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5)

[발언문 공유] 성매매 업소 건물주 배불리는 거점매입 68억 예산에 반대한다!! : 자아(팔레스타인평화연대)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5. 9. 12. 15:08

 

사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연대발언

 

자아(팔레스타인평화연대)

 

안녕하세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이자 파주에 사는 파주시민 자아입니다.  

앞선 발언자들께서 파주시청의 왜곡된 예산 배정과 무책임한 이주대책 부재 등 지역에서 행동해야 하는 부분들을 날카롭게 지적해주셨습니다. 저는 이어서, 이 투쟁이 단지 파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투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저는 지난 9년 간 한국 사회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특히, 한국기업 HD현대의 굴삭기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옥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는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기업의 상업적 이익 추구가 어떻게 식민지배의 도구가 되어, 점령과 억압이 끝나지 않도록 공모하고 있는지를 지켜봐왔습니다.  

2023년 11월, 용주골에서 첫 행정대집행이 있었고 저는 그해 12월 말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그 현장을 가봤습니다. 용주골의 모습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팔레스타인인들이 방금 전까지도 살고 있던 가옥을 불과 4시간 만에 파괴해버리던 장면들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크고 차가운 굴삭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도, 한 겨울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유리문이 떼어진 모습을 본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내가 발딛고 사는 땅에서도 불도저를 멈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세계 초미의 관심사인 이스라엘 식민지 개발사업에서 그 기계를 멈출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불도저가 지워버리고 있는 한국 곳곳의 재개발 지역들을 보며, 그곳에서 가장 먼저 쫓겨나고 강제 이주당하는 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은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을 '빈 땅'으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그 땅에 살고 있던 아랍인 원주민들을 제거하려 하며, 그 시작이 바로 가옥의 파괴이고 그 다음은 제한된 곳으로 몰아넣는 강제 이주지요. 사람을 몰아내는 방식은 식민자나 도시행정가나 비슷합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 집에 “불법 건축물”이라는 딱지를 붙여 철거를 강행하고, 최소 3000만원이 넘는 철거비용 마저 주민들에게 청구해 빚쟁이로 만들어 회생할 수 없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더욱 더 변두리 지역으로 몰아냅니다. “불법 건축물” 운운하지 않는다면, 원주민들이 살던 땅을 군사 훈련 지역으로 지정하거나 고대 유적이 발견되었다며 관광산업 개발을 한다며 땅을 몰수해버립니다. ‘약속받은 땅’이라는 종교적 서사를 내세워 모든 파괴를, 식민지배를 정당화합니다.  

이곳 파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도 비슷합니다.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적 가치와 물질적 성공을 신처럼 믿지요. 이런 믿음 속에서 파주시장 같은 정치가는, "성매매 집결지를 없애버리는 것만이 진정한 여성인권을 위하는 길"이라는 기만적 구호를 내걸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공공예산으로 건물주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그러면 건물주는 어서 건물을 비워서 팔고자,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성노동자를 알아서 퇴거 시킵니다. 사실상 강제이주를 외주화 하는것이죠. 여성친화적 도시라면서 실제로는 여성들이 일하고 살아온 이곳을 오로지 더 큰 경제적 가치만을 좇아 골프장과 요양원으로 바꾸겠다고 나서고있습니다.  

용주골은 1950년대 미군부대 캠프 로스의 기지촌이 그 전신입니다. 제국주의의 결과로 미화벌이를 위해 미군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던 곳이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한국 정부는 80년 전, 여성들과 마을, 그리고 이 땅을 미군에게 내줌으로서 그때도 이득을 챙겼습니다. 그리고는 그 시절에 대한 정의를  회복하고 바로 잡을 수 있을 때마다 지금처럼 번번히 잘못된 선택을 해왔습니다. 집결지 성노동자들은 단순한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그 곳에서 살아온 한국국민이고 파주 주민입니다. 한국 정부는 그들의 안녕과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 주, 양성평등주간이라는 이름 하에 이곳에 새로 지어진 성평등 센터에서는 기괴한 행사가 벌어졌습니다. 여성들을 몰아낸 여성단체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는 시상식부터, 현악 4중주랑 노래방 기기까지 동원하여 시끌벅적한 잔치를 거행했습니다. 이 지역을 ‘어둠’에서 구해내고 ‘피해 여성’들을 구원했다는 자축 파티를 한 것 같습니다. 센터 건너편에는 성노동자들이 자신들을 짓밟고 세워진 성평등센터를 마주보고 항의의 뜻으로 앉아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마치 이스라엘의 초극우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마을에 불을 지른 뒤 축하의식을 벌이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불타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의 집을 언덕 위 전초기지 안에서 바라보며 경전을 들고 머리를 흔들며 신의 뜻이 실현되고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의 목표를 재확인합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더 많은 땅과 지배 우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 점령군과 불법 정착민들이, 파주에서는 정치인들, 공무원들, 대기업들, 개발업자들이 똑같이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그 대가로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쫓겨나는 사람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고 누군가의 삶을 파괴함으로서 희열을 느끼는 이런 행동들은 도대체 어떤 심리에서 비롯될까요? 

어쩌면 그들이 자신들의 인류애를 오래전에 잃었기 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인류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비인간화하는 데 주저함이 없게 되는 건 아닐까요?

가자에서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집단학살이 멈추지 않는 핵심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짐승에 비유하고, 그들을 체계적으로 비인간화해온 정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인간화되고, 가장 쉽게 짓밟히는 존재들 중 하나는 바로 성노동자입니다. 

오래 살아온 일터와 거주지에 머물 당연한 권리를 이야기하는데, 정부는 정식으로 “피해자로” 등록해야만 그에 상응하는 보호와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성노동자들의 집을 허문 곳에 세워진 성평등센터는 과연 누구를, 무엇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이는 성노동자를 진정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시선에서 비롯된, 비인간적이고 차별적인 국가 정책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인류애를 잃은 사람들은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함으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깁니다. 그렇게 스스로 인간다움에서 멀어진 뒤, 타인에게도 그 비인간화를 강요합니다. 

공무원들, 정신 차리십시오. 잃어버린 지 오래인 당신들의 휴머니티를 다시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더는 번지수 틀린 정책의 폭주로 사람들을 지워내지 마십시오. 지금 필요한 것은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입니다. 특히 여기 성노동자들의 요구를 새겨 들으십시오. 그들의 삶이 곧 이 도시의 역사이자 현재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