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쇄 앞둔 옛 포항역 ‘빨간집’…성매매 탈출해도 불안한 미래
포항역 앞 ‘빨간집’이라고 불리던 대흥동 성매매집결지의 모습이다. 1950년 6·25 전쟁 직후 형성됐다고 알려진 이곳에는 한때 60여곳의 업소, 300명이 넘는 성매매 여성이 있었다. 2004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점차 쇠락하다 상권이 변하면서 남은 집결지는 옛 포항역 인근, 속칭 중앙대, 우체국 등 세 구역으로 나눠졌다.
집결지는 쪼개졌지만 이곳의 성매매 업소 30여곳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전국적으로 성매매집결지가 잇따라 폐쇄되자 일부 업소들이 남은 집결지로 몰려드는 ‘풍선 효과’도 있었다. 실제 경남 창원에서 영업하던 업주는 2021년 말 창원 마산합포구 서성동 집결지가 폐쇄되자 여성들을 데리고 포항 대흥동에 자리를 잡았다. 반성매매 활동가들은 현장상담(아웃리치)을 통해 하루 평균 성매매 여성 30여명을 만나는데, 포주나 속칭 ‘나까이’라고 불리는 호객꾼의 훼방으로 얼굴조차 보기 힘든 여성까지 고려하면 80여명일 것으로 추정한다.
70년 넘게 성매매집결지였던 대흥동 주변은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2015년 포항역이 지금의 북구 흥해읍으로 옮기고, 2021년 옛 포항역마저 완전 폐쇄되면서다. 철도부지 일대가 도시개발사업으로 떠오르며 신세계건설이 70층 규모 주상복합 건물을 짓기로 했고, 공원과 복합문화공간 등을 조성하는 청사진이 나왔다. 주변 환경이 변하면 집결지도 자연스럽게 폐쇄될 거란 기대가 있다. 대흥동 집결지 일대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논의 중이다. 영업도 하지 않으면서 업소 문을 열어둔 80대 업주는 ‘보상’을 기다리며 버티는 중이다. 그는 “보증금 몇백짜리 가게가 전부인데, 차라리 보상금이라도 받게 개발이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결지 폐쇄’라는 풍문은 개발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집결지에 남은 이들은 미래가 불안하다. 집결지에서 만난 60대 여성 ㄱ씨는 “10여년 전 지옥 같았던 이곳을 벗어났지만 사업이 망해 빚만 잔뜩 떠안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집결지 폐쇄 계획을) 듣긴 했지만, 이 짓(성매매)을 그만두면 배운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달에 몇십만원 주는 공공일자리 같은 걸로는 빚을 갚기도, 먹고사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성매매집결지 대책을 마련하고 성매매 여성 등과 소통하기 위해 지난 8월 대흥동 집결지에 현장시청 ‘빛나길 센터’를 열었다. 더는 영업하지 않는 성매매 업소를 임대한 이곳에는 시간제 인력 2명이 상주하고 포항시 공무원이 탄력적으로 근무한다. 집결지 정비가 본격화하면 이곳은 거점 역할을 한다.
경기도 파주시는 지난해 5월9일 조례를 제정하면서 지원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정했으나,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다. 서울 영등포구는 2019년 12월 조례를 제정했지만, 시행규칙은 만들지 않았다. 2017년 11월 조례를 만든 서울 성북구도 조례를 근거로 한 지원은 없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재정 악화로 지난해부터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전남 여수시는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하지 못했다. 2021년 10월 수원·성남·평택을 보조 지원한 경기도는 대상자들의 자활 준비 미흡,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2022년 12월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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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앞둔 옛 포항역 ‘빨간집’…성매매 탈출해도 불안한 미래
지난달 25일 저녁 7시께 경북 포항시 북구 대흥동의 한 골목. 흔한 간판 조명도 없이 어두운 길 어귀로 빨간 불빛이 새어나왔다. 가게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문 너머로 한 여성이 벽에 비스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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