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성노동자 추모행동
발언 3 : 은경
잘 지내나 공주
공주였던 언니 자리를 비워 둘 수가 없어서 난 스스로 공주가 되었다. 이쪽 잡도리는 어련히 담당하고 있으니 걱정 말고 그쪽동네 자리 하나 만들어 놓길 바란다.
언니 장례식 날, 관에 걸린 사진을 보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렇게 예쁜데 어머니는 지금 무슨 생각이 드실까. 그래서 함부로 여쭤 볼 수가 없더라고. 다행이도 어찌 된 일인지 먼저 말씀해 주셨어.
언니네 가족들은 모르시잖아.
이걸 가족들에게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많이 했는데 결국 입 다물었어. 그렇지만 여기서는 다 이야기 하고 같이 추모하고 싶어.
언니의 죽음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룸에서 성폭행을 당했어요. 두 명의 손님이 정말 많은 양의 술을 먹였고, 의식이 없는 무방비 상태가 되었을 때 일어났어요.
정신이 들고 상황 파악이 된 언니는 해바라기 센터에 도움을 받아 가해자의 DNA와 가게측의 씨씨티비 영상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지만 소송 결과는 혐의 없음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 뒤로 언니는 크게 좌절하고 시들해졌어요. 소송중에 있을 때는 그나마 일상 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룸이 아닌 회사 회식 자리에서 일어난 사건이였더라면 재판부가 언니의 편을 들어 주었겠죠?
성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강간 당해야 마땅합니까?
가해자들은 지금 일말의 자책감이나 가지고 있을까요. 혐의 없음 판결을 낸 판사까지도, 이들은 언니의 죽음을 초래하는데 모두 일조했지만 언니의 존재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성노동자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기사가 뜨면, 거기에는 이런 댓글이 달립니다. “화대가 부족했군.” “소송으로 인생 피려나본데” “호구 잡아서 한탕 뛰는 난년”
성노동자는 강간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미 성 서비스에 대한 댓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동의 없이 이뤄지는 성폭행에 대해 전혀 보호받지 못합니다.
강간의 기준은 모호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가게마다 공식 적으로 합의된 수위가 있습니다. 성 노동자의 입장에서 그 이상의 수위는 엄연한 강간입니다.
성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합니다.
성노동자는 인권을 포기 한 자가 아닙니다. 천부인권. 인권이란 인간이 태어 난 이상 가지게 되는 자연법상의 권리입니다. 그 중 하나가 성적자기결정권이죠.
높은 곳도 벌레도 사람도 별게 다 무서운 겁쟁이 언니는
**교에서 뛰어 내릴 때 많이 무서웠을 거에요.
그렇지만 국가에게, 개개인에게도 으레 이런 취급을 당해야만 하는 것이 더 큰 두려움이였을 테죠.
**교 아래에는 수심이 낮게 물이 흐릅니다. 그렇다면 낙상이나 마찬가지인데, 낙상의 특징은 즉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고통 속에서 서서히 외롭게 죽어 갔을거에요.
저는 올 해 여름 동안 머릿속에 언니의 외로운 마지막이 자꾸 곱씹어져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혼자 우는 저도 많이 외로웠어요. 여러분들이 언니의 마지막 외로움을 알아주시고 명복을 빌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에요.
오늘은 곁에 있는 소중한 인연들에게 관심을 갖고 다독여주고 약속을 만들고 사진을 남겨 보는 걸 권해 볼게요.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 언니를 기억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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