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발언 :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A(용주골 여종사자모임 자작나무회) * 사랑해 대독
오늘 공무집행방해로 재판을 받게 된 용주골 여종사자모임 자작나무회 A라고 합니다. 자작나무회는 무리하게 용주골 강제 폐쇄를 강행하는 파주시청과 2년 넘게 갈등하고 있습니다. 파주시청은 저희가 살고있는 집이자 직장인 용주골에 성매매 단속용 CCTV 설치 시도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CCTV 설치는 저희를 감시하고 단속해서 내쫓는단 뜻이기에, 저희 종사자들은 CCTV 설치를 목숨 걸고 막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수차례 고소·고발을 당했고 결국 오늘 재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2023년 2월, 이재성 파주경찰서장은 “파주시와 협조해 폐쇄회로 TV(CCTV) 설치 등을 통해 성매매 알선 행위 등 강력 단속과 함께 수사팀을 보강해 불법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라 발언했고, 2023년 3월 3일부터 4월 27일, 5월 2일, 5월 10일, 11월 28일, 12월 21일에 걸쳐 2024년 1월 30일, 3월 18일, 총 8번 동안 CCTV 설치를 지속해서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설치 시도에는 약 300여 명의 경찰, 공무원, 용역이 동원되었습니다.
제가 공무집행방해죄로 재판을 받게 된 사건은 2024년 1월 30일, 전봇대 전신주 고공농성 사건입니다. 1월 30일 오전 8시경, 경찰, 용역, 시청 직원 수십 명과 대형 크레인이 성매매 단속용 CCTV 설치를 위해 용주골에 들이닥쳤습니다. 종사자들과 단 한 번도 이야기 나누지 않고 CCTV 설치 시도를 했기에, 시청 직원에게 항의도 해보고, 울먹거리며 사정도 해봤지만 우리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종사자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전봇대에 올라가 CCTV 설치 철회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봇대는 너무도 높았고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기선도 많이 엉켜있었습니다.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서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영하 6도 추운 날에 힘없는 여자들이 전봇대에 매달려있었습니다. 어떤 안전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파주시청이 종사자의 항의를 무시하고 CCTV 설치 시도를 계속하자, 한 종사자분이 전봇대 전신주까지 올라갔습니다. 무서웠습니다. 누군가 팔에 힘이 풀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건 아닐까? 전선 때문에 감전 사고가 터지는 건 아닐까?
저를 비롯한 자작나무회 회원들은 전신주에 올라간 종사자분에게 내려오시라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거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 거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전봇대 위에 올라가서 고공농성 중인 종사자분에게 내려오라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전신주에 있는 종사자에게 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저는 종사자분을 설득하다가 팔에 힘이 풀렸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이 상황을 중재할 수 없을 거 같아 스스로 전봇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상황이 너무 과열됐기 때문에 시청 직원에게 CCTV 설치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파주시청은 저를 고소했고, 파주경찰서로 조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경찰은 저에게 전봇대에 올라간 종사자들의 이름을 말하라 했습니다. 자작나무회는 서로의 본명, 나이 등 신상을 서로 알지 못합니다. 가명을 쓰고 있기도 하고, 같은 가게 식구가 아닌 이상 서로를 잘 모릅니다. 이 사실을 솔직하게 알려 드렸지만, 경찰은 오히려 제 말을 믿지 않고 소리를 지르면서 압박 수사를 이어갔고,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단지 동료를 설득하러 올라갔고, 스스로 내려왔습니다. 이게 공무집행방해죄가 되는지 몰랐다 말했지만, 경찰은 저에게 계속 똑같은 질문을 하며 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하라고 강요했습니다. 계속해서 경찰은 전봇대에 올라간 사람들을 말하라며, 어차피 자기들이 다 찾아낼 거라며 저를 몰아세웠습니다. 몇 시간의 조사를 받으며 저는 눈물이 터졌고, 결국 재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위험한 상황에 사람이 다칠 수도 있을 거 같아 말리려고 한 것뿐입니다. 그냥 모르는척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강도짓을 하거나 살인을 한 것도 아닌데 마치 흉악한 범죄자랑 같은 취급을 받는 거 같았습니다. 사람이 죽을까 봐 내려오라고 설득한 게 공무집행방해죄가 될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다치거나 위험한 상황이면 당연히 도와야 한다. 배웠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남을 돕는 게 죄가 된다면, 저는 앞으로 어떡해야 합니까?
법에 대해 무지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뭐가 옳은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과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했는지, 종사자분이 추락할 수도 있던 상황을 그저 바라만 봐야 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판사님, 부디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저에게 옳은 일이 무엇인지, 무엇이 맞는 건지 가르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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