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대발언 : 건물주만 배불리는 반페미니즘적인 정책 예산 편성을 멈춰라!
홍지연(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
안녕하세요. 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의 홍지연입니다.
저는 오늘 파주시가 진행 중인 68억 원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 합동 거점시설 매입 사업 예산 집행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명목으로 올해 46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그중 38억 원을 거점매입 사업에 쏟아부었습니다. 파주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건물 11개 동 추가 매입을 위해 68억 원의 예산을 시의회에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대에 성평등센터, 전시관, 강의실, 복지시설, 심지어 골프장까지 짓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도시 재생과 여성 친화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성노동자의 삶을 지우고 건물주의 자산을 시민들의 세금으로 불려주는 정책입니다.
거점매입 건물은 대부분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2024년 파주시는 용주골 집결지 내의 한 건물을 약 4억 원에 매입했는데, 당시 시세는 2억 원 남짓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론 건물주는 막대한 이익을 얻고, 그 건물에서 살던 성노동자는 이주 대책이나 보상 없이 퇴거당했습니다. 파주시는 ‘세입자가 없는 건물만 매입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건물을 팔기위해 건물주가 먼저 세입자를 쫓아내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파주시가 직접 강제퇴거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해도, 사실상 강제퇴거를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업은 공공 예산을 시민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특정 건물주의 이익만 보장하는 전형적인 세금 낭비입니다.
더 큰 문제는 파주시가 이 모든 과정을 “페미니즘”과 “성평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파주시는 용주골 집결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전시와 교육, 문화 공간을 세우며 “여성 친화 도시”를 만들 것을 외칩니다. 거점매입 건물 중 한 곳에서는 현재 성노동이 얼마나 ‘착취’적이고 ‘불행’한 일인지에 대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생업을 ‘불행한 삶’으로 규정하고, 집과 일터를 빼앗아 만든 곳에 이 일의 고충에 대한 전시를 하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입니까?
또 한 곳의 거점매입 건물인 ‘성평등 파주’에서는 지난주 성평등주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고, 저는 그 행사에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양복을 입은 남성들의 성악 공연이 진행되었고, 집결지 폐쇄에 공을 세운 이들에게 표창장이 수여되었습니다. 행사장에는 ‘성매매를 반대하는 분들이 참석하는 행사’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고, 행사장 밖에는 이 정책에 반대하는 용주골 거주민들과 종사자들을 저지하기 위한 경찰 인력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행사 관계자는 외부인의 진입을 막기 위해 행사장 문을 걸어 잠갔고, 행사장에 진입한 저를 포함한 몇몇 활동가들은 촬영을 했다는 이유로 행사장에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행사입니까? 시민을 위한 공공 공간에서 열린 ‘성평등 주간’ 행사가 이렇게 배타적으로 운영되고, 반대의 목소리는 봉쇄되고, 행사장은 특정한 시각만을 재생산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질 기록과 전시는 오직 파주시의 관점에서만 이뤄질 것이며, 그 속에서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지워질 것입니다.
파주시는 이런 식으로 ‘공공을 위한 일’을 내세워 성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성평등’과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이런 폭력이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공공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문화 사업과 도시 재생 사업은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포함하고 존중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공공 예산과 도시 재생이 특정 계급의 시선과 입맛에 맞춰지고, 그 외의 삶은 지워질 때, 이는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계급 권력의 행사입니다. 지금 파주시는 그 권력을 성노동자들의 삶 위에 휘두르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위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곳의 주민들과 노동자를 괴롭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단순한 공간 정리가 아닙니다. 지자체가 나서서 어떤 삶은 보호할 가치가 있고, 다른 삶은 사라져도 괜찮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페미니즘 워싱’이자 ‘문화 워싱’임을 분명히 지적해야 합니다.
파주시는 더 이상 기만적이고 계급적인 정책을 ‘도시 재생’, ‘성평등’,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로 미화하지 마십시오. 파주시가 진정 ‘여성 친화 도시’를 원한다면, 공공예산은 용주골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권리를 지키는 데 우선적으로 쓰여야 합니다.
파주시의 정책 방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공공 예산이 진정으로 약자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기를 촉구합니다. 파주시는 위와같이 건물주만 배불리는 반페미니즘적인 정책을 위한 예산 편성을 멈춰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