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한국 성노동자의 날 집회/2023 한국 성노동자의 날 <우리의 일, 우리의 삶>

[발언문 공유] 2023 한국 성노동자의 날 <우리의 일, 우리의 삶 : 성노동자의 생존은 폐쇄될 수도 철거될 수도 없다> : 림보(International Waters 31)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8. 23. 05:50

photo by. 우프 홍지영

 

2023 한국 성노동자의 날 <우리의 일, 우리의 삶 : 성노동자의 생존은 폐쇄될 수도 철거될 수도 없다>

림보(International Waters 31)

 

안녕하세요. 그동안 파주 용주골 싸움 소식을 자주 찾아보며 응원만 하다가 왔습니다. 저는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InternationalWaters31, 줄여서 IW31이라고 부르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림보라고 합니다.

IW31은 국경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의 이주정책을 반대하며, 흔히 불법체류자라고 불려온 미등록 비국민이 “지금-여기”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살고 있는지 문제제기하고, 외국인보호소라는 이주구금시설을 폐지하기 위해 활동합니다. IW31의 활동은 2021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새우꺾기 고문피해를 입은 M과 연대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그때 우리가 외친 구호는 “내 이웃을 가두지 말라”라는 구호입니다. 오늘은 이 구호를 조금 바꿔서 외쳐보려고 합니다. “내 이웃을 내몰지 마라, 쫓아내지 마라”

저는 용주골에서 싸우는 여성들의 싸움이 이동권 투쟁이자,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곳에 머무르며 일하며 살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을 지지하기 위해 오늘 여기에 왔습니다. 여러분은 이동권이라는 단어를 언론 보도를 통해서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동권은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를 말하는 용어로 요즘 한국 사회에서 많이 이해되고 있지만,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관계를 맺고 일하고 교육도 받고,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동권은 생존권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 한편 이동권은 국경을 넘어갈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지만, 원하는 곳에 집을 마련하고 살며 일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단속당하지 않고 쫓겨나지 않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와 이웃을 만나며 살아갈 수 있는 권리라고도 넓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CCTV를 설치해서 통제하고, 일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일은 결국 누구의 이익과 안전을 위한 것입니까? 대한민국 정부가 미등록 비국민의 노동력에만 빨대를 꽂고, 그들의 삶을 외면하고 있는데, 파주시도 역시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이익만을 보호하면서 가난한 용주골 여성들의 삶은 없는 셈 치고 있지 않습니까.

파주시가 개발을 이유로 용주골을 밀어버리려고 하는 것은 결국 이들을 더 가난하고 취약한 존재가 되도록 내모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밀어내면 어디까지 떠밀려 가야 한다는 것입니까? 용주골의 싸움을 보면서 저는 국경이 곳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국경을 넘습니다. 그 경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있을 수도 있지만, 생존과 도덕 사이에도 세워지고, 경제적 위치나 나이로 두터워지기도 합니다.

용주골에 사는 여성들의 요구를 귓등으로 흘리며 인정하지 않는 파주시를 규탄합니다. 그리고 용주골 여성들과 연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언론을 비롯한 다른 운동 단체들의 태도도 너무나 문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페미니스트의 선언문을 엮어 만든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라는 책에서 꼭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구절을 하나 발견했는데요. 바로 “한 명의 상처는 모두의 상처”라는 문구입니다. 한 사람도 외롭게 혼자 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서 계속 용주골의 싸움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여러분도, 서로를 보살피면서 몸과 마음이 너무 상하지 않게 챙기면서 잘 싸워내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