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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여름 : 2차가게 아가씨의 일기

2차가게 아가씨의 일기여름 1.혜정은 이 가게에 오기 전 손님들에게 많이 맞았다고 했다. “그 가게는 사대가 안 좋았나 봐~”라며 몇 년 전 룸에서 손님에게 맞아 뇌졸중에 걸린 이야기를 했다. 혜정은 그냥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맞았다. 룸에서 같이 온 일행이 혜정의 파트너를 무시했고, 강호동급의 체격을 가진 손님은 기분이 상해 갑자기 혜정의 싸대기를 퍽 때렸다. 그대로 혜정은 바닥에 쓰러졌다.혜정은 4개월 동안 일을 쉬었고 폭행죄 고소를 통해 손님에게 합의금 000만 원을 받았는데, 혜정은 합의하기 싫었으나 가게 업주와 마담이 ‘가게에 피해 생기게 하지 말아라’라며 합의를 종용했다. 혜정은 가게를 그만뒀다. 여러 가게를 전전하다 이 가게에 정착하게 된 건 최근 이야기다.혜정과 대기실에 함께 누워있었는데 사..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Femtree : 얼음

얼음 Femtree 우리는 모두차가운 얼음 따뜻한 심장 하나씩들어있는 차가운 얼음 차가운 법과차가운 제도와차가운 고정관념 안에서 팔딱팔딱 온기를 나누는차가운 얼음 우리는 따뜻한 심장으로자신과 서로를 조금씩 녹이고 다시 서로를단단히 얼려 연결되지 차가운 법과차가운 제도와차가운 편견 속에서 다만 우리가 잊지 않을 것 우리는 따뜻한 심장 하나씩을가진 하나 하나 소중한존재. 사람. 작가의 말 : 파주 용주골 성매매집결지를 향한 탄압이 지속되던 작년 여름, ‘여름’님께서 검찰에 징역 구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현대 사회의 냉혹함 속에서도 살아 있을 인간다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법과 제도, 그리고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때론 너무나 냉정합니다. 특히 법과 제도는 원..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박정원 : 기꺼이 불법이 된 몸들에게

기꺼이 불법이 된 몸들에게박정원 원고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언젠가는 내 안에서 용주골에서의 일들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해서였다. 용주골의 투쟁이 마무리 아닌 마무리가 된 지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연대인’이었던 나의 몸도 용주골로부터 차츰, 분명히 멀어졌다. 그 ‘마무리’는 결코 후련하지도, 마음을 편하게 하지도 않는 것이었고, 고작 한 편의 글로 매듭지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며, 어쩌면 그 어떤 것도 정리해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지난한 폭력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아주 작은 몇 개의 기억의 조각들을 꺼내 보고, 그 조각이 가진 반짝임을 아주 조금이나마 연장해 보기 위해서다. 김경일의, 파주시청의, 재개발의, 법의, 국가의,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폭력이 여전..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씀 : 여성을 벌하는 여성정책, 한국에 ‘성평등 정책’은 없다.

여성을 벌하는 여성정책, 한국에 ‘성평등 정책’은 없다.씀이 글은 용주골 투쟁이 시작됐던 시기 정부 기관에서 일하며 여성정책의 기만과 모순을 내부자의 시선에서 목격했던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다. 나는 페미니스트로서 읽고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그간의 성노동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각도에서의 비판이 이루어졌듯 페미니스트와 성노동의 관계는 그다지 조화롭지 않다. 나는 직장에서 그 생생한 불화를,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위한다는 여성정책-페미니즘의 기만과 폭력성을 처음 체감하게 되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직장 생활은 성매매에 대한 고루한 이분법적 판단-피해자와 가해자, 자발과 비자발, 범죄화와 비범죄화, 억압과 자유, 종속과 해방-이 실제 성노동자들의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과 이해당사자인..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피윤 : 피윤의 노트; 당론 없음

피윤의 노트; 당론 없음 피윤 2033. 2. 7.사회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재생산이론사회주의 페미니즘은 노동, 젠더, 가족, 국가, 자본주의, 몸, 재생산을 함께 사유하려는 흐름. 적어도 이걸 고민하는 사람들은, 여성이 임금노동에서 차별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머물지 말아야 한다. 거기에 덧대, 노동자가 어떻게 매일 다시 노동자로 만들어지는지를 물어야 함. 마르크스가 일찍이 재생산이라고 불렀던 것. 누가 밥을 차리는지, 누가 아이를 키우는지, 누가 병든 몸을 돌보는지, 누가 정서적 소진을 받아내는지, 누가 친밀성과 관계의 비용을 떠안는지.자본가는 공장의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고 노동력을 구매하지만, 그 노동력이 매일 다시 생산되고 유지되는 과정에는 비용을 치르지 않음. 가사노동은 ‘사랑’으로, 돌봄노동은..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베라 : 140자를 초과하였습니다

140자를 초과하였습니다베라*이 글은 자살, 임신과 유산, 성폭력, 사이버불링에 관련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나를 나타내는 단어로는 뭐가 있을까? 나는 베라라는 닉네임을 쓴다. 현재 21살이다. 책 읽는 것과 게임하기를 좋아한다. 가끔 지뢰계 옷을 입는다. 채식을 한다. 여자이고, 퀴어이다. 기초수급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노동자이다.나는 어렸을 때부터 성노동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적인 직업으로도 생각했다. 청소년이 알바를 하려면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성노동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남자와 시간을 잠깐만 보내면 '일반적'인 노동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엇보다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던 내게 완벽한 선택지였다.하지만 결국 나는 청소년기에 성노동을 하지는 않았..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사랑해 : 내가 네게 닿지 않기를 바라는 비겁함과 그럼에도 내 몸에서 나를 꺼내 보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이기적이고 옹졸한 마음으로

내가 네게 닿지 않기를 바라는 비겁함과 그럼에도 내 몸에서 나를 꺼내 보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이기적이고 옹졸한 마음으로 사랑해 “그럼 오빠네 단체는 그런 사람들을 지원하는 거예요?” ‘지금 나와 나의 단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던 내게 나의 애인이 던진 질문이다. 차차에서 ‘용주골 성노동자 대상 경찰 압수수색 변호사비 긴급모금’을 준비하느라 급하게 카드뉴스 디자인을 해야 했던 때였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나와 용주골에 관해 대화를 하며 ‘그런’ 사람 같은 지칭어를 썼다면 나는 분명 눈에 불을 켜고 ‘그런’ 사람이 명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를, 왜 ‘그런’ 단어를 골랐는지를 따갑게 물었을 테지만 나는 네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저 말에 굉장히 안도했다. 아! 너는 아무것도 모르..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효진 : 그 방에서 나는

그 방에서 나는효진퇴근길 택시에서 가끔 하는 망상이 있다. 언젠가 존나 잘돼서 진짜 마지막 출근 날을 정해야지. 그날은 현금으로 정산해달라고 미리 말하는 거야. 순범이가 현금 뽑아와서 주겠지? 받아서 그대로 돌려주는 거야. “영업진 회식에 보태 써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와 소름. 그때 내 진짜 이름도 알려줄까? 진짜 번호도 같이 주고 올까? 물론 그런 남자 출연자 같은 행동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술, 담배, 피로 등으로 뇌 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하는 생각이기도 하고. 자고 일어나면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조차 후회한다. 팁으로만 백만 원을 받은 날이어도 한 푼도 남김없이 내가 가질 거다. 하루라도 덜 출근하고 누워 있을 거다. 그 가게에서 알게된 모두를 어디에서 만나도 완전히 모른 척할 거다. 이..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유원 : 어느 트랜스젠더 남성의 수기

어느 트랜스젠더 남성의 수기유원- 나는 퍼블릭 룸에서 테이블 아가씨로 일했다. 신입 시절에는 가슴골이 드러난 상의에 짧은 치마를 주로 입고 다녔다. ‘남자들은 가슴… 가슴 좋아하지 않나?’라고 막연히 생각한 결과였다. 하루는 내 옷차림을 보다 못한 실장 형이 목까지 올라오는 하늘색 실크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니트 롱스커트를 가져와서 이대로 갈아입어 보자고 권했다. 그렇게 입고 나오니까 손님들 반응이 훨씬 좋았다. 몸을 전부 가렸는데도, 가렸다는 점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나는 딱 달라붙는 목티나 긴팔 셔츠 같은 걸 골라 입고 출근하게 되었다. 손님이 내게 원하는 여자를 서서히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 메이드 된 방이 세 개 있으면, 세 방 중 두 방에서는 “왜 이제야 왔어”라고 나를 반기며 ‘..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샘물 : 우리는 괜찮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괜찮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샘물 당신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그대는 괜찮으신가요, 정말로 괜찮으신가요.저는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술을 따르는 성노동자고, 그리스도인이며, 성소수자이자, 신학생이고, 우울과 불안에 약을 챙겨 먹고, 그렇습니다. 이외로도 다들 그렇듯이 너무나 많은 정체성이 겹쳐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제가 일하는 가게는 모던바, 그러니까 토킹바라고도 불리는 곳입니다. 99% 이상은 남성 패싱인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듣고 주도하며, 양주와 맥주를 팔고, 오빠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맞춰줍니다. 저는 원래, 아니 지금도 사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권 관련 활동을, 주거권 관련 활동을,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개신교 내 이런저런 활동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