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용주골 투쟁”과 관련한 창작활동, 연구활동 가이드라인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11. 20. 12:23

“용주골 투쟁”과 관련한 창작활동, 연구활동 가이드라인

 

가이드라인 작성 경위: 여성인권 위협하는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강제폐쇄에 대항하는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 시민 연대투쟁 (이하 용주골 투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용주골 투쟁이 언론 취재, (예술)창작활동, 연구활동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용주골 투쟁 주체들은 위와 같은 관심이 성노동에 대한 대상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1) 한국 사회에서 성노동자와 성노동자 권리운동은 보수, 진보, 언론, 학계, 예술계 등의 분야에서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폄훼, 낙인, 왜곡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성노동자와 성노동자 권리운동은 기자, 예술가, 연구자와 대등하게 논의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소재, 대상, 재료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 용주골 사람들은 이미 그간 창작, 연구, 보도 활동을 위해 용주골을 취재한 개인 및 단체 일부가 자신을 동등한 동료 시민이자 연대 주체로 보지 않고 함부로 대하거나 소비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는 용주골 활동 지속을 위해서 용주골 구성원들이 참아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용주골에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모든 사람이 달라져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창작활동 및 연구활동으로 용주골 투쟁에 연대하고자 하는 예술가, 연구자, 창작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 및 배포합니다.

용주골 투쟁 현장을 주제/소재로 한 예술/학술 활동을 기획할 경우,

1. 작업자는 자작나무회, 차차 활동가, 용주골의 성노동자, 상인, 연대 시민 등이 본인 작업의 소재나 재료가 아니라 정중하게 협업을 제안할 상대로 상정하고 작업을 기획하여야 합니다.

2. 작업자는 용주골 성매매집결지를 성매매가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성노동자들이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현장이자 생존권 투쟁이 진행 중인 투쟁 현장임을 인지하여야 합니다.

3. 그를 위해서 작업자는 취재 및 작업에 돌입하기 이전 단계에서 차차와 자작나무회와 소통하여 작업 기획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조 혹은 협업을 원하는지, 그것이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4. 용주골의 종사자와 연대자를 직접 취재하지 않고 용주골 마을 일부 (빈 건물 등) 를 취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주골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집을 촬영당하거나, 그림으로 그려져 모르는 작업자의 작업이 되는 거주민의 입장을 생각해 보십시오. 용주골 집은 사람의 집입니다. 용주골 마을은 이곳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궈온 주거지, 일터, 투쟁 현장입니다.

5. 취재 이후 결과물 발표 이전에 차차 및 자작나무회와 소통하며 작업을 함께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6. 취재 과정, 작업 과정, 결과물 발표 과정 중 그 작업에 협조한 용주골 사람이 중단을 요청하는 경우 작업 진행과 결과물 발표를 우선적으로 보류 및 중단하여야 합니다.

예술, 연구, 창작 활동으로 용주골 투쟁에 연대하고자 하는 작업자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충분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작업을 함께 논의하고, 협조 및 협업을 제안할 때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길 요청드립니다. 이들이 예술, 연구 등 매체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등장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다양한 작업에서 용주골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성노동자들이 소재, 대상, 재료로 소비되지 않고, 투쟁주체로서 등장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2024. 11. 20

용주골 여종사자모임 자작나무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