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발언 : 성노동자 인권 살리는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
홍지연, 박나혜(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
안녕하세요, 저희는 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의 박나혜, 홍지연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파주시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항의하고,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파주시는 올해 1월 30일 CCTV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고공농성을 펼친 성노동자 A를 공무집행방해죄로 고소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인권을 위한다지만 뒤에서는 손쉽게 강제 폐쇄하기 위해 성노동자들에게 온갖 죄명을 걸어 고소 고발하고 있습니다.
CCTV가 설치되면 집결지 강제 폐쇄는 시간문제입니다. 파주시는 ‘방범용 CCTV’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사실상 성노동자를 시의 관리 감독 아래에 두고자 하는 의도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는 지난 몇십 년의 세월 동안 지자체에 묵인 아래 유지되어 왔습니다. 강제 폐쇄가 발표된 이 시점에, 갑자기 치안과 범죄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하려는 시도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파주시는 성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이 훤히 보이는 위치에 CCTV 설치를 시도했습니다. 성노동자의 일터이자 생활공간인 유리방은 3면이 유리로 되어 밖에서 안을 볼 수 있습니다. 안에서 도 밖을 볼 수 있습니다. 내 집, 내 방 창문에 CCTV를 달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어느 누가 반기겠습니까?
용주골 성노동자들은 CCTV 설치는 불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러나 파주시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결국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신주에 올라가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갔습니다. 살고자 선택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고공농성을 ‘공무집행방해’로 치부하며 형사 고소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성노동자들의 삶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파주시가 아닙니까?
파주시는 성노동자를 ‘성매매 피해자’라고 부르면서 그들의 의견을 듣지도, 묻지도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위한 일이라고 하면서, 왜 피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묻지 않습니까? 성매매 피해자라 칭하면서 왜 이들의 말을 전혀 믿지 않으십니까?
우리는 모두 먹고 살려고 일합니다. 나를 먹이기 위해서, 내가 아플 때 잘 치료받기 위해서, 나를 돌보기 위해서 일합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존재들을 위해서 일합니다. 그들이 잘 먹고, 아플 때 제때 치료 받게 하기 위해 일합니다. 나의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 일합니다. 성노동자들은 당신들처럼, 돌봄을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 일이 불법이든 합법이든 이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일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윤석열 정부 이후 안 그래도 불안정했던 물가는 미친 듯 치솟고 있습니다. 의료대란으로 돈이 없으면 함부로 아플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 사회는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의 최소한의 삶조차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 돈을 벌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습니다. 왜 성노동자에게는 그것마저 허락해주지 않는 것입니까?
성노동자의 삶을 위협하고, 살기 위한 투쟁을 불법으로 치부하는 파주시의 행태를 규탄하며, 성노동자의 인권을 살리는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합니다. 위법 판결을 받는 것은, 성노동자의 삶을 더 취약한 곳으로 내모는 것이지 절대 성노동자를 위한 일이 아닙니다.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부디 성노동자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십시오. 고공농성에 들어가기 전, 몇 번이고 구두로 “하지 말 것”을 경고했습니다. 이 경고를 무시한 것은 파주시입니다.
우리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들은 법을 이용해 성노동자를 탄압하고, 무맥락적 강제 폐쇄를 고수하는 파주시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