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성명] 미국 애틀란타 한인 스파 총기난사 사건 피해자의 명복을 빕니다
현지 시각 3월 16일 오후 8시경 미국 애틀랜타에서 21세 백인 남성 Robert Aaron Long이 한인 마사지샵 3곳을 돌며 총기 난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망자 8명 중 4명이 마사지샵에서 일하는 한인 여성 이주 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무거운 마음 하나로 모아, 차차 일동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본 사건은 아시아계 취약계층, 특히 동양인 성노동자(혹은 성노동자로 낙인찍힌 마사지 노동자)를 겨냥한 명백한 혐오 범죄입니다. 주홍빛연대 차차, 북미 전역에 위치한 동양계 이주성노동자 풀뿌리 단체 (RedCanarySong, ButterflyCSW)를 비롯한 전세계 이주/성노동자 공동체에게 이러한 혐오 범죄는 결코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습니다.
성노동자들은 사회적 낙인, 인종차별, 경찰의 과잉 단속 및 진압으로 쌓아 올려진 성노동자를 향한 구조적 폭력 및 인권 침해를 매일같이 직/간접적으로 접합니다. 특히나 고향을 떠나와 새로운 사회에 정착한 이주 성노동자들은 자신과 동료들의 노동권, 건강권, 존엄성, 그리고 목숨을 지키기 위해 여성혐오, 성노동자 혐오와 인종 우월주의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폭력에 맞서 외로운 투쟁을 합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 사회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소수인종 이주 성노동자의 피해 경험이 유독 묵살되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들을 동등한 시민이자 투쟁 동지로 보지 않고, 이주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가 공백인채로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개입을 통한 성산업 단속은 아무리 좋게 포장한다 하더라도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가야말로 역사적으로 성노동자를 묵살시킨 제1의 폭력 주체입니다. 그들의 손에 정의 구현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도, 근본적인 구조에 대한 담론을 제시할 때도 우리는 당사자들이 발휘하는 리더십을 존중하는 태도로, 다른 해결책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차차의 성노동자 운동은 초국가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치열하고 지난한 싸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겠습니다. 이주/성노동자를 겨냥한 폭력의 민낯을 드러내고 끝장내기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역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연대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저희의 운동에 동참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2021년 3월 18일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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