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5)

[발언문 공유] 성매매 업소 건물주 배불리는 거점매입 68억 예산에 반대한다!! : 타다(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5. 9. 12. 15:02

 

 

연대발언

 

타다(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

 

안녕하세요 저는 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의 타다입니다. 저는 수유동에서 성노동을 하고 있는 성노동자입니자. 

제가 일하는 수유의 밤거리는 매일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이 거리에는 국가가 묵인하는 유흥업소와 접대비를 받은 남자손님들, 그리고 식품위생법이 유흥접객원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아가씨’들이 있습니다. 용주골이 그러했듯 국가가 암묵적으로 성매매를 용인하고 장려하는 수유의 거리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무의미합니다. 이곳에는 매일 밤 수많은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재밌게도 제가 일하고 거주하는 이곳 강북구 또한 ‘여성친화도시’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퇴근하고 꼭 거쳐가는 사거리에서 여성친화도시 강북구라는 현수막을 마주칩니다. 저는 그 현수막을 볼 때마다 여성으로서의 내 삶의 안전과 평안이 아닌, 그 ‘여성’에 내가 속해있지 않을 것이라는 모멸감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여성인권’, ‘여성친화’라는 구호에 내쫓겨온 수많은 성노동자들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쫓기고 있는 파주시의 용주골 종사자들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용주골’은 국가가 미군에게서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만든 기지촌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개발’을 앞둔 지금, 국가는 그 용주골을 일궈온 여성들의 역사를 무시하고 ‘범죄자’라는 오명을 씌워 여성들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 용주골에서 연대하며 정부와 시가 얼마나 자의적으로 약자에게 법을 휘두르는지 맨살로 느꼈습니다. 저는 여성이 안전한 길을 위한다며 여성 종사자들을 구경거리로 삼는 여성단체의 모습을 봤습니다. 하루아침에 집에서 내쫓길 처지를 한 번만 들어달라고 무릎 꿇는 여성들에게 손가락질하는 파주시장을 봤습니다. 집에서 머무는 여성들의 비명을 듣고서도 포크레인을 들이미는 용역을 봤습니다. 종사자들을 신고하고 협박해 궁지로 내몰아 쫓아내려는 시민들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 폭력 사이에서 ‘사람이 여기에 살고 있어요. 제발 내쫓지 마세요.’ 라는 처절한 외침을 김경일 시장은 왜 듣지 않습니까? 용주골 종사자도 파주시의 시민이라는 말을 왜 듣지 않습니까? 용주골 여성들의 목소리를 어째서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까? 용주골 종사자들에게 실상의 자활조례가 ‘자활’이 될 수 없음을, 떳떳한 삶을 피해만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은 자긍심을, 이대로 내가 살아온 삶터를 빼앗겨버릴 수는 없음을 용주골 여성들은 끊임없이 외치고 있습니다. 

파주시는 세입자없는건물을 만들기 위해 건물주에게 시세 대비 높은 금액의 건물 매입비를 책정하고 실거주하던 여성을 강제퇴거 시키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온 건물주에게 파주시는 높은 금액으로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38억이라는 거점매입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파주시는 추가로 건물을 매입하기 위한 68억의 예산을 시의회에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건물에서 일하고 거주하던 종사자들은 어떠한 이주대책도 없이 하루아침에 쫓겨나고 있습니다. 종사자들에게 어떠한 보호조치 없이 강제퇴거를 자행하고선 건물주만 배 불리고자 하는 파주시의 위선에 매우 분노합니다. 업주를 배불리고 성노동자를 내쫓고서 지을 그 많은 행사장과 교육장과 골프장은 대체 누구를 위한 재개발입니까? 용주골의 여성들을 무참히 짓밟고 선 도시는 누구를 위한 도시입니까? 

저는 68억이라는 그 많은 돈이 용주골을 갈아치우기 전에 조금이라도 이곳 여성들을 위해 쓰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장시간의 노동을 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면, 가족을 부양하면서 피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사회였다면, 지내온 터를 안전하게 떠날 수 있는 충분한 이주 대책이 이루어졌다면, 아니 그보다도 이전에 성노동으로 일궈온 여성들의 삶에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68억이라는 종잇장 같은 돈이 이보다는 가치 있지 않았을까요. 

이에 김경일 파주시장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아무런 이주보상 대책없이 종사자들을 삶터에서 쫓아내는 파주시의 강제철거와 거점매입사업에 반대합니다. 자본의 논리로 더욱 더 변방으로 내몰리는 사회적 약자들과 성노동자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더욱 취약한 곳으로 쫓겨날 뿐입니다. 

우리는 성노동을 합니다. 성노동자에게 부여되는 범죄와 피해라는 단어가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명백한 삶의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이곳에 성노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바로 이곳 파주시 용주골에서 발을 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