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남성 중심 사회에서 법은 성노동자와 성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베를린
1. 서론: 이성애·남성 중심 질서에서의 성노동자와 성소수자
성노동자, 특히 여성 성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은 이성애적 가부장제 또는 이성애·남성 중심적 질서에 의해 위계화된 구조 안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들에 대한 낙인 문제가 있다.1) 박이은실(2008)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오랫동안 남성중심사회를 운영, 유지해온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 집단 사이에서 “교환”되는 위치에 놓여 왔는데, 이는 물품의 교환과 함께 이루어지기도 했고, 결혼제도 등장 후에는 더욱 제도화된 형식으로 지속되어 왔다. 그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 특히 그녀가 “숫처녀”인지, 아니면 다수의 남자들과 성적으로 관계하는지의 여부는 이 교환에서 중요하게 짚어진다. 이성애·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여성들은 섹슈얼리티를 중심으로 위계화되고, 여성 성노동자는 이 위계의 하부에 놓인다.2)
이성애·남성 중심적 사회는 성별이분법과 이성애를 표준으로 전제하기에, 성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을 갖는 소수자들을 낙인과 차별의 대상으로 만든다. 결국 이성애·남성 중심 질서 속에서 성노동자와 성소수자들은 공통적으로 낙인과 차별의 대상이 된다. 이는 법률과 헌법재판소의 태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 성매매특별법과 군형법 합헌 결정의 주요 내용
성매매방지특별법(이하 성매매특별법) 제21조 제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성매매가 사회 전반의 성풍속과 성도덕을 허물어뜨리기 때문에, 성매매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려는 성매매특별법 상기 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경제적 대가를 매개로 하여 경제적 약자인 성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형태를 띤다고 하였다(헌재 2016.3.31. 2013헌가2).
다음으로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 조항은 당사자간 합의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 구성요건요소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2013년 4월 5일 동 조항의 개정 전에는 “항문성교”가 “계간”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며, 이는 남성간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3)인바, 동 조항이 동성(남성)간 성행위만을 처벌하겠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헌재는 군형법 조항에 대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면서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처벌한다고 지적하였다. 헌재는 상기 조항에 합의 여부 등 별도의 제한이 없는 것은 주된 보호법익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불명확성이 없다고 보았다(2016.7.28. 2012헌바258 등).
3. 헌재의 결정에 대한 비판
헌재의 결정은 성노동과 동성애를 처벌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나아가 성노동자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구체적인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건전한 성풍속 또는 성도덕을 내세우며, 성소수자와 성노동자들이 도덕을 저해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헌재는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성매매특별법 합헌결정)” 또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군형법 합헌결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하나, 성풍속 및 성도덕 그 자체에 관여하는 것은 법의 의무가 아니다.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은 매우 추상적, 관념적이고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시대와 장소, 상황 및 가치관에 따라 변화될 수 있음은, 성매매특별법 결정 중 전부위헌의견(재판관 1인)도 지적한 사항이다. 헌재는 과거 간통제 위헌 결정에서도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라 하더라도 이를 모두 형벌로 규율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4)
성매매 혹은 동성애에 대한 처벌은 실체가 불분명한 ‘성도덕’을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입법자가 특정한 도덕관을 확인하고 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성노동자와 성소수자를 도덕적이지 못한 존재로 낙인찍는다.
둘째, 성노동자와 성소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존중되지 못하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이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로 한다. 헌재는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함됨을 밝힌 바 있다.5) 여기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은 내심의 의사와 그 표현의 자유, 행위의 자유로 구성되며,6)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포함한다. 이에 성행위의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권리만이 아니라, 자신의 성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 성에 대한 처분행위로서 성을 매도 또는 매수하는 거래행위가 포함될 수 있다.7)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특히 착취나 강요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성매매를 처벌하는 근거는 희박하다.8) 군형법을 살펴보면,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이유로, 합의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에 대한 제한 없이 동성간 관계를 처벌하고 있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헌재는 성매매특별법을 “건전한 성도덕·성풍속”을 내세우며 성노동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9) 군형법에 대해서는 “건전한 생활과 군기”,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제시하면서, “성적 자유”는 주된 보호법익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의 성생활은 극히 개인적인 내밀영역이다. 성생활에서의 권리와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며, 사생활, 특히 성적 사생활 영역은 형법의 영역 밖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볼 때,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호 법익으로서 중요하게 검토되었어야 하였다.
셋째, 헌재는 상호합의된 관계마저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합헌결정에서 헌재는 성매매가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이며, 경제적 대가를 매개로 하여 경제적 약자인 성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형태를 띠므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이는 성을 절대 신성시하는 시각이자, 정서적 교감이 배제된 성관계, 경제적 대가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성관계를 죄악시하는 보수적 관점이다. 부부 사이에서 애정이 없는 성관계, 쾌락만을 추구하는 성관계, 성관계를 가지면서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연인들의 관계도 모두 문제시되어야 하는가? 나아가, 자발적 성매매를 착취와 폭력으로 간주하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을 획일적 이미지로 묘사하면서, 이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상호 합의된 관계를 처벌하는 문제는 군형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군형법은 “합의 없이 이루어진 동성 사이의 성폭력”과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를 모두 형사처벌하고 있다. 상호합의된 관계를 처벌하는 것은 젠더폭력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위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크다. 2017년 육군에서 벌어진 동성애자 군인 색출사건, 2018년 동성애자 해군 수색과 수사 등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군형법 제92조의6은 동성애자에 대한 마녀사냥의 근거로 악용되어 왔다. 그러나 성소수자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 해군 장교 2명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는데,10) 동 사건은 군형법 제92조의6이 문제되는 사안도 아니었다. 동성간 성관계는 합의하에 이루어졌어도 처벌하면서, 성소수자 부하 여군을 성폭행하였다는 혐의가 있는 간부에 대해서는 군형법 제92조의6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상호 합의된 관계를 범죄시하는 시각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자칫 젠더폭력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4. 결론: 성노동자와 성소수자를 낙인찍는 소위 “건전한” “이성간” 성관계라는 기준
헌재는 성매매특별법 합헌결정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낙인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가부장제 질서에서 차별의 대상이 되어 온 성노동자와 성소수자의 권리가 헌재의 결정에서 충분히 존중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헌재는 성노동자와 성소수자들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보다, 실체가 불분명한 “건전한 성풍속”,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을 강조하였다. 이는 성노동자와 성소수자를 비도덕적이라고 간주하는 셈이다. 법률과 헌재의 결정은 ‘정상적인 성관계’의 기준을 강요하면서, 이를 위반할 시 처벌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이때 ‘정상적인 성관계’라 함은, 첫째, 정서적 교감을 수반해야 하고, 경제적 대가가 있어서는 안되는 “건전한” 성관계이어야 하고, 둘째, “이성”간의 성관계여야 한다.
정리하면, 우리 사회와 법은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실제로는 가부장제 질서에서 주변인으로 위치지워진 성노동자와 성소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평등권 등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 “건전한” 성관계와 “이성간” 성관계라는 정상적 성관계의 기준을 세워 이에 부합하지 않는 성노동자와 성소수자들에게 낙인을 가하고 있다. 군형법 제92조의6 합헌결정과 성매매특별법 제21조 제1항 합헌결정은 낙인을 가하는 대상은 서로 다르지만, 낙인의 논리는 서로 유사하다. 이에, 성노동자, 성소수자 그리고 가부장제가 불평등하게 위치짓는 기타 여러 집단들 간 상호 교차성을 이해하고, 연대를 바탕으로 한 법·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1) 예컨대, 박이은실(2008)은 낙인의 문제에 대해 한 사회의 성관념, 즉 성정체성, 성도덕, 성별 권력관계 등 다양한 지점과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박이은실, “섹슈얼리티의 위계와 낙인의 문제 - 성(별)전환인들의 성노동에 대하여”, 『성노동』,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2008, 65쪽)
2) 박이은실, 앞의 책, 2008, 70-71쪽.
3) 계간(鷄姦)이란 남성 동성애자의 성 행위를 ‘닭’에 비유하는 단어로, 2013년 법 개정으로 동 표현은 삭제되었다. 하지만 ‘항문성교’라는 용어로 대체되면서 여전히 군대 내 동성애자에 대한 마녀사냥 및 처벌 근거 조항으로 악용되고 있다.
4) 헌재는 “성도덕에 맡겨 사회 스스로 질서를 잡아야 할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여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하였다. 아울러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의 내밀영역에 속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그 권리와 자유의 성질상 국가는 최대한 간섭과 규제를 자제”하여야 한다고 하였다(2009헌바17, 2015.2.26).
5) 2009헌바17, 2015.2.26
6) 정지원, “장애인 성폭력 관련 법령과 판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개선방안”, 『젠더법학』, 3(2), 2011, 162쪽.
7) 장다혜, “성매매처벌법상 단순성매매 처벌 위헌심판제청결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 『이화젠더법학』, 7(3), 10쪽.
8) 특히 형법 제22장(성풍속에 관한 죄)에서 음행매개죄(제242조), 음화반포죄(제243조), 음화제조죄(제244조), 공연음란죄(제245조) 등은 공연하게 행위들이 이루어질 때 제한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절대적으로 법적 금지의 대상이 되지 않는 범위 내의 음란물을 내밀하게 소지한다거나 혼인관계 이외의 은밀한 간음행위는 원칙적으로 형법적 금지의 대상이 되지 않다. 형법이 영리를 목적으로 간음행위를 하도록 매개한 자만을 처벌하고 간음의 직접적 당사자 일방인 제공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이유는 자발적인 성매매 자체가 과연 사회적 법익의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이덕인,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의 위헌논란과 쟁점”, 『형사법연구』, 27(3), 72쪽.)
9)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성을 상품화하여 거래 대상으로 삼으면서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을 해하는 성매매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되어야 하는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하였다.
10) 중앙일보, “‘성소수자 여군 성폭행’ 징역 10년에서 무죄... “가해자에 면죄부” 반발”,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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