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한국 성노동자의 날 집회/2023 한국 성노동자의 날 <우리의 일, 우리의 삶>

[발언문 공유] 2023 한국 성노동자의 날 <우리의 일, 우리의 삶 : 성노동자의 생존은 폐쇄될 수도 철거될 수도 없다> : 지혜(자작나무회 회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8. 23. 05:43

photo by. 우프 홍지영

 

2023 한국 성노동자의 날 <우리의 일, 우리의 삶 : 성노동자의 생존은 폐쇄될 수도 철거될 수도 없다>

지혜(자작나무회 회원)

저는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입니다.

저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쳤습니다. 퇴행성 디스크가 있어서 한 번은 의사선생님이 60대 보다 허리가 안 좋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

또한 어렸을 적 가정폭력으로 우울증도 심합니다. 친오빠와 이야기하다가 제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 뺨을 때렸을 때 엄마는 옆에서 네가 맞으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하고 웃고 계셨습니다. 피가 섞였지만 같은 가족은 아니었습니다.

현재 가족과는 인연을 끊은 상태로 살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저에게 가족의 울타리를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알아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살아야 합니다. 아프다고 운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저는 제가 먹고 자고 입는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우울증이 심하다고 사회에서는 누구 하나 이해해 주는 분 없었습니다. 출근시간에 급하게 정신과를 가야 하는 상황 또한 이해하지 못해주셔서 그날 퇴사를 당한 적도 있습니다.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고, 편해서 그런 병에 걸리는 거라고. 부자병이라고. 바쁘게 살면 그런 병에 걸리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살면서 5시간만 자고 일할 때도 우울증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밥을 먹다가, 자려고 누워서, 공구를 들고 있을 때도, 커피를 마시면서 쉴 때도 항상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말하면 주위 사람들이 힘들 것 같아서 차마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참았습니다.

이곳 용주골은 우울증 때문에 출근 전에 병원 갔다 와도 괜찮고 심한 날은 쉬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일이 몇이나 있을까요? 저는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하다는 진단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제가 일반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낮에 일하면 우울증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은 실수를 봐주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또 상처받고 자존감만 낮아질 뿐입니다.

이곳 용주골은 제 마지막이자 최선의 선택지입니다.

이곳이 폐쇄된다는 것을 알고 저는 하늘이 무너진 느낌이었습니다.

이곳은 제게 일터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제2의 고향이며, 지나가며 사람들과 인사하고 서로 아파 보이면 걱정도 하는 그런 곳입니다.

밥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행복해하고, 내일 또 보자며 인사를 하고, 내일이 되면 그 사람들이 항상 같은 곳에서 만나 인사도 나눕니다.

제가 어딜 갔다 와도 이곳만은 남아있다는 안정감도 받습니다. 힘들 때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투쟁하면서 저는 파주시장은 독재자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고, 조율은 없고 일방적인 통보만이 있고, 자신 이외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파주시장 주위로 시민을 지지해야 할 단체들이 파주시의 편을 들고, 시민단체들이 시민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불법 일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직업은 불법이 아닙니다.

당당하진 않지만 우리의 선택이었습니다.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