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성노동자 추모행동/2025 성노동자 추모행동

[2025 성노동자 추모행동] 발언 2: 주리, 혜수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5. 12. 28. 17:56

사진 : 우프 곽예인

 

2025 성노동자 추모행동 

발언 2 : 주리, 혜수

 
안녕하세요, 먼저 이 발언은 암스테르담 성노동자 주리와 함께 합니다. 
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포르노 영화제를 주최하고 있는 혜수라고 합니다. 영화제를 통해 포르노그래피의 창시자이자 주체인 성노동자와 긴밀하게 일하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포르노와 성노동이 불법인 한국과는 달리 네덜란드는 합법이지만 그렇다고 성노동자와 포르노 종사자들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2019년 소위 페미니스트인 암스테르담 시장 펨케 할스마가 여성의 안전과 인신매매 근절을 앞세우며 홍등가 원도우 사업장을 성노동자의 동의 없이 폐쇄 이전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암스테르담 시내 중심에 위치한 홍등가는 아주 오랫동안 창녀와 상인, 성직자, 여행자들이 만들어낸 암스테르담의 독특한 생태계인데 이들을 강제 이주시킨다는 것은 이를 파괴하는 일입니다. 정부는 그럴듯한 건축물을 보여주며 암스테르담 남쪽에 에로틱 센터를 만들 것이고 그곳으로 성노동자들을 이주시킬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한 시도는 이미 성노동자들을 지역민들과 분리해 경계를 만듦으로써 오히려 성산업을 더 선정적이고 은밀하게 만들었던 사례로 독일에서 비판받았습니다. 이 사업은 성노동자들을 피해자로만 바라보고 윈도우를 혐오 시설로 바라보는 시선, 신자유주의적 정상성만을 위한 젠트리피케이션이고, 이를 반대하기 위해 성노동자, 지역민, 학생, 여러 단체들이 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에 치뤄진 하원 의원 선거로 극우정당을 제치고 자유주의 진보적 정당 D66가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면서 에로틱 센터 건설을 연기한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성노동자와 그들의 공간에 대한 혐오가 사라진 것이 아니며, 성노동자들은 항상 이런 통제와 감시 시스템 아래 놓여져 있습니다. 더욱이 합법과 불법의 이분법만을 통한 자율성은 유색인, 미등록 이주민, 트랜스 성노동자들을 행정 절처로부터 더욱 소외시키고 그들을 불법화, 범죄화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국가로 여겨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노동은 합법이기 때문에 성노동자들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노동이 노골적으로 범죄화되는 국가보다는 훨씬 안전하겠지만, 여전히 성노동자에 대한 혐오는 만연합니다. 모든 일을 행정 절차대로 하더라도 금융, 임대, 의료 서비스를 받을 때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성노동자들은 경찰과 고객으로부터의 폭력에 늘 노출되어 있습니다. 고객들은 성노동자들에게 나쁜 일을 저질러도 신고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러한 상황을 이용합니다. 더욱이 이주 및 퀴어 성노동자들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서 아무런 보호 없이 문서 압수, 추방, 무차별적인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주, 퀴어 성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이국적으로 대상화되고 소비되지만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인신매매된 백인 소녀가 성노동을 강제적으로 했을 경우에만 드디어 이 문제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민자 트랜스젠더 및 퀴어 노동자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과 유사하게 허가가 없는 이주 성노동자들은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유리창에서 뛰어 내리다 사망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2024년 네덜란드의 주요 미디어매체는 성행위가 포함될 거라는 가정하에 허가없이 중국 마사지숍을 취재하고 해피엔딩에 대한 관음증적인 기사를 보도하면서 아시아 성노동자와 사업장을 범죄화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구는 그럼 합법적 절차로 비자를 받고 오라며 오히려 그들을 비난합니다. 현재 세계는 전쟁과 학살, 내전, 계급 양극화, 반이민정책, 소수자와 여성 탄압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주는 누군가에게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합법적 절차”라는 말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비인간화하고 살해합니다. 누군가의 추방된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하지도 상상조차도 하지 못하는 것 또한 살인입니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합법이고, 그들이 가진 특권입니다. 누군가의 삶을 상상해 본 적 없는, 누군가와 연루되어 본 적 없는, 허접하고 추한 것은 일단 밀어버려야 한다는, 나 혼자 오롯이 잘 살면 될 거라는, 기억보다는 망각할 수 있는 특권…
그래서 우리는 '합법화'라는 허울을 벗고 쓰러진 성노동자 모두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노동을 완전히 비범죄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비범죄화를 통해 성 노동자는 자신이 일하는 곳과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더 많은 통제권을 갖게 되고 피해자 판명없이 정의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성노동 비범죄화는 성노동의 완전한 권리와 그에 따른 안전과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성노동자의 말을 경청하고 이 일이 가진 “좆"같은 부분도 이해하며 일이 단절되지 않고 근로 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모든 노동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성 노동자가 직업을 선택했다고 말할 때, 그 직업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삶을 개선했다고 말할 때, 좋은 하루나 나쁜 하루를 보냈다고 말할 때, 또는 그 일을 사랑하거나 싫어한다고 말할 때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세요. 그들은 자신의 삶과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고 느끼는 모든 것은 타당하며, 모든 성 노동자는 권리와 안전,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안전한 직장이 없어 길거리에서 죽어간 성노동자, 피해자로 판명될 때까지 아니 판명이 되어도 추방되는 미등록 이주 성노동자, 죽어서도 정의에 접근할 수 없는 성노동자. 기억하겠습니다. 
성적 권리는 모든 사람이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며, 성노동은 정당한 노동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자 소개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성노동자로 일하는 주리와 포르노제작과 영화제를 만드는 혜수의 발언입니다. 성노동 합법화 라는 허울 아래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감시에 놓인 성노동 현장을 전달하고 유색인,이주,퀴어 성노동자를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