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 성노동자의 날 누가 나를, 우리를 희음(멸종반란 /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선아는 오늘 아버지의 두꺼운 손이 언젠가의 하나님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도를 가르친 적 없는데 그 기도가 틀렸다고 불 한가운데로 내던지시는 하나님. 손자국이 뒤덮인 끈질긴 몸으로 선아는 도망쳤습니다. 기도도 가족도 없는 곳에서 선아는 다시 시작했습니다. 밥이 있고 화채가 있고 언니들이 있는 곳. 누구도 누구를 함부로 구원하려 들지 않는 곳. 사랑은 몰라도 멸시와 천대와 내동댕이가 무언지는 너무 많이 알아버린 사람들이 마른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곳. 이곳에서 선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인 채로도 두 번 세 번 살아진다고 자꾸 중얼거립니다. 현수는 어릴 적부터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건 대개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