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죄와 벌

[2026 성노동 프로젝트 제 6회 기획] 죄와 벌,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규제된 닉네임 2026. 6. 15. 00:05

죄와 벌,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말하는 사람 : 사랑해, 유원, 여름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여름 : 안녕하세요, 저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성노동을 시작했고 테이블 업종에서 2년, 애프터 업종에서 5년 정도 일했습니다.

랑해 : 예술가이고 BDSM하는 차차 활동가 사랑해입니다! 최근에, 그러니까 6월 6일에 제 인스타그램 계정이 터졌어요. 차차에서 활동하는 내역을 올릴 때나 게시글과 스토리와 라이브를 총동원해서 제가 성노동자라는 사실을 밝혀야 했던 2022년에는 인스타그램 계정 정지를 당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요, 제 애인을 묶은 사진… 옷도 다 입혀놓고 얌전히 공중에 매달아둔 전혀 야하지 않은 사진을 스토리에 몇 번 올렸더니 인스타가 지인과 평화롭게 디엠을 하고 있던 제게 갑자기 계정 정지를 먹였습니다. 지인에게 보내지 못한 디엠 답장을 계속 생각하면서, 대화 중에 갑자기 사라진 나를 그리워할 지인에게 미안해하면서, 갓반인 SNS에서는 성노동보다는 BDSM이 좀 더 벌받을 일인 걸까? 하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여름 님이랑 비슷한 시기에 성노동을 시작했었네요~! (6월 10일 기준, 인스타그램 계정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유원: 안녕하세요 차차 활동가 유원입니다. 제가 이번 성노동 프로젝트에 기고하면서 확인해 봤는데, 처음 성산업에 유입되었을 때가 2013년 7월, 마지막으로 출근했던 때가 2024년 8월이었어요. 생각보다 인생에서 긴 기간 동안 성노동과 관계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쭉 열심히 일했던 건 아니고, 큰돈이 필요할 때마다 간헐적으로 일을 했습니다. 

Q. ‘특정한 성노동’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한국법에 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유원 : 예를 들어서 유흥접객원이 하는 일은 범죄가 아니잖아요. 그건 법으로 규정이 된 노동이니까. 근데 어떤 성노동은 법으로 안 된다고 이야기하죠. “누구든지 성매매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법에 정해져 있고, 성매매를 다음과 같이 규정해요.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하거나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인데 각 목 ㄱ이 성교행위, ㄴ이 구강항문 등 신체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성교행위 입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걸리지 않는 성적인 행위를 하는 건 사실 괜찮을 수 있다는 거죠……. 

이 법의 문제점은 <불처벌>같은 책을 보면 잘 나와 있어요. 저는 제 개인적인 관심사 얘기를 할게요. 법에 ‘누구든지’ 성매매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분명히 있지만, 상대와의 관계를 사귀는 사이로 설정하면 성관계를 대가로 여러 명에게 돈을 받아도 경찰이 잡으러 오지 못하잖아요. 그런 게 조금 재밌지 않은가요. 틴더 데이트해서 금품을 받으면 경찰이 잡으러 오지 않죠. 결혼하면서 돈을 받는 것도 괜찮고. 저는 파트너가 있었던 시기에 파트너 집에서 잘 때마다 택시비나 식비 명목으로 돈을 받곤 했는데, 근데 이게 법적으로 성매매에 해당하는 일은 아닌 거잖아요. 같은 행위를 해도 행위의 상대방을 무작위로 골랐다는 느낌이 있으면 불법, 그런 느낌이 덜해지면 범죄가 아니라는 거예요. 전 그게 항상 이상하다고 느껴왔고… 결혼한 부부가 가격표 이벤트 같은 거 할 때가 있어요. 뭔지 아시죠? 성적 행위를 메뉴판으로 만들어서 뽀뽀 얼마 뭐 얼마 적어 놔서 돈을 받는 놀이를 하는데, 그것도 괜찮아요. 경찰이 잡지 않습니다. 그렇게 똑같은 행동을 해도 다른 맥락이 있는 시공간, 예를 들어 성매매 업소 같은 곳에서 하면 단속당할 수 있다는 것, 범법 행위로 잡혀가서 처벌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저한테는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인 것 같아요. 

랑해 : 저는 질문을 보고 기타업종에서 일할 때가 생각이 났는데요, 키스방이 범죄와 범죄가 아닌 경계 그 어딘가를 줄타기하는 업종이잖아요. 유사 성행위, 어디부터가 유사 성행위가 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성행위가 아닌 걸까요? 키스방에서 일할 때 경찰이 와도 아무도 잡혀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시에는 안심이 되었던 사실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조금 웃긴 것도 같아요. 제가 일했던 가게에 경찰이 단속으로 엄청나게 자주 왔던 때가 있어요. 방에 손님이랑 있는데 경찰이 오면 가게에서 뭐 방에 조명 조도를 높이거나 하면서 경찰이 오니까 옷도 다 챙겨 입고 있고 스킨십이 아닌 딴짓들을 하고들 있어라-하는 싸인을 주잖아요. 그래서 저는 손님이랑 옷을 얼른 챙겨입고 핸드폰으로 아무거나 틀었었어요. 롤 게임방송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멍하고 바쁜 머리로 알지도 못하는 게임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경찰이 방문을 쾅 열더니 슥 보고 그냥 가더라고요. 다른 방도 비슷했던 거 같아요. 여기는 누가 봐도 업소고, 누가 봐도 일하는 매니저랑 손님들이고, 우리 모두 1:1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상황인데도, 여기는 괜찮은 거죠. 굳이 쓰레기통을 뒤집어 까보지도 않아요. 와서 쓱 둘러보고 갔었어요. 그 상황이 자주 있었던 때가 있어서 뭘까? 뭘까? 사실 별거 아닌 걸까? 생각했었는데요,

오피에서 일할 때는 상황이 진짜 전혀 다른 거예요. 경찰이 오면 그냥 일단 모두가 이미 좆된 것. 이라는 게… 그래서, 키스방 같은 경우 단속으로 가게가 털려도 얼마 안 있어서 같은 장소에서 다시 개업하고, 리뉴얼이랍시고 이름만 바꾸고 이런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제가 오피에서 일할 때 저희 오피 사장이 한번 잡혀갔거든요. 그랬더니 모든 게 갑자기 연락두절되고, 사장님 증발해 버리고… 사실 키스방이나 오피나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비슷하고, 어느 정도는 같기도 하잖아요? 그냥 내가 정해진 시간 동안 손님이랑 얘기 좀 하고 스킨쉽을 하고, 키스방에서도 반드시 성행위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성행위까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니까, 성행위를 한다, 이게 사실 똑같이 일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테두리를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는 게 그 두 가지 업종을 다 겪으면서 이상한 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어디까지가 성행위가 아닌 거고, 어디까지가 성행위인걸까? 키스는 성행위가 아닌걸까요? 어디까지가 사회에서 보기에 성매매가 아닌 스킨쉽인 걸까요? 제 기준 키스는 되게 야한 행위이기도 한데… 이해할 수 없는 기준들이 많은 거 같아요.

여름 : 키스방이라는 게 완전 초반에 만들어졌을 때는 약간의 스킨십이 있고 손님이 혼자 해서 싸면 끝나는 거였대요. 매니저가 만져주고 이런 것도 아니었고, 딱 키스정도만?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위가 점점 높아진거 같아요. 제가 봤을 때 가장 수위가 높아진 고점은 코로나 때가 좀 크지않았나 느껴요. 완전 초창기 땐 성매매 단속으로 걸릴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키방도 법에 규정된 ‘유사성행위, 성행위’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변하니까 단속 대상이 된 거 같아요. 

랑해 : 제가 키스방과 오피스텔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거는 성행위라는 거, 유사 성행위라는 거. 그 모호한 기준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웃기잖아요? 키스방이 요즘 수위가 많이 올라서 유사 오피스텔이 되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도, 누가 보는 앞에서 혼자 싸면 그건 성적인 행위라 보기 힘든가? 내가 자위 중인데 저 사람이 포옹과 키스를 해주는 거면 그건 유사 성행위가 아닌가? 그래서 요즘 리얼돌방을 만드나? 자위는 합법이라서…?(농담입니다)

여름 :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를 처벌하는 주요 이유가, 판결문을 보면 ‘건전한 성문화’와 ‘선량한 풍속’을 해치기 때문이란 말이에요. 사실 건전한 성문화와 선량한 풍속이란 건 너무 모호한 개념이고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건 아니라 생각해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개념이란 생각도 들고… 사실 그렇게 중요한 개념인가?라는 생각도 드는게, 한국은 이러한 도덕적 관념보다도 ‘필요에 따라’ 성매매를 합법으로 규정했다가, 불법으로 규정한 흐름이 있기도 하고요. 추상적인 개념 때문에 성노동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법과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언제나 생각이 듭니다. 

Q. 성노동자를 처벌하는 법 때문에 일하면서 ‘단속, 처벌, 협박, (경찰)조사, 위협’ 등을 겪어본 일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그 경험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유원 : 저는 여름 님이랑 같이 살잖아요. 여름 님이 집에다 엄청 티내거든요. 나는 성노동자다. 벽에도 차차 포스터 백 개 붙어있고. 문에도 용주골 피켓 붙여놓고. 저는 ‘집주인이 와서 이 모습을 보면 우리에게 불리한 판단을 할 수도 있겠다, 집 재계약을 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겠다’라는 우려를 가졌어요. 수리 기사나 청소 서비스 같은 인력을 집에 부를 때도,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긴장을 느끼는 거 같아요. 운 나쁘면 너 불법적인 일 하는 거 안다고 협박을 당할 수도 있는 거고. 예전에 옆집 여자 기억하세요? 여름 님이 이른 저녁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니까, 옆집 사는 여자가 그걸 지켜보고 있다가 표독스럽게 찾아와서 왜 이 시간에 다니시냐, 무슨 일 하시냐 눈치 주고 그랬잖아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성노동자를 혐오하는 사람, 경찰에 신고할 기회만 노리는 사람도 있다고 저는 느끼거든요. 

저는 제가 쓴 모든 책에서 성노동 얘기하고 있고, 여기서도 이렇게 성노동 얘기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제가 가진 거의 대부분의 소수자 정체성을 커버링하려 드는 편인 거 같아요. 그게 잘 되는지와는 별개로, 강박적으로 뭔가 해요. 그 맥락에서 식품위생법을 조금 좋아합니다.  

식품위생법은 유흥업종사자 범위를 규정하잖아요.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 인 유흥접객원을 정해 놨죠. 여성운동계에서는 이 조항을 삭제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이게, 국가가 유흥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 여성의 성매매를 허용 및 관리하려고 만든 법이거든요.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유흥접객까지는 된다고 선을 정해놓고 유흥 접객원들에게 성병 검진을 강요하는 거예요. 성매매, 성관계가 불법이라고 해놓고 법으로 성병 검진을 강요하는 게 말이 되나요? 여자를 뭐로 보면 국가 차원에서 여성만 접대부가 될 수 있다고 정해 놨겠어요? 문제가 많은 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일할 때 그 법이 있어서 좋았어요. 출근하기 싫고 무섭고 그런 날도 있었는데요, 일하다 보면. 근데 그래도 테이블 아가씨인 나는 합법 노동자야, 라고 생각하면 안전감이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물론 이 생각은 2차를 나가는 동료들을 배제하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그 생각에 기대서 살아지는 순간이 있었던 거죠……. 

룸 안에서 폭력적인 사태가 일어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폭력을 제지하는 손님이 하는 말이 ‘이분들도 직업이 있는 분들이야. 일을 하는 분들이야. 그러니까 존중해줘야 해. 법적으로 직업인이니까 존중해줘야 해’ 그런 논리를 손님이 쓸 때도 있고, 어떤 손님이 진상이라서 돈을 안 내려고 하거나 너네 불법이니까 신고하겠다, 이러는 경우가 있어도 우리 불법 아니다, 법적으로 지위가 있다, 너 돈 내야 한다. 이렇게 대처할 수 있고. 제가 최근에 화류계 사연 상담하는 변호사 계정을 봤는데, 룸 안에서 강간 사건이 난 건을 변호했더라고요. 댓글 창이 당연히 난리가 나죠, 무슨 술집 여자가 강간을 당하냐, 이런 댓글도 많았는데, 제가 의외라고 생각한 부분이 뭐냐면, 좋아요가 엄청 많이 찍힌 댓글중에서 식품위생법상 유흥접객원 조항을 들면서 “법에도 이 사람들 직업이 있다. 룸에 정해진 수위가 있는데 그 수위 넘으면 그 사람이 잘못한 거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댓글이 있는 거예요. 

랑해 : 저도 법으로 보호받았던 경험이 있는데요, 모던바에서 일할 때는 진상손님이 있으면 경찰을 불러서 내쫓을 수 있었던 게 좋았거든요. 모던바는 그냥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외에 제가 일했던 업소들에서는 전부 그게 불가능한 일인 거죠. 법으로 전혀 보호받을 수 없으니까, 오히려 내 앞의 이 사람이 삔또가 나가서 나를 아니면 내가 일하는 이곳을 신고해 버리면 당장 내가 그리고 나의 경제적인 상황이 위험해지니까, 나에게 폭력적으로 구는 사람에게 전혀 대응할 수 없었던 것들이 되게 힘들었던 것 같고요. 단속 이야기는 위에서도 조금 했었지만 코로나 때 계속 기타업종 일을 했었기 때문에 항상 너무 무서운 거예요. 오늘 어디 지역에 단속이 떴다. 어느 지역에 성병이 돌아서 단속이 심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출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 통장 잔고를 보면서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정말 좋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이건 조건만남을 할 때 경험인데요, 제가 긴밤 손님을 원래 안 받는데 돈을 진짜 많이 준대서 딱 한 번 받았었어요. 그런데 그날 꽁씹을 당했어요. 손님이 밤새도록 합의하지 않은.. 합의한 것 이상의 것들을 나에게 가하고 돈도 안 주고 나가버렸거든요. 그런데 분명히 그 사람이 자기 명함도 보여줬었거든요?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돈을 주겠다는 걸 나한테 안심시키려고 그랬던 거겠죠. 명함이랑 민증이랑 보여주면서 봐봐, 이거 내 명함 맞지, 아침에 우리가 텔에서 나갈 때 아침밥 사주고, 돈도 주고, 너 택시 태워서 보내주고 가겠다. 이렇게 얘길 했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나는 이 사람의 이름도 알고, 어디서 일하는지도 알고 있는 거잖아요? 근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이 사람한테 내가 이만큼 섹스를 해주기로 하고 이만큼을 받기로 했는데 섹스는 이만큼 보다 더 많이 했는데 돈은 한 푼도 못 받았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거예요. 내가 이 사람과 조건만남을 했다. 이걸 경찰한테 가서 어떻게 말할 수 있지? 없더라고요.  법과 경찰만 생각하면 너무 억울해집니다…

여름 : 저는 직접적인 단속이나 처벌은 크게 경험한 적이 없어요. 코로나때 단속 맞은 적은 있는데, 뒷문으로 잽싸게 튀어서 결과적으로 단속 당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성노동자를 처벌하는 법이 성노동자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많이 생각해 왔어요. 

식품위생법과 성매매특별법이 성노동자 커뮤니티에 위계와 분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느끼는데요, 정확히는, 합법/불법 성노동자가 나뉘어진 상황 때문이에요. 한국에서 유흥주점에서 테이블만 보는 성노동자는 합법적인 노동자이고, 2차를 나가는 성노동자는 불법적인 노동자죠. 국가가 테이블은 합법, 성매매는 불법 이런 식으로 구분하면서 커뮤니티 안에서 낙인과 갈등이 더 심해진 지점도 있다 느끼거든요. 테이블 아가씨들이 2차 아가씨에게 ‘걸레, 창녀’ 이런식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차별이 법때문에만 생긴건 아니겠지만, 국가가 특정한 성노동자는 ‘범죄자’라고 규정한 게 이런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요. 성노동자 커뮤니티에서 ‘술집 여자’와 ‘몸파는 여자’의 낙인의 무게는 다른 거 같거든요.

그리고 식품위생법이 있어도 성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여전히 성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영업진과 업주 개개인의 인성과 태도에 따라 달린 거잖아요. 유흥업소는 국가가 외면하는 산업이잖아요. 식품위생법은 유흥접객원 대상으로 HIV/AIDS랑 매독, 임질 등의 정기적인 성병 검사를 하거든요. 유흥접객원은 소위 2차를 안 나가는, 테이블 아가씨 잖아요. 식품위생법의 성병 검사는 성노동자의 건강이 걱정된다기 보다, 남성에게 유통되어야 하는 여성의 몸을 관리하려는 거라 생각해요. 

실제로 유흥업 종사자가 화대를 제대로 못 받는다거나, 폭행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느껴요. 사건을 수사하는 건 경찰인데, 경찰은 대부분 성노동자에 대한 혐오적인 인식을 아직도 갖고 있잖아요. 성노동자를 피해자로 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로 대하면서 의심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고요. 이런 면에서 저는 법이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느껴요. 애당초 식품위생법은 성노동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법도 아니고요. 

그리고 저는 2차 가게에서 일을 오래 했잖아요, 2차 가게는 불법이니까 장사 하려면 지역 관할 경찰서랑 컨택을 해야해요. 근데 이 경찰들이 대놓고 가게에 와서 서비스를 즐기고 돈도 안 내고 가요. 가게에 경찰 오면 접대하는 방도 따로 있을 정도에요. 경찰이 업주에게 한 달에 몇천만 원, 몇억씩 상납을 요구하기도 하고요. 심지어 업소 매출의 일정 비율을 경찰에 상납하는 가게도 있어요. 업주들끼리 농담처럼 자기는 00 경찰서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요. 업소에 상납받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쉽게 떼돈 벌 테니까. 

그러다 경찰은 수틀리면 단속치고.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업소 없애는 건 껌이잖아요. 저는 정말 이런 시스템이 너무 부당하다고 느끼는데 말할 곳이 없어요. 우리 성노동자들은 약자잖아요. 경찰이 손님으로 와도 거절할 수 없고, 심한 짓 해도 뭐라 할 수도 없어요. 보통 사람들은 범죄 피해를 당하면 경찰한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성노동자 입장에선 경찰이 날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제 주변 아가씨들도 다 그렇게 느껴요. 그래서 범죄 피해를 당해도 경찰에 신고 못 하고 혼자 끙끙 앓는거죠. 

Q. 성노동자로서 살아오며 받은 ‘벌’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법적 처벌, 낙인, 사회적 차별, 관계의 단절 등 다양한 상태의 ‘벌’을 포함)

랑해 : 떠나간 친구들이나, 전시에서 쫓겨나는 일이나, 나를 구매할 수 있기를 은근히 혹은 대놓고 바라면서 접근했던 사람들 뭐 그런 것도 당연히 있지만 제게 좀 특히 깊게 남아 있는 일이 있어요. 예술가로, 디자이너로, 배우로 일을 하면서 일감을 받을 때 좀 느끼는데요, 지인이 일을 주잖아요? 나한테 일을 줄 때, 그냥 기회가 아니라 돈이 되는 일을 줄 때. 액수에는 상관없이…

제 피해의식 같은 건데요, 내가 성노동자인 거를 알아서, 내가 불쌍해서, 내가 돈 없어서, 내가 탈성매매 하면 좋겠어서 주나? 이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최근에야 조금 덜 하게 되었는데, 덜 하게 된 거지 아예 안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이게 괜히 이렇게 된 게 아니라, 제가 성노동자인 거 밝히고 나서… 누가 저한테 일을 주면서 이거 하면 랑해님 성노동 좀 덜하죠? 그랬었거든요. 근데 그 기억이 계속 박혀서 계에에속 생각이 나는 거예요. 큰돈 주는 외주도 아니었는데, 그거 하면 자기가 나의 탈성매매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자기 주변에 좋은 디자이너 많은데 랑해님께 돈 주면 랑해님이 성노동 덜할 거니까 나한테 일을 준다고 자기가 되게 좋은 일을 하는 것처럼 적선하듯 말한 사람이 있었어요. 어떤 사람들이 ‘불쌍한 성노동자’, ‘구해줘야 하는 성노동자’라는 프레임에 저를 가둔 채 시도했던 모든 것들, 자신이 나를 구하는 착한 사람이 된다는 고양감이 좋아서 저에게 행했던 모든 말과 행동들이 제 안에 해소되지 않은 채 쌓여있고 그게 나에게 주어지는 좋은 관계와 좋은 기회들 앞에서 아직까지도 자꾸만 튀어나와요. 내가 가난해서? 내가 성노동해서? 지금은 성노동하지 않고 있는데… 안? 못? 한지 일 년이 훌쩍 넘었는데. 내가 혹시 성노동할까봐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이게 성노동자인 게 알려져서 받은 벌 중에 하나같아요.

유원 : 사회생활 할 때 “그 사람은 좀 그렇잖아” 그런 판단이 1초도 안 되어서 이루어지잖아요, 거기에 뭐 그 사람이 정신병이 있어서, 인격이 덜되어서,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붙을 수 있는데, 저에게 붙는 이유 중 하나가 ‘성노동 묻어서’ 일 수도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멀리하기로 하고 꺼려하기로 할 때 나로서는 영영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내가 성노동자라서 그런 걸 수도 있다는 거… 꼭 ‘성노동자여서’ 그렇다는 형태의 생각이 아니더라도, 제가 성노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은 어떤 특성들 때문에, 저라는 사람 자체가 성노동에 적응하고 변형되는 바람에 어느 정도 미쳤거나 이상해져서 제가 어딘가의 누군가와 함께 있지 못할 수도 있겠죠? 저 때문에 주변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될까 봐 두렵다는 생각도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저랑 가깝다는 이유로 너 성노동 지지하냐, 그런 식의 여론 재판 같은 거 받을 수도 있는 거고. 모르는 일이죠,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업소나 성매매 집결지처럼 실제로 있는 것들은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릴 수 있잖아요, 근데 그렇게 밀어도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기억이나 경험들은 그런식으로 밀려서 사라지지 않아요. 계속 있는건데… 그게 어떤 순간에는 남과 더 잘 연결될 수 있는 좋은 방향으로 쓰일 때도 있지만 어떤 순간에는 나를 굉장히 장애화하는, 걸림돌 같은 부분으로 내 안에 있다는 감각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저는 남성이랑 친구 관계를 잘 못 맺겠는데, 그게 제 성노동 경험하고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여름 : 항상 사람을 만날 때 상처받을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벌’이에요. 진심으로 사람에게 정을 줄 수 없어요. 성산업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회가 보이면 나를 이용하려 하고, 등쳐먹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무리 친해도 말이에요. 그래서 언제나 경계해야 해요. 마음을 주고 싶어도 말이에요.

일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이라고 긴장을 풀 수 있지도 않죠. 그들에게 제가 성노동자란 사실이 알려지면,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단 걸 염두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성노동자를 이해해줄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받을 기대를 버리고, 신뢰받을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아야 하죠.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고통, 그게 성노동자로서 살아오며 받은 가장 큰 '벌'이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성노동자 커뮤니티에 해주고싶은 말이 있나요?

유원 : 이번에 죄와 벌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법적 처벌을 받아 본 경험이나 잘못에 관해 생각해 본 글이 많이 모이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래 놓고 막상 저부터가 주제와 크게 상관없는 글을 내 버렸네요.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반갑고 재밌는 이야기이길 바라고요… 우리가 만나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다면, 저와는 다른 사람인 당신의 다양한 죄와 벌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수다회 내용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끼리도 이렇게 경험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답니다. 심지어 똑같은 경험을 해도 반응이 다릅니다. 옆집 여자 얘기도, 여름 님은 처음엔 기억이 안 난다는 거예요. 제가 그때 그랬잖아, 하고 설명해 준 다음에야 아 맞아, 기억난다, 이러고 있더라고요… 저는 저희가 다 달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요. 다른 성노동자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기쁘고요. 이 기쁨의 크기를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랑해 : 절대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고 내 마음에 새겨진 수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죽지 말자~! 죽으면 성노동해서 죽었다는 낙인이 따라다니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생각을 하다가 불멸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잘살아 봅시다. 죄와 벌과 함께 이 좆 같은 세상 함께 살아봅시다! 오늘 다들 맛있는 거 꼭 드세요!

여름 : 죄와 벌이란 주제는 무거운 주제예요. 좋은 기억이 있을 수 있는 주제는 아니죠. 하지만 관련된 경험을 나누는 이유는, 우리가 경험하는 죄와 벌이 정당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하고, 정말 잘못된 게 무엇인지 사회에 질문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감당하는 것보단 비슷한 사람들과 나누는 게 위로가 될 때가 있잖아요. 

저는 수다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비롯해, 성노동 프로젝트의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성노동자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성노동자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