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도 사람이 있다’ 겨울 맞은 옛 경주역 앞 성매매집결지
‘금리단길’이라 부르는 경북 경주시 황오동 원도심에는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이다. 여느 곳처럼 오래된 원도심의 점포는 텅 비어가고, 그 자리에는 외국인 손님을 기다리는 식료품점과 잡화점, 환전소가 들어섰다. 경주시는 이 일대 상권을 활성화하겠다고 지난 10월 162억원을 들여 ‘황오 커뮤니티센터’를 세웠다. 번듯한 7층짜리 건물에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일명 ‘적선지대’. 성매매집결지다.
지난 12일 저녁 8시15분께 가로등 불빛도 닿지 않는 어두운 골목 끝에서 빨간 불빛이 흘러나왔다.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골목은 얽히고설켜 마치 미로 같았다. 골목은 깊어질수록 좁고 어두웠다. 오래된 단층 건물들의 담벼락은 성한 데 없이 부서졌다. 떨어진 벽돌이 바닥에 나뒹굴어도 보이지 않았다. 골목을 따라 이어진 수십여개의 낡은 가게 가운데 몇몇이 드문드문 붉은 전등을 켜고 영업을 알렸다.
‘적선지대’의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른 성매매집결지와 마찬가지로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10여년 전 ‘폐쇄’됐다고 알려진 집결지는 코로나19가 불어닥친 2020년께부터 점차 되살아났다. 하나둘 문을 열어 지금은 20여곳에 25~30명의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폐쇄 논의가 한창인 경북 포항의 성매매집결지를 떠나 이곳으로 온 여성도 있다고 한다.
경주 적선지대 폐쇄 논의는 약 두달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8월 취임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주요시책으로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말한 이후다. 경주경찰서는 지난 10월23일 ‘경주시 성매매집결지 폐쇄 티에프(TF)단’을 꾸리고 지난달 20일 첫 회의를 열었다. 17명으로 이뤄진 티에프단은 송호준 경주시 부시장이 단장을 맡았다. 경찰과 소방,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둔 시의원과 인근 성동시장상인회, 황오동지킴이 등 주민단체가 참여했다. 대부분 지역개발이나 상권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지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 관련 단체는 경북여성현장상담센터 새날의 김경미 센터장이 유일하다.
경찰이 집결지 폐쇄 논의를 주도하다 보니 그 방법도 ‘단속’에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성매매 예방을 위해 수시로 현장에 합동순찰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계도 차원의 순찰인데, 일정 시기에는 단속에 나선다는 게 경찰 방침이다. 하지만 경찰도 ‘단속’만으로는 성매매집결지의 폐쇄를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경식 경주경찰서 범죄예방질서계장은 “10여년 전에는 성매매집결지 앞에 순찰차를 고정해두고 단속을 벌여 집결지를 일정 수준 폐쇄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지금처럼 업소가 늘어났다”며 “성매매여성 자활 지원 조례와 같이 다양한 정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근본적인 폐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경주시는 무관심하다. 경주시 관계자는 “집결지 폐쇄 티에프팀 회의는 경찰서에서 주재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시 차원에서 논의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인근 포항시가 집결지에 ‘현장시청’을 두고 집결지 정비를 적극 준비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포항시는 최근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하는 조례안도 입법예고했는데, 이르면 내년 초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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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사람이 있다’ 겨울 맞은 옛 경주역 앞 성매매집결지
‘금리단길’이라 부르는 경북 경주시 황오동 원도심에는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이다. 여느 곳처럼 오래된 원도심의 점포는 텅 비어가고, 그 자리에는 외국인 손님을 기다리는 식료품점과 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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