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대발언 : 연풍리의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살던 사람들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조예지(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안녕하십니까, 용주골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모임 조예지입니다.
평일 낮, 많은 분께서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일터에, 가정에, 학교에, 일상에 있어야 할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기꺼이 멈추고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빼앗기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일상의 바깥에서 만났습니다.
작년 12월 18일에도 우리는 이곳에 모였습니다. 당시 우리는, 파주시의회 제3차 본회의를 방청한 뒤, 성매매집결지 폐쇄 예산안 편성에 반대하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시민이, 시민의 뜻을 받드는 시의회에, 예산안에 관한 의견을 전한 것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청 측은 우리 시민들을 모욕하고 배제했습니다. “집결지 관계자가 아니냐”, “여기 시민이 어디 있냐”는 시청 직원의 말에는 연풍 주민에 대한 파주시의 낙인과 편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가 어디서 온 누구인지 굳이 다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연풍리에 산다는 것이, 집결지 관계자라는 것이, 시민이 아닐 이유가 됩니까? 내가 사는 마을을, 내 이웃을 모욕할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 삶의 터전에서 영위하는 내 삶이, 삶이 아닐 이유는 없습니다. 파주에 거주하고, 파주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파주에서 노동하는 사람은, 모두 파주시민입니다. 그런데 연풍리의 주민들이 시민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파주시민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이쪽 편’에 선 사람만 시민이고, ‘저쪽 편’에 선 사람은 시민이 아니라는 겁니까?
시청에 전합니다. 아무리 모욕해도, 아무리 이편 저편을 갈라도, 우리는 파주에서 삶을 살아가는 파주시민입니다. 이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시민으로서, 지난번과 같은 요구를 하러 다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올해 시청 측은 ‘집결지 내 토지·건물 매입 및 도시관리계획’ 명목으로 무려 46억의 예산을 할당 받았습니다.
이 중 약 38억 원은 성매매집결지 폐쇄 합동 거점시설 매입에 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돈은 8개동의 건물을 매입한 뒤, 각 건물의 이전 건물주에게 지급된 상태입니다. 그러고도 시청은, 마을 내 건물 추가 매입을 위해 파주시의회에 68억의 예산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파주시민의 혈세를 이용하여, ‘진짜 파주시민’인 연풍 주민들보다, ‘외부 거주자’인 건물주에게 훨씬 더 많은 보상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시청 측은, 대추벌의 건물 및 대지를 사들여, 마을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것’이라 말합니다.
시민의 품에서 빼앗은 마을을, 어떤 시민의 품에 돌려주겠단 말입니까?
예산안이 통과되면, 대추벌 거주자들은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시청이 건물 매입 의사를 밝히고, 건물주가 이를 수락한다면, 그 건물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쫓겨나야 합니다. 즉, 예산안 통과는 연풍리의 세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입니다. ‘여성인권도시’라는 파주에서, 연풍리 여성들과 그 가족을 내모는 일입니다.
마을 주민의 삶을 그런 식으로 다뤄서는 안 됩니다. 지금 시의회에선 추경안 관련 토론 및 의결이 진행 중입니다. 시민의 혈세를 다루는 일, 그 무게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 잘 압니다. 그래서 우리 파주시민은 여기서, 그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제안합니다.
혈세는 시민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시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시민의 복지가 향상되도록, 시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써야 합니다. 주민의 대표자라면, 주민을 위한 봉사자라면,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주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하고, 주민의 복리를 높이는 윤리강령을 지키십시오. 원칙을 지킨다면, 어려울 게 없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 파주시민은, 이 자리에서, 파주시민의 이름으로, 의회에게 요구합니다. 연풍리 주민들이, ‘평범한 시민의 일상‘을 영위하도록 해주십시오. 연풍리의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살던 사람들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나아가, 주민들의 삶을 주민들 스스로 결정하게 두십시오.
주민들이 있는 곳에, 주민들을 만나러 가십시오.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러 가십시오. 파주시민의 이름으로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