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섭왹비 4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멜섭왹비 : 낙하

낙하 멜섭왹비 망가져 버렸다, 라는 단어를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임신 중절 수술 후 더 아픈 사람이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조증과 울증을 넘나들었고, 감당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새로운 통증에 시달리게 됐다. 매일 근육통과 관절통에 시달렸고, 어떤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침대에 누워 있기만 했으며, 비가 오는 날엔 통증이 더 심해졌다. 통증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산발적으로 온몸을 돌아다녔다. 어제 가슴이 아팠다면 오늘은 허리가 아팠고 내일은 배가 아팠다. 어떤 때는 누군가 칼로 내 배를 들쑤시는 것 같기도 했다. 배가 칼에 꽂히면 이 정도로 아프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섭식에도 문제를 겪었다. 음식을 먹기만 하면 토할 것 같았고 하루에도 화장실을 대여섯 번씩 ..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멜섭왹비 : 표착될 수 없는 지표

표착될 수 없는 지표 멜섭왹비 이 글은 성폭력 묘사를 포함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테이블 아가씨로 방에 들어갔는데, 얼마 뒤에 갑자기 손님이 바지를 탈의하더니 자신의 성기를 빨라고 시켰습니다. "오빠 저는 테이블 아가씨라 이런 건 부끄러워요"라고 말하며 술이나 먹자고 했습니다. 손님은 자긴 분명 작업 아가씨를 불렀다면서 그럼 네가 왜 온 거냐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사장을 불러오라고 시켰습니다. 바깥에 있는 사장에게 손님 이야기를 하니, “너 작업 아가씨 아니야?”라고 물었습니다. 사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실장과 전화하더니, 한숨을 푹 쉬었어요. 알고 보니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꼬여 실장은 절 테이블 아가씨로, 사장은 작업 아가씨로 착각하고 방에 넣어준 거였습니다. 작업이란 게 뭔지 ..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멜섭왹비 :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멜섭왹비 저는 이 글을 통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선언할 것입니다. 저번 미아리 텍사스 소개 글을 썼으니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본격적으로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이번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거는요. 여러분, 사람들은 성매매/성노동 문제를 너무나 단순하게 생각해요. 다층적인 맥락은 살펴보지도 않고, 단지 ‘여자’ 당해서 성매매에 유입되는 줄 알아요. 사람들이. ‘여자’ 당한 나는 성매매 같은 거 안하고도 잘 먹고 잘 사는데, 너는 ‘공장’이나 ‘콜센터’같이 정상적인 직업 놔두고 왜 성매매하니. 결국에 성매매가 좋은 거지? 여성 인권 낮추는 창년아. 이런 말 들으면 저는, 제가 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여자’ 당했음에도 성매매에 유입될 수밖에 없고, 성..

[2019 성노동 프로젝트 제 1회] 멜섭왹비 : 미아리 텍사스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멜섭의 안내서

미아리 텍사스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멜섭의 안내서 멜섭왹비 평소 집결지라는 공간에 와 볼 리 없는, 이 공간이 생소하고 무서운 여러분에게 미아리 텍사스란 공간을 안내해주는 글입니다. 모쪼록 길을 잃지 않고 잘 따라와 주셨으면 합니다. 아직도 제가 이 이야기를 써도 되는 건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혹여나 이 글이 집결지 성노동자들을 타자화 하는 건 아닐지. 나도 모르게 시혜적인 시선을 담는 건 아닐지. 그렇지만 이런 두려움에도 글을 써 내려가는 이유는 집결지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과 노동 착취 속에 고립되는 집결지 성노동자들과 여러분이 관심을 두고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실천하여 이 공간에 균열을 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미아리 텍사스는 미아역이나 미아 사거리역보다는 길음역과 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