찰이 개입해서 성노동자를 구조해주면 좋겠지만, 아시다시피 한국사회에서는 성노동자도 처벌을 받기 때문에 성구매자에게 강간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해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요. 단속에 걸려 경찰서에 갔는데 경찰이 가슴을 만졌다는 언니나 경찰에게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다는 언니들도 많고요.
실장들도 언니들을 돈벌이 수단, 굴러가는 톱니바퀴 정도로 보는 것 같아요. 제가 빡쳤던 적이, 실장이 지 지인이라고 제 2차비 20만 원을 15만 원으로 깎아서 저한테 2차비를 14만 원만 준 적이 있거든요? 시발 20만 원 받으려고 업소에서 2차 나가는 건데 2차비로 14만 원 받을 거면 뭐하러 업소에서 일해요. 그냥 갠조 뛰어서 20만 원 받고 말지. 또 자꾸 외모 품평, 화장 지적에. 50대에 지는 화장도 안 하고 꾸밈노동도 안 해서 얼굴 절굿공이로 빻은 주제에 저나 언니들 외모 지적을 하는 거예요. 너무 살쪘다거나, 화장이 그게 뭐냐거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어요. 저희들이 일해서 지들은 가만히 앉아서 폰만 만지고 전화 돌려서 돈 버는 건데 일하는 언니들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몰라요. 그러니까 언니들이 다른 사무실 가지. 그럼 또 다른 사무실로 옮겼다고 막 욕해요. 어떤 지역의 경우는 아예 처음 간 사무실에서 다른 사무실로 옮길 수 없게 되어 있는 끔찍한 지역도 있어요.
그 언니들을 정말 노동자이자 동료로 여겼다면 업장의 업주가 추모식도 열고, 집회도 열고, 법원에 가해자 엄벌 탄원서도 쓰고, 언니의 장례비를 내어주고, 그 언니를 기억하는 추모제를 매년 열 수도 있고, 그중 하나는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옛날 성매매 경험 당사자 증언집을 보면, 집결지에서 일하던 여성이 죽으면 장례도 안 치르고 그냥 근처 산에 묻었다는 거예요. 이름도, 영정사진도, 그 사람과 함께 살았던 언니들이 그 사람을 기억하고 애도하고 추모할 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업주들이 장례를 안 치러 주니까 언니들이 돈을 모아서 죽은 언니의 장례식을 처음으로 치렀대요. 이게 너무... 눈물이 나요. 우리는 죽어도 장례도 안 치러지는 그런 죽음, 그런 존재구나. 슬퍼함과 동시에 역시 장례조차 치러지지 않는 무수한 동물들의 죽음을 우리는 함께 기억해야 해요.
모르겠는 사람 : 패스할게요. 쓰다가 너무 슬퍼져서요, 다 지웠어요. 갑자기 울어버리긴 싫어서요.
밀사 : 저는… 이런 걸 생각할 때마다 숨이 막히는 것 같아요. 사실 모두가 알잖아요, 조건을 하는 것보다는 업소에 고용되는 것이 낫다는 것. 그런데 그 ‘나음’이 차선인지 차악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죠. 최악을 피한다고 해서 그게 정말 최악보다 더 낫다고 단언할 수 있나? 모르겠어요. 저는 이제는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남자들이 여자를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라 보는 시선이 팽배할 거라는 식의 말들엔 그냥 코웃음만 나오고요. 왜냐하면 그건 이미 지금도 성노동자들이 감내하길 강요당하는 시선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성노동자가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그걸로 인해 성노동자가 인지 수사 등 추가적인 위협을 감내하지 않아도 되도록, 우선 성매매특별법부터 폐지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성노동자이기 이전에 피해자, 성노동자인 동시에 피해자로서, 한 국가에 소속되어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받아 마땅한 최소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법 개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2004년 9월 23일부터 지금까지 그 법 비호하고 사골처럼 우려먹으며, 한국 내 반성매매 페미니스트들이 “‘불쌍한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을 위해 열심히 해왔고 실제로도 성과가 있는 것 같은 그런 감각”을 현직 성노동자 목숨 갈아가며 누린 건, 그냥 여기까지 했으면 좋겠어요. 이미 많이 즐기셨고, 그런 거 없어도 사람은 페미니스트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바다 : 일하고 있을 때 성노동자와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실장이고, 저를 안전하게 케어하고 제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빠르게 조치를 취하는 책임도 실장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장이 제가 손님을 받는 공간에 같이 있을 수 없고, 저는 손님과 단둘이 밀폐된 방 안에서 노동을 하기 때문에 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오로지 제 역량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가게마다 오는 손님의 질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실장이 어떻게 손님을 받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에 점점 힘든 손님이 많아지면 그냥 가게를 그만두거나 옮기거나 했었어요. 정해진 수위가 잘 지켜지는 가게도 사실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손님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실장이 수위를 높여서 말하는 경우도 많고요.
최근에 일하고 있는 조건 사무실의 경우는 실장이 손님을 잘 잡는지 손님이 괜찮은 편이라 전보다 편하게 일하고 있어요. 퇴근을 하는데 지쳐있지 않고 체력이 남고 기분이 홀가분한 게 이게 맞는 건가 싶었어요. 저는 이전에 다녔던 업소들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버텨왔었거든요.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게 되니까 기분이 이상하고 이제 좀 살 것 같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번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손님과 기싸움을 해야 했었는데 그런 게 많이 줄어들었어요. 제가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고, 출근하면 노는 시간 없이 바로바로 손님 보고 퇴근할 수 있어서 시간을 버리는 일도 거의 없고요. 얼마나 일할지, 손님을 얼마나 받을지, 어떤 손님을 받을지를 제가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엄청 큰 장점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익명 :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 저는 어떤 업소나 직장에 속해서 일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할 대상이 딱히 없는 거 같아요. 굳이 따진다면 국가? 법? 안전을 보호받고 싶기는 한데 누구에게 요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안전할 권리가 필요하고,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지 않을 권리, 상대방에게 종속되지 않을 권리, 사진이 유포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한데 성노동자를 처벌하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과연 이것들이 가능할까요?
코토 : 저는 한 실장이랑 꽤 오래 일한 케이스인데요. 1년 동안 같은 실장과 노래빠에서 일했었어요. 첫인상은 아가씨들이 많다, 미씨 언니들이 많다, 이런 느낌이었는데요. 한 10명? 남짓한 언니들이 알고 보니까 2~30대 때부터 15년, 10년을 같이 일해서 미씨가 된 거였어요. 언니들은 계를 걷듯이 차비만 남기고 실장에게 티씨를 죄다 맡겼어요. 실장은 받는 족족 노트에 티씨를 적어놓고 카운트를 세요. "코토야, 너 10일 뒤다." 이런식으로요. 월급처럼 티씨를 받아가는 거예요. 사무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요. 며칠 나오고 안 나오는 언니 중에서는 ”팀 분위기를 해친다”는 명목으로 잘린 언니들도 있었어요. 사이즈가 아무리 좋아도 안 된다면서. 진짜 특이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직장인처럼 회식도 하고, 여행도 가고, 언니들 휴무 날도 있고 그랬는데. 오래된 사무실에다가 실장이 깐깐하니까 업주들도 좀 눈치 보는 게 느껴졌구요. 그렇게 오래 다닌 데에는 꾸준한 신뢰가 있어서잖아요? 저도 언제는 너무 싫어서 방을 나갔었는데 업주가 30분도 안 했으니 반티 안 준다는 거 그 실장이 바로 받아줬었어요. 그때 좀 웃기긴 한데 '아, 여기서 뼈를 묻어볼까, 나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렇게 1년 같이 일했어요. 미씨 언니들도 다른 사무실이랑 다르게 싫으면 참다가 나와버리고. 미씨 언니들이 좀 존버 성향이 강하잖아요. 근데 그 언니들은 그런 게 덜했어요. 그냥 보도 사무실인데 이렇게 된다는 게 신기했는데.
실장이 아무래도 중요한 거 같아요. 공생해야 하는 사이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데, 저렇게 하나의 업체처럼 운영된다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다른 사무실에서는 업주나 실장이나 아가씨를 좀 물건처럼 다룬다고 느꼈는데, 거기서는 하나의 직원이 된 기분이었거든요. 주급이나 월급은 아가씨마다 사정이 다르니까 일당을 주더라도 좀… 실장들부터 약간 책임감? 사람 대우? 하는 마인드*19만 갖춰도 아가씨들이 번거롭게 여기저기 옮길 일도 좀 줄고 그럴 거 같아요. 다른 데선 일주일에 이틀 나가는 수준이었는데 거기서는 주 5일 나가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서 돈 버는 게 나쁜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가지고 그런 거 같은데… 직업 같아서 좋았거든요. 출근 때마다 떳떳한 직업이 아니라면서 무겁게 누르는 죄책감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 만난단 생각에 좀 덜해지고…? 이런 게 창녀 복지였던 걸까요? (농담입니다...)
Q. 어떤 사람들은 성매매가 자신의 인권과 존엄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합니다. 성매매를 하면 영혼이 파괴되니 하지 말라고 하죠. 하지만 우린 생존과 존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로서, 설령 성매매가 본질적으로 우리의 영혼을 파괴시키고 인권을 유린한다고 하더라도, 성매매 현장에서 우리의 존엄과 인권을 약탈당하지 않길 바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과 함께 상상하고 싶습니다. 더는 성노동자의 취약성이 성산업에서 자본으로 환원되지 않는 미래를, 성노동자의 인권과 존엄이 지켜지는 미래를요. 우리에게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게 어떤 거라 생각하는지, 여러분은 지금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듣고 싶어요.
달연 : 이건 저만의 생각이긴 한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폭력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흑인 인권에 대해, 여성 인권에 대해, 장애인 인권, 비인간동물권 전부. 당연하게 묵살되는 것들도 언젠가는 당연해지지 않는 날이 오죠. 성노동자들의 존엄이 지켜지는 미래도 그렇게 올 거라고 믿어요! 저는 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리가 더 많이 필요한 거 같아요. 모든 살아있는 것의 자유와 해방이 이야기되기 전에는 그 대상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잖아요. 사람들은 성노동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노동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만의 생각이지만 그래요. 그냥 도구로 존재했으면 하나 봐요. 그치만 그럴 순 없죠. 우리는 그들이 궁금해하지 않았더라도 이야기해야 해요. 책 ‘짐을 끄는 짐승들’의 구절을 인용하고 싶어요. “‘목소리 없는 자’ 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침묵을 강요받았거나, 듣지 않으려 하기에 들리지 않게 된 자들이 있을 뿐이다 - 아룬다티 로이”라는 부분이에요. 우리 목소리가 뉴스에 나오고 칼럼에 실리고 전시장에 걸리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성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들으려 하는 시도 자체가 절실히 필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이전에 성노동 자체가 옳냐 그르냐 이런 논쟁도 충분히 이루어지긴 해야겠지만... 예를 들면 그런 거예요. 예전엔 동성애자가 왜 동성애자가 되었는지 과학적으로 밝혀내기 위한 연구도 하고, 치료를 위해서 노력도 하고, 탄압도 하고 법적으로 금지도 시켰지만, 지금은 그저 동성애자가 그렇게 존재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해되고 있잖아요. 성노동도 마찬가지로 그래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성노동이 악이냐 선이냐, 누구를 벌할 것이냐 그런 것만 너무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니까. 그 이전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정말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데파코트 : 성폭력 피해자에게 성폭력으로 영혼이 훼손된 사람, 영혼이 파괴된 사람이라고 말하면 안 되듯이, 성노동자는 성산업 현장에 발을 딛고 서 있기에, 그들에게 성매매를 해서 영혼이 파괴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서도 말했듯이 모든 이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지금 성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 중 10분의 4 정도는 탈성노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주거 지원이요. 집단수용시설 말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개인 공간이 필요해요. 제가 밤에 갈 곳이 없어서 거리에서 자보려고 했는데 자꾸 남자들이 접근하더라고요. 그래서 돈 안 받고 길거리에서 강간당하느니 돈 받고 침대에서 강간당하는 게 낫지, 이 생각이 들었어요. 집이 없는 여성이 성폭력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잘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요. 쉼터도 여러 가지 제약들이 있고, 머물 수 있는 기간도 정해져 있고, 무엇보다 쉼터는 공동생활공간이어서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시간이 없어요. 왜 버지니아 울프가 그랬잖아요. 여자는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고.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우리들에겐 강간당하지 않을 장소뿐만 아니라, 혼자서 미래를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해요.
모르겠는 사람 : 그런데 정말 성노동자들이 영혼을 파괴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워하고 비난할 게 아니라 좀 아껴주고 사랑해줘도 되지 않나요. 무슨 일상으로 돌아가라느니 널 위한 말이라느니 가짜로 포장하며 잔뜩 욕하고 가는 사람들 정말 나쁜 것 같아요. 우리의 인권과 존엄과 생존을 위해서는 미움받지 않는 일이 필요해요. 정말로요. 너무 추상적인 말이지만 정말 그래요. 우리는 이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너무 많이 타인의 미움을 받고 서로를 미워하게 되고 또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어요. 미움받아 마땅한 사람은 없는데, 그런 일은 없는데. 우리는 성노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미움받고 너무 쉽게 나를 미워해야 하는 외로운 현재를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당신, 우릴 그렇게 미워하지 말아 줄래요? 제발요.
밀사 : 정말 계속해서 틀에 박힌 이야기를 하는 게 짜증이 나기도 하고, 한국에서 성노동 운동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도 정말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틀에 박힌 이야기’가 필요한 이 현실이 정말 진저리가 나지만, 그렇다고 이걸 그만둘 수는 없겠죠. 성노동자가, 성노동을 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는 인간이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노동자가 인간이라는 걸 어떻게 해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성노동자를 환대해야 맞아요. 노력해야 하는 건 인간이 인간임을 믿을 수 없어하는 사람들이고, 교정되어야 하는 것 역시 인간이 인간임을 믿을 수 없어하는 사람들입니다.
바다 : 성노동자가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성노동을 하면서 위험한 상황을 겪을 때 성노동자 신분으로도 문제없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라요. 그리고 성노동자의 인권과 존엄이 지켜지는 노동 환경이 갖춰지기 위해서는 사회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손님에게 폭력을 당했을 때 “진상 손님을 겪었다”라고 말하는 대신 폭력으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익명 : 성노동만 인권과 존엄을 포기하는 행위인가요? 저는 행사 도우미로 뛴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제 인권이랑 존엄을 상당히 많이 내려놓고 일했던 거 같거든요. 사람들은 나한테 반말하고, 화장실도 제때 못 가고, 여기저기 슬쩍 만지는 사람도 있고, 근데 페이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영혼이 파괴된다는 말도 좀 웃겨요. 제가 몸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받은 기프티콘으로 밥을 사 먹을 때마다 영혼이 파괴되었다면 제 영혼은 지금 가루만 남아서 둥둥 떠다니고 있을걸요. 저는 법이 우리를 지켜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노동을 했다는 이유로 성노동자를 처벌하지 않고 성노동자가 당하는 성폭력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요. ‘성매매는 페이 강간이다’ 이런 허울뿐인 문구 외치는 거보다 훨씬 중요해요.
코토 : 2차 나가고 나서 손님이 화대를 안 주려고 하길래 실랑이를 하다 겨우 받아내고 문자로 고소한다는 협박을 받은 적이 있어요. 주변에서는 저보다 손님이 더 손해라고, 교육도 이수받아야 하고 벌금도 내야 한다고 쉽게 고소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런 말을 듣는다고 마음이 바로 놓이진 않잖아요. 손님도 기싸움한답시고 지속적으로 문자 보내고, 저는 출근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사무실에선 이 얘기에 대해서 더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거 같아 보였고요. 그냥 제발 이렇게 지나가길 바라기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퇴근하고 '만약 진짜 신고당해서 경찰서에 가게 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 하거나 경찰들이 저를 어떻게 하대 할지에 대해 상상하면서 자곤 했어요. 생존에 필요한 건, 아무래도 법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성노동자를 망하게 하는 법의 구멍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제가 일하면서 느낀 건 우리가 ‘처신’을 너무 잘해야 한다는 거예요. 근데 처신을 하려면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할지 까마득하고요. 성노동이 비범죄화가 된다면 지금보다 인식도, 성노동자 당사자들의 피로감도 전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가 그리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공간에서, 어떤 존재들과 미래를 그리고 싶은지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달연 : 순간순간만 생각하면서 일하고 살아가는데 익숙한 사람이라 미래를 그리는 데 서툴러서 한참 생각하게 되네요. 그냥 적어도, 목숨 값이 다르지 않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리고 누구도 정의를 위해서 희생당하는 일 없는 그런 미래였으면 좋겠어요. 고통은 고통이고, 폭력은 폭력이고, 사랑은 사랑이고, 행복은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얼마나 좋을까요. 이 세상은 지옥이기 때문에 이런 말들은 망상에 가깝겠지만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린 잠깐 천국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투쟁하는 거예요.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까 어떻게든 해야지요. 어쨌든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결국 이것인 것 같네요. 내가 행복하다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미래가 제일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데파코트 : 음, 제가 12시 넘어서 집에 가다가 술에 취해서 길바닥에서 곤히 주무시는 아저씨를 본 적이 있었는데 참 그게 부러웠어요. 아무도 그 아저씨를 안 건드리더라고요. 제가 갈 곳이 없어서 길거리에 누워 있어 봤는데 남자들이 자꾸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해요. 그럼 거기서 잠을 잘 수 없어서 이동해야 하는데 모든 공간이 다 그래요. 여자가 밤에 길바닥에서 잠들어도 성폭력 당하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성노동자라고 밝혀도 친구가 사라지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내가 성노동자여도 계속 내 곁에 변함없이 친구로 있어주면 좋겠어요. 저는 운 좋게도 주변에 성노동자 친구들이 많은 편인데, 그 친구들이 자살하지 않고 나랑 몇십 년씩 함께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이 빈곤해서, 가난해서 하고 싶은 거 못하고, 먹고 싶은 거 못 먹는 그런 세상 말고 돈 없어도 하고 싶은 걸 하고,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내 곁에 함께 있어 주세요.
모르겠는 사람 :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받고 싶어요. 아프고 미쳐버린 몸으로 살아가면서도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요. 언제나 그것뿐이에요. 그래서 이 질문만큼은 200자를 채우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밀사 : 어떤 때에 어느 곳에서 살아가든, 저변과 변방에 자리한 반골들에게 허락된 것이 지금 당장만이 아닌, 미래- 그것이 하루 뒤든 한 달 뒤든 일 년 뒤든요. 미래를 설계하고, 기대할 수 있는, 미래를 손에 쥐고 싶은 마음이 타박당하지도 훼손당하지도 않는. 그런 날이 머지않은 언젠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바다 : 먼 미래에는 성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임당하지 않고 성노동이 낙인처럼 여겨지지 않는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요? 사실은 별로 와닿지 않고 아득하게 느껴져요. 일을 하러 갈 때 주소지를 동생에게 보내면서 "○시 이후에 연락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 줄래?"라고 카톡 보내는 것을 그만해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익명 : 미래에 대해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네요... 내가 편안할 수 있는 공간, 어떠한 잣대로 재단받지 않는 공간에서 나를 고유하게 인정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맛있고 따뜻한 비건 밥 먹으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었으면 좋겠고, 인터넷에 내 사진이 돌아다니지는 않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고, 사진을 유포한다는 협박을 받으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그런 미래를 잠깐 그려 봅니다.
코토 : 저는 패스하겠습니다… 아직 마음의 정리가 다 안 된 것 같아요.
성노동 은어 풀이
1. Smonday : 다음날 월요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불안과 슬픔을 느끼는 일요일.
2. Blursday :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 동안 무슨 날인지 알 수 없어 흐릿해진 날.
3. 장미계 : 트위터에서 익명으로 성노동자 당사자들끼리 교류하는 계정을 뜻한다. 닉네임 옆에 장미 이모티콘이 달려 있는 것이 장미계의 특징으로, 트위터 성노동자 당사자들은 해당 표식으로 성노동자 당사자인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며,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왔다.
4. 키스방 : 알바몬에서 대화카페, 힐링카페라고 홍보하는 곳이 키스방이다. 키스방은 과거엔 수위가 낮은 유사 성행위 업소였지만, 지금 성노동 여성들 사이에서 수위가 매우 높은 업종으로 유명하다. 손님이 양치를 하고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성노동 여성이 시간에 따라 알람시계로 알람을 맞추고 방에 들어가 유사 성행위를 한다.
5. 자캐 커뮤(니티) : 자캐 커뮤란, 인터넷상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자캐(자신이 만든 가상의 캐릭터)'를 이용해 임의의 세계관에서 상황극 등을 펼치는 커뮤니티를 말한다.
6. 조건(만남) 사무실 : 조건만남은 온라인 공간에서 채팅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자 매개형 성노동으로, 페이만남, 용돈만남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조건만남 사무실은 개인 조건만남(갠조)이 아니라 실장, 기사와 함께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일하는 형태를 말한다. 조건만남 예약, 손님 관리는 사무실에서 해주며 성노동자는 실장에게 개인인척 들키지 않고 일하도록 강요받는다. 개인인 척을 하는 이유는 성구매자들이 전업으로 일하는 성노동자들보다, 가끔 조건만남을 하는 일반인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보통 유흥밀집가나 지하철역같은 특정 지역에 조건만남 사무실이 존재하며, 수도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사무실도 있다.
7. 노래방 도우미(노도) : 노도는 노래방 도우미, 노래방 보도의 준말이다. 다른 룸 업종에 비해 수위가 매우 낮은 편이며, 노래방 도우미 보도의 경우 테이블만 보는 사무실이 주를 이루지만, 지역에 따라 앱이나 작업(성매매)도 겸하는 사무실이 있다.
8. 셔츠룸 : 셔츠룸은 변종 룸 업소를 말하며, 중간에 방에서 인사(쇼)를 하면서 홀복에서 셔츠로 갈아입는다. 원래 란제리(슬립)로 갈아입는 란제리 룸이었는데 2010년경 대부분 셔츠룸으로 바뀌었다. 이런 역사 때문에 성노동자들은 셔츠룸을 흔히 "란제리"라고 부른다
9. 티씨 : 성매매 업소에서 성노동자들이 받는 돈을 가리키는 말. Table Charge의 약자이다. 주로 유흥업소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이며 기타 업소에서는 페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10. 미시/미씨 : 30세 이상의 성노동자를 일컫는 말.
11. 땁(방) : 손님이 혼자 온 방을 말하며, 땁방의 경우 성노동자와 손님 1:1로 방에 있게 된다. 땁은 진상 손님이나 높은 수위를 요구 하려고 오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성노동자들이 기피하는 방이다.
12. NF(뉴페이스) : new face란 뜻으로, 즉 가게에서 일을 막 시작한 성노동자를 뜻한다.
13. 꽁씹 : 꽁씹은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성관계를 한다는 뜻이다. 성노동자들이 돈을 받지 않고 성관계하는 것을 손해라고 보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나, 일반 남성들이 일상, 커뮤니티에서 자주 사용한다.
14. 사이즈 : 성매매에서 사이즈는 성노동자의 외모 수준이 높은 정도와 얼마나 말랐는지를 말한다. 지역에 따라, 업종에 따라, 업소에 따라 사이즈가 달라진다. 성매매 현장에서는 사이즈가 비교적 높은 성노동자가 일하는 업소를 하이 업소, 그 외의 업소를 로우(일반 룸이나 변종 룸) 업소로 구분하기도 한다.
15. 마사지 업소(건마) : 건마란, 건전 마사지 업소의 준말로. 유사 성매매업소이다. 본래 삽입 성관계를 하는 안마방과 달리, 건마 업소는 하비욧만으로 손님의 사정을 돕는다.
16. 빠다리 (났다) : 테이블 타임 이후에 2차를 필수적으로 나가는 룸앱 업종에서 손님이 여러가지 이유로 2차를 가지 않는 것을 빠다리 났다고 표현한다. 앱빠다리가 나면 성노동자가 원래 받을 수 있었던 돈을 못받게 된다.
17. 블랙 : 블랙은 보통 성노동자들이 진상 손님을 모아놓은 블랙리스트를 말한다. 성병이 있는 손님, 성기가 너무 큰 손님, 해바라기등의 성기 성형 시술을 한 손님, 골뱅이를 파서 질염에 걸리게 하는 손님 등등을 블랙에 넣겠다고 말하면 실장이 블랙리스트에 넣어준다. 가끔 실장들이 돈을 떼먹거나 태도가 불량한 아가씨의 목록을 모아놓은 블랙리스트도 있다고 한다.
18. 빠꼬미/빠꾸미 : 업소에 많이 다녀서 업소나 업소의 사정에 대해서 잘 아는 손님을 뜻한다. 유흥업에 대해 잘아는 만큼 이것저것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쉽게 말하면 업소 죽돌이라는 뜻이다.
19. 마인드 : 마인드란 성노동자가 손님에게 얼마나 수위를 높여서 놀 수 있는지, 또는 성노동자가 방 안에서 사고가 나지 않게 손님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을 부르는 은어이다. 성구매자가 말하는 마인드의 좋고 나쁨은 '성노동자가 수위를 얼마나 빼주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마인드가 좋다는건 다른 언니들과 다르게 스킨쉽을 잘 받아준다, 혹은 삽입 성관계까지 해준다는 의미이며, 마인드가 나쁘단 의미는 원래 업소에서 정해진 수위까지만 빼주거나, 그것보다 덜 빼준다는 뜻이다. 기타업종에서 마인드 평가를 하는 성구매자들은 성노동자가 자신이 원하는 수위를 빼주지 않으면 내상입었다며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 후기로 진상을 부린다.
출처 : 어반 딕셔너리, 페미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