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죄와 벌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여름 : 2차가게 아가씨의 일기

규제된 닉네임 2026. 6. 15. 07:05

 

2차가게 아가씨의 일기

여름

 

1.

혜정은 이 가게에 오기 전 손님들에게 많이 맞았다고 했다. “그 가게는 사대가 안 좋았나 봐~”라며 몇 년 전 룸에서 손님에게 맞아 뇌졸중에 걸린 이야기를 했다. 혜정은 그냥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맞았다. 룸에서 같이 온 일행이 혜정의 파트너를 무시했고, 강호동급의 체격을 가진 손님은 기분이 상해 갑자기 혜정의 싸대기를 퍽 때렸다. 

그대로 혜정은 바닥에 쓰러졌다.

혜정은 4개월 동안 일을 쉬었고 폭행죄 고소를 통해 손님에게 합의금 000만 원을 받았는데, 혜정은 합의하기 싫었으나 가게 업주와 마담이 ‘가게에 피해 생기게 하지 말아라’라며 합의를 종용했다. 혜정은 가게를 그만뒀다. 여러 가게를 전전하다 이 가게에 정착하게 된 건 최근 이야기다.

혜정과 대기실에 함께 누워있었는데 사장이 떡볶이를 사 왔다. 바닥에 떡볶이와 튀김 봉지를 풀어놓고 먹는데 혜정은 치마에 떡볶이가 묻을 거 같다며 내 치마 속에 손을 쑥 넣어 단을 걷어 올렸다. 혜정이 걷어 올린 치맛단 사이로 내 무릎과 허벅지가 훤히 드러났다. 혜정과 떡볶이를 먹고 있으니, 일하러 갔던 언니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혜정과 나는 떡볶이 먹을 마음이 별로 없어 보이는 언니들까지 불러 세우고 “언니 먹어! 일단 먹으라니까! 빨리 와”라고 외쳤다. 가게 언니들과 좁은 대기실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각자의 몸속에 떡볶이를 나눠 넣었다. 오늘은 손님이 별로 없었다.

 

2.

손님이 점점 없어져서 S 가게에서 일하는 게 힘들어졌다. 다른 가게로 옮겨야 하나 생각할 때쯤, 혜정의 소개를 받아 P 가게로 나갔다. P 가게 사장이 애프터 가게에서 받을 수 있는 (거의) 최고 금액을 나에게 제시했다. 그는 이 가게에 20대가 없기 때문에, 나에게 오면 잘해줄 것처럼 말했다. 순간 혹했다. 아주 쉽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제안을 수락하고 싶지 않았다. S 가게 사람들이 보고 싶어졌다.

S 가게 사장은 쩍벌 다리를 하고 진상 손님과 싸우다가, 아가씨들이 뭔가 먹고 있으면 “나도 주라”하고 꼭 한입씩 먹는다. 실장은 아가씨들이 배고프면 가게 앞 포장마차에 가서 떡볶이, 순대, 닭꼬치를 사 온다. 웨이터는 팁이라도 어떻게 더 받아내려고 사비로 애들이나 먹는 과자랑 팝콘 같은 걸 튀겨서 손님에게 내주고 팁을 받는다.

S 가게는 지하에 있다. 환기도 안 되고, 룸도 좁고, 청소도 제대로 안 한다. 아가씨 대기실은 매우 좁아서 2명이 누우면 자리가 없다. P 가게는 큰 상가건물에 있고, 룸도 아주 넓어서 환풍이 잘 되고, 대기실도 엄청 넓고 쾌적하다. P 가게의 모든 조건이 S 가게보다 훨씬 좋다. 훨씬, 훨씬…. 비교가 안 될 만큼.

그런데 왜 나는 S 가게를 버리고 싶지 않은 걸까? 오히려 고향에 돌아가듯 S 가게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아마, 그곳 사람들을 내가 ‘가족’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지…. 비로소 S 가게에서 ‘가족’을 만나고 나서야 떠돌이 생활을 그만둘 수 있었다. 나는 약 4년간 마음 둘 수 있는 사람들과 업소를 찾아다녔다.

볼품없는 가족들이 아직 S 가게에 있기 때문에, 나는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3.

S 가게에 다시 왔다.

아, 이곳은 너무 편하다.

언니들도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너무 반갑다! 편한 언니들밖에 없었다.

옷을 두고 와서 가게에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닐 뻔했는데 수정 언니가 셔츠를 빌려줬다.

가게 언니들이 쉬는 동안 내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아마 쉬는 동안 얼굴에 살이 붙어서 일 거다. 한편, 가게 실장과 사장은 살쪘다고 놀렸다. 팔뚝을 잡고 흔들어 재끼며 “이 살을 어쩔 거냐” 한다.

아가씨들은 손님이 없으니 빈방에서 판돈 걸고 카드를 치고 있었다. 돈도 없는데 서로의 돈을 뜯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나는 아빠가 물려준 도박 빚이 있기 때문에, 막장 창녀 인생이어도 도박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삶의 원칙이 있다. 그래서 도박판에 끼지는 않고 대기실에 누워 뉴진스 영상 감상을 하고 있었다. 가게 사장은 언니들 도박판에 구경 갔다가 카드를 함께 쳤다. 몇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2만 원을 금방 잃어버리고는 카운터로 돌아와 담배를 물었다.

우리 가게는 최근 이사를 했다. 아가씨 대기실 더 좁아졌다. (원래도 좁았는데….) 어째 점점 더 안 좋은 곳으로 이사 간다. 점점 더 안 좋은 곳으로 가는데도, 난 이곳이 너무 좋다~ 이곳에 있는 언니들도….

손님도 없는데 바보처럼 도박하는 언니들이 정말 좋다.

이곳이야말로 내가 있을 만한 곳이라고 다시 느끼게 된다.

 

왜 이곳 사람들을 계속 가족이라 느낄까?

우린 가족이 아닌데도….

가족이 될 수 없는데도….

아주 조그만 마음 한곳이라도 내주고 싶다.

 

이곳만큼은 언제나 날 기다려주니까,

그래서 가족이라고 느끼고 있나 보다.

그래서 집이라고 느끼고 있는 거다.

이곳은 언제든지 나에게 돌아와도 된다고 말해주고 있으니까.

 

나는 날 기다려주는 사람들에게 아주 약하다.

 

4.

어제 △△ 지역, S 가게 주변에 경찰차 2대가 돌아다녔다. 나는 일하다가 단속 맞는 상상을 했다.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겠지. 경찰에게 벌었던 돈을 모조리 뺏기고, 인신 모독을 당하고, 경찰서에 가는 구체적인 상상을 하니 정신이 아파졌다.

사장과 실장이 우리 아가씨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사장은 강남에서 장사하다가 단속 맞아서 빚을 떠안고 △△ 지역에 가게를 차렸다. 사장님... 잘할수있죠? 추징금 00억 나오셨잖아요. 여기서 또 추징금 낼 수 없잖아요... 하아아아아…. 포주, 성매매여성 이런 권력 구도가 문제가 아닌 거잖아 지금?

‘경찰’이란 존재 앞에서 우리는 다 같이 살아남아야 한다. 사장, 실장, 아가씨들 앞에 피해야 하는 ‘공권력’이란 적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안 뭉칠 수 있지? 그러니 아가씨들은 포주를 비난하는 법보다 포주와 함께 뭉치는 법부터 배운다. 포주를 고발하기보다 포주와 공생관계를 만들고 살아남길 택한다.

자력이 없다면 의존해야 한다. ‘우리’는 분리되지 못한다. 흩어질 수 없다. 배반당할 걸 알면서도 업주를 믿는다. 이 가게를 차리고 운영하는 남자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 성노동자를 토벌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국가 앞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성산업 종사자’라고 묶이는, 삼촌, 오빠, 사장, 실장…. 그런 호칭으로 불리는 남자들이다.

‘가족’이 생기고 나서는 두려움의 모양이 달라졌다. 나만 단속을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일하는 가게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

 

​그냥, 나는 어째서….

경찰이 나를 절대 지켜주지 않을 거라는 뿌리 깊은 불신에 시달리면서

나와 함께 일하던 사장과 웨이터와 영업진이 죄다 잡혀가고 말 거라는

나와 내 동료들이 단속과 처벌에 시달리다 혹여나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경찰을 마주해야 할까?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거리에 나와 있는 경찰의 얼굴을 보며

어째서 나와 내 동료들은 경찰이 보호하는 시민 안에 포함되지 않냐는 말을 해야만 하는 걸까?

내 동료들이 이런 취급을 받을만한, 받아도 괜찮은 사람들은 아닌데 말이다….

 

가엾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거란 사실이 마음 아프다.

 

예전보다 잃을 것이 많아졌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는 고통. 상처받고 싶지 않아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끝까지 남아있고 싶다. 가족이라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벌을 받게 된다 해도, 함께 있고 싶다.

 


 

작가의 말 :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건 저에게 '벌'을 받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