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한국 성노동자의 날 집회/2023 한국 성노동자의 날 <우리의 일, 우리의 삶>

[발언문 공유] 2023 한국 성노동자의 날 <우리의 일, 우리의 삶 : 성노동자의 생존은 폐쇄될 수도 철거될 수도 없다> : 타리(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8. 23. 05:48

photo by. 우프 홍지영

 

2023 한국 성노동자의 날 <우리의 일, 우리의 삶 : 성노동자의 생존은 폐쇄될 수도 철거될 수도 없다>

타리(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에서 활동하는 타리입니다.

2023년 성노동자의 날을 맞아서, 강제 폐쇄에 맞서 온몸으로 투쟁하고 있는 현장에 함께 하게 되어 인생의 중요한 날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연대발언을 요청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부족하지만 그동안 인권운동을 하면서 만나고, 깨닫게 된 저항과 연대의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셰어는 성적 권리가 인권이라는 점을 계속 환기하면서 국가가 해야 하지만 방기하고 있는 책임을 요구하고 모두의 성적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적 권리가 인권이라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국가에 의해서 벌어지는 차별과 폭력을 밝혀내고 그것을 철폐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곳에는 어떤 차별과 폭력이 있을까요?

미군 기지를 유지하고, 외화벌이하는데 필요하다는 국가의 판단에 의해서 집결지가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일하고 돈을 벌어들인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았습니다. 미군 기지가 떠나고 국가가 관리해야 할 명분이 없어지자 도덕적인 낙인을 씌워서 문제 있는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말합니다. 이건 정당하지 않고 사실도 아니며 부당한 차별이고 혐오입니다. 이주대책도, 자활대책도 시혜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관리와 통제를 당연시합니다. 이것은 권리가 아니라 폭력입니다. 여기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존중 없이 강제로 이루어지는 철거와 이주는 삶을 파괴합니다. 국가가 필요할 때는 여기에 사람을 모으고 애국자라며 치켜세우다가, 필요 없어졌을 때는 불법을 운운하고 다른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면서 단속하는 행태에 분노합니다.

성적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권력에 밀리고 자본의 논리에 밀릴 때 특히나 무자비한 대접을 받습니다. 마치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위험한 영향을 주는 것처럼 혐오를 조장해서 차별을 정당화합니다. 성노동자, 성소수자, HIV/AIDS 감염인, 이주노동자와 난민, 장애인 등 소수자들을 차별할 때 성적 낙인이 자주 동원됩니다. 이럴 때 이 소수자들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이 아니라 안 보이는 곳으로 숨겨지길 바라는 존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수자들은 질문해왔습니다. 왜 주류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졌다고 해서 차별받아야 하는지, 왜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불법이 되어야 하는지, 왜 특정한 질병을 가졌다고 해서 비과학적인 이유로 격리당해야 하는지, 왜 일할 곳이 없는지, 왜 살아갈 곳이 없는지, 그렇다고 시설에 구금되고 추방되어야 하는지, 왜 국가의 필요에 의해서 나타났다가 사라져야 하는지…

그리고 저항해왔습니다. 현행법이 불법이라고 규정해도 인권이 있습니다. 어떤 법은 사람이 아니라 질서를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질서에 어긋나는 사람들을 차별합니다. 성적 권리는 인권이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권력자들의 성적 쾌락만을 보호해왔습니다. 우리가 동등한 시민이라는 것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졌다고 해서 보지 않을 권리, 혐오할 권리는 없다는 것입니다.

셰어는 모든 사람이 성과 재생산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차별과 폭력이 없어지고 불평등이 줄어는 사회적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노동자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터에서 안전을 확보하고 성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아프면 맘 편히 치료를 받거나 쉬어야 하고, 차별과 강요, 폭력과 낙인 없는 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과 별개로 성노동자가 성적 즐거움을 누리고, 임신과 출산, 임신 중지, 양육 과정에서 차별 없이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일자리는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성노동자가 주체적으로 발언하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성노동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착취와 폭력을 종식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성노동자의 입장을 듣고 반영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살아온 터전을 옮기기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하는 과정이 생략되지 않아야 합니다. 누구와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하고, 그간에 살아온 역사를 부정당하지 않아야 그다음으로 이동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회적 정의를 찾아나가고 실현해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곳에 켜켜이 쌓여온 국가폭력을 밝히고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국가가 행해온 차별과 폭력을 종식하기 위한 연대는 종종 법의 한계를 넘어서 이루어집니다. 법 제도가 소수자에게 행하는 차별을 똑바로 인식하고, 모두의 인권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때로 선을 넘고 법을 바꾸어왔습니다. 그러한 용기를 통해서 인권은 신장되어 왔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그러한 투쟁과 연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작나무회의 투쟁을 지지하면서 셰어도 계속해서 사태를 살피고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어떤 주장을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