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대발언 : 파주시청의 자작나무회 공무집행방해 고소 남발을 규탄한다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안녕하세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여름입니다. <성노동자 인권 살리는 정의로운 판결 촉구 x 파주시청 규탄 기자회견 :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활동,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1월 30일 오전 8시, 파주시청에서 경찰, 용역, 대형 크레인을 끌고 와 용주골에 성매매 단속용 CCTV 설치를 시도했습니다. 자작나무회와 연대자는 CCTV 설치의 위법성과 위험성을 지적했으나 파주시청은 무시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모든 말이 묵살당하자, 용주골 여성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에 올라가 CCTV 설치를 멈춰 달라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파주시청은 크레인을 더 높게 올리라고 지시한 뒤, 여성들의 머리 위에서 CCTV 설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여성들이 맨몸으로 오를 수 없을 만한 높이에서 작업을 지시한 겁니다.
그때, 자작나무회 B 님이 CCTV 설치 중단을 요구하며 4층 건물 높이의 전신주 위로 기어 올라가 고공농성을 진행했습니다. B 님이 고압선을 맨손으로 잡고, 발로 밟으며 올라가는 동안 파주시청 직원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 장면을 자신의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자작나무회와 연대자들은 그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올라간 B 님이 혹시라도 추락할까 봐, 고압 전류에 감전될까 봐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파주시청은 용주골 여성들의 애원을 무시하고 작업을 속행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아가씨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는 둥, ‘성매매 피해자’라는 둥 말하던 사람들이 한 사람의 생사가 달린 상황에서 그냥 구경하면서 채증만 한 겁니다.
오늘 재판을 받게 된 자작나무회 A 님은 CCTV 설치 중단을 위해 투쟁하려고 현장에 있었던 게 아닙니다. A 님은 B 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날 현장에서 A 님이 한 행동은, 전봇대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던 B 님에게 “위험하니 빨리 내려오라”고 설득한 거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전신주 맨 위쪽까지 올라간 B 님에게 A 님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고, A 님도 B 님을 말리기 위해 전봇대에 매달려 올라갔다가 팔에 힘이 풀려 내려온 다음 시청 직원에게 상황을 종료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파주시청은 A 님의 이런 행동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아 마땅한 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파주시청은 앞서 2023년부터 용주골에서 생존권 투쟁을 해오던 A 님을 여러 번 공무집행방해죄로 고소한 바 있습니다. A 님은 이전 고소 건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벌금 300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파주시청은 ‘성매매 피해자’라고 칭하는 여성들이 파주시청의 용주골 집결지 폐쇄 정책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고소를 남발하고 벌금을 먹이며 용주골 여성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고 있습니다.
A 님은 공무원에게 폭행이나 협박에 해당할만한 행동도 하지 않았고,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만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한 행동입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전신주에서 내려오라고 설득한 게 어떻게 공무집행방해가 됩니까?
파주시청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시민의 정의로운 행동 하나하나가 탄압받고 있습니다. 파주시청은 ‘성매매 피해자’를 향한 공무집행방해죄 고소 남발을 멈춰야 합니다. 시민이 자기가 사는 집 앞에 설치되는 CCTV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이의를 제기하다 위험에 처한 동료 시민을 구하려 하는 것, 자기 집을 부수고 없애겠다는 정책에 반발하는 것 전부 민주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해결해야 할 정당한 행동입니다. 이렇게 고소로 찍어 눌러 아무 반항도 못 하도록 시민의 손발을 묶어 버리는 반민주적인 행정에 반대합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성매매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용주골 여종사자모임 자작나무회와 제대로 소통하고 이주 보상대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언론에 면담했다고 보여주기 위해 하는 표면적인 면담이 아니라, 진짜 면담을 해야 합니다. 용주골 여성들은 영원히 용주골에서 살겠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합당한 이주 보상대책이 있다면 자발적으로 용주골을 나갈 의사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이주 보상대책이 없기 때문에, 현실성 없는 조례지원이나 만들어놓고 여성들을 일방적으로 쫓아내려고 하기 때문에 자작나무회는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겁니다.
자작나무회의 투쟁, A 님이 B 님을 구하려 했던 행동은 공무집행방해죄가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