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 활동 소식

[독서모임] 3월 활동가 독서모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1. 4. 3. 09:37

안녕하세요,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신가요? 🍊 차차는 3월 독서모임을 막 끝내고 돌아왔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여성인권센터 보다 해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성매매 경험 당사자 12명의 수기집 『바다 위 정류장』📚 입니다. 배제된 존재의 기억과 목소리가 서로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3월 독서모임 독후감은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혜곡님께서 써주셨답니다! 함께 읽으러 가볼까요?

📙『바다 위 정류장』을 읽어 보고 싶으시면 여성인권센터 보다에 문의해보시길 바라요! 그럼 우리 또 만나요🤗




 

파옥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혜곡


〈바다 위 정류장〉은 성매매 현장에서 생활했던 여성들의 수기집으로, 여성인권센터 보다에서 운영하는 자활 프로그램 〈해봄〉의 결과물입니다. 제각기 다른 사연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급물살을 타게 합니다. 이 글쓴이가 겪었던 착취에 분노하고, 저 글쓴이의 의지에 감탄하다 보면 금세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하게 되지요. 좀처럼 귀 기울여지는 일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는 것이 이 책의 귀중한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는 듯한 이 세상에서요.

인상 깊었던 부분은, 수기들 가운데 과거를 후회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희망찬 이야기가 제법 많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자활 참여자들이 쓴 글이기 때문이겠죠. 되찾은 일상과 목표 의식을 자랑하는 구절을 읽을 때마다 제게도 눈부신 설렘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그러나 그 설렘은 마음 어딘가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예린'의 문장은 그림자의 윤곽을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기초생활 수급자, 홈리스, 성매매 여성 등에게 정부에서 요구하는 '자활'은 비슷한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라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가 가치가 있는 생산성 있는 노동자로 변하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부가 원하는 생산성 있는 노동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사회가 "생산성이 없는 너는 쓸모가 없으니 어떻게든 개조해서 가치 있는 노동자가 돼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서 싫습니다." 이 불편한 의견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책의 표지에는 "말에 갇혔던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카피가 쓰여 있습니다. 이들이 갇혀 있던 말이란 성노동자를 함부로 '비정상' 취급하는 편견 어린 말, 그 가혹한 낙인을 일컫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우리, 이제는 그 말에 갇혀 있지 않은 걸까요? '정상적인' 노동을 강요하면서도 노동 소득만으로는 내 방 한 칸 마련하기도 어려운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있어야 할 자리엔 자기 계발의 신화만이 남아 갈 곳 없는 분노는 더 똑똑하거나 더 부지런하지 못한 나와 남을 향합니다. 진정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우리를 옥죄던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 자체를 부수어야 합니다.

글쓴이 '밤'은 "(나는) 거대한 권력의 피해자로서 지지받으며 삶을 회복하고 싶지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힘을 보태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라고 말합니다. 매일같이 사회가 퍼붓는 폭력을 견디고 복구하는 것만도 버거운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폭력적인 구조를 바꾸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활'이자 피해 회복이 아닐까 싶어요. 나를 모욕하고 착취했던 언어가 근본부터 잘못된 기획임을 폭로하고 지난 삶의 순간을 새로운 말로 이해해보는 것, 물론 그 시작은 일단 무엇이든 직접 말해보는 것이겠죠. 어려운 첫발을 뗀 모든 글쓴이에게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