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트랜스젠더 남성의 수기
유원
- 나는 퍼블릭 룸에서 테이블 아가씨로 일했다. 신입 시절에는 가슴골이 드러난 상의에 짧은 치마를 주로 입고 다녔다. ‘남자들은 가슴… 가슴 좋아하지 않나?’라고 막연히 생각한 결과였다. 하루는 내 옷차림을 보다 못한 실장 형이 목까지 올라오는 하늘색 실크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니트 롱스커트를 가져와서 이대로 갈아입어 보자고 권했다. 그렇게 입고 나오니까 손님들 반응이 훨씬 좋았다. 몸을 전부 가렸는데도, 가렸다는 점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나는 딱 달라붙는 목티나 긴팔 셔츠 같은 걸 골라 입고 출근하게 되었다. 손님이 내게 원하는 여자를 서서히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 메이드 된 방이 세 개 있으면, 세 방 중 두 방에서는 “왜 이제야 왔어”라고 나를 반기며 ‘너는 힘든 일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 방은 편하다. 적당히 분위기를 맞춰 주면서,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으면서 시간을 때우면 된다.
애초에 초이스라는 게 자기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고르는 일이기 때문에, 나를 초이스 하는 손님은 대부분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떨쳐내지 못한다. 어떤 손님은 나에게 매혹되어 눈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얼굴을 붉히고, 손을 떨기도 한다. 그런 남자에게는 나를 힘들게 할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러나 세 방 중 한 방에서는 반드시 괴로운 사건이 일어난다. 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는, 혹은 그런 마음을 떨쳐 낼 줄 아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 세 방 중 두 방에 속했던 방 이야기. 상석에 앉은 ‘형님’이 나를 골랐고, ‘동생’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다며 몇조를 패스 했다. 그러던 중, 아가씨 한 분이 방에 들어왔다. 나는 그분을 보자마자 그분의 사연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얼굴에 성형 부작용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즈 업을 위해 일을 쉬면서 성형을 했지만 실패했고, 재수술을 하기 위한 목돈이 필요해져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출근하게 된 상황 같았다.
여태껏 초이스에 까다롭게 굴었던 ‘동생’은 의외로 흔쾌히 그분을 자기 옆에 앉혔다. 그분은 안절부절못하는 태도로 자리에 앉아 ‘동생’과 인사를 나눴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나 이상하지.”
나도 모르게 눈이 질끈 감겼다. 저런 말은 하면 안 되는데. 그러나 그분도 하면 안 되는 말인 걸 다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새어 나온 신음처럼,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소리로 들렸다. 나는 ‘동생’의 눈치를 살폈다. ‘동생’은 그분을 마주 보며 대답했다.
“아니? 아주 예쁜데.”
‘동생’은 그분을 딱 한 타임만 앉히고 내보냈다. 그러고는 자기 맘에 드는 여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다음 초이스를 돌렸다. 나는 그 방에 6시간 동안 있었는데, 그의 초이스를 구경하는 내내 기분이 꽤 괜찮았던 것 같다. 그에게는 확고한 취향이 있었고, 첫 번째로 앉혔던 그분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남자구실 할 줄 아는 씹새끼… 그날은 그런 복잡하고도 단순한 대상을 목도하는 감동이 있었다.
- 여자들이 선녀 날개옷 같은 얇은 홀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너무 황홀해서 술을 입에 대지 않아도 약간 취하는 느낌이 든다. 손톱에 네일아트 하는 것도 정말 최고다. 그 조막만 한 손톱에 그림도 그리고 큐빅도 붙이고 그러는 게 얼마나 귀엽고 깜찍한지 모른다.
여자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다. 여자가 해 달라는 대로 해주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여자들에게는 굳이 나 같은 사람에게 부탁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나는 다른 여자들과 나란히 서 있다. 아가씨 대기실에서, 초이스를 보는 줄을 따라가면서. 복도 거울에 비친 나는 허여멀건하고 조그맣다. 키가 작고, 몸집도 작고, 손발도 작고, 모든 게 작다.
난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언제까지 이런 꼴을 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 나랑 오래 말을 섞어 본 손님들은 자주 나에게 “너 외국인이야?”, 유학 다녀왔어?”, “해외에서 살다 왔니?”라고 말하곤 한다. 나는 이런 반응이 일정 부분 내 퀴어니스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모양이 뭔가 단단히 희한한데, 그 희한함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그들에게 없는 것이다.
가끔, 아주 가끔 “너 여자 아니지?”라고 따지는 손님도 있다. 알면 알수록 내가 충분히 여자답지 않아서 불만이라는 거다. 그런 식의 컴플레인이 이어지다가 결국 ‘진짜 여자를 데려오라’는 요구와 함께 방이 끝난 적도 두어 번 있었다.
한 번은 초이스 보러 방에 들어갔더니 달빛을 반사하는 눈처럼 하얗게 센 머리를 한 할아버지가 혼자 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이리와 곁에 앉으라는 할아버지의 손짓에 소파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려는데, 가까이 다가오는 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순간 의아한 눈빛이 되어 말했다.
“그런데 너는… 여자가 아니잖아?”
그 할아버지가 정확히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앉으려는 동작을 멈추고,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인정했다.
“응. 맞아. 어떻게 알았어?”
나는 할아버지와 악수하고, 나 나갈게, 라는 말을 남기고, 그대로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왔다. 밖은 방금 나온 것과 똑같은 방이 끝없이 늘어선 좁은 회랑이었다.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개운한 기분으로 거침없이 그 길을 걸어 나갔다.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걸어 나가고 싶은 길이었다.
작가의 말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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